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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02

        

       거울 속에서 튀어나온 손은 카를로스의 몸을 끌어당겼다.

       마치 거울 속에 그를 끌어당겨서 익사시키기라도 하려는 듯 말이다.

         

       그렇게 카를로스는 점점 끌어당겨졌다.

       벽을 향해.

       거울을 향해서.

         

       마침내 거울에 그의 몸이 닿는다.

         

       거울은 마치 맑은 호수라도 되는 것처럼 카를로스의 몸을 중심으로 파문이 일었고, 카를로스는 점점 거울의 안으로 빠지기 시작했다.

       거울은 마치 수은으로 이루어진 호수라도 되는 것처럼 찰랑거리며 카를로스의 몸을 집어삼키기 시작했고, 카를로스가 벗어나려 발버둥을 쳐도 그저 물결이 좀 칠 뿐이었다.

       그렇게 거울은 마치 늪처럼 카를로스의 몸을 끈적하고 둔중하게 집어삼켰다.

         

       “….”

         

       “….”

         

       “….”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는 동료들.

       아니, 동료의 흉내를 내는 것들.

         

       그것들은 아까 친근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무기질적인 모습으로 카를로스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들의 눈동자에는 초점도 광택도 존재하지 않았고, 표정 역시 잘 만들어진 가면을 보는 것처럼 불쾌한 골짜기를 자극하는 느낌이 가득했다.

       마네킹처럼 뻣뻣하게 서 있는 그들의 모습은 밀랍 인형을 보는 것만 같았고, 입을 꾹 다문 채 바라보는 시선에서는 기계와 같은 느낌이 물씬 풍겼다.

         

       “….”

         

       “….”

         

       “….”

         

       그것들은 바란다.

       카를로스가 저 거울 안에 풍덩 빠지기를.

       그리고 저 거울이 그들과 똑같은 ‘카를로스’를 내뱉기를.

         

       “읍! 으으읍!”

         

       출렁.

       수은의 물결.

       나오지 않는 비명의 파도.

       눈을 크게 치뜨는, 익사하는 자가 할 수 있는 최대의 반항.

         

       눈동자에는 핏줄이, 이마에는 핏발이 가득 선다.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이 변하고, 얼굴이 터져버릴 것처럼 울긋불긋해진다.

         

       하지만 그런데도 반항을 할 수는 없다.

       늪이란 그렇게나 무서운 것이기에.

       한 번 빠지기 시작하면 아무리 발버둥 친다 한들 쉽게 헤어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거기에 늪의 밑바닥까지 끌고 갈 수많은 손들까지 있으니, 이것을 어찌 반항하겠는가?

         

       “으…으…읍….”

         

       그렇게 카를로스는 거울에 삼켜졌다.

       약간 거칠게 퍼져나가는 물결을 남긴 채 말이다.

         

       그 물결은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금세 잔물결로 변했고, 이윽고 그 잔물결조차도 사라지며 아까와 똑같은 평범한 거울의 형태로 돌아왔다.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거울은 본래 자신의 역할이 그러하듯 화장실의 풍경을 비추었는데, 기이하게도 현실과 거울에 비친 상이 달랐다.

         

       현실에는 동료들이 가득 존재한다.

       그렇다면 거울의 상 역시 그 모습을 그대로 품고 있어야 하건만.

         

       기이하게도 거울 안에는 수많은 요원이 구속된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현실에 존재하는 이들과는 달리 생동감 넘치는 모습의 요원들은 자신이 진짜라는 듯, 저 밖에 있는 이들은 가짜라는 듯 온몸에서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음에도 깨지고 조각나며 좁아터지게 변해버린 격리된 공간 속에서 몸을 구긴 채 옴짝달싹 못하고 있었으며, 밖에는 들리지 않을 어떠한 아우성을 끊임없이 소리치고 있었다.

         

       살려달라고 외치는 것일까?

       꺼내달라고 외치는 것일까?

         

       입 모양을 본다면 추측을 할 수는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그 추측을 적극적으로 할 이는 이제는 남지 않았다.

         

       최후의 요원마저 거울 속에 끌려와 버렸으니까.

