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605

       

        

        

        

        

        

        

        

        

       “…하도 와보라고 해서 와봤더니, 역시나. 그럴 것 같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어김없이 막내 관련 일이로군요.”

        

       “로렌티나 준위님은 이미 알고 있으셨습니까?”

        

       “그 아이랑 같이 다니면 어쩔 수 없이 알게 되는 것들도 있지요, 후후….”

        

        

        

        미국 버지니아주 버지니아비치, 나스 오세아나 댐 넥 기지.

        

        미합중국 해군특수전개발단, 속칭 DEVGRU라고 불리우는 미국 해군의 최정예 특수부대원들이 무더기로 모여있는 바로 그 기지의 어딘가, 골드 스쿼드론 – 크루세이더 소속 작전팀 해머헤드 부속 휴게실. 화약과 남자들의 땀냄새밖에 나지 않을 것 같은 칙칙한 공간이 갑자기 화사해진다.

        

        

        평균 키가 170cm 후반에 달하고, 체지방률이 12% 가량에 수렴하는 인간흉기들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동네에서도 유달리 눈에 띄는 188cm의 초장신. 군화 대신 붉은 구두와 검은 스타킹을 신어야만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의 황금비율과 허리까지 치렁치렁 내려오는 은발.

        

        어딜 봐도 군 기지가 아니라 패션계를 종횡무진해야만 하지 않을까 싶은 외형. 올 곳을 성대하게 잘못 찾아버린 듯한 홍일점이자, 시선을 살짝 위로 들어올려야만 보이는 목깃의 계급 – CWO-3, 준위.

        

        호출명 스펙터, 해머헤드 작전팀 팀장 로렌티나가 분대원에게 이끌려 휴게실로 온 것이었다.

        

        

        

       “팀장님 오셨구만. 저거 좀 봐보십쇼. 아주 기가 막힙니다.”

        

       “이러다 저희들 다 실업자 되게 생겼습니다.”

        

       “호들갑도 이런 호들갑이 없군요. 누가 보면 저 친구들이 당장이라도 나쁜 놈들의 후방에서 민사교란작전을 펼칠 수 있는 걸로 알겠어요.”

        

       “그건 아니긴 합니다만.”

        

        

        

        물론 엄밀하게 따지만 그런 후방작전은 땅개 놈들이 하는 경우가 잦았지만-

        

        대강 그리 생각한 로렌티나가 대충 주변에서 의자를 가져와 앉았다. 끼긱거리는 소리와 함께 의자가 잠시 비명을 질렀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애시당초 로렌티나 휘하에 있는 이들은 그녀의 몸무게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고 있었고, 의자 역시도 강인할 필요가 있었다.

        

        테이블 위의 컨트롤러를 집어 메카 막내들의 교전을 확인한 상어가 덧붙였다.

        

        

        

       “무게가 무게인지라 별도의 추진기나 모종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 이상 수중침투도 꽤 하기 힘들 거고, 월광에 비쳐서 번쩍거리면 들킬 수도 있을 테죠. 그 외에도 이런저런 애로사항이 있긴 하겠지만, 그걸 막내가 고려하지 않고 롤아웃할 리는 없을 거고….”

        

       “…쟤네들 무겁습니까?”

        

       “제 두 배가 넘어요. 500kg 중반입니다. 무게를 딱히 고려 안 하고 만들었지요. 특수 합금을 아낌없이 썼다고 하더군요.”

        

        

        

        사람만한 크기에 500kg라, 이미 물리법칙을 아슬아슬하게 위반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7.62mm 탄환을 지금까지 몇 번이나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찌그러지긴커녕 자그마한 흠집밖에 보이지 않는 것을 감안하면 그럴 수밖에 없긴 했다. 특히나 교전 종반에 다다랐을 즈음엔 AP탄으로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엇비슷했다.

        

        그 즈음이 되자, 누군가가 어처구니없단 표정을 지으며 덧붙였다.

        

        

        

       “…세상에 비브라늄인지 뭔지 하는 금속이 실제로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듣자 하니 충격이나 진동을 받으면 금속이 더욱 단단하게 결합한다는군요. 타 금속에 비해 무게가 극도로 무겁다는 점만 빼면 별로 다를 것도 없겠지요. 아마 메카 막내들의 몸을 부수려면 로켓포도 안 되고, 탱크 주포 정도는 가져와야 할 겁니다.”

        

       “무시무시하군요. 저런 게 비슷한 재질의 방패를 들고 포인트맨을 맡는다면 무서울 게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몇 년 안에는 그렇게 되겠지요.”

