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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00

    <600 – 맛있는 연계퀘스트(24)>

     

    조나는 하늘 높이 솟구치는 성스러운 영역과 아카데미에 드리우는 장대한 신의 영역을 감지했다.

     

    ‘신격강림!’

     

    너무나도 강력한 힘을 지녔기에 강림이라는 특수한 방식으로 세계의 그물망을 통과하지 않으면 지상에서 힘을 발휘할 수 없는 신격.

    주류 24신격 중 하나의 영역이 지상을 휩쓸고도 제지받지 않자, 조나는 곧장 깨달았다.

     

    ‘교장이 신의 강림을 묵인했다!’

     

    뭐든 재밌으면 그만.

    자신의 흥미가 1순위인 미친 교장.

    악룡 오모시로이가 오모시로이 해버렸다.

     

    ‘그 교장이라면 아가씨가 죽더라도 이 악물고 못 본 척했던 성녀들을 대감옥에 가두는 선에 그치겠지.’

     

    자신이다.

    아가씨를 구할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

     

    <평화의 장막>

    <평화의 자장가>

     

    중간계에 강림한 신이 신역으로 변해가는 아카데미 부지에 펼친 결계에 이미 근방에 자리해있던 교관들은 나무 위에서 기절하거나 나무벤치로 변장했던 몸이 원래대로 돌아오며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섣불리 접근한다면 조나 역시 그렇게 될 것이며, 무리하게 힘을 끌어올려 돌파하면 그의 뒤를 따라 주변을 맴돌며 신역의 입구를 찾는 다른 교관들을 줄줄이 꼬리처럼 매달고 진입하게 된다.

     

    ‘안의 상황이 어떨지는 아무도 몰라. 진입하는 것은 나 혼자만이어야 한다.’

     

    조나의 계산은 옳았다.

    신의 기척이 소실되고 성녀들이 쓰러진 지금, 교관들의 시점에서 이 광경이 어떻게 보일지를 생각하면 간단히 답이 나왔으니까.

     

    다크프린세스가 선신연합의 성녀들을 살해했다.

    이유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당장 저 괴물 같은 아이를 생포해야만 한다.

     

    “리프. 아가씨를 부탁합니다.”

    “조나? 갑자기 왜 그런 표정을 지어요? 꼭 헤어지려는 사람처럼.”

    “부족한 집사는 이 방법밖에 떠올리지 못했음을 용서해 주십시오.”

     

    조나가 일장을 내질렀다.

    일장은 눈을 깜빡이며 그를 올려다보는 오크노디를 향해 내질러졌다.

    한 치의 의심도 없는 맑은 눈동자.

    티 없이 환하게 그려진 미소.

    조건 없는 사랑을 베푸는 부모와 자식 사이처럼 순수하게 드러내는 호의.

    그 믿음에 종지부를 고하듯, 조나의 일장이 오크노디에게 강력한 일격을 적중시켰다.

     

    “?!”

     

    마나실드도 없었다.

    가속잔상검의 이동기도 없었다.

    분신을 이동한 회피조차도 시도하지 않았다.

    조나가 공격할 리 없으니까.

    조나를 경계할 이유가 없으니까.

    그렇게, 아가씨는 간단히 공격에 당했다.

     

    “어…째서…?”

     

    당혹.

    혼란.

    억울.

    슬픔.

    온갖 감정이 소용돌이치는 아가씨의 모습에 그녀보다 더한 슬픔을 느끼면서, 그럼에도 조나는 냉혹한 얼굴로 다시금 일장을 내질렀다.

    아가씨는 이번에도 저항조차 하지 않고 그대로 일장을 맞아 쓰러졌다.

     

    “리프. 당신에게도 미안하게 됐습니다.”

    “팔 하나 정도로 부탁드립니다.”

     

    조나의 공격이 리프의 오른팔을 부러뜨렸다.

    리프가 비명도 지르지 않고 태연하게 오크노디를 감싸듯이 쓰러졌다.

