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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07

       

        

        

        

        

        

        

        

        

       “…이상이 건너편 세계에서 예측한 앞으로의 세계 정세일세. 반드시 이리 전개되리란 보장은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주안점은 살펴볼 가치가 있을 거라 생각하네. 내용 숙지가 끝났다면 논의를 시작해보도록 하지.”

        

       “유럽은 완전히 논외로 친다고 가정하더라도, 다른 곳은 생각해볼 여지가 있습니다. 특히 남아시아와 중동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중동은 기후와 지형 자체가 바이러스의 생존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오메가 바이러스의 화마에서 충분히 비껴나갈 수 있어 여력을 보존할 수 있고, -스탄으로 끝나는 나라들 역시 수많은 산맥으로 분절되어 있어 마찬가지입니다.”

        

       “인도가 10억 가까운 인구가 사망했음을 감안하면, 해당 국가는 바이러스 사태 초반에 행정력이 다했을 확률이 높습니다. 극단적인 사상과 행동이 등장하기에는 더없이 적합한 토양이고, 인접 국가인 파키스탄과의 관계를 고려했을 때 인도에서의 유혈사태는 필연에 가까울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국과 러시아에 의해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인공위성을 제외한 정보 획득이 막혀있었기에, 시급히 해당 지역에 대한 인텔을 획득해야 한다고 보는 바입니다.”

        

        

        

        센트럴 파크 HQ, 그레이 하우스.

        

        유진이 X파일을 던져주고 떠난 지 대략 6시간 가량이 지났을 즈음, 미국이 발칵 뒤집혔다. 허황되었다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상세한 데이터. 이제서야 미국을 다시 재건하기 시작한 연방 행정부에게는 마른 하늘의 날벼락이나 다를 바 없었다.

        

        X파일 내에 들어있는 적잖아 1/3 가량의 예측은 게임 자체의 수명을 위해 핍진성보다는 흥미를 위주로 제작되었기에 곧바로 무시되었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최소 절반 이상에 달하는 분량은 반드시 훑어본 후 진지하게 고려되어야만 하는 사안.

        

        옷조차 제대로 챙겨입지 못하고 헐레벌떡 달려온 고위 공무원들은 잠조차 덜 깬 얼굴로 계속해서 대화를 이어나간다.

        

        

        

       “동아시아 방면의 블랙옵스는 대부분 오렌 키트니 CIA 국장이 담당하고 있지 않습니까?”

        

       “아군 오퍼레이터의 침투 경로는 한국입니다, 한국. 미얀마와의 접경지인 윈난 성까지의 거리는 3천 킬로미터가 넘는단 말입니다. 베이징, 톈진, 칭다오, 항저우, 상하이…신경써야만 하는 대도시가 동중국의 바다를 따라 주욱 늘어서있습니다. 동남아 접경지에 여력을 투자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입니다.”

        

       “남아시아에 대해선 섣불리 속단하긴 어렵지만, 만약 견제를 해야만 한다면 세 가지 접근법이 있습니다. 하나는 유럽을 경유하여 중동 쪽으로 접근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아프리카 방면으로 가는 겁니다. 다른 하나는 동아시아인데, 이미 시행 중입니다.”

        

       “…저쪽의 시나리오에 의하면 중동 쪽은 화약고가 터진 것이나 다를 바 없는 상황이라고 하니, 경유하긴 어렵겠군. 아프리카 쪽이 그나마 낫지 않겠나?”

        

       “너무 넓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것도 그렇거니와, 아프리카를 통해 견제하는 것보다는 우크라이나까지만 가더라도 예상 적성국을 중거리 탄도탄의 사정거리 내에 넣을 수 있다는 것도 중요했다.

        

        계속되는 논의 속에서 새로운 안건이 등장하고, 소거되며, 아젠다에 관련된 주장과 반론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그리하여 몇 분이나 지났을까, 가장 우선적으로 확인해야만 하는 몇 가지 사안이 결정된다.