        

        

        

        그 말에 미묘해지는 방 안의 분위기.

        

        그러나 로렌티나가 덧붙였다.

        

        

        

       “하지만 그건 저 친구들의 소프트웨어가 극히 우수하기 때문이지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그런 부분을 감안한다면, 앞으로의 전쟁은 무인기보단 원격조종기 같은 것이 대신할 확률이 높을 거예요.”

        

       “하하, 실직은 면했군요. 근데 저런 친구들이 나중에 이쪽에 오게 된다면, 남자가 여성의 외형을 가진 기체를 조종하는 일은…없으면 좋겠습니다만.”

        

       “그럴 리가 있나요.”

        

        

        

        어떤 면에서는 로렌티나를 비롯한 발현자들에게 벌어진 일이 조금은 비슷하긴 했지만, 당연하게도, 그녀의 머릿속에는 그 부분을 언급한다는 생각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하고 이어지는 말.

        

        

        

       “얼굴이나 손바닥, 발바닥과는 다르게 다른 부분은 방호력을 위해 신규 금속을 사용했다고 하는데…그 부분은 휴머노이드의 체형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문제겠지요. 그건 해결해야 하는 문제일지도.”

        

       “흐음. 나는 딱히 문제없을 것 같은데. 사람이 낼 수 있는 출력 이상을 낼 수 있다면 소체는 작을수록 이득일 거고.”

        

       “너무 기집애 새끼들마냥 여리여리한 것만 아니라면야….”

        

       “까놓고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지. 건스미스가 편의에 맞게 커스터마이징한 총기가 원격조종 기체에 접속했을 때도 잘 맞는지를 우선해야할 거고.”

        

        

        

        하지만 단점을 압도하는 장점이 수두룩했다.

        

        헬멧 바이저를 통해 사용 가능한 ENVG-B 혹은 근래에 보편화되기 시작한 각종 HMD 같은 것은 분명 굉장히 유용하지만 별도의 배터리가 필수였고, 다시 말해 보급 및 휴대해야하는 품목이 늘어났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이들이 1인칭 캠을 확인해보았을 때, 그 모든 기능이 안면 디스플레이에 종합되어있었다. 게다가 머리 부분 역시도 압도적인 방탄 기능을 자랑했고. 다시 말해 구태여 피탄 면적을 늘리는 헬멧을 쓸 필요도 없다는 소리였다.

        

        어디 그것 뿐이랴. 반영구적 기동이 가능한 미상의 에너지원이라는 것은 마찬가지로 반영구적인 활동이 가능하단 뜻이었고, 구태여 방탄복을 착용할 필요도 없었으며 – 물론 착용 불가능하단 뜻은 아니었다 – , 휴대 가능한 탄약의 품목도 늘어난다.

        

        아니, 그 이상일지도 몰랐다.

        

        

        

       “동력원을 무기와 연동시킨다면 레일건 같이 대량의 에너지가 필요한 무기의 보급도 그닥 문제가 되지 않을 거고…후, 세상의 발전이 무섭구만. ISIS, 후티 반군, 하마스 때려잡는 거 보고 입대한 게 엊그제 같은데.”

        

       “그건 그렇고, 지금까지 보여준 것만 감안하면, 준위님은 저런 고성능 휴머노이드를 준비해줘도 본신의 무력을 손톱만큼도 따라할 수 없을 것 같은데. 계속 현장에서 뛰어야하는 거 아닙니까?”

        

       “메카 막내들이 지금까지 보여준 것만으로 추측하면 그렇겠지요.”

        

       “…네?”

        

        

        

        아까와는 다른 방향으로 싸해지는 공기.

        

        그렇다면 설마 아직 보여주지 않은 것이 있다는 소리인가. 그리 묻고 싶었지만 로렌티나는 그저 싱긋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있는 이들은 그것이 그녀가 딱히 대답하고 싶지 않을 때 보이는 반응이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더해서, 그럼에도 계속해서 질문하게 될 경우, 저 미소의 이면에 숨겨져있는 어둠이 서서히 짙어지고, 인간은 항거할 수 없는 맹수를 정면에서 마주할 것이라는 사실 역시도 말이다.

        

        좀 더 추측해본다면, 그것은 로렌티나가 대답하기 싫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하긴, 이런 곳에서 모든 걸 전부 보여줄 수 있을 리가 없지.”

        

       “여러분들은 항상 눈치가 빨라서 좋단 말이죠. 후후후….”

        

       “한두 번 당하다 보면 싫어도 학습하게 됩니다, 팀장님…아아아악!”

        

       “윌슨, 두피마사지가 꽤 필요한 것 같네요.”

