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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04

        

         

       하지만 여기서 애매한 점이 있었다.

         

       ‘스킨워커 K-B’에게 당한 요원들이 어느 정도냐 되냐는 것이다.

         

       호텔을 감시하던 이들 전부가 당한 것인가?

       아니면 일부가 당한 것인가?

         

       그것이 참으로 애매했기 때문이다.

         

       일단 지금 이곳에 쳐들어온 요원이 당한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여기에 보이지 않는 다른 요원들은 어떤가?

       그들 역시 ‘코드-S 프로토콜’에 의해 처분당한 저들과 똑같은 존재가 되었단 말인가?

         

       알 수가 없다.

       붙잡고 정밀한 조사를 하기 전까지는 알 수가 없는 문제였다.

         

       장비에 감지된 저 ‘요원’…. 아니. ‘요원인 척하는 초자연적인 무언가’를 보낸 것을 본다면 분명 스킨워커라고 명명된 존재가 그들의 감시를 눈치챈 것이 분명했고, 그 감시에 대하여 적대적으로 나온 것까지는 알겠다.

       그런데 말이다.

       그런 존재가 과연 요원들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을 했을까?

       정말로 걸리지 않았을 때 대한 대비를 단 하나도 하지 않았을까?

         

       어지간히 멍청이가 아닌 이상은 그러지 않으리라.

       자기 능력을 너무나 과신하고, 남을 너무나 깔보는 것이 아닌 한 그런 멍청한 짓은 하지 않았을 것이 분명한데-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스킨워커의 수작에 넘어가지 않기 위해서는 시간을 들이고 노력을 들여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아무리 봐도 스킨워커가 원하는 것이 그것으로 보인다는 게 문제다. 스킨워커에게 질질 끌려다니고, 스킨워커의 의도대로 움직이고…. 그렇게 된다면 결국 스킨워커를 견제하거나 감시하는 것은 힘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시를 할 수 있느냐?

       그것도 불가능하다.

         

       이 요원이라는 존재는 매우 중요한 인재들이다.

       물론 ‘요원’이라는 직업 특성상 언제든 죽을 수 있음을 본인도 알고 있고, 기관에서도 잘 안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체스 말처럼 써먹기도 하고, 기꺼이 죽음을 명령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꼭 필요할 때나 그렇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요원을 어디 한때 시뻘건 색으로 물들어 있던 어떤 나라가 그랬던 것처럼 밭에서 수확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하나를 죽이면 어디서 열이 솟아나는 아시아의 어떤 국가처럼 소모할 수도 없다.

         

       인재라는 것은 귀중한 자원이다.

       심지어 그 인재가 면밀한 조사를 거친 다른 나라와의 아무런 연결이 없음이 확인되었으며, 충분하다 못해 넘칠 정도의 충성심까지 가지고 있다는 것이 명백히 증명된 존재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런 인재를 ‘스킨워커에게 당했을 가능성이 있다.’라는 이유로 그냥 무가치하게 처리한다고? 무슨 한창 전쟁하고 있을 때를 배경으로 하는 스파이 영화도 아니고, 그런 짓거리를 했다가는 모가지가 날아가는 것을 각오해야만 한다.

         

       그러니까.

         

       “일단 호텔을 뒤져봐야겠군. 호텔 주변도.”

         

         

         

        * * *

         

         

         

         

       기술이 발전되면 장비는 작아지게 된다.

       최초의 하드디스크인 RAMAC(Random Access Method of Accounting and Control) 305는 1톤이라는 거대한 무게와 거대한 부피를 자랑했는데, 그러고도 저장 용량은 5MB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는 어떤가?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손바닥 크기 정도의 저장 장치는 수십 테라바이트(Terabyte) 단위가 기본이고, 좀 비싼 물건은 손가락만 한 크기임에도 손바닥 크기의 물건과 비슷한 용량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월등히 빠른 속도를 자랑한다.

