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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08

        

         

       케네스는 그 뉴스를 무시할 수가 없었다.

       관성처럼 들어 올린 종이신문에서 본 그 한 줄에 그는 마음을 빼앗겨버리고 말았고, 시선을 거기서 도저히 돌릴 수가 없었다. 그리고 홀린 듯 농장에 대해서 찾아보았고, 농장 주인이 주장하는 기괴한 주장과 거기에서 찍힌 요정들, 사악한 존재들이 연회를 벌이는 것만 같은 그러한 일들….

       그 모든 것들 하나하나가 그에게 속삭였다.

       이곳에 네가 찾는 것이 있다고.

       이 뉴스는 진짜일 확률이 높다고 말이다.

         

       그가 추적해왔던 발자취들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간다.

       모아왔던 자료들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간다.

         

       독일과 미국에서 있었던 살인 사건.

       도구에 아무리 선악이 없다고 한다지만, 선악을 초월하여 기이한 일이 생긴 것이라면 그것은 필시 이능과 관련된 것일 확률이 높을 터. 그렇게 생각한다면 미국이나 독일에 모세 6경과 7경이 있을 확률이 높고, 그렇다면 미국에서 모세 6경과 7경이 발견될 확률이 낮지 않다. 그리고 농장이라는 곳 역시 신빙성이 있다. 어디 헛간에 처박힌 채 가치를 모르는 사람의 소유가 되어 있었다면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충분하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모세 6경과 7경이 정말로 농장에, 구석진 농장 어딘가에서 발견되었고 그것이 기이한 현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분명히 그렇겠지.

       그것이 틀림이 없다.

         

       케네스는 그런 생각을 하고 무거운 몸을 일으켰었다.

       주술을 사용하기 위해 쌓아두었던 재료들을 아낌없이 사용하기로 마음을 먹었고, 농장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 여겨지는 이들을 습격하였다. 농장에서 모세 6경과 7경을 손에 넣었을 그 사람들에게서 마도서를 빼앗기 위해서 말이다. 돈으로 구매하거나 협상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그는 굳이 습격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 무리 중에 주술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주술사라는 존재가 모세 6경과 7경의 가치를 몰라볼 리가 없었고, 자신이라면 천금을 준다고 할지라도 그것을 건네주리라는 선택지를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였기에 그는 마도서를 빼앗는 것이 좋지 않은 일이라는 것은 알고는 있었지만, 굳이 습격을 택하였다. 그는 참을 수가 없었다. 도저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그걸 어떻게 참을 수 있겠는가?

       그것을 참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분명히 그렇겠지.

       왜 참을 수 없냐면….

         

       …왜 참을 수 없는지 묻는다면.

         

       “끄윽.”

         

       자세하게는 설명하기는 힘들었다.

       어느 순간 자제심이 사라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으니까.

       항상 친구처럼 따라붙는 두통이 깊은 생각을 방해하곤 했으니까.

       깊이 사유라도 하려고 한다면 바늘로 뇌를 후벼파는 것만 같은 통증이 뒤따라오고, 명상으로 마음을 가라앉힌다 싶으면 꼭 통증이 솟아나며 평온을 해하는 느낌이었으니까.

         

       케네스는 이 모든 것이 비정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남성 호르몬이 미친 듯이 솟아나던 10대라도 되는 것처럼 폭력적이면서 급해지고 성급해졌으며, 고통이 제대로 고찰을 하는 것을 방해하였다. 그리고 고통 때문인지 가뜩이나 폭력적이면서 급했던 성격이 급해지고, 몸에 불덩이가 들어앉기라도 한 것처럼 불같은 분노가 중간중간 솟아났다. 시야가 좁아지고 하나에 집착하는 경향이 강해지기까지 했다.

       물론 그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연륜과 공부로 다져진 그의 판단은 대부분은 정답이었으니, 하나에 집중하게 되는 것은 정답으로의 최단 경로가 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것이 정상적이냐고 묻는다면 그렇진 않다고 하겠다.

       어찌 노인의 여유도 지혜도 없이 젊은이처럼 되어버린 것이 정상이라 할 수 있겠는가?

       필시 그동안 해온 주술의 부작용이거나, 나이를 먹어서 생긴 병 때문이겠지.

         

       케네스는 그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을 명석하거나 똑똑하다고 여기지는 않았으나, 그래도 이것을 모를 만큼 아둔하지는 않다고 여기는 사람이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단지 그뿐.

       그는 그것이 큰 문제라고 여기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그는.

       그는.

         

         

         

        * * *

         

         

         

         

       부아아앙-!!!

         

       콰장창창!

         

       거대한 엔진의 소리.

       도로를 차단하고 있던 문이 박살이 나는 소리.

