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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06

        

       부우웅-!

         

       픽업트럭이 달린다.

       미국의 마초다움을 그대로 담은 날것의 디자인은 수많은 짐들을 싣고 있었고, 무표정한 표정을 하는 사람을 태운 채 빠르게 달린다. 외딴곳에 세워진 어딘가 음산한 분위기의 주유소를 지나치기도 하고, 오줌 지린내가 가득 풍기는 더러운 화장실이 있는 주유소를 지나치기도 한다.

       무거워 보이는 짐들을 싣고 픽업트럭은 달리고 또 달린다.

         

       여행을 가기라도 하는 것일까?

       캠핑이나 서바이벌 관련한 취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타고 있는 것일까?

       도저히 도시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 방향으로, 인적이 드물고 점차 초록색과 갈색만이 보이는 자연의 색이 가득한 곳으로 픽업트럭은 달려간다.

         

       부아앙-!

         

       그리고 그 픽업트럭을 뒤따르듯 따라가는 것들.

       미국의 핏줄을 유영하는 적혈구라도 되듯, 거대한 몸체를 가진 화물트럭들이 줄지어서 뒤따른다.

       무슨 짐을 싣고 있는지 모를 그 거대한 트럭들.

       그 트럭들의 운전석을 본다면 픽업트럭에 타고 있는 이와 똑 닮은 무표정으로 운전대를 잡은 이를 볼 수 있으리라. 거기에 픽업트럭을 타고 있는 이처럼 라디오도 틀지 않고, 지루함을 달랠 수 있는 그 무언가도 없이 그저 운전에만 집중한 채 달리는 이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한밤중의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 이 무리의 공통점이었다.

         

       그리고 이 무리에게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면.

       짙은 선팅 때문인지 밖에서 운전석을 들여보려 하면 그 안이 쉽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인공적인 빛을 찾기 힘든 외진 도로의 새까만 어둠 때문에 거울처럼 변해버린 차창에 아무것도 비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치지 않는다.

         

       아무것도 비치지 않는다.

         

       새까만 밖.

       상대적으로 밝은 안.

       그렇게 차창은 약간 거울처럼 변해 안을 비추게 되었음에도…보이지 않는다.

         

       비치지 않는다.

       사람이 서 있는 자리에 사람이 보이지 않고, 마땅히 비쳐야 할 것이 비치지 않는다.

         

       어째서일까?

         

       어둠의 농도가 너무나 딱 맞아 유리가 거울처럼 변하지 않은 것일까?

         

       그렇지 않다.

       거울은 안을 비추고 있기는 하다.

       차의 시트를, 운전대를, 차 안에 있는 물건을 비추고 있다.

         

       다만 비치지 않는 것은 사람이라.

         

       운전대를 잡은 그 사람만큼은 유리에 비치지 않고 있었다.

         

       마치 거울에 비칠 모습이 없는 것처럼.

       운전대를 잡은 것은 허상이고 자신이 비치고 있는 것이 진실이라는 듯.

         

       부아아앙-!

         

       운전대를 잡은 이들은 무엇인가?

       사람인가 귀신인가?

         

       거울에 비치지 않는 허상에 가까운 귀신?

       그림자가 없는 사람?

         

       부아앙-!

         

       이들은 의문을 품은 채 달린다.

       한 방향으로.

       수많은 짐들을 싣고.

         

         

         

         

        * * *

         

         

         

       이르기를, 유황의 냄새는 썩은 달걀을 맡는 것 같다고 하였다.

       그 냄새는 빈말로라도 좋다고 하기는 힘든 것이라, 익숙하지 않다면 그 냄새에 절로 인상을 찌푸리게 되는 것이었다. 썩어버린 달걀에서 날법한 그 끔찍한 냄새가 코의 점막에 파고든 뒤 단단하게 달라붙고, 끈적하게 붙은 채 자리를 잡아 쉬이 떨어지려 하지를 않는다. 그 냄새는 아주 작은 틈새조차도 통과할 수 있어 코를 막아도 반드시 느껴지게 되고, 혀에서마저 그 냄새가 느껴지게 만들어 헛구역질하게 만든다.

         

       익숙해지면 그나마 낫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그것이 향유같이 좋은 냄새가 될 일은 없으리라.

