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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03

        

         

       이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마치 개미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들 중 몇몇은 몸 곳곳에 무기를 숨긴 채 차를 타고 임시 지휘통제실로 향하기 시작했고, 몇몇은 그것을 호텔 안에서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곤 서로와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끄덕이더니.

         

       꽈아악.

         

       두 명씩 마주 보고, 서로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그 힘이 어찌나 얼굴에는 핏줄이 솟아날 지경이었지만, 기이하게도 그들의 표정은 바뀌지 않았다. 그리고 이러한 무표정은 기절하기 전까지 그대로 이어졌고, 기절하고 나서야 비로소 ‘나는 고통스러워하고 있으며, 공포에 질려있다.’라는 것을 알리는 듯한 표정이 얼굴에 떠올랐을 뿐이었다.

         

       불쾌한 골짜기를 자극하는 기묘하고 기이한 광경임이 틀림없었다.

         

       그렇게 호텔 안에 있는 그들은 곳곳에서 쓰러지기 시작했다.

       두 명이 서로의 목을 조른 뒤, 마치 깨어있기라도 한 듯 데구루루 굴러 어느 정도 거리가 멀어지기도 하고, 한 사람은 기절하고 한 사람은 목에 손자국만 남은 채 끝이 나는 경우도 있었다. 그 경우 기절한 사람은 묶이거나 어디 좁아터진 곳에 구겨진 채 넣어지게 되었고, 목에 손자국이 난 이는 캐비닛 같은 곳에 들어간 뒤 무표정한 표정으로 그곳에 머물렀다.

       아마 누군가가 캐비닛에 숨어있는 그를 발견하는 그 순간, 캐비닛에 접근하는 인기척을 내는 그 순간부터 그 무표정은 ‘인세에 없을 무언가 때문에 잔뜩 겁을 먹은 표정’으로 변화하게 되겠지.

         

       그렇게 호텔에서는 기묘한 파티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호텔 밖으로 나간 이들도 기묘한 행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임시 지통실로 향하기 시작한 이들과는 다르게 남은 이들은 마치 호텔에서 필사적으로 멀어지려는 듯한 몸짓을 보이며 제각각 뿔뿔이 흩어지기 시작했고, 각기 판단에 따라 민가에 숨거나, 쓰레기통에 숨거나, 차를 타고 어디론가 질주하거나, 공원에 숨거나, 요원들이 이용할 용도로 건설되어 있던 미니 벙커 안에 숨는 등의 행동을 했다.

         

       기묘한 행동이었다.

         

         

         

        * * *

         

         

         

       차량이 달린다.

       그 차량에는 라디오가 있다.

       음악이 있다.

       탑승해 있는 사람들이 있다.

         

       다만 없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표정.

       차에 탑승해 있는 이들은 지독할 정도의 무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무표정은 ‘목적지’가 가까워질 때까지 그대로 이어지고 있었는데, 기묘하게도 목적지가 가까워지는 그 순간 그들의 얼굴에는 생동감이 넘쳐흐르기 시작했다. 마치 로봇에서 사람으로 뒤바뀌는 것처럼.

         

       끼이익.

         

       차량이 서고, 차에 타고 있는 사람들이 우르르 내린다.

         

       지이잉.

         

       그리고 그와 함께 외벽에 설치되어 있는 카메라가 움직이며 그들의 모습을 담았고, 그들의 이번 임무에 투입된 요원과 서포터들임을 알아내었다. 컴퓨터는 꿈틀거리며 알고리즘에 따라 프로그램들을 돌렸고, 그들의 전신을 스캔하며 그들이 뭔가 이상한 점이 있는지 분석하기 시작했다.

         

       변장했는가?

       X.

       누군가에게 협박당하고 있는가?

       X.

       근처에 또 다른 이들이 있는가?

       X.

       …

       …

       …

         

       그렇게 카메라는 그들에게 이상이 없다고 판정을 내렸고, 프로그래밍이 된 것에 따라 첫 번째 문을 열어주었다. 평범한 문처럼 보이지만 특수 합금으로 만들어져 중화기라도 들고 오지 않는 이상 뚫을 수 없는 단단한 문을 말이다.

         

       그렇게 요원들은 언제나 그러던 것처럼, 너무나도 익숙하고 평온한 모습으로 첫 번째 문을 통과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 순간.

         

       삐이이이익——-!!!!

         

       [ 경고. ]

         

       [ 경고. ]

         

       [ 인간 외 존재가 감지되었음. ]

         

       [ 코드-S. 코드-S. ]

         

       [ 초자연적 존재가 감지되었음. ]

         

       그들이 첫 번째 문을 통과하려는 그 순간, 엄청나게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귀를 찢어버릴 것만 같은 거대한 사이렌 소리, 그리고 그 사이렌 소리를 묻어버릴 정도로 더 커다랗게 울려 퍼지는 ‘코드-S’.

         

       삐이이이이익!!!!

         

       [ 코드-S. 코드-S. ]

         

       [ 코드-S. 코드-S. ]

         

       코드-S.

       인가되지 않은 초자연(Supernatural)적인 존재가 감지되었을 때 울려 퍼지는 코드.

       당연하겠지만 이 코드가 발령되었다는 것은 이능력을 사용하는 존재가 좋지 않은 의도로 기지에 침입하려 시도했다는 뜻이었으며.

         

       철컥.

       철컥.

       철컥.

       철컥.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그 침입자들은 반드시 격멸되어야만 했다.

         

       일반적인 침입자보다도 더 과격하고 확실한 수단으로 말이다.

         

       쿠-웅!

         

       기계장치가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곳곳에서 총안구가 열린다.

