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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05

        

         

       요원들의 입에서 절로 욕이 튀어나올 크기가 아닐 수가 없었다.

       수십 년 전 냉전 시대의 선배들은 소형화를 너무나도 사랑한 나머지 립스틱으로 위장한 총이나 펜으로 위장한 총을 가지고 다녔는데, 그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기술이 발전한 지금 화물트럭 크기의 장비를 싣고 다니면서 ‘요원’ 짓을 해야 한다고?

         

       무슨 크고 우람하기만 하면 다 좋아하는 군인 새끼들-남의 물건 훔치는 것을 좋아하는 미합중국 해병대(USMC) 놈들은 싫어할 수도 있겠다-도 아니고, 은밀하게 움직여야 하는 요원이 왜 이딴 것을 끌고 다녀야 하냐는 불평이 절로 튀어나올 수밖에 없으리라.

         

       기술자들에게도 변명은 있었다.

       기술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아서 그렇다느니, 특허로 등록되지 않은 채 보호되고 있는 기술들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느니, 너희 수뇌부들이 요구하는 기능들을 추가하느라 크기가 커질 수밖에 없다느니 하는 것들 말이다. 거기에 더해 뭐가 중요한지도 모르면서 가격부터 깎고 보는 정부 놈들의 영향력이라든지, 죽은 뒤 지옥에서 변호사랑 같이 붙어먹을 것이 분명할 로비스트 놈들과 그놈들의 돈을 받아 처먹는 빌어먹을 작자들에 관한 이야기는 덤이고.

         

       하지만 현장에서 뛰는 요원들 처지에서는 그 합당한 변명이 탐탁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특히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더더욱 말이다.

         

       타앙-! 타앙-!

         

       “나는 속지 않아! 속지 않는다고 개자식들아!”

         

       “정신 차리라고, 이런 F….”

         

       허름한 아파트.

       ‘304’라는 글자가 적혀있는 현관문을 사이에 두고 총알이 오간다.

         

       현관문은 가구를 촘촘히 쌓아서 만든 급조 바리케이드로 막혀 있었고, 총안구로 써먹으려고 일부러 뚫어놓은 구멍에서는 총이 연신 탄을 내뱉는다.

       그나마 지엄한 총기 규제 때문에 연발이 아니라는 것이 위안이기는 했지만, 단발이라고 할지라도 위협적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총알을 뿜어내고 있는 것이 평범한 권총이 아니라 개머리판을 뗀 채 ‘이건 권총입니다. 권총이라니까?’라고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우겨서 판매가 되는 총기라면 더욱 그러했다.

         

       타앙-!

       타앙-!

         

       이 권총인 척하는 소총의 방아쇠를 당기며 총알을 사방에 뿌려대는 인간이 정신이 나간 것처럼 보인다면 그 위험성은 곱절이 된다.

         

       당연하게도 이 위험성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몸을 더욱 적극적으로 지킬 필요가 있으며, 정신병에 걸린 것이 분명해 보이는 저 빌어먹을 놈의 몸을 벌집으로 만들 기세로 대항해야만 했지만….

         

       “이런 젠장. 그냥 쏴버리고 싶은데….”

         

       정말 안타깝게도 그건 불가능했다.

       아니, 가능하기는 했는데 쉽지 않았다.

         

       ‘초자연적 존재를 감지할 수 있는 장비’를 통해 검사하기 전까지는 저 미치광이는 그들의 동료였기 때문이다. 별로 동료 취급하고 싶지는 않은데, 위에서 그렇게 말한 이상 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저놈은 어쨌든 ‘동료’였다.

         

       그리고 그 말은 곧 정말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옛날 십자군이 그러했던 것처럼’ 신께서 알아서 판별해줄 것이다.’라는 외치면서 신에게 보내서 판별을 부탁한다거나, 팔다리 어디를 날려버린다거나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그나마 무릎이나 어깨에 총알을 박는다거나, 사지를 부러뜨린다거나 하는 것은 가능하기는 하겠지만-

         

       타앙-!

       타앙-!

         

       급조 바리케이드를 만든 채 총을 쏘고 있는 것을 보면 그것도 힘들어 보였다.

