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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07

    <607 – 맛있는 연계퀘스트(31)>

     

    마침내 간수를 발견한 이슈타르가 득달같이 달려들어서 간수를 때려눕히고 옷을 뺏었다.

     

    “윽. 냄새나.”

    “남자 옷을 입으니까 그렇죠!”

    “여자 간수가 나오지 않았으니 어쩔 수 없지.”

     

    이슈타르는 주어진 여건에 만족하지는 못했지만, 불만족스러운 여건을 개선할 마법능력을 지녔다.

     

    “클린.”

     

    저위계 생활마법을 이용한 즉석 의류 세탁 및 건조마법!

    숙련도가 얼마나 높은지 찌든 때와 묵은 때, 수프 얼룩까지 말끔히 지워졌다.

     

    “우왕. 생활마법 숙련도가 왜 그리 높아요?”

    “용사는 원래 모험을 하니까 노숙도 많이 해.”

    “마을이나 도시에서 대접도 받잖아요.”

    “진짜 악질 범죄자들은 사람들이 모인 거주구역에서 우두머리의 자리를 차지하고 농민들을 핍박하거나 착취하고 다녀. 순순히 대접받고 의복이나 무기를 맡겼다간 빈털터리가 되어서 붙잡히고 용사의 모험은 진즉에 끝났어.”

    “이슈타르도 고생이 많으셨구나!”

    “…이걸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재단의 아가씨인 너한테 이해받을 줄은 꿈에도 몰랐네.”

    “제가 머 어때서요?”

    “너희 재단도 용사 어떻게 해보려고 안달이 난 나쁜 놈들 중에 하나니깐.”

     

    저런.

    못된 재단파파 때문에 이슈타르가 마음에 상처를 입고 단단히 경계하나 보다.

    나중에 혼내줘야지!

     

    “그 한참 담화를 나누는 중에 미안한데 난 이만 풀어주면 안 되냐…?”

     

    눈치를 보며 점점 걸음이 뒤로 처지던 벨로카시오 선배에게 채운 목줄을 단단히 거머쥐었다.

     

    “선배가 분명 자신의 의지로 저희에게 직접 말했잖아요? 대감옥에서 풀려나고 싶다고요!”

    “포인트 달라고 했지 언제 탈옥시켜달래?!”

    “으휴, 이래서 뉴비들이란. 물고기를 잡는 법만 알려주면 어떡해요? 다시 감옥에 수감되면 포인트가 없어서 또 쫄쫄 굶으면서 지낼 텐데. 제가 없어도 언제라도 탈옥할 수 있게 탈옥루트도 교육시키고 함정도 주입시키고 그래야죠.”

    “그런 배려 필요 없어! 앞으론 착하게 살 거니까 다시 갇힐 일도 없다고!”

    “네에? 벨로카시오 선배가 착하게 굴면 저희 아카데미의 계약사기꾼은 누가 해요? 아무리 초반빌런이라도 그렇지 이러면 빌런할당제를 채우지 못하잖아요! 좀 더 자신의 역할에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주세요!”

    “도대체 무슨 개풀 뜯어먹는 소리야? 빌런할당제가 왜 필요하고, 설령 필요하다고 해도 그걸 니가 왜 챙기는…”

     

    벨로카시오 선배가 흠칫 놀랐다.

     

    “선배?”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흐음? 갑자기 고분고분해졌네요?”

    “그냥 좀 주제 파악이 됐을 뿐이야.”

    “별일 아니라면 다행이고요!”

     

    목줄을 당기지 않아도 알아서 걷는 벨로카시오 선배의 태도는 긍정적인 신호였다.

     

    “그럼 이제 좀 빠르게 가도 되죠?”

    “그래.”

     

    순순히 협력해주셔서 다행이다.

    안 그래도 바쁜 처지에 너무 느긋하게 걸어 다닌 것 같아서 신경 쓰이던 참이었다.

    빠른 걸음을 달리기로, 달리기를 질주로, 질주를 고속질주로 허들을 올리며 슬슬 구르기로 진입하려는데 갑자기 뒤에서 다급한 외침이 들렸다.

     

    “시발 살려줘!! 그만, 그만 빨리 뛰어!!!”

