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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08

    <608 – 맛있는 연계퀘스트(32)>

     

    대감옥은 계층이 낮아질 때마다 범죄자들의 위험도가 무서울 정도로 급증한다.

    3계층의 범죄자들을 모아 어깨가 으쓱해진 벨로카시오가 쭈그러들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4계층인 여기서부터는 보석금 천만 포인트 이하, 구금일 10만일 이하의 대규모 화폐위조범, 국가전복죄, 마력재해유발자, 대형사건범죄자, 저학년 대량학살자 등이 수감되어 있어요! 인재 풀이 늘어날 생각을 하니까 막 신나죠?”

    “아니 시발 그걸 내가 어떻게 거느려?”

    “계약서 있잖아요!”

    “계약서가 만능은 아니거든?!”

     

    강자는 영역을 구사한다.

    영역은 정신력에 영향을 받는다.

    4계층에 수감될 정도의 강력한 악당들이라면 계약서의 서명유혹 따위, 제어수갑을 차고도 정신력 하나만으로 가볍게 뿌리칠 수 있겠지.

     

    “자, 여러분! 감옥 안에서 죽거나 계약하고 탈옥수 되기, 좋아하는 쪽을 골라주세요!”

     

    3계층의 죄수들이 사람 반죽음당하기 전까지 소극적이었던 태도에 비해, 4계층 죄수들은 오크노디가 말을 꺼내기 무섭게 호응했다.

     

    “무조건 탈옥이 이득이지.”

    “클클클. 형기를 다 보내려면 85년을 보내야 한다. 그럴 바에야 탈옥을 고르지.”

    “자네 혹시 산타클로스인가? 착한 모범수로 사니까 탈옥이라는 선물을 다 주는군!”

     

    3계층과 4계층의 차이는 형량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실력의 차이도 있다.

    모든 대사건을 일으킨 범죄자들이 강자는 아니지만, 강자가 아니고서야 보통은 작정하고 사고를 쳐도 대사건까지 이어지지는 못한다.

     

    “아니 댁들은 무섭지도 않아?”

    “학생회에 잡히면 탈옥 죄까지 추가되잖아. 감옥에서 지내기도 더 힘들어지지 않나?”

     

    4계층 죄수들은 3계층 죄수들의 겁먹은 태도에 박장대소를 금치 못했다.

     

    “크하하! 그깟 탈옥 죄 형량쯤은 교수들의 강의 실험체로 자원하면 한 번에 털 수 있지.”

    “애초에 우린 형량이 기본적으로 100년을 넘고 270년까지도 붙는다. 그깟 탈옥죄, 별것도 아니야.”

     

    목숨이 간당간당한 강의에 실습재료나 실험체로 자원하면 형량이 까이는 기프트 아카데미만의 독특한 형량거래제도에 적응한 흉악범죄자들.

    어설픈 잡범들과는 마음가짐부터가 다른 포스에 벨로카시오가 애원했다.

     

    “오크노디. 이거 소유권 이전 좀 혹시 가능하니? 나랑 계약 하나만 하면 지금 당장이라도 너한테 다 넘겨줄 수 있는데.”

    “네에? 저런 멍청이들을 어디다가 쓰라고 저한테 주세요? 필요 없어요!”

     

    대놓고 바보 취급을 당하자 오크노디를 모르는 죄수 하나가 고개를 들이밀었다.

     

    “꼬맹아. 그런데 넌 뭔데 우릴 가지고 죽이네 살리네 쓸모가 있네 없네 품평을 하고 다니니?”

    “아, 자기소개를 안 했구나!”

    “그래, 어디 소개 좀 들어보자.”

     

    오크노디의 완드가 죄수의 머리통을 깡 후려쳤다.

     

    “저는 귀찮으면 무력이 먼저 나가는 사람이에요!”

    “…”

    “이제 저에 대해서 이해가 되셨나요?”

     

    기절한 죄수는 말이 없다.

    간단명료하게 이해를 마친 죄수들은 오크노디는 건드리면 안 될 사람이라고 인지했다.

     

    “옆에 있는 간수야 매수된 간수일 테고, 그럼 저 계약사기꾼이라는 애송이만 남은 건가?”

