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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0

       일곱 학파가 한데 섞여있는 마탑만큼이나 갤러리엔 다양한 인간군상이 존재한다.

        정보성 글만 작성하는 이부터 컨셉충, 도배, 가면분탕, 도파민에 절여진 악질들까지.

        여러 게시판이 생긴 뒤로 다툼이 조금은 줄어들었으나 유저들간의 정체성은 더욱 뚜렷이 구분되었다.

        심할 때는 하루에도 몇 번씩 싸움이 일어나 완장들이 주기적으로 호출될 정도였다.

       

        ====

        은발미소녀팬클럽회장

        [초전도체은발미소녀님 부활 기원 1138일차]

       

        나의 사랑.

        나의 빛.

        나의 어둠.

        나의 삶.

        나의 기쁨.

        나의 슬픔.

        나의 안식.

        나의 영혼.

        나.

       

        오늘도 기도합니다

        아멘

       

        — 아멘

        — 멘인 것이에요~

        — 그립도치…….

        — 하루빨리 돌아오길 바라는도치…….

        — 그 고닉 사라진지 그렇게 오래 안 됐을 텐데? ㅋㅋㅋ

         ㄴ 은발미소녀팬클럽회장 : 내 그리움 1100일치 더하기로 했음

        — 여긴 운드라 가문 전용 게시판이야 느그 주인 추모 게시판이 아니라 개새끼들아

         ㄴ 먹혔으면 조용히 꺼지라는 것이에요~

         ㄴ 이런 데 있는 줄도 몰랐네 ㅋㅋㅋ

         ㄴ 주딱이 처음 한 번 후로 포인트 상점 안 열어줘서 게시판을 마음대로 팔 수가 없는 것이에요~

         ㄴ 흠 정작 그쪽 주인은 주딱 사칭하다 관짝에 못 박혔죠?

        ====

       

        은익 기사단이 찾아온 이후 지나친 사칭 위험 때문에 사용을 중지했던 계정에는 아예 팬클럽까지 생겨 이곳저곳 패악질을 부리고 다녔다.

        저들이 아무리 바란다 하더라도 그 고닉은 살아 돌아오지 않을 테니 저런 꾸준글을 올려도 소용 없다.

       

        오늘도 20시간의 갤질을 마친 나는 떠오르는 아침해를 보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본래는 지금부터 본격적인 수면을 해야 할 시간이지만 오늘은 마침 원탁회 참석일이었다.

        생활부에서는 4개의 기숙사 사감이 돌아가며 참석하는데 이번 차례가 나였다.

        적당히 로브를 걸치고 밖으로 나가는데 복도에서 이름이 불렸다.

        전번 참석자였던 스피카 관의 사감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기, 클락 씨.”

        “네?”

        “동상 저거 좀 어떻게 안 돼요? 저렇게 매번 사거리에 놔두면 통행에 방해되잖아요.”

        “죄송합니다. 금방 치울게요.”

       

        이건 왜 매번 나돌아 다니는 거야.

        설마 밤마다 살아 움직이면서 기숙사 탐방이라도 다니나?

        나는 팔을 걷어붙히고 짓궂은 미소를 짓고 있는 메릴린 동상을 본래 자리로 돌려놨다.

        스피카 관의 사감은 아직 불만이 남은 듯한 표정이었으나 크게 개의치 않았다.

        사감 자리는 연차가 높은데 성적이 낮은 이들이 맡는 만큼 다들 대체로 안색이 나빴으니까.

       

        ====

        ID : 은발미소녀팬클럽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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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안색이 나쁜 건 다른 이유 때문인가.

        미안하지만 그의 삶이자 기쁨이 부활할 가능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만난 김에 나는 그에게 몇 가지 더 묻기로 했다.

        별 일 없을 거라 생각하지만 대규모 정전 사태처럼 내가 답변해야 할 일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오늘 원탁회에도 저희가 올릴 의제는 딱히 없는거죠?”

        “그야 그렇죠. 뭐야, 미리 확인도 안 했어요?”

        “요 며칠 좀 바빠서…… 최근 고행의 층을 오르는 중이거든요. 아시죠? 종말 3개를 골라서 살아남아야 하는 거. 얼마 전엔 난파선에 이어 성채까지 통과했거든요.”

        “……그게 변명이에요?”

       

        자랑 좀 했다고 까칠하기는.

        마족 전담기구 극채색의 초기 단원이자 메릴랜드 관의 사감, 마탑 갤러리의 종신 주딱인 내가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야지 뭐.

