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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04

    <604 – 맛있는 연계퀘스트(28)>

     

    선황 이슈가 생각지도 못한 형태로 정리되자 마하바라타 교수가 신호를 보냈다.

     

    “출범식을 시작하십시오.”

     

    교관 한 명이 마이크를 쥐고 개회장에 올라갔다.

     

    “먼 길 수고로움을 마다하며 성녀출범식에 참여해주신 각국의 귀빈들, 그리고 선신연합의 종교계 여러분들을 환영합니다. 본 출범식은 인사말, 출범식 참여성녀 및 출범 목적 소개, 교수들의 축사, 성녀출범식 서약, 출범식 참가자 일동에게 기념품 증정, 식사와 친목 시간이 있겠습니다.”

     

    -인사말은 무슨 인사말이냐.

    -우리가 시간이 썩어 넘치는 사람들로 보이나?

    -학생들 학예회도 아니고 별걸 다 하는군.

     

    육성으로 내뱉지는 않지만, 마법술식으로 음습하게 오고 가는 마인드링크 뒷담화에 안법을 다룰 줄 아는 이라면 누구라도 알아볼 수 있는 활발한 마나이동이 이루어졌다.

    불행히도 사회자는 안법을 펼칠 줄 아는 교관이었고, 자신이 입을 열기 무섭게 시큰둥한 표정으로 오가는 뒷담이 서너 배씩 늘어나는 꼴을 보아야만 했다.

    선신조차 제어하지 않는 선황.

    마음만 먹으면 누구라도 살해당할 수 있는 공간.

    제국진영도, 변방진영도, 교단진영도.

    모두가 한시라도 빨리 선황이 있는 이곳에서 탈출하고 싶은 마음뿐인데 긴 식순을 허허 웃으며 맞이할 인내심은 없었다.

     

    ‘아이고 시발 교수님, 이러다 저 찍혀서 죽어요!’

    ‘에휴. 나오세요.’

     

    보다 못한 마하바라타 교수가 마이크를 대신 쥐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오모시로이 교장님의 가디언이자 기프트 아카데미 교수로 종사 중인 마하바라타 교수입니다.”

     

    -교수고 나발이고 아무튼 빨리 끝내줘.

    -성녀출범식 까짓거 인정 해줄 테니까 집에만 좀 보내달라고.

     

    마하바라타 교수는 교관보다도 실력이 좋았다.

    저들이 주고받는 마인드링크의 대화 내용을 알고 있었고, 겁에 질린 교관과 달리 이 시건방진 초대손님들에게 혼쭐을 내줄 배짱이 있었다.

     

    “인사말은 잠시 후 출범식 개최에 크게 이바지한 오크노디 3학년이 담당할 예정이었으나, 식순이 길어 피로하다는 의견을 적극 반영하여 오모시로이 교장님에게 부탁드리려고 합니다.”

    “…”

     

    차라리 욕을 해줬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불 붙은 벌집에서 튀어나오는 벌들처럼 사납게 오고 가던 마인드링크가 거짓말처럼 일제히 멈췄다.

    마하바라타는 모든 이들의 마나가 창백하게 질린 것처럼 느껴진다 한들, 기분 탓은 아니리라 확신했다.

     

    “굳이 출범식을 주최한 이의 뜻을 거슬러 가면서 식순을 앞당길 필요가 있겠습니까.”

    “참가자들이 바라는데 굳이 억지로 우리를 배려해주지 마시오. 왕국에서는 72시간짜리 국정릴레이도 벌이고 있소이다!”

    “우리 교단에서 칠성제를 지내면 일곱 밤을 기도를 올려야 합니다!”

    “그렇습니까. 그럼 출범식을 여러분의 상냥한 배려를 고려하여 평균치인 5일, 120시간으로 늘리도록 하겠습니다.”

    “…”

     

    괜히 오버해서 72시간 국정릴레이나 일주일 칠성제를 입에 담은 이들에게 사방에서 따가운 시선이 벼락처럼 쏟아졌다.

    그러자 선황에게 괜히 반기를 드러냈다가 단단히 찍힌 도이치 왕국의 국왕이 조심스레 의견을 개진했다.

     

    “마왕군이 침공하고 북부의 정세가 위태로울진대 어찌 우리가 그리 마음 놓고 출범식을 즐길 수 있겠는가. 출범식은 본래의 일정대로 가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네.”