     

    범죄자들에게 서열정리란 목숨보다도 중요한 것!

    만만한 벨로카시오는 빠르게도 자신 머리 위에 올라서려는 흉악범죄자들을 보며 두려움에 떨었다.

     

    “잠깐만요!”

     

    하지만 꼬박꼬박 선배라고 불러주며 꼽을 주는 줄만 알았던 오크노디에게도 일말의 양심은 있던 걸까.

    벨로카시오에게 접근하려던 4계층 죄수들을 오크노디가 막아섰다.

     

    “벨로카시오 선배가 아무리 하찮아 보여도 제가 선배를 살려두고 계약서를 배부하도록 허락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어요!”

    “저런 한주먹거리를 부대장으로 삼는 이유가 뭐냐? 수인의 진정한 형태… 제 3형 <선조화>를 각성한 이 로시난테에게 자리를 넘겨주면 든든한 무력을 약속할 수 있다.”

     

    인간형의 제 1형.

    야수형의 제 2형.

    통상적으로 알려진 수인의 강화형태에 선조의 야성을 각성하는 선조형의 제 3형을 깨우친, 수인계의 기술혁신을 일으킨 강자 로시난테.

    벨로카시오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저런 대단한 거물에 비하면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탈옥만 하거든 당장 수인부흥회의 회장 자리를 꿰어차고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범죄조직 TOP 5 안에 수인부흥회 이름을 다시 올려놓을 수 있으리라.

     

    “힘만 앞서는 짐승새끼들에게 믿음을 주어서는 아니되네, 작은 아씨. 동방에는 지혜로운 자는 붓으로 칼을 이긴다는 전승이 있지. 이 악천군 곽조에게 기회를 주면 아카데미 탈출부터 조직설립 및 운영계획까지 완벽한 미래 설계를 보여주겠네.”

     

    학업에 찌든 학생들과 달리, 미남의 기색이 역력한 장발의 마른 남성이 부채 하나를 선선히 흔들며 책사 어필에 나섰다.

    벨로카시오는 그 이름을 알고 있었다.

    동방에서 건너온 잔인한 책사 악천군 곽조.

    그의 감언이설에 속아 넘어가 그를 왕실고문관으로 고용한 공국은 동방제국의 금융 침탈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고, 멸국의 참사를 맞이했다.

    나라는 망했으나 그 원흉에게 벌을 주고 싶었던 공국의 말예들이 기프트 아카데미에 범죄자 신변양도를 선택했으니, 그 결과가 바로 이 남자였다.

    그가 이렇게 곽조를 잘 아는 이유는?

     

    ‘아니 미친. 내 인생 롤모델이잖아?’

     

    나쁜 놈이 본받기에 적격인 아주 모범적인 나쁜 놈이었기 때문이다.

     

    “나도 찬성이다! 곽조 님의 악마적인 지혜라면 우리 탈옥수들을 훌륭하게 인도하겠지. 죄수들에게 이보다 더 훌륭한 인재는 없다!”

    “하하. 본인도 저렇게 말하는데 어떻습니까?”

    “모지? 바본가?”

    “…꼬마 아씨. 지금 이 악천군 곽조를 바보라고 하였는가?”

    “당연히 바보라고 부르죠. 벨로카시오를 기용한 이유를 전혀 이해 못 하고 있잖아요!”

     

    다크프린세스 오크노디는 대체 자신을 어떻게 이용하려고 했던 걸까.

     

    “원래 집단탈옥이 발생하면 형량이 가장 높은 사람이 죄를 다 뒤집어써요!”

    “그런가? 저 친구는 아주 허접해서 제일 하찮은 잡범 취급을 받을 것 같네만.”

    “하지만 탈옥주동자는 다시는 탈옥을 주도하는 이가 나타나지 못하도록 탈옥 과정에서 발생한 모든 죄를 덤터기로 뒤집어쓰죠!”

    “…호오?”

    “여러분이 부순 감옥! 여러분이 부순 시설! 여러분이 때려눕힌 간수! 여러분이 아카데미를 탈출해서 벌일 모든 범죄! 주동자는 그렇게 발생하는 형량을 전부 플러스 알파로 받는다고요?”