        

        첫 번째는 남아시아 및 중동이었고, 두 번째는 미국의 아래쪽이었다.

        

        

        

       “후자부터 듣기로 하지. 멕시코에 대해 종합적으로 평가해보게. 현 멕시코가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겠나? 과거 카르텔이 대거 넘어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당시 해당 지역에 투입된 몇 개의 태스크포스가 각양각색의 방법을 동원하여 대략 7만 명 이상을 사살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하지만 오메가 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행정력이 거의 증발하여, 멕시코가 현재 어떤 상황인지를 알기 위해선 직접적인 조사가 필요합니다.”

        

       “후방에 남아있던 카르텔 조직들이 멕시코를 제각기 갈라먹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즉응전력은?”

        

       “엘 파소의 포트 블리스에 주둔 중인 제1기갑사단, 캐논 공군기지의 제27특수작전단과 홀로먼 공군기지의 제49비행단, 제54전투비행단, 화이트 샌드 미사일 사격장 육군 기지 주둔군 등이 있습니다.”

        

        

        

        잠깐 짤막하게 생각하던 헨리가 덧붙였다.

        

        

        

       “그렇잖아도 멕시코에게는 받아내야만 하는 게 꽤 있었지. 그걸 조금 앞당겨야겠군. 현 멕시코의 대통령이 펠리페 파스쿠알로인가…자넷 국방장관은 아직 요양 중인가?”

        

       “휴머노이드에 원격으로 접속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멕시코로 깊숙히 들어가야 하니, 신호가 끊어질지도 모릅니다. 신호 중계기를 띄우면 그 부분에 대한 문제는 없을 겁니다만…중요한 건 마지막으로 업데이트된 멕시코 관련 데이터가 2년 전의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허허.”

        

        

        

        그는 허탈한 듯 웃음을 터뜨렸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다른 곳에 여력을 쏟느라 정작 타국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알 수가 없는 것이었다. 단적으로 말해 현재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은 현재 멕시코의 대통령인 펠리페 파스쿠알로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도 몰랐으며, 심지어는 아직 살아있는지조차 몰랐다.

        

        이를 조금만 더 비틀어 생각한다면, 재수가 없을 경우 반쯤 빈 집이 되어버린 멕시코에 회담을 위해 갔을 때 예측 불가능한 불상사 – 가령, 습격 – 가 벌어질 확률이 존재한다는 소리기도 했고.

        

        바로 그 때문에 휴머노이드에 대한 이야기가 오간 것이었다.

        

        

        

       “최대한 빠르게 회담 약속을 잡자고. 멕시코에 관련 내용을 타진해보게. 회담 당일에는…그렇지. 자네들이 말하던 지상지원용 무인 스텔스 건십 몇 대를 띄워보내면 되지 않겠나. 들키지 않는다면 상관은 없네만, 들켜도 마찬가지로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걸세.”

        

       “알겠습니다.”

        

        

        

        회담 인원으로 파괴되어도 그닥 상관이 없는 휴머노이드를 보내고, 여차하면 회담장을 폭격해버리겠다는 초강수.

        

        불과 10년 전에 이런 일이 벌어졌더라면 전 세계적으로 어마어마한 논란이 되겠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지금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멕시코 쪽에서 카르텔을 단속하지 못한 탓에 저들이 먼저 미국의 정강이를 걷어찼기에, 천조국은 더 이상 대화와 타협에 관심이 없었다.

        

        그리하여 남아메리카 대응 방안이 빠르게 설립되는 동안, 남아시아 및 중동 문제가 두 번째로 떠올랐다.

        

        

        

       “배고픈 유럽 친구들의 입에 빵 하나씩 물려주었으니, 이제는 저들을 대리로 부릴 차례로군. 동유럽 쪽에서 압박을 좀 넣어보는 건 어떤가?”

        

       “시간이 좀 걸릴 겁니다. 정찰을 위한 전력이 도달하기까지 아무리 짧아도 최소 세 달 가량은 걸리지 않을까 합니다.”