       만약 그게 가능했다면 어찌 사악한 존재와 죄인이 뜨겁게 타오르는 지옥에서 유황의 냄새가 나겠는가?

         

       하지만 이 썩어버린 냄새가 고맙게 느껴질 때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온천에 몸을 담글 때였다.

         

       “….”

         

       몸을 담근다고 해도 녹거나 삶아지지 않을 딱 적당한 구덩이.

       그곳에서 재해술사, 케네스는 옷을 벗고 들어가 있었다.

       그의 몸은 주술의 부작용 때문에 한때는 탄탄했던 몸이 바짝 마른 장작처럼 변해 있었으며, 피부 곳곳이 짓물러 있었다. 거기에 미친 듯이 긁기라도 한 것인지 몸 곳곳에 딱지가 가득 있었고, 손톱자국도 잔뜩 있었다.

       거기에 스멀스멀 몸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소량의 피.

         

       도대체 무슨 병에 걸린 것인지 고약한 냄새를 풍기고 있는 그 피는 유황과 섞이며 한층 더 고약한 냄새를 풍긴다. 거기에 유황의 표면에 떠다니는 저 검은 점과 같은 것. 가까이 다가가서 본다면 분명히 벌레임이 분명한 그것들이 유황 온천의 열기를 이기지 못하고 픽 쓰러져 온천의 표면 위에 부유한 채 표류하고 있다.

         

       “…여행을 위해 방문한 이에게 말하기를 그대는 산 자의 육체를 가지고 있으니 그것을 입고자 하는 이가 적지 않을 것이라 경고하였음이라….”

         

       분명 안에 들어가 있는 케네스의 몸은 알몸인데.

       대관절 저 벌레들은 어디에서 나온단 말인가?

         

       참으로 기묘한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아니, 기묘한 걸로 따지자면 저 온천 안에 들어가 있는 것 자체가 기이하다고 할 수 있겠지.

       몸을 씻기 위함도 아니요 근육을 풀기 위함도 아니고, 몸 곳곳에 상처가 나 들어가 있는 것만으로도 따갑고 아플 것이 분명함에도 굳이 온천 안으로 들어가 고통을 감내하는 것만 보더라도 케네스가 하는 행동은 범상한 것이 아녔다.

         

       고통.

       저 재해술사의 얼굴에서는 분명 그 고통의 편린이 보인다.

         

       정신과 육체는 같으면서도 다른 법이라.

       연결되어있다고 할지라도 밖에 내보이는 모습이 다를 수도 있는 것이라.

       그리하여 정신은 고통을 너끈히 감내하고 있다고 하여도, 육신은 어쩔 수 없이 그 고통에 반응을 보이곤 하는 것이다.

         

       얼굴의 근육이 푸들푸들 떨리기도 하고, 몸 곳곳이 자신도 모르게 경련하거나 움직이기도 한다. 상처에서 피가 배어 나오기도 하고, 짓무른 피부에서 벌레가 밖으로 기어 나올 때는 눈살이 절로 찌푸려지기도 한다.

         

       “유황에서 타오르는 이들은 뱀의 혓바닥처럼 넘실거리는 불꽃을 지나기를 망설이지 아니하며 그대에게 손을 뻗은 뒤 그 육체를 입고자 할 것이며, 뾰족한 창에 찔리고 고통에 몸부림치는 죄인들은 세 치 혓바닥으로 그대를 자신과 같은 고통을 겪게 하도록 그 어떠한 일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아, 질투여. 탐욕이여. 질시와 그 모든 죄악이여….”

         

       고통이 엄습한다.

       몸 안쪽에 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 같은 그 끔찍한 고통.

       간지럽고, 따갑다.

       피부를 들어내고 근육을 찢어발기고 그 안에 거칠게 손가락을 집어넣고 한껏 휘젓고 싶은 충동이 인다. 그러면서도 중간중간 신경을 강인하고 날카로운 턱으로 갉아 먹기라도 하는 듯한 고통이 중간중간 느껴지기도 한다.

         

       만약 정말로 피부 아래에서 벌레가 나오지 않았더라면 주술의 대가가 참으로 크다고 여겼을 것이다. 대상포진이 신경절까지 침범하여 끔찍한 고통을 주었다고 생각하였을 것이고, 어떤 희소병이 생겨 그의 수명을 갉아먹고 감당키 힘든 고통을 주었다 그렇게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그것보다는 덜 무겁되 끔찍하기 짝이 없는 것이라.

