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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0

       

       

       

       

       “감사합니다, 또 이용해 주십쇼!”

       

       결국 나는 실비아의 감언이설에 넘어가 작스 대거를 구입하고 말았다. 

       

       ‘윽…. 아르를 내세우다니.’

       

       상대에게 접근을 허용하면 아르의 목숨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는 말에, 내 머릿속에서는 온갖 좋지 않은 경우의 시뮬레이션이 돌아가고 말았다. 

       

       ‘운 나쁘게 고렙 산적에게 둘러싸이고, 뒤쪽에서 암살자나 검사가 나타나 날카로운 검을 휘둘러 우리 말랑하고 연약한 아르를 벨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아, 아르야!!!

       -삐유우….

       

       상처를 입은 채, 짧뚱한 손을 달달 떨며 나를 애처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아르의 모습이 상상되어 눈앞에 펼쳐졌다. 

       

       -쀼…쀼욱.

       -아르야아아아아아아!!!!!!

       

       상상만 했는데도 손바닥에 땀이 맺히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턱이 덜덜 떨리는 것 같았다. 

       

       단순히 영혼 계약을 한 사역마가 죽으면 내 목숨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었다. 

       

       ‘이렇게 귀엽고 말랑한 우리 아르가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그냥 멘탈이 나갈 것 같아.’

       

       설사 「신뢰의 계약」특성이 유일 등급이라 알고 보니 사역마가 죽어도 내 목숨에 전혀 지장이 없는 거였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였다. 

       

       아르의 부드럽고 말랑한 손을 만지작거리고, 그런 내 손가락을 아르가 또 꼬옥 쥐며 꺄르르 웃고.

       

       맛있는 걸 배불리 먹고 뚠뚠해진 배를 엄마 손 약손 하듯 부드럽게 쓸어 주고.

       그러면 아르는 또 기분 좋은 듯 꼬리로 바닥을 톡톡 두드리며 뀨룩, 하고 작게 트림을 하고.

       

       무엇보다 나를 언제나 변함없이 완전히 신뢰하는 맑은 눈빛으로 날 바라봐 주고, 시선이 마주치면 초승달처럼 눈을 접으며 웃어 주는, 그런 아르를 다신 못 보게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이런 감정이 드는 것 또한 「신뢰의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라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그렇다고 해도 내가 느끼는 감정 자체가 거짓이 되는 건 아니니까.’

       

       어쨌든, 이제 아르 없는 일상을 상상하기 힘든 나는 아르를 지키기 위해 실비아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지금의 나는 마법 원툴로 가는 것보다 근접 전투도 할 줄 아는 게 더 유리할 수 있는 게 사실이고.’

       

       아니, 유리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실제로 유리하지.

       

       지금껏 애써 외면해 오긴 했지만, ‘스킬 동기화’라는 사기적인 시스템을 가진 시점에서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그냥 스킬명만 외쳐도 마법 시전이 가능한 내가 마법 수련에 전념해 봐야 숙련도를 좀 더 올리는 게 전부니까.’

       

       물론 숙련도를 올려서 시전 속도가 빨라지고, 마나 소모량이 줄어드는 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내가 아무리 숙련도를 올려 봐야, 아르가 직접 마법을 시전하는 것에 비할 수는 없지.’

       

       그리고 마법의 숙련도는 로그함수의 그래프처럼 올라갈수록 그 결과값의 차이가 미미해진다. 

       

       간단히 말해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그 이후로는 수련의 효과가 작아진다는 것.

       

       ‘하지만 근접 전투는 거의 완전히 노 베이스부터 시작하니, 제대로 배우기만 하면 실력의 상승 폭이 크겠지.’

       

       게다가 지금까지 내가 레벨업을 하면서 오른 스탯은 마력보다는 힘, 민첩, 그리고 체력이 대부분.

       

       부족한 마력 스탯을 ‘스탯 동기화’로 커버하고, 나머지 골고루 오른 스탯들을 이용해 근접 전투를 연마하는 것이 효율 면에서는 최고일 것이다. 

       

       ‘그렇게 근접 전투를 연마하고 훈련하는 과정에서 또 힘, 민첩, 체력 스탯이 오르기도 할 거고. 그러면 또 스탯 동기화 조건에 따라 마력 스탯까지 올라가겠지.’

       

       이런 완벽한 선순환이 또 있을까.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그 근접 전투를 제대로 전수해 줄 스승이 있어야 했고.

       근접 전투에 대한 공포를 내가 극복할 수 있어야 했다.

       

       전자는 구했으니, 이제는 후자만 갖추면 되는데….

       

       ‘후우…. 그래. 해 보자. 아르를 위해서 못 할 건 또 뭐냐.’

       

       나는 내 허리춤의 가죽 케이스에 장착된 작스 대거를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마음을 달래기 위해 아르가 들어 있는 가방을 바라보았다. 

       

       “쀼우?”

       

       내가 가방을 내려다보는 건 어떻게 알았는지, 아르가 가방의 구멍으로 얼굴을 쏙 내밀었다. 

       

       “쀼!”

       

       그리고, 나와 눈이 마주치자 활짝 웃었다. 

       

       “그래, 아르야.”

       

       나는 그런 아르를 보며 마주 웃어 주었다. 

       

       ‘내가 넌 반드시 지켜 줄게. 걱정하지 마.’

       

       그리고 실비아를 보며 결연한 얼굴로 말했다. 

       

       “실비아 씨, 빡세게 훈련 부탁드려요.”

       “빡세게요? 정말요?”

       

       실비아가 천연덕스러운 표정으로 되묻자 나는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하고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아르를 한 번 힐끗 바라본 뒤 결심을 다지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해 볼게요.”

       

       그러자 실비아는 의외라는 듯 눈썹을 들어올리더니, 곧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후후, 좋아요.”