        

        

        

        흰 색으로 빛나는 듯한 섬섬옥수가 윌슨이라고 불린 이의 머리를 관처럼 감싸쥐는 순간 들려오는 비명. 그 꼴을 보던 다른 이들은 조심스럽게 그 광경에서 시선을 돌렸고, 딴청을 부리며 화면에 집중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비명이 그치는 와중 화면에서 보이는 광경. 두 기의 메카 유진은 몇 번이고 펄스를 방출하며 건물 내부를 소탕했고, 방금 전까지 있었던 대화조차도 사라진다.

        

        적이 어디 있는지를 모르기에 그토록 CQB가 발전했지만, 그 대전제가 와장창 무너지는 순간 소탕 작전은 단순한 시간 문제가 되어버린다.

        

        얇은 벽에 총기를 겨누고 격발하는 순간 건너편에 있던 휴머노이드의 머리가 산산조각나는 것은 당연했고, 도어 브리칭 후 엔트리를 하는 기본적인 과정조차 없이 방 내부의 적군이 통째로 증발하는 경우도 부지기수.

        

        오로지 로렌티나만이 그 광경을 무감정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게임에서는 몇 번이고 사용해봤지만, 실제로 현실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들으니 감격스럽군요. 그래서 저 기술은 언제 도입된답니까? 지금이라도 당장 쓰고 싶은데.”

        

       “머지 않았어요. 길어봐야 6개월 정도. 하지만 여분의 대형 배터리를 들고 다녀야만 할 거예요. 어지간히 전기를 잡아먹는 물건이라.”

        

       “이미 위쪽에선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었습니까? 뭐어, 눈먼 총알에 얻어터지는 것보단 훨씬 낫지 않겠습니까.”

        

       “하하.”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반응하는 로렌티나의 말에 다른 이들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실상은 조금 달랐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정정해줄 필요는 없었고, 그녀는 테이블 위에 놓인 과자를 와작와작 집어먹으며 덧붙였다.

        

        

        

       “3개월 내로 해당 물건을 운용하기 위해 필요한 교범 및 실제로 사용하는 모듈화된 배터리가 먼저 도착할 예정이죠. 펄스 기술을 개발한 싱크탱크에서 실사용 후기 및 개선점에 대해 듣고 싶다고 했는데, 그건 나중의 일이니 제쳐두고…추후 어디에 사용할지, 혹은 파훼법이 있을지 고심해보시길.”

        

       “보고서 형태로 제출합니까?”

        

       “취합한 후 제출하면 간단하게 훑어보지요. 혼자 생각해도 좋고, 다른 이들과 상의해도 좋습니다. 오늘 안으로 짤막하게 정리해서 메일이든 문자로든 제게 보내세요.”

        

       “알겠습니다.”

        

       “저는 메카 막내들을 하도 많이 봐서 그런지 그닥 새로운 건 없네요. 공부하는 건 좋지만 컨디션 조절 못해서 상어 포인트를 차감당하는 일은 없길 바라요.”

        

        

        

        방송이 끝나가는 와중, 로렌티나는 그 말만을 남긴 채 일어섰다.

        

        그녀가 방문을 열고 나가기 전 이어지는 질문.

        

        

        

       “그래서 팀장님, 그 상어 포인트는 대체 뭡니까?”

        

       “비밀이랍니다.”

        

        

        

        쿠웅.

        

        그렇게 문이 살그머니 닫혔고, 남겨진 대원들은 킥킥대며 웃었다.

        

        

        

       “내가 관짝에 묻히기 전까지 저게 뭔지 알아낼 수나 있을까 모르겠는데.”

        

       “1만 포인트를 모으면 청혼할 수도 있다는 소문 들었냐?”

        

       “망할, 내가 70살까지 여기 처박혀있어도 5천 점도 못 모을 걸.”

        

       “유진인가 하는 그 애는 몇 점이나 모았을려나 싶은데….”

        

        

        

        물론 이들은 유진이 상어 포인트를 58300점 정도 보유하고 있단 사실은 꿈에도 몰랐다.

        

        엑스포의 첫 날은 그렇게 끝나가고 있었다.

       

        

        

        

        

        

        

        

        

        

        

        

        

        

        

        

        

        

        

        

        

        

        

        

        

        

       “우와, 아직 엑스포 끝나지도 않았는데 접견 요청이 무슨 3백 건씩….”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적은데요. 이게 팬미팅이었으면 그 제곱은 있었을걸요?”

        

       “…딱히 틀린 말이 아니라서 더 어지럽네요.”