    “으휴. 벌써 3학년이면서 이속이 그렇게 느리면 어떡해요? 월반한 후배랑 동기가 된 것도 모자라서 이속까지 지면 선배 실격 아닌가?”

    “선배 실격할 테니까, 제발 좀, 천천히 뛰어!! 목줄을 풀든가!!”

     

    이제는 같은 3학년인 빌런이 이렇게 약해빠져서야 나까지 덩달아 체면이 상한다.

    아무래도 3학년들 훈련부터 봐줘야겠어!

     

     

     

    * * *

     

     

    빌런.

    분란을 일으키는 존재.

    오크노디는 그런 존재에 할당제를 두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벨로카시오.

    계약사기꾼이라 불리는 자신에게 그녀가 조금 전 무어라고 말했는가.

     

    -아무리 초반빌런이라도 그렇지 이러면 빌런할당제를 채우지 못하잖아요!

     

    초반빌런이라고 말했다.

    마치 작년에는 자신이 허용했기에 계약사기꾼 노릇도 잠시나마 할 수 있었다는 것처럼.

     

    ‘빌런을 유지하고, 초반과 중반, 후반을 모두 안배하고, 아카데미의 위기를 자신이 조절하는… 이건 말로만 듣던 재단이나 할법한 짓 그 자체…?’

     

    문득, 조금 전 4인실에서의 기억이 떠올랐다.

     

    -겸사겸사 같이 나오실래요?

    -아니, 우린 감옥이 좋아.

    -포인트 줄 테니까 그냥 가줄래?

    -헉, 갑자기 역조공을? 너무 좋아요!

     

    같은 감방동기로 무용담을 자랑하던 선배들이 공손하게 두 손을 모으며 오크노디를 대하던 태도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대감옥을 누가 봐도 수상한 술통을 뒤집어쓰고 놀러 온 것처럼 돌아다니는 아이에게 겁을 먹는 선배들.

    같이 4인실에 남아봤자 선배들의 보복이나 당할까 봐 두려워서 나왔지만, 이제 보니 여우를 피해서 호랑이굴에 들어간 꼴이었다.

    심지어 그냥 호랑이도 아니고 사람 목에 올가미를 채우고 달리는 미친 애기 호랑이.

     

    “선배. 저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요!”

    “헉… 헉… 제발 그게… 내 체력을 고려하는 생각이길 바란다 시바…”

    “이왕 3학년을 단련하기로 한 거, 대감옥 안에 있는 3학년을 다 꺼내서 선배랑 같이 훈련을 시키면 어떨 것 같아요?”

    “뭐? 아니, 또 무슨 미친 짓을 벌이려고!”

    “별건 아니고요. 방금 저 위에서 누가 대감옥에 뚫어둔 구멍으로 진입을 한 것 같아서요. 저희 지금 추적을 당하고 있는 기분이 들거든요?”

    “아니 미친 탈옥이 시작하자마자 들킬 위기야?”

    “그러니까 다른 선배들도 잔뜩 모아서 이쪽의 전력을 메챠쿠챠 올리면 좋지 않을까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오크노디의 다크프린세스 행동에 무서움을 느끼고 벌벌 떨던 벨로카시오였지만, 이미 탈옥 사실이 드러나기까진 초읽기임을 깨닫고 나니 억울한 기분이 샘솟았다.

    나만 나쁜 놈도 아니고 나보다 더한 인간들도 잔뜩 있는데 왜 나만 불행해야 하지?

     

    “그거 아주 좋은 생각이네. 아예 눈에 보이는 죄수는 다 풀어버리지, 그러냐? 추적자나 간수가 죄다 그거 막으러 달려갈 텐데.”

    “와! 선배도 같은 생각 하셨구나? 제가 구한 선배가 벨로카시오 선배라서 다행이에요! 설마 그렇게 적극적으로 나서실 줄은 몰랐어요!”

     

    혼자 걸리는 탈옥 시도는 세상이 원망스럽고 죽고 싶어지지만, 모두가 함께 걸리는 탈옥 시도는 소속감도 느껴지고 괜히 가슴도 뿌듯해진다.

    나만 불행해지지 않고 모두가 함께 불행해졌다는 글러먹은 안도감이 차오르는 벨로카시오!

     

    “자, 선배. 풀어줄 다른 죄수분들에게 계약서를 작성해주세요! 감옥에서 풀어주면 투항하지 않고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해서 저항하면 순순히 감옥문을 열어준다는 계약이에요!”