    “아니 시발 무슨 그런 무시무시한 악법이 다 있어! 그럼 악질범죄자가 탈출하는 길에 흑빵도둑 하나를 꺼내다가 주동자로 세우면 세상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형량을 지닌 흑빵도둑이 탄생하잖아!”

     

    벨로카시오의 맹렬한 분노에 오크노디가 손가락을 좌우로 까딱거리며 부정했다.

     

    “아카데미도 그렇게까지 가혹하지는 않아요! 위력에 의해 강제되는 허수아비 주동자는 인정하지 않거든요. 흑빵도둑은 세이프죠.”

    “휴. 뭐야. 이놈이 선배고로시를 하려고 꼬박꼬박 선배라고 불러왔나 식겁했잖아.”

    “근데 계약서로 충성 거래를 하면 얘기는 다르죠. 벨로카시오 선배가 직접 자필로 작성해서 직접 배부한 계약서에 직접 숨겨놓은 함정조항이니 전부 선배가 자유의지로 구축한 관계잖아요?”

     

    차라리 아무런 수작도 안 벌였으면 전부 오크노디 탓으로 떠넘길 수 있었다는 말이었다.

     

    ‘당했구나!! 이 녀석, 처음부터 이럴 작정으로 날 감옥에서 꺼낸 거였어!!’

     

    후회하기엔 이미 늦었다.

    상황을 파악한 악천군 곽조가 아주 재밌어 죽겠다는 얼굴로 벨로카시오를 쳐다봤다.

     

    “자발적 바지사장이라. 꼬마 아씨의 사악한 계획이 아주 마음에 쏙 드는군.”

    “난 안 든다. 이 로시난테보다 위에 설 존재는 나보다 강한 자뿐이다. 나는 나보다 약한 자의 명령을 듣지 않는다!”

     

    로시난테가 손등에서 발톱을 뽑으며 모든 늑대수인, 늑대인간들의 선조 <베어울프>의 형태로 현현하려는 징조를 보이기 시작했다.

    벨로카시오에게는 차라리 선조화로 변신이라도 해서 자신에게 모든 형량을 떠넘기려고 작정한 미친놈들을 싹 쓸어버리고 이 함정뿐인 대장 자리를 가져가주기를 간절히 바랐다.

     

    “거기까지야.”

     

    벨로카시오의 마지막 희망.

    로시난테가 난동을 피우려고 들자 줄곧 묵묵히 오크노디의 옆을 지키던 간수복의 여자가 그 무거웠던 입을 열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벨로카시오가 오크노디 네 계획에 필요하다는 건 알겠어. 그렇다면 그 계획은 지켜져야만 해. 황제타도의 큰 그림조차도 그려냈던 네 계획이라면 분명 잘못되었을 리가 없겠지.”

    “너, 그 목소리는 설마?!”

     

    학년대항전에서도 목격했던 후배.

    용사 이슈타르의 이름을 언급하기도 전에 그녀의 손이 새하얀 신성마나를 머금고 로시난테의 손톱을 절단하였다.

    변신을 방해받은 로시난테가 눈까지 시뻘개지며 전신의 근육이 더욱 빠르게 부풀어 올랐다.

     

    빠악!

     

    그리고는 두 손으로 급소를 부여잡으며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이겼으니까 내가 더 강하지? 그럼 내 말 들어. 벨로카시오를 대장으로 인정하고 얌전히 굴어.”

    “이, 이, 비겁한…!”

    “인정 못 해? 근성 좋네. 또 해볼까?”

     

    이슈타르가 급소를 걷어찰 준비를 하자 로시난테가 꼬리를 말고 웅크렸다.

    부풀어 오르던 몸이 쪼그라들고, 웅장해지려던 가슴이 옹졸해졌다.

     

    ‘머리부터 후려갈기는 오크노디나 급소부터 후려갈기는 이슈타르나 아주 지들 같은 놈들끼리 뭉쳤군.’

     

    그렇게 벨로카시오는 전국구 악당이라 쓰고 형량받이 바지사장이라 읽는, 피할 수 없는 탈옥주동범의 운명을 짊어지게 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돌격대장과 책사까지 영입?한 벨로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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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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