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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02

    <602 – 맛있는 연계퀘스트(26)>

     

    하루아침에 평화의 신 트란퀼로를 모시는 화평무질교단의 무조건 항복선언 및 막대한 배상금을 받아낸 기프트 아카데미의 교수들.

    그 경과를 모두 지켜보았던 선신연합의 교황들은 지독한 모멸감을 느꼈으나, 그를 웃도는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다크프린세스가 무엇이길래 성녀 셋을 파견하고도 아무런 소득도 없이 오히려 보복전쟁까지 당해야 한단 말인가!”

    “성녀연합회의 출범을 막으려다가 하루아침에 교단 하나가 멸망에 준하는 피해를 입었으니, 이 일을 어찌해야 한단 말이오?”

     

    기프트 아카데미의 교수들은 강했다.

    개개인이 교황급이나 성녀급에 못지않은데, 그런 존재가 백 단위로 우글거린다.

    세계제일의 강자들의 집합한 초거대단체에 감히 비밀병기를 보낸 대가를 선신연합은 뼈저리게 느꼈다.

    보복전쟁에 대한 보복?

    꿈도 꾸지 못한다.

    맞서는 그날이 교단의 마지막이니까.

    무력함을 실감하며 침묵하는 교황들 사이에서 오직 한 교황만이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

     

    “주류 24신격이란 세상에서 가장 강대한 세력을 지닌 24개의 교단을 뜻하니, 하나의 교단이 쇠락한들 그것이 선신연합의 몰락을 의미하지는 않네.”

    “자네는 트란퀼로의 아이들이 하루아침에 몰락했다는 소식을 듣고도 어찌 그리 태연한가? 그 겁화가 우리에게 닿아도 속수무책이거늘.”

    “세상에는 그런 강대한 군사조직을 상대로도 암중에서 겨루고 있는 조직이 있지 않습니까.”

     

    여유만만한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 참견하였던 교황의 낯이 굳었다.

     

    “와이히엠하이 재단을 논하는 의도가 무엇인가.”

    “인정할 건 인정하겠습니다. 이번 성녀연합회 출범식의 저지는 완패했습니다. 하지만 그 이유는 우리가 충분한 힘을 지니고도 그 힘을 사용하는 방식이 미숙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와서 재단처럼 ‘특별한 장학생’이라도 아카데미에 파견하자는 말인가?”

    “장기적으로는 그 또한 하나의 책략이 될 수 있겠지요. 하지만 보다 단기적으로 직관적인 해결책도 존재합니다. 옛 신의 유해를 수집하는 ‘그’를 향한 견제를 중지하는 겁니다.”

    “자네, 미친 것인가?!”

     

    선신연합 교황들이 정색하며 비난을 퍼부었다.

     

    “만신의 대리인에게 자유를 허락하여 벌어질 미래가 두렵지도 않은가?”

    “신앙의 힘으로 견제하여 삼대거악의 일축에 그친 자가 자유마저 얻게 된다면 어디까지 성장할 줄 알고 그딴 망발을 일삼는 건가!”

    “당장 발언을 철회하시오. 그는 악룡보다 더한 재앙이 될 존재요.”

     

    태연한 얼굴로 급진적인 제안을 꺼내었던 자.

    사랑의 신 아타락시아Ataraxia를 모시는 환원무애교단의 교황 <파론>.

    그는 모두의 격렬한 반응과 대조되는, 그렇기에 더욱 기이할 정도로 평온한 기색으로 입을 열었다.

     

    “트란퀼로의 몰락을 보십시오. 세력을 잃은 교단은 언젠가 이름을 잃을 것이고, 모든 잊혀진 교단은 만신의 대리인의 먹잇감으로 전락합니다. 여러분이 결단하지 않으면 결국 만신의 대리인이 주류 24신격조차 집어삼킬 날이 온다는 뜻입니다.”

    “그렇다하여 우리들의 손으로 괴물을 만들어낼 수는 없는 노릇이네!”

    “여러분의 두려움은 이해합니다. 역사에 길이 남을 대죄인이 될 수도 있는 결단은 쉬이 내릴 수 있는 것이 아니지요. 허나 결단을 미루어봤자 양자택일입니다. 성녀연합회는 출범할 것이고, 아카데미에 협조하지 않는 교단은 세가 줄어듭니다.”

    “…”

    “이 흐름은 와이히엠하이 재단조차도 묵인하였습니다. 다크프린세스가 이 일을 주관했으니, 수면 아래에서는 묵인을 넘어서 적극 관여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겠죠. 세상이 변하는데 홀로 고고하기를 바란다면 흐르는 물결을 따라 뒤처질 뿐입니다.”

     

    교황 파론은 침통한 표정의 타 교단의 교황들을 돌아보며 선언하였다.

     

    “따라서 저는 다음의 결의안을 제출합니다. 하나, 선신연합은 성녀출범식을 지지한다. 둘, 만신의대리인을 향한 견제를 중지하여 선신연합의 존재이유를 기프트 아카데미에 각인시킨다. 셋, 와이히엠하이 재단과의 친교를 맺고 기프트 아카데미를 견제한다.”

     

    역량의 끝을 가늠할 수 없는 음지최강의 세력 와이히엠하이 재단, 잠재적 위험성의 끝을 가늠할 수 없는 옛 신들의 유해수집가 만신의대리인.

    삼대거악 중 둘을 같은 편으로 삼아 기프트 아카데미에 대적하자는 결의안은 트란퀼로의 몰락으로 동요하던 선신연합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다음의 결의안에 대한 찬반투표 결과, 다수 교황의 찬성으로 가결되었습니다.”

     

    시대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기프트 아카데미의 폭압에 맞서기 위해.