    “좋다. 종이랑 펜만 주면 원 없이 작성하마.”

     

    벨로카시오는 즉시 계약서를 작성했다.

    그러나 죄수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우리가 바보도 아니고 그런 계약을 왜 하냐?”

    “인생 니 혼자 망해.”

    “탈옥할 실력이 있으면 애초에 학생회한테 범죄를 들키지도 않았지.”

     

    쓸데없이 나락 각만 잘 재느라 옳은 소리를 하며 발을 빼려는 죄수들!

     

    “에휴. 뺑이나 치십쇼. 사식으로 오늘 간식이나 넣고 갑니다.”

     

    흑빵 몇 덩어리를 감옥에 밀어 넣자, 선배들이 냅다 흑빵을 패대기쳤다.

    퍽 갈라진 빵 사이에 곱게 접어서 숨겼던 계약서가 포춘 쿠키마냥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내 이럴 줄 알았다.”

    “인생 하드모드로 살려고 탈옥하는 놈이 좋은 심보로 음식을 줄 리가 없지.”

    “아 쫌! 같이 하드모드로 좀 삽시다. 예?”

    “응 무조건 싫어.”

    “절대 안 나가~”

    “그럼 어디 이것도 다 피해봐라!”

     

    벨로카시오는 감옥 하나에 종이비행기로 접은 유도술식이 새겨진 계약서를 엉망진창으로 수십 개씩이나 집어던졌다.

    계약서 폭격에 당한 몇몇이 비명을 지르며 계약서에 피폭당해 탈옥범 동료가 되었으나, 고학년들은 그리 순순히 따라오지만은 않았다.

     

    <어둠숨기>

    <공간절단>

    <마탄연사>

     

    제어수갑에 의해 능력이 감소한 상태로도 가뿐히 계약서 받아치기를 할 수 있는 실력자들!

    벨로카시오의 설득과 계약체결이 지지부진해지자 갑자기 오크노디가 쇠창살에 손을 얹어 잠금장치를 뚝딱 해제했다.

     

    “이래도 안 나가요?”

    “크으윽. 잠금장치가 풀리면 연대책임으로 형량이 늘어나는 제도를 이용해서 우릴 탈옥수로 만들 셈인가! 이 잔인한 꼬맹이!”

    “그래도 안 나갈 거다. 여기서 나가봤자 아카데미 탈옥수 신분으로 뭘 하고 살라고!”

     

    오크노디가 아쉽다는 얼굴로 입맛을 다셨다.

     

    “치. 싫으면 말고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예의바르고 공손한 인사말과 달리, 오크노디가 내지른 완드에서 빔이 분출되더니 죄수를 벽에 그대로 처박아버렸다.

    상황 변화를 이해하지 못한 죄수들이 어버버거리다가 오크노디의 완드에 겨냥당하는 족족 벽에 세게 부딪쳐 피 흘리며 쓰러졌다.

     

    “자, 잠깐! 갑자기 왜 우릴 공격하는 건데!”

    “고인물의 호의를 거절한 뉴비를 굳이 살려둘 이유가 없잖아요? 저희 인원이 몇 명인지, 뭐 하는 사람인지도 다 알아볼 텐데.”

     

    따라오지 않으면 다 담가버리겠다는 의지표명!

     

    “흑흑. 좆같은 꼬맹이.”

    “따라간다… 가면 될 거 아니야…”

     

    현실을 파악한 죄수들은 벨로카시오의 계약서에 사인하고 감방 밖으로 나왔다.

    다른 죄수들과 다를 바 없이 우중충한 얼굴을 하던 벨로카시오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어라? 근데 이거, 기본표준계약서라서 사인한 애들은 전부 내 말을 듣고 나한테 복종하고 상납금도 내고 그래야 할 텐데?’

     

    대감옥에 수감되기 전의 허접한 부하들과는 차원이 다른 현역 범죄자들을 부하로 받아들인다.

    악당으로서 이보다 뿌듯할 수가 없는 세력확장의 기틀을 닦아버렸다.

    동네 깡패에서 졸지에 전국구 악당들의 대장이 되어버린 꼴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히든보스의 간택을 받아 성장하는 빌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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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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