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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01

       

        

        

        

        

        

        

        

       “…떠나온 지 얼마나 됐다고, 또 여길 다시 오게 되는구만.”

        

        

        

        2월 13일, 금요일, 뉴욕 주 로체스터 인근 다크 존 타운.

        

        꽤나 여운이 남는 방식으로 미국과 작별한 지 고작해야 2개월밖에 안 된 시점에서, 나는 이젠 제2의 고향이나 다를 바 없는 미국 땅에 또다시 발을 디뎠다. 떠나는 당일의 날씨는 역대급으로 푸르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오늘은 아주 눈이 펑펑 온다.

        

        그러나 도로 곳곳의 열선은 쏟아지는 눈을 아주 쉽게 녹이고 있었으며, 휴머노이드 로봇들은 길가에 질척하게 쌓인 눈더미에 화염을 분사해 녹인다. 당연하게도 로봇의 가슴팍에는 이카루스 로고가 새겨져있었고.

        

        일일이 세기조차 힘들 정도로 많은 사람 수, 하늘을 뒤덮다시피 넘실거리는 홀로그램,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보다도 뭔가 많이 지어져있는 주변까지. 고작해야 몇 주일만에 주변이 이렇게까지 바뀔 수 있을까 싶었지만, 가능하긴 했구나.

        

        근미래의 건축기술은 대단하구만.

        

        

        

       “설날에 엑스포라, 이걸 부모님답다고 해야만 할지….”

        

        

        

        그리 중얼거리면서 전방에 보이는 거대한 탑을 향해 걷는다.

        

        방금 궁시렁댔던 말이야말로 내가 왜 이곳에 와있는지를 아주 간단하게 대변할 수 있는 것이었다 – 지난 번에도 얼추 말했듯이, 드디어 메카 막내들이 현실로 나타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실 진작 가능하긴 했지만, 그것을 일반인들에게 공표하는 건 다른 일이란 말이지.

        

        아무튼, 부모님은 내 OK 사인이 떨어지자마자 다크 존 타운에 새로운 건물을 세우기 시작했다. 듣자 하니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나 뭐라나. 까놓고 말해서 24시간 일하는 휴머노이드 로봇과 수십 톤에 달하는 자재도 들어 운반하는 대형 드론 조합이면 뭐가 안되겠냐만은.

        

        이따가 원격으로 접속하여 날 졸졸 따라다닐 하모니와 다이스가 뭐라 할지부터 궁금해진다.

        

        

        

       ‘같이 따라오지 않은 게 아쉽다거나 한 건 아니지만.’

        

        

        

        이유는 간단했다.

        

        이 즈음 한국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를 생각해보면 답이 나오는 문제기도 했고. 요컨대 한국의 2대 명절 중 하나인 설날이 기어코 들이닥친 것이다. 바로 그 때문에 이 두 명을 포함하여, 지난 번 파이널 챔피언십에 나와 함께 돌아다녔던 사람들은 엄두조차 내지 못한 것이다.

        

        올리비아는 파리에 있고, 로건과 로렌티나는 한참 훈련 및 후임 오퍼레이터 교육 중. 바로 그 때문에 오늘 이곳에 온 사람은 고작해야 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대충 눈치를 챘겠지만, 사실 이 즈음에 맞춰서 온 것도 부모님과 설날 연휴를 같이 보내기 위함이었다.

        

        

        

       “…명절증후군 같은 건 없어서 다행인가?”

        

        

        

        앞으로도 영영 그런 건 없겠지 싶긴 한데.

        

        오히려 가족이 버는 돈과 내가 버는 돈의 양을 고려해보면, 명절이고 뭐고 세계 곳곳에 별장을 사서 박아놓고는 심심하면 휴양을 하러 가더라도 1도 문제가 없을 테고, 곧 있으면 하모니와 다이스를 비롯한 국가대표 친구들도 비슷하게 되지 않을까.

