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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0

        

       환골탈태(換骨奪胎).

         

       중국의 도교에서 사용하는 이 용어는 신선이 되기 위해 인간이 태를 벗어던지는 과정을 말한다.

         

       환골(換骨).

       뼈를 바꾸고.

         

       탈태(奪胎).

       태를 바꾼다.

         

       ‘환골탈태, 무인도 아닌 주술사가 환골탈태했다고?’

         

       처음에는 도교의 연단술에서나 사용하던 이 표현은 역사에 기록될 정도로 고강했던 한 무인이 등장함과 함께 사람들에게 널리 퍼졌고, 세월이 흐르면서 ‘무인으로서 인간을 초월하는 과정에서 겪는 현상’이라는 뜻으로 정착되었다.

       이는 연단술이라는 것이 신선이 되기 위한 비술에서 단순한 약학과 의학으로 격하되면서 생긴 일이기도 했으며, 무공이라는 것이 체계적으로 정립되면서 인간이 육체적으로 한계를 벗어날 방법이 생겨서 그런 것이기도 하였다.

         

       이 환골탈태의 조건은 여러 개가 있으나, 대표적으로는 세 가지가 있었다.

         

       그리고….

         

       ‘아냐. 저건 환골탈태가 아니다.’

         

       진성은 그 셋 중 단 하나도 해당하지 않았다.

         

       ‘뼈도 바뀌지 않았고, 허물이 생기지도 않았고, 유전자가 변형된 것 같지도 않아.’

         

       환골탈태의 현상.

       정확히 말하면, 환골탈태로 인해 맨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뚜렷한 변화는 세 가지.

         

       첫째는 골격이 바뀌는 것이다.

       환골탈태를 겪는 사람은 자신이 익히고 있는 무공에 최적화된 골격으로 변형된다. 단순히 키가 커지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정말로 골격 자체가 변형된다. 뼈의 숫자가 늘어나거나 줄어들고, 관절의 숫자가 늘어나기도 하고, 뼈 자체의 크기가 변형된다.

       그뿐만 아니라 골격이 어마어마한 강도로 강화되는데, 일반적인 금속으로는 생채기도 내지 못할 정도다.

         

       둘째는 허물이 벗겨지는 것.

       외골격이나 비늘을 가진 생물이 그러하듯 허물을 벗는다. 그리고 허물이 벗겨진 후에는 익히고 있는 무공에 최적화된 근육과 피부를 가지게 된다. 

         

       마지막은 유전자가 바뀌는 것.

       이는 현대에 들어서 알려진 것이지만, 환골탈태를 겪은 무인은 유전자가 변한다. 그것도 무인에게 매우 긍정적인 방향으로 말이다.

       기존에 가지고 있는 유전적 결함은 모조리 사라지고, 익히고 있는 무공에 최적화되도록 몸을 바꾼다. 그리고 이 유전적 변화는 꽤 급진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어 반드시 외형에 드러난다.

         

       꼬리가 생기거나 송곳니가 길게 자라나는 등의 선조회귀형 변화.

       혈액의 색이 파란색이 되거나 새로운 장기가 생기는 등의 환경적응형 변화.

       몸에 외골격이 생기거나 비늘이 생기는 등의 돌연변이형 변화.

          

       하지만 불 속에서 떠오르고 있는 진성에게선 그 어떠한 변화도 보이지 않았다.

         

       오직 몸에서 노폐물이 빠져나오고, 불에 타서 흉측했던 피부가 되돌아오는 것만이 보일 뿐이다.

       저것은 환골탈태라고 표현하기보다는, 이능을 이용한 디톡스(detox)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것도 매우 급진적이고 위험하지만, 효과 하나는 확실한 디톡스 말이다.

         

       대장은 놀라움을 가라앉히고 진성의 몸에서 일어나는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화상을 입었던 피부는 회복되고, 몸 안에 있는 독소는 모조리 빠져나오고 있다. 아마 몸 안의 장기 역시 재생이 되고 있겠지. 강력한 재생 효과와 독소 배출로 깨끗한 몸이 되고 있다….’

