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607

        

         

       모세 6경.

       모세 7경.

         

       이 두 마도서는 모세가 직접 작성했다는 마도서였다.

       물론 실제 작성했다는 증거는 없다. 그저 그러한 전설이 있을 뿐이다.

       이 마도서는 18세기경 현대의 독일 지역에서 발견되어 서서히 퍼져나가기 시작하였고, 어느 순간 필사본과 인쇄본의 형태로 폭발적으로 퍼져나갔다. 돈이 있는 이들은 양피지에 적은 전통적인 형태의 필사본을 갖추었고, 돈이 없는 이들은 인쇄된 완전판을 주로 사용하였다. 그리고 완전판을 살 돈도 없는 이들은 소책자의 형태로 된 것을 구매해서 사용하였다.

         

       이렇게 폭발적으로 퍼진 모세 6경과 7경은 여러 곳에서 사용되었다.

       주술이나 사악한 것에 대한 수호에 사용되기도 하였고, 특별한 가치를 지닌 보물을 찾는 데 사용되기도 하였다. 부적처럼 사용되기도 하였다.

         

       가장 많이 사용된 곳은 바로 ‘헥스 닥터’, 혹은 ‘주술의’라고 불리는 이들이 주술에 걸린 이들을 치유할 때 사용한 것인데-

         

       이게 문제였다.

         

       헥스 닥터라 불리는 이들은 자신들을 사악한 마법사나 사악한 마녀와 맞서는 존재로 자신을 포장하였으며, 마치 고대의 주술사라도 되는 것처럼 권력자들에게 달라붙었다. 거기에 전통적인 주술사처럼 많은 사람의 지지를 받으며 돌아다니기까지 하였는데….

       놀랍게도 이들은 제대로 된 주술사가 아니었다.

         

       이능이라는 것은 옛적부터 존재하였다지만 그것이 제대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세계대전이라는 거대한 전쟁을 계기로 등장하였고, 많은 사람에게 그때에서야 정식으로 받아들여지게 된 것이다.

         

       그 말은 곧 ‘정식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시대’에는 이능이라는 것은 그 존재 자체가 모호했다는 이야기이며, 이 모호함이라는 것은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기가 안개 속에서 헤매는 것과 같이 모호한 바가 있다는 이야기였으니-

         

       즉. 간단하게 말해서, 사기꾼이 넘쳐났다는 이야기다.

         

       헥스 닥터라고 불렸던 이들 역시 다르지 않았다.

       언제 어떻게 퍼져나가기 시작했는지 그 뿌리를 찾기 힘든 모세 6경과 7경.

       그리고 그 모세 6경과 7경을 필수적으로 지니고 다니며 비밀리에 전승되어온 수호와 치유의 힘을 사용한다고 자신을 소개하고 다니는 ‘헥스 닥터’….

         

       척 보기에도 수상해 보이는 존재이지 않은가?

       게다가 이 헥스 닥터라는 이들은 어떤 하나의 밀교에 소속된 이들도 아니고, 한 지역을 중심으로 거미줄처럼 퍼져나간 것도 아니었다.

       그냥 곳곳에서 아무런 징조 없이 우후죽순 솟아났던 것이다.

       그런 점을 생각해본다면 더더욱 수상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

       이들은 사기꾼이었다.

         

       제대로 된 주술을 익히지 않은 사기꾼.

         

       이들은 ‘특별한 수호의 힘’도 사용할 수 없었고, ‘사악한 마법사와 사악한 마녀에게 대항할 수 있는 주술’도 사용할 수 없었으며, ‘영웅 모세의 힘이 담긴 마도서에서 끌어온 치유의 힘’ 역시 사용할 수 없었다.

         

       아니, 애초에 이들이 주술을 사용할 때 꼭 필요하다고 말하는 모세 6경과 7경 자체가 가짜였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직접 필사해서 만든 것도 아닌 인쇄본이 주물이 되기가 그렇게 쉬웠다면 현대에는 이미 주술과 주물이 널리 보급이 되었어야 옳겠지.

         

       이들이 하는 말은 죄다 거짓이었다.

         

       ‘특별한 힘을 가진 인쇄본’은 당연히 거짓.

       나름의 방법대로 필사해서 만든 필사본도 주술적 의미가 있기는 했지만, 주물은 아니고.

       그것을 매개로 사용하는 주술 역시 거짓.

         

       뿌리부터 그 열매까지.

       모든 것이 거짓이고 사악한 뱀의 수작질이나 다름이 없다.

         

       그렇게 독일에서 시작된 모세 6경과 7경으로 서양은 신음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헥스 닥터의 존재 자체가 거짓이고 6경과 7경이라는 것 자체가 거짓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슬슬 깨닫게 되었을 때는, 이 6경과 7경은 불길함의 상징이 되어 있었다.

         

       소문처럼 수호와 탐색과 치유의 힘을 가진 마도서가 아니라, 불길한 일을 불러오는 마도서라는 인식이 박히게 된 것이다. 모세 6경과 7경은 불행을 불러오는 마도서가 되었고, 죽음을 불러오는 마도서가 되었으며, 종국에는 살인을 부르는 마도서가 되었다.

         

       살인.

       살인을 일으키는 마도서.

         

       소문에 따르면 읽는 것만으로 평소 가지고 있던 원한이 증폭되고, 누군가를 죽이게 만든다고 하였다. 미국의 펜실베이니아에서 친구의 목을 도끼로 베는 살인 사건이 대대적으로 보도되었고, 독일의 베스트팔렌에서 모세 6경을 읽은 남자가 가족을 8명이나 살인하는 끔찍한 사건이 유럽 전역에 퍼져나갔다.