        

        게다가 요즘 TV를 틀 때마다, 혹은 인게임 광고를 볼 때마다 심심찮게 내 지인들, 혹은 제자들의 얼굴이 나오는 걸 감안하면…음, 뭐어. 좋은 게 좋은 거겠지.

        

        

        무언가 설날 선물이라도 준비해갈까 싶었지만, 사실 부모님은 그런 걸 받아봐야 곤란해하지 않을까. 나는 이미 신년 선물이랍시고 자동차 하나를 떡하니 또 받아버렸기에 뭐라 말하긴 좀 그렇고.

        

        게다가 뭐어, 딱히 결혼도 안 하긴 했지만, 나 닮은 손자들을 네 명이나 안겨준 것만으로도 부모님은 굉장히 만족스럽다나 뭐라나.

        

        듣자 하니 내가 한국에서 편하게 쉬고 있을 동안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던 것 같든데, 어찌나 부모님에게 귀여움을 받았는지, 가끔 저쪽 세계의 뉴욕에서 세 몬낸이들과 조우할 때마다 우리 엄마랑 아빠 이야기밖에 안 한다.

        

        하기야, 명예와 부를 다 얻으셨으니, 이제 남은 건 늘그막에 손주들 보는 재미가 아닐까.

        

        

        

       ‘…나중에는 진짜 손주를 보고 싶다고 하시는 건 아니겠지?’

        

        

        

        지금 생각할만한 안건은 아니지만, 생각만 해도 골치가 아파지는 느낌이긴 하다.

        

        아무튼, 그래서 오늘의 목적지가 어딘가 하니-

        

        

        

       ───!

        

        

        

       “…뚫고 들어갈 수나 있을까.”

        

        

        

        바로 전시회장 한복판이었다.

        

        수백 개의 나라가 참여하고, 전시회를 몇 개월씩 여는 그런 거대한 행사까지는 아니었다. 그보다는 훨씬 규모도 작고 행사 기간도 그리 길지 않았다. 대략 몇 주일 정도라나 뭐라나.

        

        하지만 그 몇 주일에 달하는 기간 동안, 네 기의 메카 막내들이 다크 존 타운 곳곳을 쏘다니게 된다면 어떨까. 그것도 단순히 돌아다니는 게 아니라 사람들과 상호작용하고, 때로는 힘자랑도 좀 하고, 내구성과 내열성, 내한성, 그 외에도 여러가지를 동시에 광고한다면?

        

        바로 그 때문에 엑스포가 시작되기 하루 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곳곳은 인산인해였다. 더군다나 롤아웃을 대비하기 위해 오늘부터 메카 막내들이 주변을 돌아다닐 예정이라는 소식이 퍼지자마자 더더욱 저랬다.

        

        

        스텔스 기능을 작동시키고, 전시회장을 지나쳐, 관계자가 아니면 들어갈 수 없도록 적당히 천으로 막아둔 벽 너머를 비집고 들어가, 안쪽에 존재하는 엘리베이터에 탑승.

        

        중력을 거슬러, 높이만 백수십 미터에 달하는 탑을 빠르게 오른 엘리베이터가 한 명의 사람도 없는 공간에서 멈춰선다. 주변은 말 그대로 백색이었다. 그 어떤 자국도 없는 통유리창 밖으로는 시끌벅적한 다크 존 타운이 보였다.

        

        흡사 지난 번 헨리와 함께 식사했던 갤러리를 보는 듯한 느낌과 함께 라운지의 문을 열고 들어갔을까-

        

        

        

       “오랜만이네요, 아빠, 엄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진이 왔구나. 어서 앉아라. 밖이 꽤 추웠을텐데, 따뜻한 거라도 좀 마시렴.”

        

       “식사는 했고? 배고프면 언제든지 말하려무나.”

        

       “…아유, 전 애가 아니라니까요.”

        

       “엄마 눈엔 몇 살이 되도 아기야.”

