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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06

       

        

        

        

        

        

        

        

       “이 무슨, 말도 안 되는…저게 어떻게 가능한 일인지.”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카앙!

        

        일순간 터져나온 섬광과 거의 동시에 터져나온 굉음. 철과 철이 맞부딪히며 생겨난 충격파, 아주 느리게나마 수복되기 시작한 오른팔까지.

        

        메카 비얌들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던 전원이 입을 떡하니 벌린다. 입이 다물어질 리가 없었다.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는 이들은 넓은 경기장 한가운데에서 각자의 일에 열중하고 있는 유진 및 그녀의 관계자들 뿐이었다. 

        

        그리고 거기에 한 명 더.

        

        

        

       “…놀랍지 않으십니까, 장군님?”

        

       “놀랍지 않을 리가 있겠나. 단지 조금 더 다른 방면에서 생각해보고 있을 뿐이네.”

        

        

        

        해당 기체의 출력은 어느 정도인지, 펀치력이 얼마나 나오는지, 혹은 방금 보여준 행동이 의미가 있는 것인지.

        

        엄밀하게 말하자면, 현실에서 저 정도의 파괴력을 낼 수 있는 공격을 필요로 하는 영역은 극단적으로 좁았다. 그나마 현실성이 있는 것이라면 도어 브리칭을 맨몸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것 정도일까 – 그러나 시각적 충격은 언제나 이성보다 앞서는 법이었다.

        

        달려오는 덤프트럭조차 정면에서 으깨버릴 수 있을 정도의 파괴력. 그것을 주먹이라는 작은 타격점에 집중하여 총탄에 준하는 속도로 내질렀을 때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고, 그 광경이 벌어지기 몇 초 전에 머리를 스쳐지나가던 생각을 깡그리 날려버렸다.

        

        

        

       “…이번 엑스포에서 이카루스가 과연 어떤 저의로 이러한 광경을 보여준 것일지.”

        

       “어쩌면 출사표일지도 모르겠군요. 이카루스 다이나믹스를 앞으로 따라잡을 수 있는 기업이 나올 수 없게끔 못을 박아버린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은 가장 온건한 방식의 시위일지도요. 세상의 변화를 선도하기 위해 키를 잡은 게 아닐지.”

        

       “음….”

        

       “무언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라도 있습니까, 스펜서 장군?”

        

       “현직에 있는 장성의 고견을 듣고 싶군요. 괜찮다면 이야기를 들려주시지 않겠습니까?”

        

        

        

        턱을 쓰다듬으며 얕은 침음성을 흘리던 스펜서의 옆에 있던 이들이 한 마디씩 덧붙였다.

        

        흉중에 품고 있는 생각과는 반대로, 이미 쌓일 대로 쌓인 그의 인생 경험은 순식간에 그럴싸한 말을 지어내고, 저들이 듣고 싶은 말을 들려준다. 진지한 이야기를 논하는 것도 아니었고, 분위기를 맞추기 위해 생각나는 대로 말하는 것은 그닥 어려운 일은 아니었으니.

        

        물론, 이는 다시 말해 마음 속으로는 다른 것을 생각하고 있다는 소리.

        

        그리고 다른 세계의 기억을 보유하고 있는 스펜서의 판단으로 미루어봤을 때, 이는 아까 다른 이들이 말했듯 시위나 출사표 같은 것이 아니라….

        

        

        

       ‘…그냥 자기 딸내미들이 얼마나 잘났는지를 대놓고 자랑하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만….’

        

        

        

        당연하겠지만, 딸내미라는 소리를 유진의 입 앞에서 대놓고 뱉었다가는 그닥 좋은 일이 벌어지지는 않겠지. 그렇기에 생각으로 끝난 것이 아닌가.

        

        아무튼 남들이 무어라 하건 말건, 라운지를 덮은 강화유리창 밖에서는 여전히 테스트가 이뤄지고 있었다. 팔이 꽤 너덜너덜해진 진은 유진이 새로 가지고 온 팔로 교체하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갈라진 합금 내피 안에 있는 금속섬유-근육이 이리저리 끊어진 상태였으므로.

        

        다음은 레인의 차례였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쪽에 집중하고 있었지만, 스펜서를 포함한 이들은 신속한 오른쪽 팔의 교체에 더 주안점을 두고 있었다.

        

        

        

       “손상 부위의 모듈화를 통한 교체라, 군용 물품에 있어서 필요한 부분을 잘 짚었군….”

        

       “뭔가 말하셨습니까, 스펜서 장군?”