       이 조각나고 구속된 감옥 속에 붙잡혀버리고 말았으니까.

         

       꿀렁.

         

       마침내 선고가 내려진다.

       감옥에 붙잡혀온 요원들이 으레 보았던 절망.

       보는 것만으로 충격을 주고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현상.

         

       거울의 표면이 꿀렁인다.

       현실과 환상 그 어딘가에 있을 사이, 둘을 구분하는 벽이 출렁이며 틈을 만들어낸다. 그것은 무겁고 끈적이는 액체였으며, 흐르지 않고 이리저리 튀지도 않으며 세로로 서 있는 벽면을 늪처럼 만들며 물결을 일으킨다.

       그 물결은 사람의 형상이었으니.

         

       촤악.

         

       한 번의 출렁임과 함께 손이 빠져나온다.

         

       촤악.

         

       또 한 번의 출렁임과 함께 다리가 빠져나온다.

         

       촤악.

         

       물결이 이는 소리, 파도가 치는 소리.

       그 소리와 함께 신체 일부가 점차 빠져나오기 시작하고, 늪에 삼켜지는 사람의 모습을 역재생하기라도 한 것처럼 사람 하나가 거울에서 튀어나오기 시작한다. 그렇게 신체 일부에서 절반의 몸이, 절반의 몸에서 몸 대부분이 빠져나오기 시작하고….

       마침내 사람 하나가 온전히 거울에서 튀어나와 똑바로 선다.

         

       “….”

         

       “….”

         

       “….”

         

       “….”

         

       카를로스.

       거울에 삼켜졌던 그가 다시 현실에 나타났다.

         

       다만 그 표정은 이질적이라 여겨질 만큼 무표정이라서.

       마치 귀신이 들린 밀랍 인형을 보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래서 차마 거울 속에서 튀어나온 저것이 사람이라 할 수가 없었다.

         

       “…흠.”

         

       다만 사람 같지 않아도 사람의 흉내는 낼 줄은 알아서.

         

       치직-

         

       “호텔(H)에서 윌리엄(W)이 말한다. 호텔(H)에서 윌리엄(W)이 말한다. 스킨워커 K-B의 에이블 베이커(AB)는 없다고 알린다. 계속 위스키(W)를 마시도록 하겠다.”

         

       그래서 무전으로 ‘스킨워커 K-B’를 감시했음에도 이상한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아무런 문제가 없고 임무는 잘 진행되고 있다고.

         

       그렇게 무전을 보내는 것이다….

         

       치직-

         

       [ Roger. ]

         

         

         

        * * *

         

         

         

       전염이란 참으로 지독한 것이다.

       그리고 전염이 된 이가 다수라면 그것은 더더욱 지독하고 일상적으로 이루어진다.

         

       기생충, 병, 독….

       그 모든 것들은 숙주를 중심으로 전염되기 시작하며, 숙주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그 세를 불린다.

         

       마치 지금처럼.

         

       “읍! 으읍!”

         

       꿀렁.

         

       다른 요원이 방에 들어올 때마다 이루어지는 이 지독한 행위.

       요원들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거울로 위장한 늪에 빠져버린다.

         

       그 늪은 화장실에 있고, 화장실에 홀로 방문한 이는 반드시 그렇게 되었다.

         

       진성이 건 주술로 인해 자연스럽게 요의를 느끼게 되어서 화장실에 간 요원이 ‘교체’가 되었다.

       요원들의 가벼운 권유로 화장실에 간 요원이 ‘교체’가 되었다.

       마지막까지 남은 요원은 ‘동료’들의 장난에, 혹은 동료들에게 강제로 붙잡혀서 화장실에서 ‘교체’가 되었다.

         

       교체.

       교체.

       교체.

         

       사람이 바뀐다.

       거울에 빠지고, 거울에서 튀어나온다.

       진짜 사람은 거울의 안에 갇히고, 그 흉내를 내는 존재가 밖으로 빠져나온다.

         

       마치 거울의 안과 밖이 뒤바뀌기라도 하는 것처럼.

       거울에 비친 상이 실제 사람과 교대라도 하는 것처럼.