       아무리 요원들이라고 할지라도 저 급조 바리케이드의 뒤편을 뚫어볼 수 있는 장비나 능력은 갖추고 있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급조 바리케이드를 뚫거나 부수면 되지 않냐고?

       그럴 수는 있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저 급조 바리케이드의 뒤에 있는 것이 ‘요원’이라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요원들은 온갖 교육을 받았고, 그중에는 일상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생활용품으로 테러를 벌일 방법 역시 있었다.

         

       아나키스트 요리책(Anarchist Cookbook)에 나와 있던 유서 깊은 방식은 물론, 기(氣)나 마나를 사용한 방법, 최신 제품들을 조합해서 유독가스를 만드는 방법, 전자제품을 폭발물로 바꾸는 방법 등….

       대규모 테러는 불가능하더라도, 이런 자그마한 곳을 함정으로 도배해놓는 것 정도는 충분했다.

         

       “동료인 척하지 마! 접근하지 말라고! 당장 꺼져!”

         

       게다가 저 공황에 빠진 놈이 외치는 말, 임시 지통실에서 벌어졌던 일을 생각해보면 초자연적 존재가 동료 요원인 척을 한 것 같은데…. 그렇다면 분명 저 바리케이드 뒤에는 요원들의 심리를 이용한 함정들이 가득 깔려있으리라.

         

       그러니 저 304호 안으로 들어가서는 안 되는데….

         

       “그냥 내버려 둘 수도 없고. 하….”

         

       마음 같아서는 그냥 내버려 두고 싶다.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진정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내버려 둘 수가 없다.

       진짜 요원이라면 그냥 내버려 두면 될 테지.

         

       그런데 만약 요원인 척을 하는 초자연적 존재라면?

       스킨워커 K-B의 어떠한 수작에 걸려있기라도 한다면?

       그럼 바로 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것이다.

         

       “장비로 확인만 하면 되는데….”

         

       그렇기에 절실하게 느껴진다.

       ‘초자연적 존재를 감지하는 장비’의 소형화가 말이다.

         

       손에 들 수 있는 크기라면-

       아니 하다못해 사람이 짊어지고서라도 가지고 다닐 수 있는 크기만 되었더라도 바로 스캔해서 확인만 할 수 있었다면 일이 간단해졌을 것이다.

         

       확인해서 아무 문제없으면 그냥 내버려 두고 다른 데로 가고, 초자연적 존재이거나 초자연적인 어떠한 수단에 당했음이 확인된다면 수류탄을 쓰건 대구경 저격총으로 머리통을 날려버리면 된다.

         

       그럼 일이 효율적으로 빠르게 진행되었을 텐데….

         

       ‘하.’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도 요원의 본능이라는 게 있는 것인지.

       찾기도 힘든 구석진 곳에 숨어들고, 들킬 것 같으니까 저렇게 함정 깔아놓고 저항하고….

         

       ‘힘들다, 힘들어.’

         

       현장에서 뛰는 말단 요원이란 이렇게나 힘들다.

         

       ‘엑스퍼트(Expert)들이 올 때까지는 뭘 할 수가 없겠군.’

         

         

         

         

        * * *

         

         

         

       “컥! 놔, 놔 이 새끼들아! 날 거울에 끌고 갈 셈이지! 놔으어억!”

         

       요원들은 바쁘게 움직였다.

       그리고 그 요원 중 ‘엑스퍼트(Expert)’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더더욱 바쁘게 움직였다.

         

       “그냥 좀 자라.”

         

       뻐억-!

         

       엑스퍼트(Expert).

       전문가나 숙련자, 우수자를 뜻하는 단어.

         

       하지만 요원들 사이에서 이 ‘엑스퍼트’라는 단어는 조금 다르게 쓰이고 있었다.

         

       미국 육군에는 ‘미국 육군 우수보병휘장(Expert Infantry Badge) 자격시험’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이는 한국의 특급전사 시험과 비슷한 테스트였다. 이 자격시험은 유의미하게 미국 육군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었는데, 이 성과를 보고 다른 곳에서도 이것과 비슷한 테스트를 보기 시작했다.

         

       이는 요원들 역시 마찬가지.

       요원들에게도 길고 거창한 이름의 ‘특별시험’이 생겼고, 이 시험에서 통과한 이들은 ‘엑스퍼트’라는 별명으로 불리게 되었다.