         

       아, 피부 아래에 벌레가 실제 있을 줄은 누가 알 수 있었으랴?

         

       “그리하여 안내인이 말하기를 이곳에 유황이 있으니 그것을 뒤집어쓰도록 해야 할 것이라. 죄인에게는 유황의 냄새가 뼈부터 머리카락 한 올까지 배이지 아니한 곳이 없으니 이 역겨운 냄새가 그들을 구분하는 방법인지라, 눈알이 불에 타들어 간 죄인조차도 이 선명하게 맡을 수 있는 유황의 내음으로 산 자와 죽은 자를 구분한다고 하였음이라. 그리하여 여행자는 유황을 몸에 끼얹고 안내인을 따라 깊은 지옥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되었나니. 아, 그리하여 여행자는 유황을 망토처럼 둘러 죄인과 같은 냄새를 품은 것이로다…! 그 순간 여행자는 죄인과 다르지 않은 몸이 되었음이로다. 혹은 어쩌면 원래부터 그리하였을지도 모른다.”

         

       케네스는 유황 온천 안에서 눈을 감은 채 고통을 감내하며 주언을 계속해서 읊었다.

       주언을 외울 때마다 그의 피부 곳곳이 갈라지며 피가 줄줄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피 안에 후추처럼 박혀있는 벌레들이 배를 까뒤집은 채 온천 위에 둥둥 떠다녔다. 그리고 피가 빠져나간 만큼 그 빈자리를 채워야 한다는 듯 유황 온천의 물이 생채기의 안으로 조금씩 스며들었고, 마치 칼집을 내고 양념을 잘 배이게 하는 것처럼 그의 몸에서 유황의 냄새가 짙게 풍기기 시작했다.

         

       산채로 유황에 절여지는 것만 같은 모양새였으니.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이 틀림이 없다.

       거기에 뜨거운 열기에 이미 새빨갛게 변해버린 피부였기에 더더욱 그러하였다.

         

       하지만 고통스럽다고 하여 어찌 생명을 놓을 수 있겠는가?

         

       케네스는 아직 할 일이 있었다.

         

       재해를 막아야만 한다.

       끔찍한 재앙을 막아야만 한다.

         

       그는 그 사명감에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신께 부여받은 그러한 사명이 있기에 기꺼이 고통을 감내할 수 있었다.

         

       아.

       재앙.

       그 거대하고도 끔찍한 그것이여.

         

       자연의 가벼운 손짓은 태풍이 되어 수많은 사람에게 비극을 불러오고, 자연의 재채기는 토네이도가 되어 많은 생명과 많은 터전을 흔적도 찾아볼 수 없게 만든다. 솟구치는 쓰나미는 육지의 것을 바다로 집어삼킨다.

       하지만 이 모든 재앙 중에 으뜸은 바로 화산이라.

         

       불을 뿜어내며 재로 만들고, 용암을 쏟아내며 모든 것을 삼키고, 끔찍한 구름을 토해내며 모든 것을 박살 내고 돌처럼 굳힌다. 풀풀 솟아나는 연기는 하늘을 가리고 농작물이 자라나지 못하게 하여 수많은 이들이 굶주림에 고통스러워하게 만든다. 거기에 그 세기에 따라 그 범위는 점점 늘어나고, 세계를 멸망시킬 수 있을 정도의 영향력까지 끼치는 것이니.

         

       아, 이러니 어찌 자연이 주는 재앙 중 으뜸이 화산이 아니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렇기에 그는 이 자리에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모든 고통을 감내하는 것이다.

       모든 고통을 감내하고, 죄악을 저지르고, 폭력을 행사하면서도 이 재앙을 막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책을 원하였던 것인데.

         

       “…마도서가 있었어야 했는데.”

         

       신문에서 얼핏 보았던 그 마도서.

       미국 곳곳을 찾아다니고, 인맥을 통해서 구하고자 했음에도 손에 들어오지 않았던 그 마도서.

         

       “모세 6경….”

         

       제대로 만들어진 모세 6경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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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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