        

        

        

        몸에 배인 화약 냄새가 사라지고, 해가 수평선 아래로 떨어지고 어둠이 몰려들 무렵.

        

        어둠에 순응해야만 하는 시대는 사라지고, 인류가 만들어낸 전기라는 이름의 두 번째 불이 어둠을 몰아내며 세상을 밝힌다. 그리하여 인류는 낮 뿐만이 아니라 밤이라는 시간에조차 활동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2037년 2월 중순, 수십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제2의 라스베가스 소리를 듣는 다크 존 타운으로 일제히 집결하였고, 세상은 처음으로 현실에 롤아웃된 메카 막내들의 행보와 일거수일투족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오후 6시 즈음, 사람들을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었던 모의훈련이 종료되고, 이제는 드디어 신체능력 테스트에 접어들 시간이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아까와는 달리 이제는 하모니와 다이스 역시도 구경꾼으로서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테스트를 도와주는 스태프 같은 건 아니고, 그냥 내 권한으로 남들보다는 훨씬 더 가까운 곳에서 구경할 수 있다-정도일까.

        

        그보다 지금 한국은 거의 새벽 4시인데, 도대체 어떻게 다들 일어나있는 거야.

        

        물어봐도 어차피 한결같은 대답만 할 것 같으니 따로 물어보지는 않았고, 아까와는 다르게 태어난 그대로의 외형을 하고 있는 메카 막내들과 마주했다.

        

        

        

       “새삼스러운 말이지만, 옷을 안 입으니 참 이상해보이네요.”

        

       “나중에 입혀줘.”

        

       “직접 입으세요. 어디까지 해달라고 할 셈인가요?”

        

       “메카 막내들은 유진 씨한테 어리광을 무지 부리네요.”

        

       “여러분도 똑같아요. 어딜 모르는 척을.”

        

        

        

        틈을 보이는 순간 자긴 아닌 척하는구만.

        

        그 와중 문득 과거의 파편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어디였더라, 태릉선수촌이었나. 거기서 처음으로 제대로 신체능력을 쟀었지. 200m 달리기를 했었을 때 신었던 신발이 완전히 작살나버린 것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물론, 맨발로 달렸던 로렌티나와 로건 차례에서, 두 명이 달려왔던 길 뒤로 발바닥 모양 비슷하게 우그러져 뜯겨나간 바닥 자국이 그대로 보였던 기억 역시도 선명했고.

        

        다행히도 이번에는 그럴 일은 없었다. 바닥 전체가 일종의 강화벽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위에는 찢어지더라도 언제든지 교체 가능한 얇은 고무 패드가 덮혀있기까지.

        

        

        세 명이 출발선에 서는 동안, 주변에서는 여전히 세팅이 이뤄지고 있었다.

        

        타격의 위력을 측정하기 위한 펀칭 머신…이라는 이름의 벽. 이번에는 3대 운동 측정은 없었다. 애시당초 휴머노이드가 그런 거 들어봐야 뭐하나.

        

        그 대신 눈요기 및 근접전 테스트를 위해 마음껏 망가뜨려도 되는 튼튼한 휴머노이드 몇 대를 가져왔다. 그 성능은 덤프트럭이 대략 70km에 가까운 속도로 들이받아도 완전한 파손이 안 될 정도. 까놓고 말해 옛날 글로리 앤 아너 결투 때 내가 부숴먹었던 그거였다.

        

        

        아무튼 내가 주관해야할 건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했다. 모든 테스트는 사전에 짜놓은 알고리즘대로 진행되기 때문에, 내가 할 일은 그냥…모티베이션을 적당히 주는 것 정도.

        

        그리고 그 말대로, 내가 반쯤 멍때리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저 세 명은 비스듬한 스타트 블록에 발을 받치고는 지면에 손가락을 디뎠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타아앙!

        

        

        

       -[알림 : 스타트 블록 순간충격량 6.81t.]

        

       -[알림 : 15m/s, 시속 54km.]

        

        

        

       “…옴마야.”

        

       “잘 하고 있네요.”

        

        

        

        세 기체가 각각 어느 정도의 거리 간격을 두고 달리기 시작했다.

        

        셋 다 속도는 거의 비슷했지만, 시작 속도에 놀란 이들은 몇 초가 지나자 다른 방향으로 놀라기 시작했다. 그 속도 그대로 대형 경기장의 달리기 트랙을 돌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것이 1분, 2분, 5분 즈음이 되자 다들 입도 벙긋할 수 없는 것이 당연했고.

