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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06

    <606 – 맛있는 연계퀘스트(30)>

     

    대감옥은 죄질이 약한 경범죄부터 죄질이 악독한 대륙의 거악까지 온갖 범죄자들이 수감된다.

    그렇다고 숨만 쉬고 있어도 주변에 영역이 전개되어서 다른 수감자들을 줄초상 낼 수 있는 강자들이 매점흑빵도둑과 함께 수감될 수는 없는 노릇!

    자연스럽게 대감옥은 층별로 위험도가 각기 다른 범죄자들을 수감시켰다.

     

    “넌 그런 지식을 어떻게… 아니, 됐어. 어차피 재단의 장학생들이 몸소 갇히면서 모은 정보겠지.”

    “저 아무 말도 안 했어요!”

    “그래서 그 위험도는 뭘로 구분되는데?”

    “벌금의 크기요!”

    “벌금?”

    “기본적으로 죄수는 전부 벌금을 내면 자유의 몸이 되거든요! 선고된 최초 벌금액에 따라 갇혀는 층이 달라지는 시스템이에요!”

    “어휴. 그놈의 포인트 만능주의.”

     

    이슈타르는 무인도 경매부터 포인트와의 악연이 많아서 그런지 진절머리를 냈다.

     

    “조나는 그럼 얼마나 깊이 들어간 거야?”

    “잘은 모르겠지만 상당한 중범죄로 들어갔으니 깊이 들어가야 할 것 같아요!”

    “그럼 초입은 빨리 지나가자. 감옥 복도에 멀뚱멀뚱 서 있으려니 좀 쫄리기도 하고 그래.”

    “헉. 그럼 변장복 하나 드릴까요?”

    “변장복?”

    “나중에 정체가 들키더라도 변장복을 입고 있으면 누군지 눈치채지 못할 수도 있잖아요!”

    “음… 나쁘지 않은데?”

     

    이슈타르가 부쩍 구미가 당겼는지 변장복에 흥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곧장 수도에서 이것저것 줍줍한 옷들을 하나씩 꺼내보았다.

     

    “첫 번째는 차이나드레스!”

    “…그거의 어디가 변장복인데?”

    “용사가 옆트임 차이나 드레스를 입고 다닐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 못 할 거라고 봐요!”

    “싫어. 허벅지를 드러내고 다니라니, 너무 남사스러워. 그런 정숙하지 못한 요망한 차림새로 다니다가 발각될 바에야 차라리 교복을 입고 있겠어.”

    “칫. 실패했네.”

    “너 방금 혀찼지?! 나 담그려고 일부러 이상한 옷 주려고 했겠다?!”

     

    이래서 눈치 빠른 용사는 싫다니깐!

    시끄러운 입을 막기 위해서라도 급히 두 번째 변장복을 꺼냈다.

     

    “그럼 두 번째는 메이드복!”

    “장난하냐! 코스프레복이 아니라 변장복을 달라고!”

    “메이드복이 어때서요? 메이드는 어디에 있어도 다 어울리는 만능변장캐릭이라고요!”

    “거짓말. 대감옥에 메이드가 왜 필요해?”

    “청소를 할 수도 있잖아요!”

    “그런 건 간수나 죄수가 해야지!”

    “이건 이래서 안 된다, 저건 저래서 안 된다. 순 꼰대타르에요!”

    “너 진짜 맞을래?”

     

    꼰대라는 말에 긁힌 이슈타르가 주먹을 쥐었다.

    솔직히 지금 스펙으로도 이슈타르한테 맞으면 아픈 건 사실이기에 다음 변장복을 제안했다.

     

    “그럼 대감옥에 어울리는 간수복은 어때요?”

    “이제야 그럴싸한 옷을 제안하네. 그런데… 이거 사이즈가 왜 이래?”

     

    변장복을 든 이슈타르가 당혹스러움을 금치 못했다.

    상의는 반팔이나 다름없고 배꼽이 드러나며, 하의는 허벅지나 겨우 덮을 사이즈였다.

     

    “어린이 사이즈라서 그래요.”

    “뭐? 그럼 니가 입을 거 아니야?”

    “정답!”

    “…왜 보여준 거야?”

    “자랑하려고?”

     

    이슈타르의 불주먹이 내 머리를 강타했다.

    이마를 부여잡고 끙끙거리고 있으니 배낭배낭에 거침없이 들어온 손이 <변장복> 키워드를 검색해서 거침없이 내용물을 끄집어냈다.

     

    곰돌이 잠옷.

    미니 수녀복.

    상어 코스튬.

    속이 빈 술통.