         

       그렇게 사람들이 하나둘씩 바뀌고, 점차 수가 늘어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그 숫자가 임계점을 넘었을 때.

         

       “….”

         

       “….”

         

       “….”

         

       그들은 숫자의 이점을 살리기 위해 더더욱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친근함을 내세우고, 사람의 흉내를 내고, 자신과 뒤바뀐 숙주인 척을 하며 기관의 관계자들에게 접근하였다. 그리고 목표물을 압도하는 숫자의 힘을 빌려 그들을 강제로 제압을 한 뒤 화장실로 끌고 가고, 벽에 붙어있는 거울에 그 사람을 밀어 넣기 시작했다.

         

       “읍! 으읍!”

         

       거울에서 손이 튀어나오고 입을 틀어막는다.

       거울에서 튀어나온 수많은 팔이 촉수처럼 몸을 휘감거나 붙잡는다.

       그를 제압한 가짜들은 거울 안으로 밀어 넣는다.

         

       꿀렁.

         

       그렇게 하나.

         

       꿀렁.

         

       그렇게 또 하나.

         

       꿀렁.

         

       그렇게 또….

         

       점차 늘어난다.

       점차.

       점차….

         

       …

       …

       …

         

       남은 사람이 하나 둘 셋 넷….

         

       셋 둘 하나.

         

       하나.

       둘.

         

       …하나.

         

       “….”

         

       “….”

         

       “….”

         

       “….”

         

       “….”

         

       수많은 침묵.

       수많은 무표정.

       수많은 시선.

         

       사람이 하나만 남았을 때, ‘그들’은 굳이 위장하지 않았다.

       그저 무표정한 얼굴로 마지막 남은 이에게 다가갔을 뿐이다.

         

       복도를 메우고, 문 앞을 가득 메우고, 창문을 가로막는다.

       사람으로 울타리를 만들고, 감옥을 만들고, 옴짝달싹 못하게 막는다.

         

       “오, 신이시여.”

         

       조금 전까지 동료였던 이들이 에워싸는 그 모습은 절로 신을 찾게 만드는 것이라서.

       너무나 절망적이고 두려운 광경이라서.

         

       갑자기 날벼락을 맞은 최후의 생존자는 그저 신의 이름을 부르짖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울부짖는 것도 잠시.

         

       터업.

         

       그들이 가까워진다.

       그들이 수많은 손을 뻗어 그를 붙잡는다.

       허튼짓을 하지 못하도록 팔과 다리를 붙잡고, 입을 틀어막는다.

       그 어떤 반항도 하지 못하도록 수많은 사람이 밀착해서 그를 단단하게 감싸고, 그 상태 그대로 그를 화장실로 끌고 간다. 그리고 거울이 붙어있는 세면대로 그의 정수리를 가져다 대고.

         

       꿀렁.

         

       밀어 넣는다.

         

       꿀렁.

         

       마지막 남은 그 희생자를 환영하듯 손이 뻗어온다.

       손의 형상을 한 수많은 해초는 넘실넘실 춤을 추며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멋모르고 자신들의 영역에 들어온 이들의 팔다리에 휘감겨 익사시키려는 듯 악의를 품은 채 생존자의 몸을 단단히 휘감고 그를 끌어당긴다.

         

       그 모습은 마치 거대한 무언가가 아가리 속으로 먹이를 한입에 집어삼키는 것을 보는 것 같기도 하였고, 거울로 위장한 뱀이 사람을 꿀렁 먹어 치우는 것 같기도 하였다.

         

       그렇게 최후의 생존자가 사라진다.

         

       꿀렁.

         

       그리고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 최후의 생존자가 밖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

         

       “….”

         

       “….”

         

       그렇게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온다.

         

       밖에 나와 있는 모두는 같다.

       그들은 동료였고, 같은 존재다.

       그들에겐 유대감이 있었다.

         

       “흠.”

         

       이곳은 평화로웠다.

         

       호텔은 안전했다.

         

       “임시 지통실로 가자고.”

         

       “그래.”

         

       어쩌면 다른 곳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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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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