         

       그렇게 한때 유행했던 부적과도 같은 마도서는 불길함의 상징이 되었다.

       지닌 것만으로도 집안을 말아먹을 끔찍하고 불길한 물건 말이다.

         

       그렇게 인쇄본이 타올랐다.

       소책자는 장작이 되었고, 완전판은 잿더미로 변했다.

       필사본 역시 무사하지 못했다.

       필사본을 가지고 있던 부자들은 이 불길한 물건을 ‘안전하게’ 처리하기를 원했고, 이때 온갖 사기꾼들이 달라붙어 자신들이 안전하게 처리해주겠다며 그것을 들고 어딘가로 사라지고- 그렇게 한때 유행했던 이 물건은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현대에 이르러서는, 박물관에서조차 찾아볼 수 없는 물건이 되어버렸다.

         

       박물관에 가봤자 간신히 훼손된 소책자나 완전판을 볼 수 있을 뿐.

       훼손되지 않은 물건은 눈 씻고 찾아봐도 힘들었으며, 필사본은 더더욱 찾을 수가 없었다.

       듣기로는 교황청의 기록물 보관소에는 필사본이 여럿 존재한다는 이야기가 있었으나 그저 소문에 불과한 수준이었다.

       애초에 교황조차도 기록물 보관소에 뭐가 있는지 전부 알지 못하는데, 거기에 모세 6경과 7경의 필사본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여부에 대하여 어찌 확답을 할 수가 있겠는가. 거기에다가 실제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분명하다.

       기록물 보관소에서 일하는 이들이 아닌 이상 입장조차 제한되는 곳이 바로 그곳이니까.

         

       그렇게 모세 6경과 7경은 사람들의 뇌리에서 점점 잊혀갔다.

       그리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오컬트나 주술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나 알법한 ‘구닥다리’가 되어버리기에 이르렀다. 뭐, 민속학이나 역사학 쪽의 사람들 역시 알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조금 깊게 흥미를 느낀 이들이나 학계 사람들이 아니라면 존재조차 알지 못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누군가에게는 참으로 비극이 아닐 수가 없었다.

         

       그 ‘누군가’는 학계에서 커다란 발자취를 남긴 이였으며, 국가를 넘어서 전 세계에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킨 이였다. 그리고 동료 교수들과 친해서 온갖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사람이며, 많은 인맥을 가지고 있는 이기도 하였다.

       어느 순간 대의를 품게 되었으며, 그 대의를 이루는 수단으로 주술을 선택한 이였다.

         

       케네스.

         

       그는 모세 6경과 7경을 원하는 사람이었다.

         

       누군가는 그에게 질문을 하였다.

         

       [ 어찌하여 이 불길한 책을 원하는가? ]

         

       그리고 그는 누군가의 그 질문에 이렇게 답하였다.

         

       [ 모세 6경과 7경은 불길한 책이 아니다. ]

         

       도구에 어찌 선악이 존재할 수 있는가?

       도구에 만약 선악이 존재한다면 그 쓰임으로 인한 것이며, 그 도구를 만든 이의 의지가 깃들었기 때문이라 하겠다.

       그런 면에서 생각해본다면 이 모세 6경과 7경이라는 이름의 거창한 이름의 마도서는 그 쓰임새가 악의로 점철되었다고 하겠다. 사기부터 시작해서 살인까지. 온갖 죄악을 한껏 머금은 이 마도서의 발자취는 그야말로 ‘불길하다’라는 말이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라 할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러니 사람들에게 배척당하는 것도 크게 이상한 일은 아니었겠지.

         

       하지만 어찌 영웅의 이름을 달고 있는 마도서가 끔찍하리만큼 사악하겠는가?

       만지는 것만으로 저주가 걸리고, 눈이 썩어들고, 피를 토하고, 정신이 제압당해 다른 이에게 해를 가하는 저주의 주물과 비견될 수 있겠는가?

       만약 그러했다면 애초에 헥스 닥터라는 사기꾼들이 등장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가지고 다니는 것만으로 그들의 목숨이 위험했을뿐더러- 애초에 이 위험한 물건을 가지고 다니기를 거부했을 테니 말이다.

         

       사이비란 그런 존재였으니까.

         

       케네스는 이성적으로 판단했다.

       이 모세 6경과 7경은 안전하다고.

       이것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크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사용할 수 있으리라고.

         

       이 모세 6경과 7경에 대한 조사가 이어질수록 이러한 생각은 점점 확신이 되었고, 일부 내용들을 모으고 모으다 보니 어떠한 그림이 그려지게 되었다.

         

       모세 6경은, 7경은.

       그의 목적을 이룰 수 있게 해줄 것이라는 어렴풋한 확신.

       정답지를 슬쩍 들춰본 뒤 답안을 적었을 때 느낄 것 같은 그러한 느낌.

         

       그러한 확신이 점차 그에게 찾아왔다.

         

       그리고 이러한 확신은 시간이 지나갈수록 집착이 되었고-

       대주술 의식을 거듭하여 몸 이곳저곳이 비틀어진 지금, 그 집착은 심해져 그를 지배하는 수준이 되었다.

         

       그렇기에 그는 크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에서 일어난, 미국의 한 농장에서 일어난 그 소동에 대한 뉴스.

       ‘모세 6경과 7경이 이 사건에 관련이 되어 있다.’, ‘이 불길한 사건이 일어난 농장에서 6경과 7경의 필사본이 발견되었다.’라는 뉴스에 말이다.

         

         

         

       

       

    다음화 보기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