    속이 빈 궤짝.

    속이 빈 상자.

    속이 빈 가로등.

    속이 빈 오동나무.

     

    “…못 써먹겠네, 진짜.”

    “으앙, 돌려줘요 내 컬렉션!”

    “됐다. 애걸 뺏어서 어따 쓰냐.”

     

    이슈타르는 훨씬 더 간단한 방법을 골랐다.

    복도를 걷다가 제일 먼저 마주치는 간수를 때려눕히고 간수복을 뺏어 입는 방법이었다.

     

    “…간수복 놔두고 꼭 그 술통에 숨어야겠어?”

    “간수복도 입고 술통도 입은 거거든요!”

     

    술통 바닥이 뚫려서 앉으면 숨기가 되고, 일어서면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변장 술통!

    교복 차림의 이슈타르와 술통 차림의 내가 복도를 함께 걷고 있으니, 감옥 안의 죄수들도 괴이하게 여기며 함부로 말을 걸지 못했다.

     

    “뭐야 저게. 무서워…”

    “탈옥수인가?”

     

    겁쟁이 죄수들을 보며 이슈타르가 김이 샜다는 표정을 짓더니, 마인드링크로 슬쩍 내게 전음마법을 보내서 물어보았다.

     

    -저런 애들은 벌금 얼마짜리야?

    -지하 1계층은 만 포인트 이하, 구금 10일 이하 허접들이에요! 매점 흑빵 도둑, 화장실 자릿세 징수꾼, 교수님한테 말 심하게 한 조교가 주로 갇혀요!

    -안타까울 정도로 한심한 이유로 대감옥에 끌려오는 사람들이네.

     

    그래도 조교들의 마음은 이해한다.

    그렇게라도 랩실을 탈출하고 싶은 절박한 마음을 2학년 뉴비가 어찌 알까.

    차라리 감옥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는 걸 어떡해…

     

    -2계층이네. 여기 애들은 어때?

    -만 포인트 이상, 십만 포인트 이하, 구금 100일 이하의 잔챙이 범죄자들이에요! 컨닝하다 걸린 학생, 후배한테 도핑약 팔다가 걸린 선배, 저학년 폭행범, 돈 받고 중간고사나 기말고사에 문제 팔던 조교들이 주로 걸려요!

    -확실히 죄질이 좀 더 나쁘긴 하네. 근데 조교는 처벌이 너무 약한데?

    -교수님들이 노예를 너무 오래 가두면 싫어하거든요!

    -…노예?

     

    대감옥에도 자체적인 경호인력은 있겠지만, 설마 보안술식을 걸어 다니면서 실시간으로 뜯어고치는 고인물이 있는지 몰라서 그런지 잠잠하기만 했다.

    1계층보다 복도가 조금 좁아지고, 단체실의 죄수들도 슬슬 이슈타르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일부는 나한테도 호기심을 보였다.

     

    “저 술통 뭐야. 다리가 왜 달려 있어?”

    “확 걷어차서 굴려버리고 싶네.”

    “…그런 좋은 방법이!”

     

    술통 밖으로 고개를 불쑥 내밀며 감탄하자 쇠창살에 매달려있던 죄수들이 화들짝 놀라 뒤로 자빠졌다.

     

    “으악 깜짝이야!”

    “다크프린세스가 나왔어!”

    “오잉? 저 아세요?”

     

    2계층 단체실에 갇힌 죄수 한 명이 나를 보고는 아는 체를 했다.

     

    “나 몰라?”

    “너가 누구신데요?”

    “같은 강의 들은 사람!”

    “제가 작년에 들은 강의가 너무 많아서 기억이 안 나서 그런데 무슨 강의 같이 들었어요?”

    “위어드 교수님의 자연의 분노 강의. 항상 네가 앉은 자리 뒤에서 세 번째, 왼쪽에서 두 번째 자리에 앉아있었잖아! 어떻게 날 모를 수가 있어!”

     

    찐친인데 못 알아봐서 서운해하나 싶었더니 아무 사이도 아니었다.

     

    “우리 같은 강의 들은 사이에 좋은 게 좋은 거잖아. 응? 소란 피워서 경비 부르고 그러지 않을 테니까 보석금 좀 내주라. 응? 포인트 전송 좀 해줘.”

    “뭐 하다가 거기 갇히셨는데요?”

    “이번 2학년 1학기 <건축>강의에서 다리를 만드는 데 쓸 재료가 부족해서 연못의 정자로 이어지는 돌다리에서 돌을 훔치다가 걸렸어!”

    “괘씸죄로 3계층은 가실 법한데 어떻게 2계층밖에 안 왔어요?”