        최근에는 망해가는 해주학파를 살려낸 장본인으로 학파 내에서의 입지가 거의 아녜스 뺨칠 정도였다.

        수배자 명단이 아닌 마탑의 다른 조직에 이름을 올린 게 근 20년만이라나.

        은익 기사단의 단원들도 도중 많은 일이 있었으나 전원 해주학파에 가입했으니 7대 학파에서 쫓겨나네 뭐네 하던 시절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었다.

       

        “쯧, 보아하니 어디 연줄이라도 잡은 것 같은데 조심해요. 안 그래도 정보부에서 당신 예의주시하던데.”

        “정보부요?”

        “저번에 원탁회 참석했을 때 뒷자리 앉은 여자가 묻던데요. 메릴랜드 관 사감은 언제 나오냐고.”

       

        시엔인가?

        그러고 보면 얼굴을 못 본지 꽤 되었다.

        만약 오늘 만나게 되면 근황이라도 물어봐야지.

        마법을 받기로 했으니 겸사겸사 간섭기 연습도 하고.

       

        ‘은발미소녀팬클럽회장’과 헤어진 나는 원탁회에 도착해 구석 자리에 착석했다.

        밤을 꼬박 새워 벌써부터 졸음이 솔솔 밀려왔지만 이미 하루를 시작한 이상 루틴을 바꿀 수는 없다.

        40시간 연속 갤질을 향해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하려던 그때.

        옆자리에 다가와 앉은 사람이 말을 걸어왔다.

       

        “시엔 선배의 남ㅊ…… 아니, 동기 분 맞슴까?”

       

       

       

        *

       

        정보부 소속의 분홍머리 여자는 릴리벨이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기억 안나심까? 마법제 때 상대로 만났었는데.”

       

        마법제라.

        그러고 보면 시엔의 파트너로 4강에서 본 것 같기도 하다.

        당시에는 모두 인식저해 마법을 쓴 채였고 사실상 우리 둘의 대결이었기에 다른 한 명까진 신경쓰지 않았었다.

        어쨌거나 시엔의 동료가 나를 찾아온 이유가 궁금했다.

       

        “시엔은 잘 지내?”

        “그것 때문에 왔슴다. 혹시 최근 선배로부터 연락을 받은 적 없으심까?”

        “전혀 안 왔는데.”

        “곤란하군요.”

        “저번 주 회의에는 나왔다면서. 최근에 바쁜 일 있었어?”

        “실은…….”

       

        릴리벨이 입을 열려 할 때, 단상에 올라온 베르농 정보부장의 발언이 시작되었다.

        변함없이 푸근한 인상이었지만 표정은 그리 밝지 못했다.

       

        “정보부는 얼마 전 ‘검은별’이 11층에서 벌인 전투 행적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그들의 목적은 같은 무법자 아니었습니까?”

        “꺼림칙하긴 해도 굳이 신경쓸 필요까진 없을 것 같소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들을 마탑에 들여보낸 배후가 있을 테니 잡아야겠죠. 자세한 사항은 아직 기밀이지만 용의자를 체포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중인지라 66층으로 향하는 ‘급행’을 열어주실 것을 원탁회에 요청합니다.”

       

        은밀히 일을 처리해야 하는 정보부의 이런 행보는 굉장히 이례적이었다.

        탑은 본래 해당 층의 시련을 통과한 이들만이 출입 가능한 구조.

        베르농의 발언은 현재 66층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처리할 수 있는 60층대의 인원이 부족하다는 것을 암시했다.

        릴리벨이 옆에서 조곤히 속삭였다.

       

        “선배가 있는 정보 2과가 일주일 전 맡은 사건임다. 연락이 뚝 끊겼는데 지원할 사람이 부족함다.”

        “시엔이 벌써 거기까지 올라갔어?”

        “선배는 천재임다. 누군가에게 패배한 설욕을 하겠다고 하층에 남아있지만 않았다면 훨씬 높은 곳으로 갔을 검다.”

       

        그녀의 등반을 늦춘 것에 부채감은 없다.

        상대가 나인데 뭘 어쩌겠어.

        다만 연락이 닿질 않는다니 그건 확실히 걱정되었다.

        설상가상으로 급행을 열어 공개적인 수사로 전환하려는 베르농의 계획 역시 치안부장 슈톨렌의 거센 반발 탓에 쉽지 않아 보였다.

