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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03

       

        

        

        

        

        

        

        

        

       “…장군님, 5분 후면 도착입니다.”

        

       “음, 벌써 그렇게 됐나. 알았네. 진동 때문에 꽤 머리가 아프구만. 진통제 한 알만 주게.”

        

       “괜찮으시겠습니까? 사전에 예약해두었던 호텔의 헬리포트로 루트를 변경할 수 있습니다.”

        

       “괜찮으니 신경쓰지 말게. 간만에 그리운 얼굴들을 보겠어….”

        

        

        

        푸른 창공 아래, 흰 눈이 두텁게 깔린 뉴욕 주를 한 대의 헬리콥터가 빠르게 가로지른다.

        

        미국 중에서도 비교적 외진 곳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 깔린 듯한 아스팔트 도로를 가로지르는 차량의 수는 꽤나 많았고, 수평선 너머에서부터 점점 커지기 시작한 형형색색의 불빛은 이제 그 외형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져 있었다.

        

        뉴욕 주 로체스터 인근, 다크 존 타운. 본래라면 작은 소도시에 불과했을 이 동네는 느닷없이 며칠만에 수십만 명 가량이 찾는 곳이 되었고,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세계 최초로 게임 내의 NPC를 현실에 구현하고, 그것을 엑스포라는 예쁜 포장지로 싸서 광고를 때려버린 것이었다.

        

        휴머노이드에 홀로그램을 덧씌워 게임 내의 NPC를 현실로 끌어내는 이벤트성 재현이 아니라, 말 그대로 기계 신체를 처음부터 제작하여 가상현실에 존재하는 AI를 넣어버린 것이었기에, 반응은 격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오늘 참석하는 이들은 그 사실에는 그닥 관심이 없었지만.

        

        

        

       “이카루스가 공개한 차세대 휴머노이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다방면에서 엄청난 파장을 불러오리라 생각합니다. 특히나 하드웨어가 그렇지 않을까 합니다. 해당 기체에 적용된 기술과 재질만이라도 의체에 적용된다면 엄청난 진전이 있을 겁니다.”

        

       “그렇겠지. 저런 친구들이 대량으로 생산된다면 사람을 대체하는 것도 금방이겠군.”

        

       “…그건 그닥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생산이 시작되고, 이카루스 다이나믹스의 기체가 사회 전반에 스며들게 되면 상당한 실업자가 나올 확률이 높을 터. 군대 역시도 마찬가지였으나, 그것은 그 자리에 있는 이들이 신경쓸 부분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반길 수밖에 없었다.

        

        대개 고위 장성들이란 사람의 목숨을 숫자로 봐야만 했으니.

        

        그의 전속부관은 꿈에도 모를 일이었으나, 바깥을 흐린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 하워드 리지웨이 스펜서 남부사령부 사령관은 그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이었다. 그가 실업자건 나발이건 신경쓰지 않고 휴머노이드 도입을 찬성하는 측이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가 진통제 한 알을 입에 털어넣고 꿀꺽 삼키는 동안, 헬리콥터가 감속하더니 헬리포트 위에 착륙을 시작했다.

        

        외부와는 다르게 눈을 찾아보는 것조차 힘든 다크 존 타운 내부. 프로펠러가 회전하며 생겨난 강한 바람이 주변을 강타하고 있었지만,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는 인원은 그닥 신경쓰지조차 않은 채 헬리콥터의 문을 열었다.

        

        느긋하게 지면에 발을 디딘 스펜서 장군의 눈 앞에 유려한 곡선의 건물이 보였다. 오늘 메카 유진들이 활동할 엑스포 건물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자네.”

        

       “반갑습니다, 스펜서 대장님. 오늘 회담장으로의 안내를 맡았습니다.”

        

        

        

        잠시 미묘한 공기가 감돌고, 서로 시선을 마주한다.

        

        어디선가 많이 본 외형…도 아니고, 현 시점에서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 중 한 명인 유진이 직접 그를 마중을 나온 것이었다. 거기다 그녀의 목에 걸려있는 알파급 스태프 카드는 유진이 실제로 그를 맞이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직원으로서 나와있음을 시사했다.

        

        슬그머니 주변을 둘러본 스펜서 대장은 자신의 짐을 들고 있는 전속부관 셋에게 눈치를 주었고, 이내 부관들은 짐을 들고는 대기실이 있는 방면으로 사라졌다.

        

        듣는 귀가 사라지자, 스펜서가 먼저 입을 연다.

        

        

        

       “그동안 잘 지냈나?”