     

    마하바라타 교수가 한번 봐줬다며 이쯤에서 놀려먹기를 그쳤다.

     

    “알겠습니다. 이후로 별도의 클레임이 없다면 본래 예정된 식순대로 진행하겠습니다. 그럼 인사말을 전할 오크노디 학생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려주십시오.”

     

    그 말을 할 때의 마하바라타 교수에게는 어떠한 흑심이나 악의도 없었다.

    그런데 오크노디를 불러오라고 보낸 교관이 돌아오지 않고, 교관을 찾으라고 보낸 교관도 돌아오질 않고, 교관을 찾으라고 보낸 교관을 찾으라고 보낸 하수인도 돌아오질 않았다.

    어느덧 속절없이 대기상태로 지나가 버린 한 시간.

     

    “아니 대체 특별격리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겁니까? 관측실, 당장 응답하세요. 관제 모니터링에 무엇이 잡힙니까?”

     

    잠시 후, 관제실에서 다급한 응답이 돌아왔다.

     

    “오크노디가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오크노디를 찾으러 갔던 교관이 기절한 채 천장에 눕혀져 있었습니다!”

    “오크노디를 찾으러 갔던 교관을 찾으러 갔던 교관이 특별격리실을 지키던 교관들과 함께 결박된 채로 청소도구함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듣고 있던 마하바라타가 황당해질 소식이었다.

     

    “당신들은 대체 뭘 하고 있었던 겁니까! 모든 교관의 정보를 수렴하며 포인트 변동을 측정해야 할 사람들이 이런 변고를 깨닫지 못하다니요!”

    “억울합니다. 저희한테 들어오는 술식 정보에는 분명히 교관들에게 아무런 이상도 없었다고 전해졌단 말입니다.”

    “그럼 작년까지 1학년이었던 월반생이 교관들을 가지고 놀면서 감시망을 뚫고 술식도 바꿔치기하고 일격에 교관들을 쓰러뜨리면서 구조신호를 누를 기회조차도 허락하지 않았단 말입니까?”

    “어… 그럴 것 같습니다.”

    “그럼 니들은 왜 교관직에 있는 겁니까. 실력으로 따였으면 니들 자르고 오크노디를 교관으로 올려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실직의 위기를 강하게 느끼는 교관들!

    억울함은 뒷전이고 이러다 단체로 퇴직당하게 생겼음을 직감하자 교관들이 급히 외쳤다.

     

    “저희가 어떻게든 오크노디를 찾아보겠습니다.”

    “이미 두 명을 그렇게 보냈다가 사역마까지 같이 봉변을 당했어요. 여러분이라고 다를 건 뭐가 있죠?”

    “저흰 두 명이 아니라 통제실 교관 전체가 움직일 겁니다.”

    “부족하게 느껴지는군요.”

    “물론 현장에서 1차 감시망을 담당했던 학생회에도 책임을 물어서 인력을 수급할 겁니다.”

    “그것뿐인가요?”

    “오크노디의 면회자들을 데려가서 특별격리실을 탈주하고 교관들을 두들겨 팬 죄를 경감해줄 테니 순순히 투항하라고 투항 권고도 하겠습니다.”

    “좋아요. 마지막으로 한 번만 믿어보죠.”

     

    교관들은 간신히 기회를 얻었다.

    제어실을 뛰쳐나간 이들은 곧장 학생회부터 쥐잡듯이 단속했다.

     

    “현장에 있는 너희가 오크노디를 놓치니까 애먼 우리한테까지 불똥이 튀지 않냐! 선배들 체면에 먹칠을 하다니, 네놈들… 아주 미쳤구나? 행정학부 선후배 관계가 왕족 귀족 사이라고 좋게 좋게 넘어가주니 우리가 봉으로 보이냐? 잘못하면 왕족 귀족들한테 찍히는 거야. 외교문제 함 일으켜 볼까?”

    “기사학부 학생, 975기 4학년 밑으로 전부 대가리 박는다. 실시.”

    “선배들이 마련해준 재료채집장소 편하게 써먹으니까 선배 무서운 줄을 모르는구나? 니들은 진짜 뒤졌다. 이번 사태 끝나면 채집필드 죄다 뒤죽박죽 섞어버리고 파수몹도 잔뜩 뿌려버릴 거다. 올해 과제는 조졌다고 생각해라.”

