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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00

        

         

       눈이 마주친다.

       거울 속의 자신과 눈이 마주친다.

       번들거리는 유리의 표면.

       세수하며 튀었던 물방울이 주르륵 흘러내리고, 거울 속의 자신이 천천히 몸을 움직인다.

         

       움직이는 저 모습은 움직이고 있는 나의 잔상인가? 그렇지 않다면 공포와 스트레스로 인해 생긴 단순한 환상인가?

         

       입이 점점 움직이기 시작한다. 입꼬리가 점점 솟구치기 시작하고, 이내 그 입꼬리는 점점 길어지고 길어져서 누군가가 편집 프로그램으로 장난이라도 한 것처럼 기괴하게 비틀리고 찌그러지면서 귀에까지 닿을 정도로 길어진다.

       아, 입꼬리가 귀를 넘어설 정도의 저 기괴한 형상이라니.

       저것이 평평한 거울에서 볼 수 있는 광경인가?

       어릴 적 놀이동산에 갔을 때, 거울의 방에 들어갔을 때 보이는 그 오목거울과 볼록거울이 자아내는 그 기괴한 환상 속에서나 볼법한 그런 모습이 아니던가?

         

       자 여기를 보라고 친구.

         

       그것이 속삭이는 소리가 들린다.

       그것은 그렇게 말하면서 찢어질 듯한 미소를 짓는다.

       천천히 손을 움직이며 자기 목으로 가져가고, 자기 목을 조르기라도 하려는 듯 손을 목 위에 포갠다.

         

       그리고는, 그리고는.

         

       “끄윽!”

         

       조른다.

       자기 목을, 힘껏 조른다.

       거울 속의 그것은 자기 목을 힘껏 조르면서 기괴한 웃음을 지었고, 그 행동과 동시에 숨통이 턱 막히는 감각이 느껴진다. 누군가가 목을 조르는 것처럼, 누군가가 있는 힘껏 양손으로 목을 조르기라도 하려는 듯 그렇게 숨이. 숨이!

         

       숨이 막히고 소리가 나오질 않는다.

       컥컥거리는 소리와 함께 어떻게든 숨을 들이쉬려고 해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산소가 부족해서인지 몸에 감각이 점점 없어지고, 발버둥을 칠 힘이 줄어가는 것이 느껴진다.

       시야가 흐릿해지고, 머리끝까지 피가 몰리는 듯한 그런 느낌이 들린다.

         

       숨이.

       숨이 막힌다.

         

       요원은 고통에 몸부림쳤다.

       아니, 몸부림을 치기는 했는지 모르겠다.

         

       숨이 너무 막혀서.

       오직 숨을 쉬는 것에만 신경이 쏠려 있어서.

       그래서 몸의 다른 부위에 느껴지는 감각은 전혀 느낄 수가 없었으니까.

         

       “끄윽, 푸훕! 푸훕, 쿨럭, 케헥!”

         

       숨이….

         

         

         

        * * *

         

         

         

       덜컹하는 소리와 함께 화장실 문이 열렸다.

       화장실에서 나온 요원의 모습은 아까와 별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

         

       아니, 다른 점이 있기는 했다.

       세수를 한 것인지 얼굴 부분이 촉촉했으니까.

         

       “빨리 오라고.”

         

       요원은 다른 요원들의 재촉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 앉았다.

       그리곤 카메라를 확인했다.

         

       아까 그랬던 것처럼.

         

       “….”

         

       카메라 안에는 스킨워커 K-B가 보이고 있었다.

       소파에 앉아서 TV를 보고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참 기이하게도 아까와 위치도 달라졌고 자세도 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똑같이 얼굴이 보이지 않고 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얼굴이라는 게 없었다는 것처럼 말이다.

       그것은 사람을 보는 것보다는 귀신을 보는 듯한 섬뜩함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었고, 일상에서 볼 수 있는 비틀림에서 비롯된 공포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요원들은 화장실에 간 요원에게 어서 앉으라고 재촉하였는지도 모른다.

       이 공포를 나눌 사람이 필요했기에, 이 비틀린 일상을 보는 것만 같은 기묘한 화상의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말이다.