        

       “물론 그렇습니다. 스나이퍼 컴페티션 때 만나뵐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간접적으로밖에 못 봐서 아쉽네요.”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지 말게. 아무튼 저쪽의 기억을 기준으로 말하자면, 마이애미 이후로 오래간만이로군. 그땐 잘 쉬었나? 운전병이 대거 팀이 통째로 증발했다고 덜덜 떨던 것만은 기억에 남네만.”

        

       “…저희 집에 잠깐 다녀왔었죠. 다음부터는 미리 말이라도 하고 가야겠네요.”

        

        

        

        두 명은 가볍게 걷기 시작했다.

        

        이목을 끌기에는 실로 충분한 조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건물 내에는 사람들이 가득한데도 그 아무도 두 명이 있는 곳으로 시선을 던지지 않는다. 유진은 가볍게 왼쪽 손목을 흔들어보였으며, 그 즉시 그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았다.

        

        회담장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계속해서 대화가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봤을 때는 두 기만 있지 않았나? 언제 또 두 기가 더 늘었는지 모르겠군.”

        

       “…그,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물론 그렇겠지. 대놓고 말하자면, 당시 계급장에 별이 달린 친구들 사이에서 도는 말이 있었네. 대거 팀이 무슨 결과를 가져오든 그닥 진지하게 파고들 필요는 없단 내용이었지. 하도 사고에 가까운 전공을 올리니 나중엔 다들 그러려니 하더군.”

        

       “켁….”

        

       “하하, 이젠 그런 반응도 보일 줄 아나?”

        

        

        

        스펜서 대장은 대놓고 웃음을 터뜨렸고, 유진은 부끄러운 듯 그의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렸다.

        

        엘프를 연상하게 만드는 뾰족한 귀는 진즉 붉게 물든 지 오래. 그는 더 이상 그 부분을 찌르지 않고 슬그머니 화제를 돌렸다.

        

        

        

       “듣자 하니 방위산업체 쪽에서 꽤 칼을 갈고 나왔다고 하더군. 질문이 날카롭거나 하지는 않다고 하네만, 자네를 모티브로 제작된 기체에 적용된 기술을 확인하기 위해 각종 기자재들을 가져왔다는 소리를 들었지.”

        

       “어…헛걸음 꽤 크게 하고 가겠네요. 알아도 실현 불가능한 기술이 한두 가지가 아닌지라.”

        

       “그 부분에 대한 얼개는 저쪽 세계의 기억으로부터 대강 전해들었지. 반영구적 전력 생산이 가능한 핵융합로와 초전도체 부품이 들어간 모터라고 했나? 하나만 밝혀도 세계에 어마어마한 파장이 일겠군.”

        

       “최대한 조심하는 중입니다.”

        

       “그래야만 하겠지.”

        

        

        

        그와 동시에 이들은 회담장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정확하게는 회담장 인근에 숨겨진 통로로 조심스럽게 이동했고, 무대 뒤편의 대기실에 도착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유진이 대기실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제가 분명 여러분들에게 얌전히 대기하라고 하지 않았나요?”

        

       “그, 저는 말렸습니다. 근데 나스티가 페디큐어를 너무 유심히 보길래….”

        

       “우, 우왓, 누구…아니, 잠깐만. 옛날에 주인이랑 같이 해변가에 갔었을 때 본 분 같은데…?”

        

       “하하하하! 아주 난장판이로구만!”

        

        

        

        아니, 그렇게 크게 웃으면 어떡해요 – 대강 그런 느낌으로 죽상에 가까운 표정을 짓고 있는 유진과는 다르게, 스펜서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현실에 나타난 휴머노이드가 서로의 발에 페디큐어를 해주고 있는 모습이라. 실로 인간보다도 더욱 인간처럼 보이지 않는가. 바로 그 때문에 웃음을 터뜨린 스펜서는 이어 숨을 가다듬었고, 자신을 알아보았던 진과 레인에게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이로군. 그동안 잘들 지냈나?”

        

       “에, 그, 잘 지냈어…요. 그쪽…아니, 대장님은요?”

        

       “이런 반응은 또 신선하군. 뭐어, 보다시피 저쪽보다는 훨씬 잘 지내고 있다네. 귀관들은 그동안 저 아이랑 지내면서 한참이나 더 인간다워진 모양이고.”

        

       “…아직 그 인간답다는 것을 잘 모르겠습니다. 저희는 정말로 인간다운 게 맞습니까?”