        

        

        

        …옛날이랑 똑같은 말을 하시는구만.

        

        조금 창피했지만, 그래도 언제 또 가족이랑 이렇게 포옹해보겠어. 그리하여 간만에 부모님들을 실컷 껴안았다. 실로 오래간만에 느껴보는 사람의 온기였다.

        

        아무튼, 오늘은 부모님에게도 딱히 스케줄이란 게 없었기에, 두 분 다 편하게 여유를 만끽하고 계셨다. 물론 하루종일 이러고 있을 거라는 뜻은 아니었다. 부모님은 부모님대로 해야 할 일이 아직 남아있을 거고, 나 역시 이따가 휴머노이드-민아랑 예린이를 데리러 가야 했기 때문에.

        

        하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이 있다면,

        

        

        

       ───철컥!

        

        

        

       “쭈이이인-!”

        

       “우왁, 뭐예요. 다들 왜 이렇게 신났어요?”

        

       “우리가 드디어 주인의 도움을 안 받고도 밖으로 나올 수 있어! 너무 신나!”

        

       “레인은 생각했던 것보다 굉장히 어리광쟁이란 말이죠….”

        

        

        

        요 신난 메카 딸내미들을 어르고 달래는 것이었다.

        

        뭐라고 해야 할까, 마치 ‘오늘 우리 디즈니 월드 간다!’라는 소리를 들은 어린 딸내미들 같다고 해야만 할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다른 세 명이 딱히 어른스럽게 굴고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

        

        힐끔 눈동자를 굴려 두 명을 확인. 뱀꼬리 끝이 마치 강아지처럼 파닥댄다. 설마 나도 신나면 저러는 걸까. 그리 생각하며 어느덧 옛날에 비해 바보-기운이 많이 빠진 넷째 막내인 나스티를 불렀다.

        

        노란 눈을 연신 깜빡거리며 흥분에 가득 차 종알댄다.

        

        

        

       “너무 신기합니다!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건물들도 너무 알록달록하고 예쁩니다!”

        

       “후후, 고작 이런 걸로 놀라다니 갈 길이 멀군요. 저는 아키타입과 함께 디즈니 월드라는 곳도 가봤습니다. 거기가 얼마나 예쁜지 모르다니, 나스티는 인생의 절반을 손해봤군요.”

        

       “으으, 놀리지 마십시오! 반성하고 있습니다!”

        

       “…제 기준에선 다들 그냥 도토리 키재기예요. 괜히 서로 놀리지들 말고 마음의 준비나 해두세요.”

        

        

        

        꼴랑 몇 개월 정도 먼저 세상에 롤아웃됐으면서, 쥐똥만한 차이 가지고는 뭘 그렇게 유세람.

        

        아니, 오히려 차이가 별로 없기에 저러는 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리 생각하며 간만에 만나는 세…아니, 네 명의 메카 몬낸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까, 그 꼴을 가만히 구경하고 있던 부모님이 느닷없이 한 마디를 던져왔다.

        

        

        

       “어차피 여기 가만히 있어도 그닥 재미없을 텐데, 저 귀여운 아이들이랑 한 번 바깥이라도 산책하고 오려무나.”

        

       “엣.”

        

       “훌륭한 생각입니다! 밖에 나가서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겁니다, 아키타입!”

        

       “나도 나가고 싶어.”

        

       “…왜 애들한테 갑자기 바람을 이렇게 불어넣어요!?”

        

        

        

        어쩌면 남을 골탕에 빠뜨리는 기질은 전부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게 아닐까.

        

        내 격한 항의 아닌 항의에도 엄마랑 아빠는 쿡쿡 웃으며 잘 다녀오라는 말만을 남길 뿐이었다. 인상이 날카롭고 강한 분들이었기에 웃는 모습은 인자하다기보단 조금…카리스마계 악당 같은 느낌도 들었다. 증말 환장하겠구만.