       

        “탑 내의 모든 마법사가 모이는 것도 아닌데 오직 정보부를 위해서만 급행을 연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공식적으로 부탁을 드리는 거요.”

        “매번 이런 지원요청이 있을 때마다 사안의 필요성을 제대로 설명하지도 못하잖습니까.”

        “그야 당연히 기밀 유지가 되지 않으면 수사가 진행되질 못하니까…….”

        “애초에 정보부 소속 마법사들의 실력이 뛰어났다면 되었을 문제입니다. 그들의 수준이 그만큼 낮다는 뜻이겠죠.”

        “흠, 그럼 고작 11층에 있던 검은별을 체포하지 못한 치안부의 수준은…….”

        “뭐라!? 이 작자가……!!”

        “그만 하시오 슈톨렌 부장!”

       

        마치 검은별 무료 변호인이라도 된 것마냥 열심히 정보부를 견제하는 치안부장.

        보다 못한 다른 마법사들이 뜯어말릴 정도였다.

        둘 중 누가 이길지 오랜만에 포인트 배팅이나 걸어볼까 품에 있던 노트를 만지작거리던 나는 이내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최근 오랫동안 접속하지 않았던 ‘초전도체은발미소녀’가 시엔에게 알려준 유일한 계정이었다.

       

        “잠깐, 뭔가 보낸 거 같은데?”

        “정말임까?”

       

        메시지를 확인해보니 정말로 시엔에게 몇 개의 연락이 와 있었다.

        평소에도 내게 자기 사진이나 시시콜콜한 잡담을 많이 보내왔기에 스크롤을 내리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

        수련이최고야 : 야, 너 원탁회 언제 나와?

        수련이최고야 : 나 이번 임무 시작하면 당분간 만날 시간 없단 말이야

        수련이최고야 : 또 무시하네

        수련이최고야 : 이거 보면 꼭 연락해라?

        수련이최고야 : 릊21ㅏ4』2%【2

        수련이최고야 : %『』@64ㅡㅅ

        수련이최고야 : 2【3ㅛㅡㄷㄷ

        수련이최고야 : (사진)

        수련이최고야 : (사진)

        수련이최고야 : (사진)

        ====

       

        메시지는 모두 깨져있고 떠난 이후 보낸 것들은 전부 어두운 배경이 찍힌 사진 뿐.

        위치노트의 연결이 불안정한 곳에 있을 때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그나마 가장 최근 보낸 사진이 어제였다는 점이 불행 중 다행이었다.

        적어도 운신은 가능한 상태인 듯했다.

       

        “베르농 부장, 입장은 이해하지만 고작 부서 하나를 위해 급행을 열 수는 없습니다.”

        “슈톨렌 부장의 주장처럼 정보부는 조직의 특성 때문에 이렇게 공개된 장소에서 당위성을 설명하기 까다롭지 않소?”

        “행정부의 수장께는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럼 다음 회의 전까지 재가를 받아 결정하는 걸로 합시다. 우선 점성학파 측에 연락을…….”

       

        상황은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갔다.

        원탁회가 당장은 급행을 열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기 때문이었다.

        시엔이 보낸 메시지를 확인한 릴리벨이 불안한 기색으로 손톱을 깨물었다.

       

        “이러면 너무 늦슴다. 오늘 당장 급행을 연다 해도 모자랄 판인데.”

        “내가 열까?”

        “지금 농담할 때가 아님다. 이건 순혈 마법사라도 단독으로는 불가능한 행위…….”

        “왜 최근에 너네랑 비슷한 데가 하나 더 생겼잖아.”

        “예?”

       

        같은 행정부 소속이지만 정보부와 달리 극채색은 급행을 여는 데 번거롭게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었다.

        단, 어디까지나 마족의 출현이 보고되었을 때에 한해서지만.

        나는 품에서 극채색의 뱃지와 가면을 꺼내며 말했다.

       

        “내가 거기 소속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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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Master of the Magic Tower in Another World

I Became the Master of the Magic Tower in Another World

이세계 마탑의 갤주가 되었다
Score 3.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10 years since transfer to another world

What I do inside the Ivory Tower of Truth isn’t much different from what I did on Earth.

====

[If you missed today’s attendance for the ‘Principles and Understanding of Dimensional Glass’ course, you’ll get a penalty] If you want to kill the professor who suddenly changed the classroom with a phase transition 2 minutes before the start of class, go ahead. Haha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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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t why does everyone think I’m the Tower 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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