         

       아마 시간이 흐르게 된다면 저 크기는 더더욱 작아지게 될 것이다.

       크기는 작아지고, 감당할 수 있는 용량은 늘어나게 되겠지.

         

       이것이 바로 기술의 발전이다.

         

       하지만 반대로 말한다면, 기술이 충분히 발전되지 않는다면 클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초자연적 존재를 감지하는 장비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이 전 세계의 인재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며 만든 이 장비는 첫 등장 때 세계를 뒤흔들어놓았다. 사람을 위협하는 초자연적 존재인 사악한 귀신들을 쉽게 감지하게 해주었으며, 악령과 악귀가 신출귀몰하게 움직이며 사람을 죽이고 다니는 것을 막을 수 있게 해주었다.

         

       물론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오감으로 확인할 수 없는 귀신은 사람에게 해를 끼칠 확률이 낮으며, 오감으로 명백히 느낄 수 있는 악령과 악귀는 그리 흔한 존재가 아닌데 이 기계가 과연 ‘세계를 뒤흔들 정도’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평하는 게 옳냐는 것이다.

         

       하지만 흔하냐 흔하지 않으냐가 꼭 두려움으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해보아야만 한다.

       저 멀리 정글에서 맹수가 흔하게 출몰한다고 해서 도시의 사람들은 두려움을 품지 않는다.

       저 멀리 대륙에서 거대한 화재가 일어나 산이고 들이고 싹 다 잿더미로 만들면서 타오르고 있다고 해서 반대편 대륙에 있는 이들이 두려움을 품지는 않는다.

         

       하지만 수가 그리 많지는 않지만 전 세계 곳곳에 퍼져있으며 사람을 죽이는 것에 아무런 망설임도 없는 미치광이 살인마 테러리스트가 비정기적으로 사람들의 머리통을 날리고 다니는 것이 계속된다면 전 세계 사람들은 눈을 까뒤집고 이 빌어먹을 테러리스트 놈들을 잡아다가 죽이라고 소리를 치게 될 것이다.

         

       따져본다면 그 테러리스트의 손에 의해 머리통이 날아가는 것이 비행기를 타다가 사고를 당하는 것보다도 낮은 확률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두려움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다.

         

       두려움이란 확률이니 뭐니 하는 것보다는 자기 피부에 느껴지는 위기감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남의 죽을 고통보다 자기 손톱 밑에 박힌 가시가 주는 고통이 더 크게 느껴지듯, 두려움 역시 그러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사람의 성질이며, 세상의 이치였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 귀신이라는 것은 사람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했다.

         

       일단 존재는 하는 것 같은데, 영능력이 있는 이들이 아니면 제대로 감지를 할 수가 없다.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소리를 듣거나 냄새를 맡을 수조차 없다. 귀신의 힘이나 사악함에 따라서 으스스함이나 섬찟함을 느낄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 있다고 확신하기에는 힘들다.

       에너지 공명이니 자기장이니 노이즈니 하는 것들을 사용하는 장비를 사용한다면 대략 측정할 수는 있지만 완벽히 확신할 수 없으며, 심지어 그 장비 중에는 어중이떠중이들이 대충 만들어낸 가짜들도 섞여 있기까지 했다.

         

       주술적인 수단을 쓰면 되지 않냐고?

       주술과 관련된 것은 효과가 있기는 하지만 대량생산이 불가능해 많은 사람이 누리기에는 무리가 있다.

       주술사의 숫자는 적고, 제대로 된 주물이나 부적 같은 것들은 비싸고 가짜가 넘쳐난다.

       주술을 직접 사용하는 것? 주술이 ‘대가’를 요구한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미친 짓이니, 아예 논외다.

         

       그런데 평범한 사람들은 제대로 느낄 수조차 없는 이 존재가 사악한 의도를 가지고 사람을 해친다고 한다. 심지어 이 귀신이 성장해서 악령이나 악귀라는 존재가 되면 명백히 사람에게 악의를 가진 채 움직이며 끔찍한 일들을 벌이고 다닌다고 한다.