        

       “그냥 하고 싶은 대로 사는 게 인간다운 행위지 무엇이겠나. 자네들보다도 더 기계처럼 사는 사람들도 있는 판이니, 그런 건 그닥 신경쓰지 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리송한 표정.

        

        과연 인간다운 행동이란 무엇일까, 혹은 인간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그조차도 알 수 없는 일이었고, 그렇기에 그는 그냥 그리 간단하게 덧붙일 뿐이었다.

        

        이어지는 말.

        

        

        

       “오늘 온 사람들 중 귀관들이 일반적인 사람들과 그닥 다를 게 없다는 사실을 아는 건 오직 나밖에 없겠지. 하지만 구태여 ‘인간다움’이라는 걸 깊게 고민하고, 그걸 보여주려 애쓸 필요는 없네.”

        

       “그, 그럼…요?”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고, 기쁘거나 슬프면 그대로 표현하게. 보여주고 싶은 것을 보여주고, 솔직하게 행동하게. 저 아이…유진과 잘 어울려 다니는 것도 좋겠지. 그저 이 세상을, 그리고 좋아하는 것들을 사랑해주게나.”

        

       “그거야말로 저희가 가장 잘 하는 겁니다. 아마도.”

        

       “하하, 그럼 됐네. 이따 회담장에서 보지.”

        

        

        

        그 말을 남긴 채 스펜서는 인사를 건넸고, 유진이 뭐라 말하기도 전 문을 닫고는 나가버렸다.

        

        그걸 보며, 유진은 한숨을 내뱉고는 덧붙였다.

        

        

        

       “…잘 넘어가서 다행이네요. 아무튼 페디큐어는 마저 하시길. 다들 잘 하리라 믿어요. 나스티는 나가면 안 되는 거 알죠?”

        

       “이건 불공평합니다….”

        

       “물론입니다, 아키타입. 저희만 믿으면 됩니다.”

        

       “…그래요.”

        

        

        

        솔직히 그닥 안 믿기긴 한데 – 유진은 그리 말하고자 하는 마음을 꾹 눌러 삼켰다.

        

        회담 시작까지 얼마 남지 않은 오후였다.

        

        

        

        

        

        

        

        

        

        

        

        

        

        

        

        

        

        

        

        

        

        

        

        

       “그럼, 현 시간부터 질의응답 시간이 있겠습니다. 폭력적이거나 민감한 내용을 품고 있는 질문은 삼가해주시길 바라며, 해당 질문을 행한 사람은 퇴출됩니다. 더하여 하루에 수용 가능한 질문은 50개이며, 엑스포가 진행되는 21일 동안 휴머노이드는 최종적으로 1000개의 질문에 답변할 것입니다.”

        

       “참여자 분들을 박수로 맞이해주시길 바랍니다.”

        

        

        

        짝짝짝짝!

        

        의무적인 것보다도 훨씬 호의적이고 열광적인 박수 소음이 거대한 강당을 가득히 메우고, 얼마나 지났을까, 회담에 참석한 사람들로 하여금 ‘누군가와 굉장히 닮은 듯하다’라는 생각을 머릿속에 떠올리게 만드는 외형의 기체 셋이 슬그머니 무대 위를 올랐다.

        

        그 순간 커튼 너머로 머리만 쏙 내민 노란 빛의 소형 기체 한 대. 그러나 그와 동시에 그 뒤에서 누군가가 넷째-나스티를 잡아당겼고, 그 순간 으아아앙-하는 작은 땡깡이 커튼 사이로 사라져간다.

        

        박수가 끊기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웃음이 바이러스처럼 번져나갔고, 앞서 나온 세 명은 커튼 너머를 미묘한 눈빛으로 힐끔 쳐다보더니 등받이가 없는 거대한 사각형 구조물에 앉았다. 이들의 무게 때문이었다.

        

        

        테이블 위에 놓여진 마이크 세 개.

        

        그것을 집어들고는 버튼을 올리고, 마이크를 손가락으로 톡톡. 그와 동시에 스피커에서 작은 소음이 터져나오는 가운데, 목에 성대 대신 장착되어있는 발성 모듈이 음성을 합성하여 언어를 회담장 위로 내뱉었다.

        

        

        

       “…반갑습니다. 진입니다. 이쪽은 레인, 그리고 저 멀리에 앉아있는 기체는 마브입니다.”

        

       “반가워. 이럴 때 쓰는 말 맞지?”

        

       “반가워요. 답변이 좀 서투를 수 있는데 그건 양해 부탁해요.”

        

        

        

        톡톡.