        

       “아닙니다. 계속 보시지요.”

        

        

        

        미국 본토가 아닌 타국 같이 인프라가 극도로 부족한 지역은 물건 하나하나를 오래 사용할 수 있어야만 하고, 동시에 손상이 발생했을 시 신속한 대응도 할 수 있어야만 한다 – 그리고 전방에 보이는 해당 기체들은 그 두 개의 조건을 아주 훌륭하게 충족하고 있었다.

        

        기준을 충족하다 못해 아예 압도적일 정도로 넘어버린 내구성과 반영구적인 동력원, 모듈화까지. 엑스포가 아니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온 입장이었더라면 당장 도장을 찍었으리라. 실로 목구멍에서 손이 나올 정도로 가지고 싶은 물건이었다.

        

        

        한편, 그러는 와중 테스트의 대상은 강철 벽에서 휴머노이드로 넘어가고 있었다.

        

        실제 냉병기를 든 휴머노이드가 이리저리 무기를 휘두르지만, 그것을 휙휙 하고 잘도 피해내는 진과 레인. 주먹이 한 번 내질러질 때마다 300kg에 달하는 몸체의 바나듐 합금 로봇이 지면을 몇 번이고 구른다.

        

        내충격성과 내진동성이 한참이나 강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외피가 주먹 모양으로 찌그러질 정도의 타격력. 그리하여 전투가 시작된 지 고작해야 5분도 되지 않아, 상대 휴머노이드는 허용 이상의 타격을 받고는 그 자리에서 고꾸라진다.

        

        기체 곳곳에서부터 보이는 교통사고라도 당한 것마냥 함몰된 자국. 목은 반쯤 뽑혀진 채 덜렁거렸고, 관절이 반대 방향으로 박살나있거나, 혹은 돌아간 곳도 있었다.

        

        

        

       “타격력은 손색없을 정도로군. 저 정도면 일반적으로는 접근할 수 없는 험지도 문제없이 극복 가능하겠어.”

        

       “설령 발을 헛디뎌 넘어지더라도 손상은 없겠지요.”

        

       “그렇지.”

        

        

        

        물론 아예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긴 했다.

        

        대표적으로는 과도한 무게와 꼬리의 유무, 가동할 때 나는 소음량, 푸르게 빛나는 기체 특유의 색상 정도가 있겠지만, 첫 번째와 두 번째 문제를 제외한다면 그닥 큰 문제도 아니었다. 애시당초 이번 엑스포는 군납용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었으니.

        

        

        시간이 서서히 흐르고, 오후 8시를 향해 수렴하기 시작했다.

        

        다시 말해 길고 길었던 엑스포의 첫날이 끝나가고 있음을 의미했고, 유진과 그녀의 딸내미 취급을 받는 진과 레인, 그리고 마브 역시도 별다른 인사 없이 시설 내부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사전에 녹음해놓은 듯한 안내 방송이 나가는 순간, 스타디움 내부에 있던 사람들이 적당히 타이밍을 맞춰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낼 뿐.

        

        그것을 들은 유진과 세 기체는 허리를 꾸벅 숙여 환호성에 답했고, 박수가 잦아듬과 동시에 사람들이 왔던 길을 그대로 돌아 퇴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그냥 갈 생각은 없었다.

        

        자리에서 일어선 스펜서 대장이 주변에 있던 전속부관들에게 덧붙였다.

        

        

        

       “먼저 들어가있게. 저 친구들과 담소 좀 나누다 가지.”

        

       “…스타디움 외부에서 대기하겠습니다. 변고가 생기면 언제든지 말씀해주십시오.”

        

       “그리 걱정 말게.”

        

        

        

        강화유리 벽면이 사라짐과 동시에 라운지에서 스타디움으로 내려갈 수 있는 길이 개방되고, 그는 유리문을 열고는 계단을 차례차례 내려간다.

        

        라운지의 정적인 공기와는 다른 미지근한 공기, 아직 퇴근하지 않은 세 기의 메카 유진과 오리지널 유진까지. 사람이 우르르 빠져나가고 있는 와중에도 딱히 아랑곳하지 않고 본연의 자세에 열중한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가 궁금하긴 했지만 신경쓸 필요는 없었고, 그는 스타디움 한복판으로 가는 길을 가로막고 있는 문 옆에 달린 호출 버튼을 눌렀다.

        

        삑 하는 소음과 함께 유진이 문이 있는 방향을 돌아보았고, 그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 문이 열린다.

        

        

        오늘 열광의 주역들이 그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날도 추운데 나오셨어요.”