       

       꿀꺽.

       

       그리고 내가 침을 삼키자 덧붙였다.

       

       “하지만 지금 레온 씨가 생각하는 것처럼 급하게는 안 할 거니 너무 걱정은 안 하셔도 돼요. 천천히 제가 가르쳐 드리는 대로 따라오시기만 하면 분명 금세 강해지실 수 있을 거예요.”

       “…정말요?”

       “그럼요. 말 나온 김에 오늘은 맛보기로 기초를 좀 알려드릴게요. 길드로 가죠.”

       

       실비아는 자연스럽게 앞장을 섰고, 나는 실비아를 따라 캐머해릴의 용병 길드로 향했다. 

       

       달칵.

       

       용병 길드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이번에도 역시 타지에서 온 용병을 스캔하는 눈빛들이 나와 실비아를 훑었다. 

       

       “뭐야, 새로 온 용병인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 같은 놈년들이 이 캐머해릴에는 어떻게 찾아왔지?”

       “어떻게 오긴. 호위 받고 왔나 보지.”

       “푸하하핫! 용병이 호위를 받고…. 푸핫! 그럴 듯한데?”

       

       여기서 아르를 꺼내면 그렘 마을에서처럼 텃세를 어느 정도 무마시킬 수 있겠지만, 아마 아르를 한 번만 쓰다듬게 해 달라며 또 한바탕 난리가 날 것이다. 

       

       나중에 자연스럽게 꺼내게 되는 거면 몰라도, 괜한 소란은 만들고 싶지 않았기에 나는 가방 속에 아르를 꽁꽁 숨긴 채 실비아를 따라 들어갔다. 

       

       “근데 저쪽 계집은 아주 얼굴이 반반한데?”

       “흉터 하나 없이 얼굴 깨끗한 거 보면 아주 귀하게도 자랐나 보군.”

       “하아, 이 내가 또 선배로서 용병 생활이란 게 만만하지 않다는 걸 알려줘야 되나?”

       “킬킬킬, 너 저번에도 그러다가 시비 제대로 붙어서 한 놈 팔 병신 만들지 않았냐? 적당히 해.”

       

       …근데 실비아 씨가 겉보기엔 여리여리한 여자라 그런지 점점 가오 잡는 강도가 강해지는 것 같네?

       

       아무래도 아르의 귀여움으로 이 험악한 분위기를 한 번 정화시킬 필요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쯤. 

       

       “여기요.”

       

       하지만 용병들의 말을 싸그리 무시하고 창구 앞에 도착한 실비아가 직원을 불렀다. 

       

       “네, 말씀하세요!”

       “길드 수련장 한 칸만 빌려 쓸 수 있을까요? 일단은 세 시간 정도로요.”

       

       수련장을 빌려 쓴다는 말에 다시 한번 용병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들었어? 수련을 한다는데? 크하핫!”

       “설마 저 새파랗게 어린 남자 놈이랑 둘이 수련한다는 얘긴가?”

       “수련 말고 다른 걸 할 것 같은데 말이지. 푸핫!”

       

       하지만 실비아는 전혀 동요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대관료는 얼마 정도 할까요?”

       

       직원은 실비아의 얼굴을 보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용병 등록증을 가지고 계시면 보여주실 수 있을까요? 저희 수련장은 등록된 용병 분들만 대관하실 수 있도록 되어 있거든요.”

       “여기 있습니다.”

       

       실비아는 품에서 등록증을 내밀었고. 

       

       “크크, 보나마나 F 아니면 E랭크겠지.”

       “아, 우리 용병 길드 수련장은 인기가 많아서 D랭크부터 이용 가능하다는 불문율이 있는데, 저 아가씨가 알고 있으려나 모르겠네?”

       

       수근대는 소리 속에서, 직원은 실비아의 등록증을 확인하더니 입을 떡 벌렸다. 

       

       “B, B급 용병이시네요…?”

       

       그 말에 용병 길드는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 

       

       ***

       

       “아니, 실비아 씨. 4성이라기엔 너무 실력이 좋으시다 했더니, B급 용병이셨어요? 솔직히 말해 봐요. 4성 아니죠?”

       

       그 말에 실비아는 머쓱한 웃음을 지었다. 

       

       “하하, 사실 B급은 다른 용병들이랑 같이 임무를 완수하면서 달게 된 거라서요. 그렇게 말할 정도까진 아니에요.”

       

       용병 길드에서는 승급을 위해 임무 포인트를 모아야 하는데, D랭크까지는 하위 임무들의 짤짤이 포인트를 모아 어떻게든 승급이 가능하지만 C랭크부터는 반드시 일정 수준 이상의 임무를 완료해 실력을 증명해야 한다. 

       

       C랭크도 아니고 B랭크를 달았다는 건, 그만큼 실력이 확실히 증명됐다는 것. 

       

       그래서 실비아의 용병 등급이 B랭크라는 걸 들은 용병들은 더 이상 아무런 딴지도 걸지 못하고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지금 실비아는 어떻게 다른 용병들과 같이 해서 얻어 걸린 것처럼 말하지만, 「레키온 사가」 고인물인 나는 그게 웬만한 운으로는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자, 그런 것보다 지금은 단검술을 배우는 데에 집중하셔야죠, 레온 씨. 아르를 지켜 주실 거잖아요? 대관 시간은 지금도 가고 있어요.”

       

       하지만 실비아의 말에 나는 일단 의문을 접어 두고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 됐습니다.”

       

       수련장 가운데에 선 나는 작스 대거를 뽑아 들었다. 

       

       “쀼우, 쀼!”

       

       옆쪽 짚더미에 앉은 아르가 나를 응원하는 듯 두 손을 번쩍 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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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I Picked Up a Hatchling

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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