        

       “유럽 및 한국의 적당한 비행장을 물색해보게. 신형 핵융합로가 장착된 SR-72를 하루종일 중동과 남아시아의 머리 위에 띄워놓으면 정보 수집 문제는 얼추 해결되지 않겠나.”

        

       “확인했습니다. 타당성 평가 이후 재검토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헨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제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6년이라는 시간 동안 수많은 군사 보고를 받은 그였기에, 헨리는 이러한 자리에서조차 막힘없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문득 생각이 났다는 듯 그가 덧붙였다.

        

        

        

       “그건 그렇고, 미국 바깥에 존재하는 아르테미스 지부의 위치가 어디인지 아는 사람이 있나?”

        

       “유럽에 두 군데 가량이 있었고, 아시아에 세 군데 가량이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 부분도 고려해보게나. 사바나에서의 일이 되풀이된다면 매우 골치가 아플 테니.”

        

       “알겠습니다.”

        

        

        

        후우 하는 소리가 퍼져나가고, 회의가 종료된다.

        

        굵직굵직한 줄기가 마련되었으니, 세부 사항 및 계획 실행 보고만이 앞으로 그를 기다리고 있을 일들이리라 – 그리하여 얼마나 지났을까, 어느덧 회의실 내부에는 헨리만이 남아있었다. 의자가 저절로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한편 공기청정기가 가동을 멈춘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고생 많으셨습니다, 대통령 각하.”

        

       “느닷없이 이런 폭탄을 던져준 어느 한 맹랑한 친구 때문에 어쩔 수 없더군.”

        

       “그으, 그건….”

        

       “농담일세, 농담. 언젠가 찾아올 일이었지. 그닥 신경쓰지 말게.”

        

        

        

        반쯤 쭈뼛거리며 들어온 유진을 보며 헨리는 작게 웃었고, 이내 덧붙였다.

        

        

        

       “방금 나간 저 친구들 전부가 아무 일거리 없이 돌아왔으면 좋겠군. 곤란한 일은 여기서 끝나길 바라지만…너무 큰 욕심처럼 들리나?”

        

       “아, 아닙니다. 저도 당연히 전달했던 정보들이 단순한 기우였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그렇겠지, 물론….”

        

        

        

        피곤한 듯 눈두덩을 비빈 그가 테이블 위에 놓인 안경을 쓰며 말했다.

        

        

        

       “아무튼 고생 많았네. 그리고 통수권자로서 자네에게도 한 가지 명령하지.”

        

       “말씀만 하십시오.”

        

       “나중에 가면서 메카 막내들의 데이터베이스를 좀 뒤져보게. 해외에 있는 아르테미스 지부와도 연락이 닿는지, 혹은 그 이상도 가능한지도 확인해보고….”

        

       “알겠습니다.”

        

        

        

        그리하여 유진은 문을 닫고 나갔다.

        

        아니, 나가려고 했다.

        

        

        

       “비록 제가 본질적으로는 건너편 세계의 사람이라고는 하지만, 제가 아직도 살아있을 수 있는 건 이곳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 덕분입니다. 만약 필요하다면…언제든지 호출하십시오. 비록 좀 쉬었다고는 하지만 언제든지 전장에 나설 수 있습니다.”

        

       “…하, 무슨 말을 하나 했더니. 됐네. 가서 자네 선임들이나 설득하고 오게.”

        

       “…왜 다들 제가 이렇게 말하면 안 들어주는지 모르겠습니다.”

        

       “자네는 자네 나이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더 느끼고 오는 게 좋겠군. 가령 연애라든가 말일세.”

        

       “그런 거 안 하거든요!?”

        

        

        

        그에 헨리는 크게 웃음을 터뜨렸고, 유진은 귓볼이 발개진 채로 호다닥 방을 나가버렸다.

        

        역시, 비록 힘든 일은 많을지언정 이 시간은 도통 질리질 않았다 – 그는 그리 생각하며 창 밖을 쳐다보았다.