         

       게다가 이 귀신이라는 것들은 뭐 어디 지옥에서나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맹수처럼 개발이 되지 않은 자연 속으로 가야 볼 수 있는 것이 아닌-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도시에서 존재할 확률이 더 높은 위험한 존재라고 한다.

         

       당연히 위협적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사람의 적응력이라는 것은 정말 대단한 것이라.

       사람들은 이 귀신의 존재를 대충은 인정하면서도, 정말 훌륭하게 적응해버리고 말았다.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당장 100년 전만 하더라도 숲에 들어갔다가 호랑이나 늑대 같은 맹수에게 사람이 물려 죽는 일이 흔했다. 하지만 그런데도 사람들은 알아서 그 ‘위험한 환경’에 잘 적응하며 딱히 큰 불편을 못 느낀 채 살았다.

       여러 명이 뭉쳐 다니는 것으로 맹수들이 자신에게 못 덤비게 했으며, 심지어 범죄자들은 그 위험한 장소에 아예 터전을 만들어 머물며 사람들을 털어먹기까지 했다!

         

       그런 점으로 미루어볼 때, 귀신의 존재를 알면서도 멀쩡히 사람들이 살아가는 것은 크게 이상한 것이 없었다. 어쩌면 인류의 탄생부터 최근까지 ‘위협적인 존재’가 지구 곳곳에 넘쳐났음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지극히 정상적인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적응했다고 해서 그 위협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무슨 악어와 악어새처럼 서로서로 도우면서 사는 사이도 아니고, 한쪽이 일방적으로 한쪽에게 적의를 품고 해코지하는 모양새가 아니던가. 일방적인 피해자의 포지션에 있는 쪽으로써는 당연히 이 위협에서 벗어나고픈 마음이 가득한 것이 당연하다.

         

       그렇기에 이 초자연적인 존재를 검출하는 장비의 탄생은 사람들에게 환호받을 수밖에 없다.

       ‘대처 불가능한 무형의 위협’을 ‘대처할 수 있는 리스크’의 영역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니까.

         

       과학이 만들어낸 위업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 위업이 귀신에 대한 위협을 아예 없애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 ‘초자연적 존재를 감지하는 장비’가 귀신을 감지하는 성능은 일찍이 나왔던 장비들-소위 고스트 헌터 장비라고 불리는-것들이 진화한 수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만 하더라도 꽤 대단한 수준이었지만, 혹자가 말했던 것처럼 ‘세계를 뒤흔들 정도’라고 하기에는 분명히 손색이 있었다.

         

       물론 기술이 발전해서 정밀도가 올라가고 소형화된다면 충분히 실용적일 것이라는 희망을 품을 수는 있겠지만- 단지 그 수준일 뿐이라는 이야기다.

       그렇게 이 획기적인 장비는 훗날을 기약하며 다시 사람들의 머릿속 어딘가로 잠들어버리게 되는 처지가 되었다.

         

       그런데 이 ‘별로 실용적이지 않으며 효율적이지도 않아 보이는 프로토타입’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이 장비가 군사기술과 결합했을 때 보일 시너지를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고, 국방과 치안 쪽에서 보일 어떠한 가능성에 대해 짐작했다.

         

       그렇게 이 ‘초자연적 존재를 감지하는 장비’는 군사용으로, 첩보용으로 개조되었고- 아예 못 쓸 수준에서 그래도 현장에서 사용하기에는 괜찮은 수준이 된 것이다.

         

       하지만 앞서 말하였듯, 기술이 충분히 발전되지 않았다면 장비의 크기는 필연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당연하게도 ‘초자연적 존재를 감지하는 장비’ 역시 거대할 수밖에 없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미국에서 많이 사용하는 대형트럭을 사용해서 옮겨야 할 정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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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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