        

        하지만 그런 내 생각도 그리 오래 가지 않았는데,

        

        

        

       ───슈르륵!

        

        

        

       “우, 왓, 뭐예요, 왜 몸에 꼬리를 감는…잠깐만! 잠깐마안-!”

        

       “다녀오겠습니다! 주인의 주인!”

        

       “잘 다녀올게. 항상 고마워.”

        

       “저도 따라가겠습니다! 이따가 다시 만나겠습니다!”

        

       “우와악, 얘네들 힘 왜 이렇게 세, 엄마아아아-!”

        

        

        

        그렇게 나는 몸에 꼬리가 칭칭 감겼고, 라운지에서 강제로 퇴출당했다.

        

        이 몬낸이들이 진짜.

        

        

        

        

        

        

        

        

        

        

       “저어, 유진 씨, 도대체 이게 무슨….”

        

       “묻지 마요, 저도 환장하겠으니까.”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하모니와 다이스는 인파의 한복판에서 두 명 분의 메카-꼬리에 칭칭 감겨있는 유진을 발견하게 되었다.

        

        세상이 요지경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세상 많이 좋아졌어요. 한국에서 눈만 감았다가 떴는데 뉴욕에 다 와보고. 지금 한국은 새벽 5시인 거 아세요?”

        

       “…왜 아직도 안 자는 거예요?”

        

       “그 반대라구요, 쌤. 지금을 위해서 일찍 일어난 거예요.”

        

        

        

       -메 가 얀 데 레 녹 껄 룩 w w w

       -뭘 그걸 자랑이랍시고 얘기하고있냐 얘는 ㅋㅋㅋㅋㅋㅋㅋㅋ

       -얘네들 가만히 보고 있으면 비얌이 상대적 정상으로 보여 ㅋㅋ

       -유진련 아직도 메카막내들한테 꼬리로 칭칭 감겨있냐? 진짜 미치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까 저게 다크존타운에서 현실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고요? ㅅㅂ난언제돈벌어서저기가냐 개빡치네 진자

        

        

        

        허리에는 꼬리가 감겼고, 오른팔에도 꼬리가 감겼다.

        

        초창기…라고 하기엔 좀 애매하지만, 마브나 나스티에 비하면 훨씬 오랫동안 나를 보좌해온 진과 레인의 것이었다. 극도로 미세하게 짜여진 신규 금속의 감각은 까놓고 말해서 말캉말캉하면서도 힘이 넘치는 뱀꼬리의 그것과 매우 닮아있었기도 하고.

        

        아무튼 이 둘의 표정은 아주…뭐라고 해야 할까, 환희라는 감정을 그대로 얼굴에 옮겨놓으면 이런 모습일까. 현실을 직접 거닐 수 있게 되었으니 이해는 한다만, 나로서는 좀 더 팬서비스를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물론 나만의 생각이었다. 엑스포 관광을 온 이들은 내가 메카 막내들에게 반쯤 납치당하는 과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실로 즐거운가보다.

        

        

        그것과는 별개로 대담한 이들이 없는 건 또 아니었다.

        

        요컨대 메카 막내들이랑 자연스럽게 악수, 혹은 피스트 범프를 하고, 말을 거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는 뜻이었다.

        

        

        

       “아키타입, 사람들이 막 종이와 펜을 내밉니다. 저는 무엇을 해줘야 합니까?”

        

       “사인해달라는 뜻이에요. 근데 막내들은 사인이 있는지를 모르겠네요. 뭔지는 아나요?”

        

       “일종의 접촉-증거물 말하는 거지? 내가 이 존재를 만났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보증해줄 수 있는 표식 혹은 단어, 문장들.”

        

       “…그렇게 거창하게 말할 필요는 없긴 한데, 아무튼 그거 맞아요.”

        

        

        

       -‘일종의 접촉 증거물’

       -사인이 그런 뜻이 맞긴 한데 실제로 들으니 어질어질하네 ㅋㅋ

       -와 한정판 메카비얌사인????미쳤어??????