       이는 그들이 어려운 시험을 통과했기에 존중의 의미로 그렇게 불린다기보다는…. 요원 특성상 눈에 띄는 휘장이나 물건을 받을 수가 없어 영약이나 혜택이 더해지는 것으로 끝났기에 그러했다.

       노력에 비해 적다고 생각되는 보상이었기에 보상심리로 동료들에게 존중받고자 한 것이다.

       이 ‘보상심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설득’에는 어려운 시험을 통과하게 했던 무력이 동반되었고, 이 무력의 맛을 본 요원들은 군말하지 않고 그들을 ‘엑스퍼트’라고 부르며 존중했다.

         

       그렇게 ‘엑스퍼트’는 요원들 사이에서 실력 있는 요원이라는 증명이자 뛰어난 무력을 소지한 이를 뜻하는 단어가 되었다.

         

       하지만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는 법이 아니던가?

         

       뛰어난 무력을 가진 이들은 그만큼 많은 일을 감당해야만 했다.

       그리고 이번 일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어째 하나같이 거울 타령을 하는군.”

         

       그렇기에 체력적으로 뛰어난 무인이든, 아티팩트를 두르고 요원들이 사용할법한 마법들만 중점적으로 배운 마법사든, 서부 개척 시대에서 살다가 온 게 아닌가 의심될 수준의 총잡이든 이런 상황에서는 죽어라 갈릴 수밖에 없었다.

         

       뭐…. 어쩌겠는가.

       마음 놓고 죽일 수 있는 적이 아니라서 군인을 적극적으로 투입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일반 범죄자들처럼 쉽게 제압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위에서는 되도록 후유증이 남지 않도록 하라고 쪼아대고….

         

       그러니 어쩌겠는가.

       능력 있고, 같은 요원의 심리를 꿰뚫어 볼 수 있는 ‘엑스퍼트’ 요원이 나설 수밖에.

         

       찰칵.

         

       날뛰는 요원을 제압한 ‘능력 있는 요원’은 품에서 수갑을 꺼내 손목에 채웠다. 물론 요원들의 교육 과정에는 수갑을 푸는 방법도 있었기에, 그 방법을 사용할 수 없도록 팔을 뒤로 뻗게 한 뒤 적당히 비틀고, 관절 몇 개 좀 뽑고, 손가락도 묶었다.

       그리곤 압정같이 생긴 것들을 혈도 곳곳에 꽂은 뒤 그를 골목 밖에 세워놓은 트럭으로 데려갔다.

         

       그리곤 화물칸에 실린 거대한 장비를 이용해 그를 스캔했다.

         

       초자연적 존재라는 결과가 나오면 언제든 머리통을 날려버릴 수 있도록 총을 겨눈 채 말이다.

         

       [ 스캔이 종료되었습니다. ]

         

       [ 결과 : 이상 없음. ]

         

       결과는 이상 없음.

       엑스퍼트 요원은 고개를 슬쩍 끄덕이고는 기절해 있는 요원을 사체를 담을 때 사용하는 보디백(body bag) 안에 담았다. 정말 시체를 싣는 것처럼 옴짝달싹 못할 정도로 좁아터진 곳에 짐처럼 싣는 것은 덤이었다.

         

       그렇게 하나의 일이 끝났다.

         

       하지만 모두가 아는 것처럼, 하나의 일이 끝나면 또 다른 일이 온다.

         

       “엑스퍼트 3이라 알리고, LQ 지점에서 회수 완료했다고 알린다. 다음 요청 어디인지?”

         

       [ 엑스퍼트 3. Gummy 23이라 알리고 지원 바란다. ]

         

       “발주받은 물건 트럭에 싣고 가겠다고 알린다.”

         

       능력 있는 요원이 이렇게 힘들다.

         

         

         

         

        * * *

         

         

         

         

       시가지 곳곳에서 정신이 반쯤 나간 요원들이 회수되었다.

       그들은 같은 요원들을 두려워하였고, 적대적인 행동을 보였다.

       그들은 전부 사람이었다.

       

       다만 이들은 사람임에도 거울에 그 형상이 비치지 않았으니.

         

       …대체 이들의 그림자는 어디로 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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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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