         

       동료라는 것은 고통과 공포를 나누어줄 소중한 존재였으며, 지금 그들이 있는 곳은 평범한 세상이라는 것을 실감시켜줄 수 있는 일상의 한 풍경이었다.

         

       그랬기에 그들은 모두가 모인 지금에서야 이 화면을 보고도 공포에 질린 내색을 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겠지.

         

       하지만 동료가 한 명 추가되었다고 해서 이 기괴함을 오롯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담대하다고 해도,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고 해도 공포영화에서나 나올법한 귀신을 코앞에 둔 채 몇 시간 내내 눈싸움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요원들이 그러했다.

         

       동료가 처음 돌아왔을 때야 문제가 없었지만, 계속해서 ‘스킨워커 K-B’의 영상을 보고 있자니 빠르게 지치기 시작한 것이다.

         

       누가 죽는 영상도 아니고, 누가 고문당하는 끔찍한 것이 찍힌 영상도 아니다.

       고작 얼굴이 나오지 않는 사람 한 명이 찍히는 영상인데….

       기이하게도 그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정신적으로 지치기 시작한 것이다.

       어지간한 작전을 할 때보다도 더 빠르게 말이다.

         

       명백한 이상이었다.

         

       “…뭔가 이상한데.”

         

       이렇게 빠르게 지칠 수가 있나?

         

       요원들은 이 이상한 현상을 자신만 겪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다른 요원들을 바라보며 무언의 시선으로 물었고, 요원 전부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확인하자 불안한 듯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비정상적일 정도의 정신적 피로라니.

       그것도 모두가 그렇다니!

         

       요원들은 자신들이 주술에 당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였다.

       그들은 분주하게 움직이며 방 곳곳에 설치해두었던 장비들을 확인했다.

         

       “측정기 이상 무.”

         

       “내 부적도 멀쩡한데.”

         

       “…뭐지?”

         

       하지만 장비들에는 아무런 이상이 보이지 않았다.

       기이할 정도로 말이다.

         

       혼란스럽다.

       대체 일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주술사를 감시하는 일이라서 위험할 것이라고는 예상은 했지만….

         

       “하, 모르겠군. 주술사를 감시해야 한다고 다들 부담을 느낀 건 아닐 텐데….”

         

       “…그럴 수도 있지. 집단 발작이나 뭐 그런 거랑 비슷한 거 아니겠어?”

         

       뭐가 뭔지 알 수가 없다.

       영상 속 주술사의 모습을 보면 들킨 것은 아닌 것 같은데….

         

       대체 이 피로감은 뭐란 말인가….

         

       “후….”

         

       요원 중 한 명은 뭔가 늪에 빠져가는 기분 나쁜 느낌에 작게 한숨을 쉬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는 자리를 일어선 자신을 바라보는 다른 요원들의 시선을 받자, 손가락으로 자기 사타구니를 가리키며 씨익 웃었다.

       동료들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한 가벼운 몸짓이었다.

         

       덜컹.

         

       그렇게 요원은 화장실로 들어섰다.

       먼저 화장실에 발을 디뎠던 그의 동료가 그러했듯이.

         

       …

       …

       …

         

       덜컹.

         

       화장실의 문이 열렸다.

         

       장난스러운 몸짓을 보여주고는 화장실에 들어갔던 요원이 다시 자리에 복귀했다.

         

       …

       …

       …

         

       덜컹.

         

       또 다른 요원이 화장실에 들어갔다.

         

       평소 대소변을 참는 훈련을 받기에 이렇게까지 화장실을 이용하지 않을 테지만, 기이하게도 이번 임무에서는 도저히 요의를 참을 수가 없었던 까닭이다.

       요원들에게 퍼진 이 기묘한 피로감 때문일까?

       아니면 영상을 볼 때 느껴지는 이 기묘한 공포나 불길함이 공포영화를 볼 때처럼 소변을 마렵게 하기 때문일까?

         

       …

       …

       …

         

       덜컹.

         

       요원이 화장실에서 나왔다.

         

       …

       …

       …

         

       덜컹.