        

        유달리도 달이 밝은 밤이었다.

        

        

        

        

        

        

        

        

        

        

        

        

        

        

        

        

        

        

        

        

        

        

        

       “설날이 끝나서 그런지는 몰라도, 슬슬 한국에서도 찾아오는 분들이 많네요. 다들 세뱃돈은 많이 받았나요?”

        

       “…받을 리가 있나요. 어쩌다보니 그렇게 된 거긴 하지만, 이젠 제가 부모님보다 수백 배 이상 벌고 있는데. 오히려 새해 선물이랍시고 제가 용돈 드린 게 더 많아요.”

        

       “그도 그렇겠네요. 저는 딱히 설날에 막…친척 만나고, 절 하고, 명절 음식 해먹고 그런 적이 없어서 그런 게 궁금해가지고. 아, 그래도 떡국은 많이 먹었어요.”

        

       “유진 씨는 설날 때마다 나이를 한 30살씩 먹을 것 같…우와악, 휴머노이드 부서져요-!”

        

        

        

       -촌철살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얌 먹는 양 생각하면 30그릇도 적은 거 아닌가 ㅋㅋㅋㅋ

       -하긴 ㅋㅋ 비얌쉑 맨날 해외 싸돌아다니는데 언제 추석 챙기고 설날 챙기겠어 ㅋㅋㅋㅋ

       -소신발언)부럽다

       -왜 우리는 금전적으로 아득히 풍족한 애들이 하는 이야기를 집구석에서 듣고 있는가….

        

        

        

        엑스포가 시작된 지 어느덧 1주일 이상이 지났다.

        

        메카 막내들의 질의응답이 여전히 끝나지 않은 만큼, 여전히 세상은 AI와 메카 막내들에 대해서 찌그락 째그락 난리를 부리고 있었다. 여전히 인공지능이 세상을 멸망시킬 단초가 될 거라느니, 대규모 실업이 예상된다느니 하는 친구들은 더 이상 없다는 게 다행이었긴 하지만.

        

        사실 그 친구들은…뭐어, 아주 좋은 본보기가 되었다. 원래 튀어나온 못이 가장 먼저 망치를 맞는 법이 아닌가. 안 그래도 세상의 미래는커녕 온갖 멍청한 유언비어를 퍼뜨리며 자기 미래도 못 보는 친구들이 세상에 넘쳐났고, 이카루스는 그런 친구들의 대가리를 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진즉 말이다.

        

        그리하여 비용이고 나발이고 신경쓰지 않고, 상대방을 어떻게 하면 합법적인 틀 안에서 곤란하게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계획을 철저하게 짜둔 이카루스 인터내셔널 법무팀은 서슬퍼런 칼날을 아주 그냥 신나게 휘둘렀다.

        

        

        

       “…또 무슨 생각 하세요, 혼자.”

        

       “여러분들이 엑스포가 끝나기 전 어느 날 뜬금없이 찾아와서, 제가 머물고 있는 방의 문을 쿵쿵 두드려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죠.”

        

       “어으, 가고 싶어도 귀찮아서 못 가겠어요. 미국 너무 멀어….”

        

       “말로 하면 가깝지만, 실질적으로는 대한민국이랑 가장 멀리 떨어져있는 나라 중 한 곳이니까요.”

        

        

        

        어떻게 비행 시간이 16시간일까. 생각해보니 실로 무지막지하긴 하단 말이지.

        

        나중에 SSTO라도 개발되면 좀 단축되려나 모르겠지만…그건 내가 생각할 부분은 아닌가. 그리 생각하던 와중 갑작스럽게 민아가 내 손가락을 콕콕 찔렀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나 싶어 시선을 돌려 눈을 마주하자, 그녀가 잠깐 내게 손짓했다. 뭔가 귓속말이려도 하려나 싶어 허리를 조금 숙이자 이어지는 말.