    그 직후, 수많은 교관이 현장에 침입했다.

     

    “세상에, 맙소사.”

    “대체 얼마나 거대한 힘이 격돌해야 이런 흔적이 남을 수가 있지?”

    “아카데미 부지 전체에 새겨진 방호마법진이 찢어졌어. 이거, 대감옥의 보호술식에도 충격이 들어가지 않았을까?”

    “아니 잠깐만. 이쪽의 균열은 <종합던전테마파크>가 있는 곳이잖아. 시설에 문이라도 열렸다간…”

    “아. 탈주몬스터 포획…”

     

    절망에 빠져 고개를 푹 숙이던 교관들이 문득 이상함을 느꼈다.

     

    “갑자기 그림자가 드리우는데?”

    “울고 싶은데 비라도 내려주나?”

     

    교관들은 소나기를 바랐지만, 그들의 위에 드리운 그림자는 뚜렷한 형체가 있었다.

     

    “그림자 모양이 이상한데?”

     

    우락부락한 근육을 뽐내는 것처럼 포즈를 취한 남성모양의 그림자.

    거대한 그림자가 점점 가까워지는 것처럼 크기가 줄자 교관들이 설마 하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저거, 모양이 익숙하지 않아?”

    “헉! 플라톤 교수님이다!”

    “미친.”

    “피해!”

    “깔리면 즉사한다!!”

     

    다급히 보호막을 치며 근처 엄폐물로 달려가던 교관들의 움직임보다 두 박자는 더 빠르게 쇠보다 단단한 금속으로 이루어진 조각상이 지면에 착지했다.

    충격 직후, 허공으로 떠오른 교관들이 이어지는 충격파에 부딪쳐 근방 엄폐물과 함께 쓸려나갔다.

     

    투콰콰콰콰.

     

    쓰레기처럼 사방팔방 흩어진 교관들을 뒤로한 채, 건물 한 채가 무너지며 자욱한 연기가 피었다.

     

    “훗핫핫핫핫! 나약한 녀석들, 진급도 하지 못하고 교관으로 포인트나 타내면서 지내니 실력이 늘지를 않는구나. 고작 소운석의 충돌에너지 정도의 위력을 낸 스몰 메테오 다이브도 견뎌내지 못하다니!”

    “…”

     

    대답할 여력도 없는 교관들의 꼬락서니를 한심하게 여기며 플라톤 교수가 기합을 내질렀다.

    자욱하게 깔린 연기가 단숨에 걷히더니 신성영역이 발현된 지대를 돌아보았다.

     

    “꽤 요란하게도 나타나시는군요.”

    “모처럼 아카데미가 습격받는 반가운 상황이 일어났는데, 어찌 신이 나지 않겠나. 그래서, 신성영역의 발현은 누가 한 것이고 이것이 어찌 된…”

     

    플라톤 교수의 말이 멈추었다.

    그의 시선이 지면에 쓰러진 성녀들과 오크노디, 그리고 리프에게 닿았다.

    마지막으로 다시금 고개를 들어 조나를 바라보는 플라톤 교수의 얼굴에는 좀전까지의 익살스러움과 가벼움이 모두 사라졌다.

     

    “…어찌 된 일인가. 어찌하여 오크노디 수강생과 리프 임시교수, 아카데미를 방문한 성녀들이 함께 쓰러져 있는가.”

    “답할 수 없습니다.”

    “신들이 저 아이에게 이단선포를 저질렀는가?”

    “답할 수 없습니다.”

    “어찌 그런 답답한 소리를 하는가! 자네가 저 아이를 지키기 위해 교수직으로 아카데미에 머무르는 사실을 모를 이가 누가 있는가. 이단선포를 당한 자의 인생이 어떻게 무너지는지 몰라서 그러는가?”

     

    조나는 고개를 저었다.

     

    “답할 수 없습니다.”

    “말하지 않겠다면 직접 알아내야지.”