       첫 번째 문보다도 월등한 크기와 두께의 방화벽이 떨어지며 그들을 가둔다.

         

       투둑.

       투두둑.

         

       천장의 먼지가 떨어져 내리고, 곳곳의 조명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자그마한 구멍이 수없이 뚫려있는 철판이 나타난다.

         

       “….”

         

       “….”

         

       “….”

         

       그리고 그 명백한 적의 안에 있는 이들은, 조금 전까지 짓고 있던 생동감 넘치는 표정을 지워버리고 무표정한 얼굴로 챙겨온 무기를 꺼낸다.

         

       그리고 폭풍이 오기 전 그러하듯 잠시간의 침묵이 흐르고-

         

       타타타타타탕-!!!!

         

       귀청이 떨어질 것 같은 소음과 함께, 전투가 시작되었다.

         

       타타타타타타타탕-!

         

       총안구에서 튀어나온 총열에서 쉼 없이 총알이 발사된다.

       7.62mm 소총 탄환이 마치 점이라도 되는 것처럼 짧은 간격으로 미친 듯이 발사되며 자신의 앞에 있는 모든 것을 지워버리려 들었고, 아무리 단단하고 위험한 것이라도 잘라버리기라도 하겠다는 듯 그렇게 미친 듯이 탄환을 쏟아내었다.

       게다가 중간중간 평범한 탄환들 사이에 독이 섞여 있는 탄환, 맞는 순간 탄환이 조각나며 내부 곳곳에 퍼져나가는 탄환 등 치명적인 것까지 숨겨져 있기도 했다. 침입자를 반드시 죽여버리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구성이었다.

         

       심지어 그런 총안구가 하나도 아니다.

         

       벽면에 빼곡하게 나와 있는 총안구는 서로 마주 보지 않도록, 어디에도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설계가 되어 있었다. 즉 저 수많은 총알 분무기 속에서도 멀쩡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면 갈린 고기보다도 더 처참한 꼴이 될 것은 분명했다.

         

       거기에.

         

       치이이익-!

         

       천장에서는 가스가 새어 나온다.

       노란색, 초록색, 파란색.

       일부러 색을 가지도록 만든 이 유독성 가스들은 빠르게 바닥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공기보다도 무거운 노란색 가스는 바닥에 자욱하게 깔렸고, 노란색 가스보다 가벼운 초록색 가스는 노란색 가스와 살짝씩 섞이면서 중간층을 메웠다. 그리고 가장 유독한 파란색 가스는 위에 머무르며 감히 가스 배출구에 접근할 수 없도록 일종의 방어선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밀실은 죽음의 공간이 되었다.

         

       위에서는 유독성 가스가 쏟아져 내리고, 양옆에서는 총알이 그들을 찢고 갈아버린다.

         

       어지간한 능력자라도 살아남을 수 없는 환경이었다.

         

       게다가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 코드-S 프로토콜에 따라 밀실을 잠금 상태로 전환합니다. ]

         

       가뜩이나 지금도 사람이 빠져나가기 힘든 밀실이건만.

       프로토콜에 따라 그것을 더 철저하게 감싸기 시작한 것이다.

       침입자가 갇혀있는 공간 바깥으로 방화벽이 몇 개 연달아서 더 떨어지면서 그들이 쉽게 빠져나갈 수 없도록 막았고, 역장이 겹겹이 그곳을 감쌌다. 거기에 더해 임시 지통실로 사용하는 건물에서 근무하는 이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곳곳에 폭탄을 설치하고 있기까지 했다.

         

       지독하리만큼 확실한 확인 사살이라 할 수 있었다.

         

       밀폐된 공간에서 한참이나 잔류하는 유독성 가스.

       쉽게 부술 수 없는 수많은 차단막.

       어찌어찌 빠져나온다고 할지라도 기다리고 있는 폭탄과 직원들의 공세까지.

         

       저 안에 있는 것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경지를 넘은 수준이 아닌 이상에야 살아남을 수는 없겠지.

         

       분명히 말이다.

         

       …

       …

       …

         

       시간이 흘렀다.

       밀실 안의 유독성 가스가 서서히 안정화되기 시작했고, 세 가지 색으로 뒤섞어 쉽게 상태를 확인할 수 없는 밀실의 상황이 평범한 카메라로도 확인할 수 있도록 변화했다. 그리고 그렇게 안정된 밀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사람이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핏물과 고깃덩어리 조각들이 곳곳에 붙어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존재도 살아있지 않음이 확인되었고, 그 사실에 직원들은 프로토콜에 따라 천천히 밀실을 해제하기 시작했다.

       차단벽 일부를 해제하고, 센서가 감지된 로봇을 투입한다. 그리고 그 안에 무언가가 남아있지 않는지, 자기 눈이나 기계의 눈을 숨길 수 있는 무언가가 있지는 않은지 철저하게 확인에 확인을 거듭한다.

         

       그리고 그 무엇도 검출이 되지 않음을 확인하고 난 후.

       그들은 침입자의 흔적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로봇들이 투입되어 벽면에 붙은 피와 고깃덩어리를 긁어서 표본을 채집하는 한편 물과 약품을 이용해 곳곳에 붙어있는 피와 고기를 닦아내기 시작했으며, 그걸로도 처리되지 않는 것들은 직원들이 로봇을 멀리서 조종해서 긁어내었다.

         

       그리고 그렇게 그들이 바쁘게 움직일 때.

       임시 지통실에 있는 이들 역시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호텔을 감시하던 요원들이 당한 것 같군. 그렇지?”

         

       “위험도를 한 단계, 아니 두 단계는 올려야겠어.”

         

       “주 방위군에 도움을 요청해야겠군….”

         

       그 ‘처리’는….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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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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