        

        

        

       “…혹시, 앞으로 메카 막내들 더 나올 예정 없어요? 굳이 메카 비얌 아니라도 괜찮아요. 막 메카 상어나 메카 곰이라든가…악!”

        

       “겨우 그런 말 하려고 귓속말까지 한 거였어요? 진짜 미치겠네.”

        

       “저희한테는 엄청 중요한 거거든요!”

        

       “….”

        

       “넵, 죄송합니다. 실언이었어요.”

        

        

        

       -와 눈빛 살벌한거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옛날에 상어랑 북극곰이 뜬금없이 눈빛 날카로워질때랑 비슷한데 ㅋㅋㅋㅋㅋㅋㅋ

       -근데 그걸 왜 비얌한테 물어보냐고 ㅋㅋㅋㅋㅋ

       -윾진련은 자제하고 있는데 주변이 폭주하면 어쩌냐 ㅋㅋ

       -한번 허락해줬다가 기어코 사골도 안 나올 때까지 우려먹히는중wwww

        

        

        

        얘네들을 어째야만 좋을까…라고 생각하기엔 이미 좀 많이 늦긴 했지.

        

        일단 헛소리를 해대고 있는 얘네들의 입을 시선으로 봉인해버리긴 했지만, 까놓고 말해서…글쎄다. 아무래도 나올 확률은 적지 않을까. 더군다나 내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애들의 환상을 깨고 싶지 않았기에 따로 말은 안 했지만, 앞으로는 더 이상 안 나올 확률이 높았다.

        

        진과 레인, 마브, 나스티는…엄밀하게 말하자면 저쪽 세계에서도 실제로 있었기에 나 역시도 그닥 신경쓰지 않고 데려온 감이 있었다. 나스티는 예외라고 쳐도, 나머지 셋은 아르테미스가 날 가지고 멋대로 만들었으니 내가 책임지고 싶어서 데려온 거기도 하고.

        

        반대로 그런 인과가 없다면…아니, 사실 있든 없든 슬슬 곤란하단 말이지.

        

        

        

       “그리고 로건이랑 로렌티나는…아니다. 여러분들도 말도 안 되는 소리란 거 알고 계실 테니 굳이 더 이상 말 안 할게요. 아무튼 막내들이 더 나올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이제는 더 이상 메리트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네요. 너무 많으면 복잡하기도 하고.”

        

       “으, 아쉽다….”

        

       “다다익선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멀리 왔지요.”

        

        

        

        그리 말하면서 벽에 걸려있는 시계를 확인했다.

        

        앞으로 대략 2분, 길면 5분 정도일까, 그 즈음이 되면 메카 막내들이 오늘차 질의응답을 끝마치고 돌아올 것이었다. 밖에 한국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은 요즘 유어스페이스를 신나게 메우고 있는 스트리밍을 통해 알 수 있었다.

        

        평소라면 그닥 목을 빼고 기다리고 있지는 않지만, 오늘은 그 세 명, 그 중에서도 나스티와 마브를 기다릴 예정이었다.

        

        이유는 별 건 아니었고-

        

        

        

       ───철컥!

        

        

        

       “오늘도 힘들었…우왓, 주인!?”

        

       “왔다!”

        

       “오랜만이에요, 다들!”

        

       “와우, 이런 환대는 예상하지 못했는데.”

        

        

        

       -메 카 뱜 등 장 ! ! ! ! !

       -이궈궈던~~~~이궈궈던~~~~이궈궈던~~~~이궈궈던~~~~이궈궈던~~~~이궈궈던~~~~이궈궈던~~~~이궈궈던~~~~이궈궈던~~~~이궈궈던~~~~이궈궈던~~~~

       -그저…고우시다

       -진짜 지금 비얌은 무슨 기분일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리버스 피그말리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원하지 않았는데 만들었다는 점도, 당사자인 나 빼고 전부 메카 막내들을 맘에 들어한다는 것도 진짜…피그말리온과 완벽히 상반되는구만.