        

       “아직 정정한 몸일세. 너무 무시하지 말게나.”

        

       “하하, 농담입니다.”

        

       “뭐어, 이렇게 직접 내려온 이유는 별 건 아니네.”

        

        

        

        그와 동시에 스펜서는 유진의 등 뒤를 힐끔 쳐다보았고, 이내 입을 열어 물었다.

        

        

        

       “원래 저런…여분의 추진력을 이용한 가속은 없었던 걸로 기억하네만. 언제 저런 기능을 추가했나?”

        

       “추가는 아니고 원래 있었습니다. 쓸 일이 없었던 것뿐이라…본래라면 거의 대부분의 에너지가 테일 웨펀을 가동시키기 위해 쓰이는 터라 그렇습니다. 반대로 지금은 그게 없어서 에너지가 남아돌고 있는 시점이고….”

        

       “아하, 무슨 소리인지 알겠군. 그럼 테일 웨펀은 언제 달 예정인가?”

        

       “그, 그건….”

        

        

        

        유진이 당황하고, 스펜서 장군은 껄껄 웃는다.

        

        같은 기억을 공유하고 있기에 가능한 대화들.

        

        남들은 결코 들을 수 없는 내용을 남들은 결코 들을 수 없는 자리에서 논한 이들은 이런저런 주제로 대화를 시작했다. 그 길이가 그닥 길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10분 즈음이나 지났을까, 어느덧 거의 전부가 스타디움에서 빠져나갔을 즈음 이어지는 말.

        

        

        

       “그럼 이제 슬슬 가봐야겠군. 내일 있을 질의응답 시간이 벌써부터 기대되는구만.”

        

       “하하, 그건 제가 하는 일은 아니니까요. 메카 막내들이 알아서 잘 답해줄 겁니다. 그렇지요?”

        

       “으엑….”

        

       “이럴 줄 알았으면 자중할 걸 그랬습니다.”

        

        

        

        물론 이미 성대하게 저질러버린 시점이었다.

        

        그 와중 저 멀리에서부터 쪼르르 달려온 나스티가 덧붙였다.

        

        

        

       “처음에는 부러웠는데, 안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뭐어,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네요.”

        

        

        

        나스티 의문의 1승.

        

        때로는 늦게 태어났기에 얻을 수 있는 이득도 있는 법이었다.

        

        엑스포 첫 날은 그렇게 저물고 있었다.

        

        

        

        

        

        

        

        

        

        

        

        

        

        

        

        

        

        

        

        

        

        

        

        

       “아니이이, 그러니까. 내가 그 주변에 있었다니까? 진이 갑자기 온 몸에서 불을 뿜더니 꾸앙! 하고 벽을 때렸다고. 그랬더니 벽이 통째로 찌그러졌다니까 그러네.”

        

       “야야, 쟤 했던 얘기 또 한다. 술 취한 사람은 얌전히 내보내야지.”

        

       “놔아아! 내 얘기 아직 안 끝났거든!”

        

       “아유. 저도 가만히 있는데 왜 민아만 이래요, 진짜.”

        

        

        

        그로부터 며칠 후, 한국.

        

        한창 전 세계가 미국에서 열린 엑스포의 여파로 바쁠 무렵, 이제는 합법적으로 SSM의 프로게이머이자 파이널 챔피언십 랭커라고 자칭할 수 있는 하모니를 비롯하여, 얼마 전 AP 본선에 참여한 국가대표 전원이 다이스의 집에 모였다.

        

        이유는 거의 대동소이했다. 한국의 신년 풍습을 그닥 따를 필요가 없는 다이스와는 다르게, 아주 거한 성과를 들고 온 프로게이머들은 설날이라는 명목으로 모인 대가족들로부터 쏟아지는 질문 퍼레이드를 일일이 견뎌낼 수 없기 때문이었다.

        

        핑계도 다양했다. 이번 년도에 있을 새로운 경기를 준비하기 위한 디브리핑을 위해 하루이틀 정도 본사에 들려야만 한다느니, 연봉 협상이라느니-그리고 당연하게도, 이런 핑계 아닌 핑계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리고 성공적으로 거짓말을 한 이들은 무사히 다이스의 집에 도착, 근황 토크를 겸한 술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아니, 근데 너희들 언제 메카비얌 보러 갔었냐? 이걸 우리만 빼놓고 봐? 진짜 너무하네.”

        

       “좀 더 적극적으로 요구했어야지. 다음에 갈 때 한 번 물어봐줄까?”