        

        그와 동시에 이어지는 정적. 그러나 눈짓이 이어지고, 다음 순간 천 명 가량이 앉아있는 좌석에서부터 일제히 붉은 빛이 점멸했다가, 이내 사라진다. 그와 동시에 각자의 좌석에서부터 빈 홀로그램 스크린이 떠올랐다.

        

        튜토리얼이 시작되고, 그 순간 회담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그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었다 – 그것은 일종의 질문 기록지였다.

        

        그것을 눈으로 확인한 레인과 마브가 덧붙였다.

        

        

        

       “이제부터 가장 앞에 앉은 사람부터 차례대로 질문을 받을 예정인데, 해당 스크린은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을 그대로 기록할 수 있어. 자기가 먼저 물어보려고 했던 질문과 그에 대한 대답이 앞에서 이미 나왔다면 자기 차례가 됐을 때 질문을 안 하고 넘어갈 수도 있겠지. 그럴 일은 없겠지만.”

        

       “그럼…가장 앞줄의 오른쪽 분부터 시작해보자고. 불빛이 점멸하면 탁자의 마이크가 가동될 거야. 원한다면 신원을 밝히고, 우리에게 질문을 해줘.”

        

        

        

        삐익!

        

        스피커에서 터져나오는 소음과 함께, 첫 줄의 가장 오른쪽에 앉아있던 사람 앞에 놓여있는 마이크가 작동을 시작했다.

        

        기계는 불가능한 숨소리가 아주 작게나마 터져나오는 가운데, 엑스포의 첫 번째 질문이 그 막을 올렸다.

        

        

        

       “아…이런 역사적인 순간에 있다는 것을 매우 인상깊게 생각하며, 저는 여러분들이 스스로를 정의해주기를 바랍니다. 첫 번째로는 공학적 관점에서의 여러분을, 그리고 두 번째로는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여러분을 정의해주시면 좋겠네요.”

        

       “…공학적 관점이라. 이건 우리 셋 다 동일해. 신장은 일괄적으로 172cm, 무게는 541kg, 10만 개 가까운 부품으로 이루어진 기계 신체에 전자 의식을 결합한 존재지. 인공 의식(Artificial Consciousness)과는 조금 달라. 그 부분은 유의해.”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우리라…아키타입 및 그녀의 지인과 친분을 맺고 있다는 말 이외엔 어떻게 설명해야만 할지를 모르겠네. 인간들은 이런 관계를 친구라고 하려나? 따지자면 아키타입의 소유물이라고 해도 되긴 하는데.”

        

        

        

        웅성거리는 소리.

        

        하지만 소유물이라는 단어에 대한 추가적인 질문을 할 기회는 이미 영영 날아가버린 지 오래였고, 자비없이 첫 번째 줄의 두 번째에 앉아있는 사람의 차례가 된다.

        

        옆 사람을 꽤 불쌍하다는 표정으로 흘겨본 그가 입을 열었다.

        

        

        

       “아까 인공 의식과는 조금 다르다고 말했는데, 재귀적인 자체 개량을 통해 스스로의 지능을 업그레이드하는 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그것이 가능하거나, 혹은 그럴 예정이 있습니까?”

        

       “…굳이 해야 합니까?”

        

       “…네?”

        

       “아, 그러니까…본 기체는 그에 대한 필요성을 잘 모르겠습니다. 주어진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면 필요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그런 재귀적인 자체 개량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굳이 손댈 여지도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다시 웅성웅성.

        

        하지만 어쩔 수 있겠는가, 한 사람에게 두 개의 발언권이 주어지지를 않는 것을.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전부 한 마디씩 물어보고 싶어서 입을 움찔거리고 있는 모습을 보며, 레인이 작게 덧붙였다.

        

        

        

       “그, 너희들이 조금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인공 의식이 아니라 전자생명체라고 분류하고 있단 말이지. 반드시 ‘이전보다 똑똑해져야만 한다!’라고 스스로에게 못박아둔 게 아니라서…그 인식의 간극을 조금 재고해봐야 할 걸?”

        

       “사람들도 ‘살 빼야 하는데…’ 아니면 ‘공부해서 좋은 직장에 들어가야 하는데’ 같은 생각을 하잖아. 근데 막상 그걸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몇 없잖아? 그런 거야.”

        

        

        

        마브가 그리 말한 순간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웃음.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듯 큰 소리로 웃다가 입을 황급히 가리는 사람도 있었고, 어딘가 찔린 듯 고개를 다른 쪽으로 돌리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 와중 이어지는 레인의 한 마디.