     

    플라톤 교수의 눈에서 시퍼런 마나광이 번뜩였다.

    조나는 깨달았다.

    자신이 해둔 사전작업을 이제야 플라톤 교수가 발견했다는 사실을.

     

    “어째서 오크노디와 메이드, 성녀들에게 모두 자네에게 공격당한 흔적이 남아있는가?”

    “…”

    “이단선포를 받았더라도 그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짙은 금속의 기운. 자네, 설마… 오크노디를 지키기 위해 흔적을 조작한 건가?”

    “……”

    “이런 멍청한 친구를 봤나! 고작 3학년, 실질적으로는 입학 2년생에 불과한 몸에 신을 격퇴한 업적을 달성했으니 재단의 품에 두기엔 두려울 정도의 강함이라고 한들, 어찌 기프트 아카데미에 이 아이를 안쓰러이 여길 이가 없다고 믿었는가!”

     

    조나는 두 팔을 붙여서 내밀었다.

     

    “아가씨는 제게 이용당했을 뿐입니다.”

    “뭐라고?”

    “성녀들을 아카데미로 유인하여 격퇴한다. 이로써 재단은 적을 줄였고, 아카데미 내에서 아가씨의 입지는 더욱 불안정해집니다. 유대감이 생길 수 없는 수준의 강함, 고립되는 생활. 결국 아가씨는 재단의 품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마음에도 없는 소리 말게! 지금이라도 사실대로 말하게. 다른 교수들이 오기 전인 지금이라면 아직 늦지 않았어. 성녀들이 성녀연합회의 출범을 막고자 사고를 쳤다가 유혈사태가 벌어졌고 교수의 도움을 약간이나마 받았으나 오크노디도 적잖은 활약을 했다고 진술하면 충분히 무마할 수 있네.”

     

    플라톤 교수의 타협안에도 조나는 고개를 저었다.

     

    “순순히 체포하지 않겠다면 체포할 수밖에 없을 때까지 저항하겠습니다. 정녕 제가 그러기를 원하십니까?”

     

    조나의 <금속조작>이 <조각상>으로 이루어진 플라톤 교수의 몸을 작게나마 꿈틀거리게 만들었다.

    플라톤 교수는 조나와 자신의 상성이 최악이라는 사실도, 정말로 싸움이 벌어지면 일이 아주 힘겹게 돌아가리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이젠 늦었네. 제국교수들이 오는군. 자네의 선택이니 원망하지 말게.”

     

    플라톤 교수는 조나 교수의 손에 제어수갑을 채웠다.

     

     

    * * *

     

     

    “조나…?”

     

    힘없이 웅얼거리며 눈을 떴다.

    익숙한 랩실 천장이 나타나지 않았으니, 안도감이 들어야 하건만, 정작 곁을 지키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에 슬픔이 찾아왔다.

    뭐였을까, 그건.

    꿈이라도 꿨던 건가?

    몸을 일으키자 때마침 병문안을 왔던 아카디아가 달려와서 와락 나를 안아주었다.

     

    “디! 몸은 괜찮나요? 정신이 드나요?”

    “아카디아 언니… 저 말고 다른 사람들은요?”

    “전부 끝났어요. 이제 아무것도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여긴 안전해요.”

    “리프는요? 조나는요?”

    “디…”

     

    아카디아 언니의 얼굴이 아침드라마에서 20년간 뼈 빠지게 키운 딸이 우리 딸이 아니라고 고백하는 아내의 말에 충격받은 남편처럼 슬픔에 잠겼다.

     

    “조나 교수는 대감옥에 수감 되었고, 리프 임시교수는 조사실에서 취조를 받고 있다고 들었어요.”

    “조나랑 리프가요? 왜요?”

    “기억하지 못하는 건가요? 그럴 만도 하죠. 그런 끔찍한 일이 일어났으니… 흑.”

     

    아카디아 언니가 제 일처럼 슬퍼하며 말했다.