         

       마치 몸을 순수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온갖 더러운 것에 노출되기 전의, 아기 같은 몸처럼 순수하게 말이다.

         

       ‘몸을 순수하게 만든다…. 흠. 좋은 일이기는 한데….’

         

       대장은 탐이 난다는 듯 입맛을 다시며 제단을 쳐다보았다.

         

       순수해지면 이점이 많았다.

       예를 들자면 마법사의 경우 마나를 사용할 때 조금 더 원활할 것이고, 무인의 경우에는 육체의 성능이 향상되고 무공에 따라서는 축기의 효율이 올라갈 것이다. 마녀의 경우 신체나이가 어마어마하게 젊어질 것이다.

       게다가 몸이 깨끗해지니 당연히 수명도 늘어날 터.

         

       순간 그의 머릿속에 자기도 저 불에 들어가면 똑같은 효능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살짝 저었다.

         

       ‘…몸이 타들어 가는 고통을 겪으면서까지 하고 싶지는 않다.’

         

       그는 진성처럼 기름을 붙이고 불 속으로 뛰어들어갈 용기가 없었다.

       아니, 애초에 저기에 들어가는 건 용기가 아닐지도 모른다.

         

       수명 조금 얻겠다고 스스로 인간 장작이 되는 것은 용기가 아니라 광기다. 그것도 전쟁터를 전전하며 온갖 미친 인간을 보아왔던 용병조차도 혀를 내두를 정도의 상상을 초월하는 광기 말이다.

         

       ‘저 고용주는 미쳤다. 역시 주술사는 기인 아니면 광인밖에 없다더니.’

         

       그리고 그의 판단이 옳다고 말하는 것처럼, 쩌렁쩌렁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하하하하하하!”

         

       불 속에서 걸어 나온 진성이 미친 사람처럼 웃었다.

       진성은 한참이나 웃더니 갑자기 허공을 쥐어서 기절해있는 무녀를 허공에 띄웠다.

       그리곤 리세에게 오라고 손짓을 했다.

         

       ‘고용주께서 또 뭘 하시려나.’

         

       그 모습을 본 용병의 눈동자가 이채를 띠었으나, 이내 자신이 낄 일이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는지 다시 시선을 돌렸다.

         

       ‘고문이나 마저 해야지.’

         

       그가 바라보는 곳에는 피 칠갑이 된 채 눈을 부릅뜨고 있는 신관이 있었다.

         

         

         

         

        * * *

         

         

         

         

       “이리로 오거라.”

         

       리세는 도저히 제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진성이 용병을 데리고 신사에 불을 지르고 습격하는 것도 끔찍한 일이었는데, 리세는 중요한 역할까지 맡았다. 그녀는 신력을 사용해서 무인들을 제압했으며, 신사의 신체(神體)를 제압해 진성의 손에 넘겨주기까지 했다. 그것만으로도 반쯤 정신을 놓아버릴 일이었는데….

         

       ‘방금, 방금….’

         

       그녀가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맹세한 사람이 갑자기 제단에 불을 피우더니 몸에 기름을 붓고 거기에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 불이라도 붙지 않았다면 모르겠는데, 들어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몸에 부은 기름을 먹이 삼아 불이 활활 타올랐다.

       더 끔찍한 것은 신력으로 강화된 그녀의 눈이 진성의 피부가 녹아내리고 구워지는 것을 목격했다는 것.

         

       사람이, 그것도 그녀가 모시기로 한 사람이 산 채로 화형을 당하는 모습이란 참으로 악몽 같았다. 그것도 그냥 악몽이 아니라, 새타니가 그녀를 괴롭혔던 몽중몽보다도 더 끔찍하고 평생 벗어나기 힘들 것 같은 끔찍한 악몽 말이다!