       -소신발언)이런눈나들이 기계반란하면 ㅇㅈ함

       -헤으응….

        

        

        

        오늘도 이상성욕자들의 정신나간 소리가 한가득이다.

        

        그나저나 AI-반란이라. 물론 까놓고 말해서 그런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겠지만, 항상 맹한 우리 메카 몬낸이들의 모습을 감안하면…얘네가 우리보다 훨씬 똑똑해질 수도 있기야 하겠지.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미래 혹은 가능성이 머릿속에 안 그려진단 말이지.

        

        아무튼 뜬금없이 든 생각이긴 하지만, 일각에서는 꽤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요컨대 그런 거 있잖은가. 가령 ‘기계는 인간을 대체할 것이다’와 같은 기계의 반란 여부.

        

        까놓고 말해서 엑스포에 그런 개소리를 질문하러 올 뒷주머니 두둑한 기자들이 없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애시당초 그런 사람들은 오지 못할 확률이 높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오늘 엑스포를 돌아다닐 수 있는 사람들은 죄다 게이머들로 선별했단 말이지….’

        

        

        

        그냥 이벤트도 아니고 엑스포다. 당연히 티켓이 있어야만 하지 않겠는가.

        

        바로 그렇기에 이카루스 인터내셔널은 십수억 명에 달하는 유저들의 접속 시간 등을 분석한 뒤, 실제로 게임을 하는 사람들…그러니까 대략적으로 말하자면 튜토리얼을 끝마친 사람들, 그리고 게임 접속 시간이 어느 정도 이상인 사람들에게 전부 티켓을 부여했다.

        

        게이머 차별 아니냐-하고 말할 수도 있었지만, 그런 말을 방지하기 위해 이카루스 인터내셔널은 글로리 앤 아너, 테라, 그 외에도 여러 VR 게임을 일정 시간 플레이한 사람들에게도 동일하게 티켓을 부여했다.

        

        요컨대, 게임도 안 하는 주제에 건수 하나 물었다고 설치는 친구들을 거의 원천차단하기 위함이었다.

        

        

        물론 그것만으로는 미심쩍은 눈빛을 완전히 거두게 만들 수 없을 확률이 매우 높았기에, 이카루스 측은 의도적으로 우리 메카 막내들의 ‘인간적인’부분만을 보여줄 수 있도록 했다.

        

        아마 부모님이 산책이라도 다녀오라고 한 건 이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했지만, 뭐어. 어디까지나 결과론적인 이야기고.

        

        아무튼 방금 생각하고 있던 인공지능의 비인간적 면모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부모님은 꽤 여러가지 준비를 해둔 듯했다.

        

        가령-

        

        

        

       “진, 혹시 나중에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면 뭐가 가장 먹고 싶습니까?”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아이스크림입니다.”

        

       “난 마라탕! 주인이 켁켁대면서 먹는 게 인상깊었거든!”

        

       “음식을 먹는다는 건 무슨 감각입니까? 궁금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시부1랄짛짜어케로봇이일케기여울수가있냐내가아이스크림사다줄테니까제발와줘….

       -이카루스 다이나믹스 주식<<<<파멸적우상향www

       -니들뭐믿고일케귀여움????뭐믿고이렇게귀엽냐고!!!!!!!!!!!!

       -아니 나스티 쪼만한련 자연스럽게 비얌어깨에 올라타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 것 말이다.

        

        막내들이 한 마디씩 할 때마다 사방팔방에서 웃음이 터져나온다. 아마 냉소적인 사람들은 저것도 선입력된 반응일지 모른다며 호들갑을 떨 수도 있겠지만, 그런 이들까지 신경쓸 필요는 없을 거고.