     

    “벌써 소문이 났어요. 성녀들이 디에게 <이단선포>를 가하도록 두 교수가 디를 유인하고 함정에 빠뜨렸지만, 교수들까지 처분하려고 무리한 성녀들 때문에 내분이 일어나면서 디가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고요. 덕분에 이단선포에 당하지 않았다고 들었어요.”

     

    그게 머야…?

    그런 일 없었는데.

    그게 아닌데.

    성녀들이 성녀출범식을 막으려고…

    나는 그걸 또 때찌때찌 혼내주려고…

    그런데 조나가 나타나서.

    갑자기 막 나를 때리고…?

     

    “재단의 배신자들은 그만 잊어요.”

     

    조나가, 나를 배신해…?

    그럴 리가 없잖아.

    충성도가 100인데.

    애초에 성립이 안 되는 배신이라고.

    강한 거부감과 함께 정신이 번뜩 들었다.

     

    “방금 <이단선포>라고 했죠?”

    “걱정 마요. 디가 이단선포에 당했다는 혐의는 현장에 왔던 교수들이 직접 확인하여 이단선포에 당하지 않았다고 명확하게 부인했으니까요.”

    “그거닷!”

     

    이제야 겨우 납득이 갔다.

    고위성직자가 사용하는 가장 강력한 공격기술이 무엇인가.

    신성영역?

    모시는 신의 본신강림?

    아니다.

    한 사람에게 영구적인 페널티를 가하는 기술.

    해당 신의 권능과 관련된 불이익을 언제 어디서든 반드시 겪게 되는 신의 이름으로 가하는 저주.

    <이단선포>야말로 가장 강력한 공격기술이다.

    이 저주는 저주받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주변에도 막심한 피해를 입힐 수 있으며, 신의 분노를 이겨내기 위해 다른 강력한 존재에게 의지할 수 있다는 대목에서 위험성이 급증한다.

    만일 내가 정말로 이단선포에 당했다면 당장 날 죽이고 싶을 교수들이 한둘이 아니겠지?

     

    ‘정석빌드로 싸우지 않아서 다행이네!’

     

    평화의 신 트란퀼로는 이단선포를 발휘할 여유조차도 없었다.

    성녀도 신도 정신없이 농락만 당했으니 방어 말고는 뭐라도 할 여유도 없었단 말이지.

    다른 사람들은 이 사실을 알 겨를이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진상이 유추가 되었다.

     

    조나는 혹시나 내가 이단선포에 당했을 가능성을 우려하여 자신의 기로 나를 뒤덮었다.

    아카데미 사람들에게 경계 받지 않도록 자신이 사건을 일으킨 주범처럼 행세했다.

    성녀들도 이단선포를 하기 전에 자신이 쓰러뜨렸고, 나쁜 건 전부 자신이라고 속이면서.

     

    그래. 충성도 100이 깨진 게 아니다.

    충성도가 100이기에 일어난 보호이벤트다!

     

    “조나는 나쁘지 않아요!”

    “디, 당신이란 사람은 정말…! 그런 일을 겪었는데도 그런 사람에게…!”

     

    겨우 사건을 납득하고 안도하는데 어째서인지 아카디아 언니가 울컥하며 나를 다시 안았다.

    언니가 고개를 묻은 어깨가 화난 응애가 잔뿌리로 물을 뿌릴 때처럼 마구마구 축축해졌다.

    아카디아 언니는 왜 저렇게 우는 걸까?

     

    “언니 울지 말고 과일 먹어요!”

     

    언니가 가져온 과일을 언니한테 먹이면서 진정시켜주고 있으려니, 때마침 창문으로 슬쩍 들어온 이슈타르가 그 꼴을 보고 황당해하였다.

     

    “어떤 흐름을 타야 간호받아야 할 애가 간호하러 온 사람을 간호하게 되는 거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배신?당한 사실을 인정할 줄 모르는 불쌍한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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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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