    “알고 보니까 나보다 먼저 돌을 훔친 선배들이 있어서 하나 빼기 무섭게 다리가 무너지더라고…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었는데 덕분에 인명사고 없이 다리가 무너졌다고 죄를 경감받았어.”

     

    네페르템 선배가 그랬으면 열댓 명쯤 죽어나갔을 텐데, 운도 참 좋은 동기였다.

     

    “억울하긴 하시겠다! 그럼 조금만 도와줄게요.”

    “고마워! …그런데 자물쇠는 왜 만져?”

    “넉넉잡아 한 시간 있다가 잠금장치가 자동으로 풀리는 술식을 새겼거든요. 틈을 봐서 탈옥하세요!”

    “아니, 탈옥을 내가 왜 해?! 그런 짓을 하다가 걸리면 가중처벌을 받잖아! 그냥 가석방에 필요한 포인트만 보내줘!”

    “하지만 저는 대감옥의 더 깊은 곳에 들어갔다가 탈출해야해요! 탈출할 때 간수들의 어그로를 끌어줄 이벤트를 만들지 않으면 제가 손해를 보는걸요?”

    “오크노디야… 그 시한폭탄 같은 해제술식 다시 가져가면 안 될까…?”

    “저는 뉴비의 구조요청을 거절할 줄 모르는 선량한 고인물이에요. 아무튼 전 도와줌!”

    “야이 나쁜 년아, 필요 없다니깐! 야, 어디 가. 야, 야! 돌아와 제발!”

     

    애타는 부름을 무시하고 3계층에 내려가자 이슈타르가 전음마법을 보냈다.

     

    -너 너무 못된 거 아니야?

    -자기가 잘못하고 포인트 달라고 하는 동기는 저래도 싸요! 저런 사람이 나중에 같은 아카데미 나왔으니까 사업 좀 하게 보증 서달라고 한다고요.

    -그런가? 그렇게 들으니까 인과응보 같기도 하네.

     

    비교적 허술하고 만만한 경비장치로 이루어진 상층부와 달리, 3계층부터는 악질범죄자들이 수감된 중층부 시설이기에 마법장치가 부쩍 눈에 들어왔다.

     

    -3계층은 분위기가 다르네.

    -백만 포인트 이하, 구금 1000일 이하의 본격적인 범죄자들이 수감되거든요! 저학년 살인자, 대규모 사기 치사사건 주범, 상급마법 남용자, 실험재료로 납품된 마나를 지닌 중소형 범죄조직의 강자들이 주로 갇힌다고 생각하면 되어요!

    -…진짜 나쁜 놈들이잖아?

     

    차가운 눈으로 감옥 안을 흘겨보며 걷던 이슈타르가 도중에 걸음을 멈췄다.

     

    -저거 좀 익숙한 죄수 같은데?

    -헉, 정말이다!

     

    981기 동기들이라면 누구나 잊을 수 없는 선배가 4인실 하나에 짱박혀 있었다.

     

    “혹시 계약사기꾼 선배 아니세요?”

    “…다크프린세스? 술통 안에서 뭐 하는 거냐?”

    “그러는 선배님은 거기서 뭐하세요?”

     

    벨로카시오 선배가 오만상을 찌푸리며 한탄했다.

     

    “편입생들이 학생회에 들어가서 실적 좀 내겠다고 정보를 수집하더니 그대로 날 학생회에 찔렀다. 나쁜 녀석들. 걔들한텐 아직 한 번도 사기 친 적 없는데. 진짜 나쁜 녀석들.”

    “…”

     

    -자업자득 아니야?

    -맞는 것 같아요!

    -그냥 가자.

     

    관심을 잃은 이슈타르가 걸음을 재촉해서 데굴데굴 술통 채로 옆으로 굴러서 따라가려는데, 벨로카시오가 급히 나를 불러세웠다.

     

    “잠깐!”

    “잠깐이라고 말하면 멈춰 서는 것이 인지상정! 좋은 거래 제안이라도 있으세요?”

    “너흰 뭔데 간수도 없이 학생 둘이서 감옥 안을 돌아다니는 거지?”

    “견학 중이에요!”

    “그런 수상한 차림으로 견학하는 학생이 있을 것 같냐! 당장 포인트를 내놔. 내가 여기서 풀려나기에 충분한 포인트를 내놓지 않으면 간수를 부르겠어!”

    “…”

     

    이슈타르가 굉장히 불쌍한 녀석을 발견한 눈으로 벨로카시오 선배를 바라보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강제 탈옥수가 될 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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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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