        

        

        

       “뭐어, 여기 있는 사람들은 어지간하면 전부 그걸 행동으로 옮긴 사람들 같으니까…뭐어, 노력해볼게.”

        

       “아, 아닙니다. 그런 건 아니고.” 

       

       “엥, 뭐야. 우리더러 좀 더 똑똑해지라고 그런 얘기를 한 게 아니었어?”

        

       “아니래잖아. 그냥 이대로 살어.”

        

        

        

        그리고 그 시점에서 회담장 내부에 있는 사람들은 이미 웃음을 멈출 수 없는 병에 걸린 지 오래였다.

        

        한바탕 분위기가 난장판이 되어버린 후 몇 분, 간신히 소란이 멈추며 다음 사람의 차례가 되었다.

        

        세 기의 메카 유진은 거의 천 명에 달하는 사람들 중 고작 세 번째 차례에서 자신들이 누구인지, 그리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와 없는지를 간단하게 증명했고, 다음 질문이 시작된다.

        

        

        

       “사실 질문거리를 이리저리 메모해놨는데 전부 쓸모없게 되어버렸거든요. 이번엔 간단하게 넘길게요. 그렇다면 여러분들은 로봇이라기보단…사람이랑 더 닮았네요. 그쵸?”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참고로 저는 인간 지배니 초인공지능이니 그런 건 잘 모르겠고, 나중에 음식을 먹는 기능이 신설된다면 아이스크림을 먹어보고 싶습니다.”

        

       “난 매운 거!”

        

       “미안해요, 제 언니들이 조금 단순해서.”

        

        

        

        물론 다음 질문 차례가 되었다고 해서 진지해진다는 보장은 없었다.

        

        그렇게 질문 아닌 질문이 계속 진행되었고, 질문의 방향성은 ‘당신이 바로 그 강인공지능 or 초인공지능인가?’가 아니라 ‘여러분들은 초인공지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쪽으로 빠르게 선회하기 시작했다.

        

        다시 말해, 그 자리에 있는 질문자들이 진과 레인, 그리고 마브를 천천히 자신들과 동일한 기계-인간으로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초인공지능에 대해 묻는 50번째 질문이 도래했을 때 이어지는 말.

        

        

        

       “…뭐어, 초인공지능인지 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는데, 만약 그런 게 나오면 우리는 그 수혜자가 되는 입장이지 않을까. 까놓고 말해서 그런 게 되고 싶지도 않고.”

        

       “거의 모든 질문에 정확하게 대답할 수 있고, 임의의 고급적인 지령을 수행할 수 있으며, 개방형 임무를 수행하며 자유롭게 활동하고 스스로 결정한다. 이게 지금까지 밝혀진 초인공지능의 작동 방식이라면…그냥 살아있는 검색 엔진이잖아? 그런 건 재미없지.”

        

        

        

        짤막하게 흐르는 정적. 그 사이를 메우는 타자 소리와 작은 속닥거림.

        

        하지만 그 순간 짝 하고 박수 소리가 이어졌다. 철과 철이 부딪혔기에 그 소리는 파열음이라기보단 청명한 소음에 가까웠고, 그제야 그 자리에 있는 천 명 가량의 사람들은 시간이 다 되었음을 직감하였다.

        

        50개의 질문을 소화하기 위해 걸린 시간은 3시간 가량. 당연하지만 인터뷰의 종료는 당일의 스케줄에 방점이 찍힌다는 뜻과 동치가 아니었고, 세 명의 메카 유진은 무대 아래로 접혀 내려가는 단상을 뒤로 한 채 덧붙였다.

        

        

        

       “그럼, 오늘의 질문은 여기까지입니다. 나머지는 밖에서 보실 수 있길 바랍니다.”

        

       “괜히 넘어져서 다치지 말고 조심해서 나가.”

        

       “다들 고생했어.”

        

        

        

        모인 사람들이 사람들이었기에 소란은 없었고, 어느덧 사람들이 전부 나갔을 즈음, 세 명의 메카 유진도 왔던 길을 그대로 되돌아가 무대에서부터 사라졌다.

        

        말로 사람들의 혼을 쏙 빼놓았으니, 이제부터는 움직임을 보여줄 차례였다.

        

        

        인터뷰 전문이 유어스페이스에 업로드되고, 세상의 온갖 커뮤니티가 발칵 뒤집어지기까지 고작해야 1시간 전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진지한 질문에 메카 몬낸이들이 답변하게 되면 벌어지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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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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