     

    구체적으로 어떻게 후배들을 조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학생회 소속 학생들을 공포에 떨게 만드는 고참 교관들!

    흔히 2학년 교관이나 3학년 교관이 즐비한 치안교관이나 강의보조교관들과 달리, 아카데미 모든 시설을 철두철미하게 뒤지며 포인트를 측정하는 부서 소속 교관들은 전원이 4학년 과정을 마치고 졸업한 이들이었다.

    마땅히 성에 차는 곳이 없고, 포인트로 얻고 싶은 것은 많아 아카데미에 남은 이들은 자연스럽게 교관이 되었으나, 다른 교관들과는 수준이 달랐다.

     

    “학생회 소속 모든 재학생에게 전달한다. 최우선 업무 호출이다. 강의 중지. 과제 중지. 하고 있던 모든 작업을 중단하고 당장 튀어나오도록.”

     

    학생회 학생들은 특별제어실 경계를 맡았던 학생회 회원들이 교관들에게 미친 듯이 까이며 쭈그러진 모습을 보고 잔뜩 긴장했다.

     

    “여기 니들 앞에 있는 얼간이들은 갓 3학년에 오른 월반생 오크노디가 감시술식을 바꿔치기하고 교관들을 쥐어패며 특별격리실을 탈출할 때까지 조금의 이상도 눈치채지 못한 얼간이들이다. 너희는 이 얼간이들이 저지른 실수를 메운다.”

    “무엇을 하면 됩니까?”

    “사라진 오크노디를 수색, 체포한다.”

     

    학생회 학생들이 곧장 벨벳을 돌아봤다.

    벨벳만큼 오크노디를 눈여겨보고 직접 상대한 경험이 있는 국장급 임원은 없었다.

     

    “벨벳 국장. 오크노디 체포에 필요한 정보를 공유해줄 수 있겠나?”

    “4학년 중급반 급이라고 생각해. 어중이떠중이들은 상대도 되지 않으니, 발을 묶어두는 것에만 신경 써야 할 거야.”

    “음. 그 정도면 어떻게든 되겠군.”

    “주요 기능은 숨기, 마나제어술, 고속이동, 균형감각. 굉장히 민첩하고 잠깐 방심했다간 순식간에 역으로 달려들어서 때려눕히고 돌파할 여력이 있어. 다섯 명 이하로 돌아다니면 4학년 급도 감당 못 해.”

    “…어어?”

    “그리고 투명모기를 이용해서 온갖 독을 주입하기도 해. 확인된 바는 없지만 암흑마나도 주입할 수 있을 거야. 피폭되기 딱 좋으니 몸 간수를 잘해야겠지.”

    “……”

    “그러니 나라면 오크노디에게 제압되는 상황은 만들지 않을 거야. 져서 쪽팔린 것보다도 암흑마나가 주입될지 모른다는 위험이 너무 크니까.”

    “음, 그 정도면 우리가 개처발리겠군.”

     

    학생회는 하부조직 단위로 그룹별 수색에 나서기로 했다.

    집행국 국장 벨벳이 집행요원들과 출발하려는 그때, 교관의 전언이 날아들었다.

     

    -마지막으로 주의사항이 있다. 생포 목적은 성녀출범식의 개최 인사말 자리에 오크노디를 올려두기 위함이니 결코 다치게 해서는 안 된다.

     

    “…벨벳 국장. 그러니까 지금 우리보고 감쪽같이 숨어서 어디 있는지 찾아볼 수도 없고, 교내 감시술식도 해킹해서 바꿔치기하고, 숨어있다가 불쑥 튀어나와서 고학년 교관도 담가버리고 5 대 1도 안심할 수 없는데 심지어 패배하면 암흑마나를 주입할지도 모르는 애를 상처 하나 입히지 말고 생포하라는 말이지?”

     

    벨벳이 뭐가 문제냐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국장. 강력하게 건의하겠어. 우리 아픈 꼴 당하기 전에 농땡이 좀 치자.”

     

    오크노디 수색 체포 작전에 투입된 집행 요원들은 이구동성으로 파업을 제안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크노디 수색구출조에 이은 수색체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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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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