        

       “아냐, 됐어. 어차피 반 년 안에 한국에서도 하신다면서.”

        

       “확인. 너희가 거절한 거야.”

        

       “잠깐만. 그렇게 말하니까 갑자기 탐나는데, 그냥 할래.”

        

        

        

        테이블 위에 쌓여있는 다양한 종류의 술병, 그보다 훨씬 많은 안주들.

        

        다섯 명은 옹기종기 모인 채 나란히 앉아있었고, 정면에 보이는 화면을 안건 삼아 떠든다. 스크린에서는 정장을 입은 한 장년 남성이 화면을 보며 차분하게 무언가를 설명하는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이카루스 인터내셔널, 수많은 계열사를 총괄하는 거대한 컨트롤타워. 그 컨트롤타워를 총지휘하는 부사장이자, 이들의 지인이기도 한 유진의 아빠 되는 사람. 그가 화면 너머에서부터 프레젠테이션을 직접 소개하고 있었다.

        

        다크 존 2.0. 후속작이라기보단 대대적인 업데이트에 가까운 그 내용은 알코올에 푹 적셔진 채 종종 길을 잃고 방황하던 다섯 명의 정신을 돌아오게 만드는 이정표였다.

        

        

        

       “…그러고 보니, 저것도 메카 비얌들만큼이나 말 많이 나오더라.”

        

       “근데 까놓고 말해서, 저건 그냥 PVE 컨텐츠 대폭 늘리겠다는 소리 아니야? 지금도 너무 많아서 어지럽든데. 나도 처음에 PVE 뭐부터 손대야할지 몰라서 PVP로 넘어간 거거든.”

        

       “…진심? 그냥 그렇게 AP 입문했다고?”

        

       “아니. 다들 그렇잖아. 그냥 한 번 잡아봤더니 생각보다 할 만해서 올라온 거 아니었어?”

        

        

        

        갑작스럽게 이야기가 샜지만, 주요 안건은 그것이었다.

        

        다크 존 2.0. 미국 뿐만이 아니라 전세계를 무대로 삼는다는 스토리의 확장이 바로 오늘의 주요한 내용이었다.

        

        반쯤 춘추전국시대가 되어버릴 예정인 중국과 영토의 자주권을 반쯤 상실한 러시아가 세계 무대에서 퇴장하는 사이, 거의 10억 명 가까이 죽었음에도 어떻게든 나라를 사수하는 데 성공한 남아시아가 반쯤 강제로 하나로 뭉쳐 동남아시아 및 중국 일부를 침공.

        

        한편 특유의 기후와 자연환경으로 인해 다른 곳보다 비교적 덜 피해를 입은 중동의 화약고가 일제히 타오르는 사이, 그나마 살 만한 중앙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새로이 아프리카 연방이 탄생한다.

        

        그러는 와중 북유럽 쪽에서는 아무리 보아도 사람이 운용하는 물건은 아닌 것처럼 생긴 미확인 병기가 덴마크를 거쳐 독일의 함부르크로 나아가고 있다고 하며, 남아메리카는 브라질을 중심으로 새로운 나라가 탄생할 예정이었다.

        

        

        

       “…진짜 다크 존 세계관은 어쩜 이렇게 불행만 가득하냐.”

        

       “아니. 근데 말만 들으면 무지 재밌어보이는데…이러면 어디어디에서 싸움이 벌어지려나 모르겠네. 일단 남아시아 쪽인가? 미국 입장에선 중국이랑 러시아한테 받아내야 할 게 많은데, 거길 건드린 거잖아.”

        

       “그렇겠지. 어디 보자, 세계지도가…인도 옆에 방글라데시랑 미얀마 있고, 그 다음부터 바로 중국 땅이네. 그쪽으로 밀고 들어가나본데?”

        

       “야야, 화면 봐봐. 뭐 쏜다.”

        

        

        

        그와 동시에 다섯 쌍의 눈빛이 다시금 화면을 향하는 가운데, 일본 요코스카 및 부산항에 주둔하던 미 함대가 수십 발 가량의 중거리 탄도탄을 발사하는 광경이. 이들의 눈에 잡혔다. 당연하게도 모조리 레이저 수소폭탄이 들어있는 물건이었고.

        

        적의 반격은 불가피했으나, 한국 땅은 진즉 어마어마한 숫자의 대탄도탄 미사일 포드와 레일건, 요격용 레이저 무기로 뒤덮인 시점. 수백 발에 달하는 탄도탄은 전부 허공에서 으깨져 사라진다.