        

        아무튼, 진과 레인, 마브, 그리고 나스티는 다른 인공지능인지 뭔지 하는 놈들과 확실한 차이점이 있었다 – 바로 개개인의 서사가 있다는 점이었다. 적어도 내 방송을 본 이들은 그것을 아주 잘 알고 있을 터였고.

        

        기계의 반란. 구실은 좋다. 인간을 아득히 상회하는 학습 및 응용능력과 연산력이 있는 존재가 도덕에 구애받지 않고 행동하며 위협으로 부상한다는 생각은 옛날부터 음모론의 단골이었으니.

        

        하지만 우리 메카 막내들은…이미 다 감정이 있는 걸?

        

        

        바로 그 때문에, 이카루스 인터내셔널은 우리 애들을 AI라고 지칭하지 않는다.

        

        그 대신 선택된 단어가 뭐냐 하니-

        

        

        

       “한 가지 묻겠습니다, 유진. 이카루스 인터내셔널이 어째서 이 친구들을 AI, 즉 인공지능이 아닌 전자적 존재(Electronic Being)이라고 지칭하는지 여쭐 수 있겠습니까?”

        

       “으음….”

        

        

        

        전자적 존재, 혹은 전자생명체.

        

        물론 나는 이유를 알고 있었고, 메카 막내들이 따로 제지하지도 않은 걸 보니 이카루스에 미리 섭외된 기자가 아닐까 싶었으며, 이를 증명하듯 그 와중 곧바로 세 글자의 알파벳으로 이뤄진 방송국 카메라가 이쪽을 비추었다.

        

        잠깐 생각하는 척하다 입을 열었다.

        

        

        

       “AI는 근본이 없지만, 우리 막내들은 개별적인 이야기를 가지고 있지요. 그 결과 감정과 호기심을 배웠고, 하지 말아야만 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을 명확하게 구분하지요.”

        

       “생각보다 구체적인…아니, 이게 아니군요. 지금까지의 말만을 들어본다면, 이 친구들은 마치 인간처럼 성장한 것에 가깝다고 느껴지는데요.”

        

       “실제로도 그닥 다르지 않습니다. 결국 사람도 인공적으로 만들어지는 존재고, 막내들을 전자생명체라고 부르는 이유도 그렇습니다. 우리는 성장하며 세상에 있는 개념을 학습하고, 사회성을 기르며 어른이 되어갑니다. 이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구요.”

        

       “후엥….”

        

       “귀엽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뭔가 멋있는 말 했는데 마지막에 다 말아드셨는데요?

       -메카비얌특)목덜미 긁어주면 좋아함

       -얘네 진짜 로봇 맞냐? 사람이랑 다를게없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시1불련아진짜귀여워뒤지겠네!!!!!

        

        

        

        목덜미 사락사락.

        

        그 당사자는 레인이었고, 그녀는 붉어진 얼굴로 내게 바락바락 화냈다. 아니, 내가 뭘.

        

        아무튼 삽시간에 분위기가 이상해졌기에, 나는 부모님께 미리 전달받은 내용이나 간단하게 얘기해주기로 하며 주머니에서 메모지 하나를 꺼내들었다.

        

        어디 보자, 뭐라고 써있나….

        

        

        

       “…아무튼 기회가 왔으니 간단히 홍보하자면, 이번 엑스포가 잘 될 경우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기회가 있을 겁니다. 그러면 부디 다들 즐거운 시간 보내고 가시길!”

        

       “앗, 잠깐만! 유진 씨! 왜 우리 빼고 도망가려고 해요!”

        

       “잡아라! 도망간다!”

        

       “우왁, 다들 옆으로 비켜-!”

        

        

        

        폭탄 하나 떨궜으면 도망치는 게 정답이지.

        

        아까 인터뷰를 시도한 기자가 남몰래 엄지를 치켜드는 것을 보고 싱긋 웃음과 동시에, 우리들은 그 자리에서 호다닥 도망갔다.

        

        이번 엑스포는 여러모로 시끌벅적할 것 같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근본있는 메카 막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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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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