         

       그런데 그렇게 타들어 가던 진성이 갑자기 깨끗한 몸이 되고, 나루미를 허공에 띄웠다. 그리곤 뭔가를 걸칠 생각도 없는지 나체인 채 그대로 그녀를 부른다.

         

       ‘이게, 대체.’

         

       이게 대체 무어란 말인가?

         

       리세는 머리가 팽글팽글 돌아버릴 것 같았다.

         

       습격, 방화, 나체, 화형, 분신….

         

       “리세.”

         

       그렇게 머릿속에 돌아다니는 정리되지 않은 수많은 단어에 리세가 혼란스러워하고 있을 때, 다시 한번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뚜렷하게 귓가에 내려꽂히는 듯한 목소리에 리세는 정신이 번쩍 드는 것을 느꼈다.

         

       ‘그래. 무엇이 되었건 따르기만 하면…. 따르기만 하면 되는 거야.’

         

       그녀는 텐트 안에서 자신이 했던 생각을 다시 떠올리며 진성을 향해 다가갔다.

         

       다만 주술사치고는 꽤 근육이 붙어있는 몸에 시선이 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자, 리세. 너에게 선물을 주겠다.”

       “선물, 이요?”

         

       진성은 불꽃이 타오르는 제단에 걸터앉아 리세와 눈을 마주 보았다.

         

       “그 전에 물어볼 것이 있으니.”

         

       그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입을 열었다.

         

       “너는 이 무녀가 어찌 되었으면 좋겠느냐?”

         

       어찌 되었으면 좋겠냐는 질문.

       그녀는 자신의 대답에 따라 나루미의 운명이 정해질 것을 직감했다.

         

       리세는 나루미를 쳐다보았다.

         

       밉살스러운 얼굴.

       여우 같은 얼굴에, 여우 같은 성격을 한 여자.

         

       ‘키시모토 나루미…. 어릴 적부터 모임에서 나를 배척하고 따돌린 사람.’

         

       리세는 나루미의 얼굴을 보자 어릴 적에 겪었던 일들이 하나하나 떠올랐다.

         

       숲에서 같이 놀자며 데려가 놓곤 자신만 놓고 간 일.

       리세가 친해지려고 하는 무녀에게 접근해 훼방을 놓은 일.

       다 같이 식사 준비를 할 때 리세의 몫만 빼놓고 만든 일.

       자기들끼리만 단톡방을 만들고 리세는 끼워주지 않은 일.

       리세의 말을 철저하게 무시하고 없는 사람 취급했던 일.

         

       장난이라고 하기에는 한없이 괴롭힘(イジメ)에 가까운 짓을 해왔던 사람.

         

       ‘…어찌 되었으면 좋겠냐니….’

         

       리세는 자신이 어릴 적부터 겪었던 온갖 짜증나는 일의 주동자이자 원흉이 눈앞에 있었다.

         

       신사, 가문, 권력, 신력.

       리세가 섣부르게 반격하지 못하게 만들었던 조건들을 모조리 잃어버리고, 잘 손질된 음식 재료처럼 둥둥 뜬 채 그녀의 눈앞에 있었다.

       그녀가 처분 방법만 말하면 그 즉시 세상에서 사라질 수도 있는, 너무나도 하잘것없는 존재가 되어있었다.

         

       리세는 고민했다.

         

       눈앞의 미운 사람을 어떻게 해야 할지,

         

       그리고 펜을 들어서 메모장에 답을 적었다.

         

       『 목숨은 살려주세요. 』

         

       진성은 의외라는 듯 그녀를 쳐다보았다.

         

       “악연인 것 같은데, 목숨을 붙여달라?”

       『 짜증 나는 사람이지만 죽을죄까지는 짓지 않은 것 같아요. 』

       “훌륭하구나.”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나루미의 머리채를 붙잡았다.

         

       “그리하겠다. 이 제물이 목숨은 부지할 수 있게 해주마.”

         

       진성은 그렇게 말하며 손에서 불을 피워 나루미의 몸에 불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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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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