        

        저 세 명의 몸무게가 540kg 가량이란 걸 감안하면 더더욱 놀라운 일이긴 했다. 따지고 보면 연료를 꽉 채운 할리 데이비슨 CVO보다도 100kg 가량 무거운 친구들이 시속 55km로 달리고 있는 것이었으니까. 실시간으로 박살나고 있는 경기장 바닥은 좀 불쌍하긴 하지만 말이다.

        

        다들 내가 말했던 대로 성능에 제한을 두고 측정에 임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었다.

        

        사전에 제공한 카탈로그 스펙에는 저렇게 3시간 가량 더 달릴 수 있다고 써놓긴 했지만, 까놓고 계속 그것만 보여주면 지루하겠지. 10분이 되기 전에 세 명은 결승점에 들어왔고, 셋이 달리기를 멈추자 경기장 좌석에 앉아있는 전원이 신명나게 박수를 쳐댔다.

        

        

        

       “달리기만 해도 인간들이 박수를 치는 날이 오다니, 기분이 이상합니다.”

        

       “그냥 그런가보다 하세요. 이제는 좀 더 재미있는 걸 할 차례니, 부디 마음 단단히 먹으시길.”

        

       “…좋아. 출력제한은 걸려있어.”

        

        

        

        그와 동시에 나는 시선을 저 건너편으로 힐끔 던졌다.

        

        벽처럼 생긴 펀칭머신, 그리고 투입을 기다리는 여분의 휴머노이드 기체들. 이제부터는 좀 더 피와 살…이 아니라, 유압액과 볼트와 너트, 피스톤이 튀기는 시간이 될 것이었다.

        

        가장 먼저 할 것은 지난 번의 나 역시도 해보았던 타격 테스트였다. 벽에 달린 충격 측정 센서와 그 옆에서 대기하고 있는 휴머노이드 한 대. 발차기 같은 경우는 벽에 하기에는 조금 각도가 애매했으니 저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대거 팀에게 어느 정도 근접전 교육을 이수한 진과 레인이 앞선다.

        

        바닥에 단단하게 고정된 벽을 확인한 진이 적당히 거리를 재었고, 최적의 타격을 먹일 수 있는 거리에 서서 벽을 노려보며 자세를 잡았다. 인간이었다면 몸을 풀었을지도 모르지만 이들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쿠우우웅!

        

        

        

       -세상에나…!

        

       -어마무시하군. 말도 안 되는 출력이야.

        

       -저런 물건이 양산형으로 나올 일은 없으면 좋겠군요.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지만, 두려워지는 것도 어쩔 수 없다고 해야만 할지….

        

        

        

       -[알림 : 충격량 11.8t.]

        

        

        

       “…저 정도의 충격을 기체가 견뎌내는 것도 신기하네요.”

        

       “뭐어, 아직 놀라기엔 이르죠…진, 각 관절부의 에너지 방출기 가동을 허합니다. 제대로 보여주시길.”

        

       “이해했습니다.”

        

        

        

        찰칵찰칵!

        

        그 순간 허리 뒤편과 팔꿈치 부분에서부터 들려오는 기계음. 흡사 F-22에 달린 엔진을 보는 듯한 넓고 납작한 노즐이 얼핏 보인다. 그 사이 진은 아까처럼 다시금 자세를 잡았다. 그러나 아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열린 방출 패널 사이로 청록색의 무언가가 빛난다는 점일까.

        

        패널에서부터 피어오르는 아지랑이, 찰나의 정적.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진이 주먹을 내뻗었다.

        

        그리고-

        

        

        

       ───콰아앙!

        

        

        

        찰나의 순간 허리와 오른쪽 팔꿈치에서부터 터져나온 불꽃과 함께, 진의 주먹이 총탄에 가까운 속도로 가속했다.

        

        아까와는 비교조차 안 되는 충격파와 함께 굉음이 터져나왔고, 그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

        

        

        

       -[알림 : 충격량 측정 불가능.]

        

       -[알림 : 패널 함몰. 교체를 추천합니다.]

        

        

        

       “…와우.”

        

       “철에 주먹 모양 자국을 내는 건 만화에서나 나올 수 있는 줄 알았는데, 꼭 그런 것도 아니네요.”

        

        

        

        움푹 찌그러진 금속-벽과 그 한가운데에 남은 주먹.

        

        꽤 너덜너덜해진 팔을 이리저리 휘저은 진이 덧붙였다.

        

        

        

       “이건 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아키타입.”

        

       “…그래요.”

        

        

        

        패널을 교체해야 하나.

        

        이리 말하긴 그렇지만, 역시 방심은 금물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상어포인트의 정체는 상어포인트입니다(끄덕)
    다음화 보기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