         

       요원이 화장실에 들어갔다.

         

       …

       …

       …

         

       마침내.

       단 한 사람을 제외하고, 모두가 화장실에 다녀왔다.

         

       “3일 동안 밤을 새운 기분이야. 아주 힘들군….”

         

       “….”

         

       “….”

         

       “….”

         

       “게다가 끈적한 타르가 몸에 달라붙는 느낌까지 들어. 고작 영상인데 말이야. 어릴 적에 들었던- 보면 죽는 웹사이트에 대한 소문을 들었을 때 이런 느낌이 들었는지도 모르겠어. 아니면 한 번 보면 일주일 뒤에 반드시 죽는 비디오라거나 말이야.”

         

       “….”

         

       “….”

         

       “….”

         

       유일하게 화장실에 다녀오지 않은 요원은 카메라를 보며 중얼거렸다.

       그것은 이번 임무에 대한 불평이기도 했고, 자신의 심정을 털어놓으며 공감이 필요하다고 어필을 하는 것 같기도 했다.

         

       아니, 어쩌면….

       어쩌면 그것은 불안감을 어떻게든 떨쳐내기 위한 몸부림일지도 모른다.

         

       “….”

         

       불안감.

       끔찍할 정도의 불안감.

       맹수가 득실거리는 숲속에 알몸으로 떨어진 것 같은 그런 느낌.

       맹수들이 보내는 그 시선들을 한 몸에 받으며 몸을 덜덜덜 떨어야 했을 때의 그 느낌.

         

       “….”

         

       시선이 느껴진다.

         

       동료들의 시선이 느껴진다.

         

       호텔에 들어설 때까지만 하더라도 그 누구보다도 든든했고 믿음직스러웠던 동료들의 시선.

       하지만 지금은 그 시선이 너무나도 끔찍하고, 싸늘하고, 날카롭게만 느껴진다.

       기분 탓일까?

       이 영상을 보고 있어서 신경과민에라도 걸리기라도 한 것일까?

       정신적으로 너무 피로해서, 너무 피곤해서 이런 말도 안 되는 망상을 하게 된 것일까?

         

       “….”

       

       아니었으면 좋겠다.

       단순히 그의 착각이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의 이성과는 다르게 본능은 지금 그의 곁에 있는 ‘이것’들은 위험하다고 소리를 치고 있었다. 당장 몸을 일으켜서 도망을 가야 한다고, 지금도 늦었다면서 미친 듯이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이봐들. 이번 작전 들어서기 전에 암호를 세 개 정했지? 잊지는 않았지?”

         

       하지만 이성은 말한다.

       그저 너무 피곤해서 그런 것이라고.

       본능의 착각이라고 말이다.

         

       그렇기에 그 착각임을 확인하기 위해서, 한 번 확인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속삭인다.

         

       그는 그 속삭임에 따라 천천히 입을 열었고, 자신을 바라보는 동료 한 명에게 질문을 던졌다.

         

       지금 자신을 바라보는 저 사람이 자기 동료라면 절대로 틀릴 리가 없는 그런 질문을 말이다.

         

       동료는 그의 질문을 받고는 뭐 그런 질문을 하냐는 듯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끄덕.

         

       고개를 위에서 아래로 끄덕였다.

         

       “이봐, 너도 잊지 않았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면 말하라고. 암호 세 개.”

         

       그는 그 끄덕거림을 보고는 다른 동료에게 말했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태도로 말이다.

         

       그리고 그 동료는 그의 말에 피식 웃으며 기억하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너도?”

         

       끄덕.

         

       “…너도?”

         

       끄덕.

         

       모두가.

       모두가 그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인다.

         

       동료 모두가 암호 세 개를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동료들 전부 암호를 기억하고 있어서 다행이라는 듯 피식 웃고는 카메라로 시선을 돌렸다.

         

       ‘…암호는.’

         

       하지만 태연해 보이는 그의 태도와는 달리, 그의 등은 식은땀으로 축축하게 젖어가고 있었다.

         

       ‘…암호는….’

         

       호텔에 들어가기 전에 외웠던 암호.

         

       …그런 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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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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