        

        그 순간 화면은 한국의 강원도 상부를 조명했고, 거기에는 수없이 얽힌 산맥을 엄지손가락으로 지긋이 눌러 만든 듯한 원형의 공간이 존재했다.

        

        지름만 6km에 달하는 거대한 원과 그 안에 존재하는 여섯 개의 거대한 대포. 마치 리볼버의 탄창을 연상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거기 있었다 – 거대한 레일건 요새였다.

        

        

        

       “…저, 저게 뭐시라냐?”

        

       “설명 뜬다. 모든 종류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강원도에 건설된 요새라고 하는데…진짜 이걸 대단하다고 해야만 할지.”

        

        

        

        정식 명칭은 요격기지 판옵티콘.

        

        어울리다고 해야만 할지 섣불리 말하기가 뭐한 이름이었지만, 적어도 미국이 넋 놓고 타국이 깝치는 것을 보고 있을 생각은 전혀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 외에도 이런저런 설명이 이어지긴 했지만, 어느덧 다시 정신을 차린 이들이 덧붙였다.

        

        

        

       “뭐어, 난 모르겠다. 나중에 유진 씨가 같이 하자고 하면 하는 거지, 뭐. 새 메카 유진이나 나왔으면 좋겠다.”

        

       “아, 그거 완전 동감.”

        

       “이번에는 뭘로 나오려나? 그러고 보니, 지난 번 이벤트 매치에서는 막 꼬리에 초음파 병기 같은 거 단 것도 나오든데, 중력조작병기는 몰라도 그 정도는 가능성 있을지도.”

        

       “아니, 근데 너무 유진 씨만 나오면 이상하잖아.”

        

       “그럼 메카 상어?”

        

       “아아니이, 그런 게 아니라….”

        

        

        

        어쩐지 갑작스럽게 귀에서부터 재생되는 ‘우후후후훗….’하는 기묘한 웃음소리와 함께, 오늘 다이스의 집에 모인 이들은 마치 짜기라도 한 것마냥 주변을 힐끔 둘러보았다가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나오는 건 나쁘지 않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또 나오면 ‘또?’라는 반응이 안 나올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 그리하여 그저 미래의 궁금증으로 남겨둘 수밖에. 게다가 유진은 선을 철저하게 긋는 타입이었고, 알려달라고 해도 절대로 알려주지 않을 확률이 높았으니.

        

        그리 생각하며 다이스가 덧붙였다.

        

        

        

       “PVE라면 몰라도, AP는 뭐…그냥 나중에 저기 바탕으로 맵이나 몇 개 새로 나오겠지. 아니면 인게임 스킨이라든지.”

        

       “대거 팀은 또 나오려나?”

        

       “글쎄다….”

        

        

        

        결론은 나지 않았지만 상관은 없었다.

        

        언젠가 필요할 때면 유진이 그들을 부를 확률이 높았고, 부름을 받은 사람들은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한다면 거절할 이유도 필요도 없었으므로.

        

        

        

       “아무튼 그건 그렇고, 그럼 나도 이따가 한 번 가봐야겠다. 근데 여기 접속기 여분 있냐?”

        

       “어, 나는 내 것밖에 없는데. 유진 씨네 집에 한 두어 개 정도 더 있을 수도 있겠지만….”

        

       “아이씨, 이 근처에는 접속기방도 없을 텐데. 환장하겠네….”

        

       “지금 택시 타고 SSM 숙소 잠깐 다녀올까?”

        

       “야간할증 오지게 붙을 텐데, 아…아이씨, 그냥 내일 갈란다.”

        

       “일단 유진 씨한테 물어나 볼게.”

        

        

        

        그리하여 다이스는 드물게 직접 손가락을 놀려 유진에게 메시지를 보냈고-

        

        

        

        

        

        

        

        

        

        

        

        

        

        

        

        

       “…아이구.”

        

       “편하게 받게. 중요한 일인가?”

        

       “조금 이따가 받으면 되니 괜찮습니다. 아무튼 이곳은 저 건너편에서 나오는 시나리오처럼 세상이 흘러가지 않아 다행이로군요.”

        

       “이 자리에 앉아있는 나로서는 생각보다 저 시나리오가 설득력이 있어서 무섭군.”

        

        

        

        한편, 센트럴 파크 HQ.

        

        유진은 이카루스 인터내셔널의 집필 작가들이 혼신의 힘을 기울여 작성한 다크 존 2.0의 시나리오를 가지고 헨리와 토론 아닌 토론을 진행 중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천기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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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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