    선신연합은 자신들의 선과 타협했다.

     

    “그럼 이번 성녀연합회에서 우리들의 뜻을 표명합시다. 교황들이 고위성직자를 총동원하여 일제히 참여한다면 교장도 어찌하지는 못할 것이오.”

    “파론 교황의 결의안이 급진적이기는 하나, 시류에는 가장 적합하군. 앞으로도 잘 부탁하겠네.”

     

    교세도 평이하고 선신연합 내에서 크게 부각 되는 일이 없는 환원무애교단의 약진에 교황들은 우리 상황이 어지간히 심각했으면 저 얌전한 교단이 나섰겠냐고 생각했지만, 파론의 뜻은 달랐다.

     

    ‘수십 년을 침묵하였던 여신께서 이 파론의 교황취임 이래로 단 하나의 신탁조차 내리지 않더니, 출범식에 참석하라 명하시다니…’

     

    대체 무엇이 그분의 마음을 움직였을까.

    정녕 교단의 존속을 위한 타협인가.

    달리 숨은 진의가 있는 것인가.

    헤아리기 어려운 신의 진의를 고민하며 파론은 교리를 해석했다.

    사랑의 신을 모시는 환원무애교단의 주된 교리란, 증거 없는 어떤 생각도 받아들이지 않는 에포케, 판단중지의 교리.

    눈에 보이는 증거를 수집하고 오직 그 증거를 바탕으로만 판단한다.

    혼란스러운 정세의 끝에서 파론이 내릴 수 있는 결론이 이것이었다.

    기프트 아카데미의 폭압을 피해 당면한 교단의 위기를 넘긴다.

     

    ‘허나 교황이란 교단의 미래를 위해 앞서나가 판단하지 않으면 안 되는 자리. 그 판단을 위해서라도 이번 출범식은 반드시 참석해야겠지.’

     

    출범식이라고 해봤자 어차피 와이히엠하이 재단의 다크프린세스가 주관하는 행사다.

    어지간한 자들은 함부로 참석했다가 한평생 재단장학생 꼬리표가 따라붙을 정치적 위험을 함부로 무릅쓰지는 않을 터.

    교황급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다면 명성에서 크게 앞서나가니, 아카데미에 책잡힐 일도 없다.

     

    “제국의 문무백관들이 출범식에 참석했습니다!”

    “?”

    “매스각키 여제도 출범식에 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막상 발표된 출범식 날짜에 맞추어 기프트 아카데미에 도달하니, 제국 어전회의를 아카데미에서 하나 싶을 정도로 고위직 관계자들이 모조리 총출동을 해있었다.

     

    “매스각키 여제는 기프트 아카데미 재학생 출신으로, 즉위 과정에서 다크프린세스가 지대한 공헌을 했습니다. 재단 측 인사일 가능성이 농후하니 여기까지는 이해할 만합니다.”

     

    제국이 악의 제국이 되기로 작정했다면 차라리 잘됐다.

    다른 나라에서 제국의 행사를 외면하기만 해도 여제의 방문은 재단의 꼬리표만 붙이기에 딱 좋다.

     

    “남부 신성도시국가연맹에서 사원도시 폼페이를 비롯한 화산4성, 카넬레 시 외에 연맹의 과반수 이상의 시장들이 참석을 표명했습니다!”

    “?!”

    “제국의 적색마탑 최대파벌 적염학파의 마스터로 알려진 적노도 다크프린세스에게 화려한 불꽃쇼로 보은하겠다며 참석했다고 합니다.”

     

    교황 파론은 애써 침착함을 유지해 보았다.

     

    “적염학파는 다크프린세스에게 은혜를 입었다고 알려져 있으니, 친 재단 성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불꽃쇼의 원산지인 화산4성이나 남부신성도시국가연맹이 친화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도 이해는 갑니다.”

     

    하지만 남부신성도시국가연맹은 기껏해야 도시국가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는 도시들의 연맹.

    진정으로 나라로 인정받는 왕국 단위의 굵직한 나라들은 따르지 않을 것이다.

     

    “속보입니다! 서부삼국의 도이치 왕국, 피렌체 왕국, 탈란드 왕국에서 대규모 사신단이 파견되었습니다!”

    “그것들은 다크프린세스하고 아무런 상관도 없지 않습니까! 왜 온다는 겁니까!”

     

    참다 못한 파론의 분노가 폭발했다.

    전 세계가 와이히엠하이 재단과 손을 잡은 것도 아닐진대 이건 너무 심하지 않은가.

     

    “서부삼국의 신앙자들의 사전보고에 따르면 마왕군의 동향도 심상치 않고 제국도 한 차례 뒤집어졌으니, 정계와 종교계의 거물들이 모이는 자리에 참석해서 국제정세에 대한 논의와 대응책, 규제안 등을 마련하려고 작정했다고 합니다.”

    “…다른 나라도 있습니까?”

    “서부삼국이 움직였음이 알려지는 즉시 트로이 왕국, 해적연합왕국, 동방제국, 사실상 모든 나라에서 사신단을 급파하고 있습니다.”

     

    마왕군의 준동 즉시 벌어진 다크프린세스의 성녀출범식 계최예정선언에 이은 출범식을 향한 무수한 참석의 물결.

    파론은 무언가 자신이 가늠할 수 없는 높이에서 흉흉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느꼈으나, 쟁쟁한 라인업의 끝을 알리는 등장 소식에 뇌가 마비되었다.

     

    “서, 선황이. 실종되었던 제국의 선황이 참석했습니다!!!”

     

    학예회 나오는 기분으로 선황이 나타났음을 모르는 모든 이들에게는 충격과 공포만이 감도는 출범식 겸 세계회의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세계최대규모 학예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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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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