        

        아무튼 그런 생각을 뒤로 접어버린 채, 나는 마브와 나스티에게 가볍게 손짓했다. 아니, 손짓이라기보단 저쪽 세계에서 사용하는 군용 수화였다. 오늘 이 자리에 있는 하모니와 다이스의 시선은 진과 레인으로 땜빵해둘 예정이었고, 마찬가지로 시청자들 보라고 드론캠도 놔둔다.

        

        그건 그렇고, 저 드론캠 진짜 오래 잘 쓰는구만.

        

        그런 실없는 생각을 뒤로 하며 재빨리 방에서 벗어난 뒤, 아무도 오지 못하는 – 드론캠은 당연히 없었다 – 대기실에 두 명을 앉혀놓았다.

        

        

        

       “무, 뭔가 잘못한 거 있습니까? 오늘은 무대 위로 난입하지 않았습니다. 나스티는 잘못이 없습니다.”

        

       “아니, 그것 때문에 부른 건 아닌 것 같긴 한데….”

        

       “무대 난입은 진짜 상상도 못 하긴 했지만…그 말대로예요. 오늘은 물어볼 게 있어서 왔거든요.”

        

        

        

        두 명이 맹한 표정을 짓는 사이, 나는 이카루스 기어를 작동시켜 얼마 전에 부모님이 내게 보여주었던 내용을 그대로 허공에 투사했다.

        

        덴마크에서부터 함부르크 방면으로 밀고 내려오는 아르테미스 무인기들.

        

        저쪽 세계를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니, 잘 하면 이 둘은 관련 정보를 알지도 몰랐다 – 바로 그 때문에 나는 이 두 명을 이쪽으로 끌고와 물어본 것이었다.

        

        실로 갑작스러웠는지 두 명은 눈을 멀뚱멀뚱 떴지만, 몇 초도 지나지 않아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관련 기억이 있는지를 확인해보기 시작했다.

        

        

        먼저 GG를 친 건 나스티였다.

        

        

        

       “잘 모릅니다. 미안합니다…나스티는 사바나 지역 총괄 관리 AI입니다. 네트워크에 접속해도 잘 모르겠습니다….”

        

       “음, 나는 몇 가지 알 것 같긴 한데…도움이 될려나 모르겠네. 지금 아키타입이 보여준 거랑 꽤 상충되는 정보도 있어서 뭐라 말을 못 하겠어.”

        

       “뭔가요?”

        

       “일단 이걸 좀 봐봐.”

        

        

        

        그와 동시에 마브는 몇 가지 정보를 허공에 띄워올렸고, 이어 덧붙였다.

        

        

        

       “기본적으로 아르테미스 테크놀로지는…독특하게도 각 지부에 개별적인 테마를 제시했어. 가령 미국에 설립된 본부는 방위산업체를 모토로 했지만, 동아시아 쪽은 조금 달라. 홍콩 지사는 일종의 거대 로봇이라든가…가령 항구에서 쓰이는 크레인 같은 거 있잖아. 그런 쪽에 집중했어.”

        

       “…그건 또 의외로군요.”

        

       “크라스노야르스크 지사는 극한 지역에서 사용되는 휴머노이드를 개발했고…중요한 건 이거겠지. 아까 아키타입이 보여준 대로라면 노르웨이의 나르빅이 제일 가까운 것 같은데, 여기는…음.”

        

       “뭔가 있나요?”

        

       “있긴 한데,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만 할지 모르겠네….”

        

        

        

        그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 마브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테라포밍 로봇 제작 및 파견 전문이라는데?”

        

       “테라포밍…?”

        

        

        

        음.

        

        어쩌면-의 이야기긴 하지만.

        

        아무래도 조만간 뭘 타고 가든 해서 나르빅에 가봐야만 할 것 같았다.

        

        다 끝났다고 생각했더니 아주 할 일이 태산이구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제부터 아르테미스 지부는 메카비얌이 접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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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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