       새까만 밤에 그 거대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금속이 거대한 차체에 깔린 채 우그러들고 찌그러지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거대한 엔진 소리와 함께 트럭이 질주하는 소리가 들린다. 거대한 트럭의 헤드라이트가 밝게 빛나고, 비포장도로를 거침없이 폭주하듯 내달린다. 그 기세에 짐승들은 화들짝 놀라 날개를 펼치고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네발 달린 짐승은 타닷 하는 소리와 함께 안전하리라 생각되는 곳으로 미친 듯이 뛰어간다.

         

       그리고 트럭은 달린다.

       달리고, 달리고, 또 달린다.

         

       부아앙-!

       빠앙-!!

       빠아아앙-!!!

         

       자신의 존재를 숨길 생각조차 없다는 듯, 거대한 엔진 소리와 거대한 경적을 울리며 그렇게 내달린다.

         

       트럭이 향하는 곳은 화산이 있는 곳.

       뒤에 많은 짐을 싣고, 그 무거움에 땅에 자국을 남기며 그렇게 앞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그 질주에는 폭발하는 감정이 있었고, 그 안에 대충 숨겨놓은 악의가 쑤셔박혀 있었다. 그 악의는 폭탄의 안에 작은 못과 나사를 넣은 것만 같은 악의였고, 쉬이 알아볼 수 있으면서도 그 음습하고 살의 넘치는 악의를 알아볼 수 있는 수준이었다.

         

       마치 처음부터 숨길 생각이 없었다는 듯, 하지만 그래도 숨기는 시늉이나마 하겠다는 듯 그렇게 대충 감춰놓은 악의.

         

       그렇기에 그 성의 없는 악의가 성의 없이 드러나는 것은 필연적이었을지도 모른다.

         

       퍼어어어엉-!!!

         

       폭발.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픽업트럭이 뒤집혔다.

         

       픽업트럭은 미친 듯이 내달리며 화산으로 향하는 길목에 접어들었는데, 군대가 깔아놓은 것인지 아니면 케네스가 깔아놓은 것인지 모를 지뢰를 밟고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마치 대전차 지뢰를 밟은 차가 허공으로 튀어 오르며 뒤집히는 것처럼 트럭은 허공으로 솟아 몇 바퀴를 회전했다. 그리고 그와 함께 픽업트럭을 운전하고 있던 사람 역시 허공에서 타의로 몇 바퀴나 회전하였고, 운전대를 꼬옥 붙잡은 채 무표정한 얼굴로 눈을 빛냈다.

         

       그리고.

         

       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무표정한 얼굴로 경적을 눌렀다.

       충격에 몸이 튕겨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운전대를 양손으로 꼬옥 붙잡고, 정수리로 운전대의 중앙을 깊게 누르며 그렇게 경적을 울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경적이 그렇게 계속해서 울림과 동시에 어떠한 장치가 작동하기 시작하였고, 자그마한 전류는 선을 따라 움직이며 픽업트럭의 짐칸에 실려있는 어떠한 것을 자극했다. 그리고 그것은 자그마한 불꽃을 일으키며 화약이 담겨있는 선에 불을 붙이고, 그 불은 퍼엉- 퍼엉- 하는 자그마한 폭발음을 연달아 내면서 목표물까지 순식간에 도달한다.

         

       그리고.

         

       퍼어어어엉-!!!

         

       터졌다.

         

       사제로 만들어낸 지향성 지뢰가 터졌다.

         

       픽업트럭에 실려있는 얼기설기 만들어낸 지향성 지뢰는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품고 있는 탄환을 사방으로 퍼뜨렸다. 나사와 못, 쇠구슬, 찌그러진 탄피 등의 물건을 담은 사제 지향성 지뢰는 하나하나가 부채꼴 모양으로 터져나가며 주변을 초토화했고, 그와 함께 ‘유독성 물질’이 담겨있는 어떠한 탄환들 역시 사방에 흩뿌렸다.

         

       그러한 사제 지향성 지뢰가 여럿이라.

       퍼져나가는 탄환은 그야말로 구체의 형태로 만개하는 꽃이 그러하듯 환하게 만개하였고, 철과 독으로 만들어진 탄환을 사방에 흩뿌렸다. 그 탄환은 아름답게 피어나는 꽃잎이었으며, 바람에 흩날리며 사방에 퍼지는 향이었으며, 독을 뿌리고 땅을 오염시키는 끔찍한 씨앗이기도 하였다.

         

       이 옐로스톤 국립공원을 사랑하는 이라면 입에 거품을 물고도 남을 광경이었다.

         

       트럭이 터지는 것도 끔찍하고 탄환이 퍼지는 것도 끔찍하다.

       하지만 진정 끔찍한 것은 저 사제 지향성 지뢰가 품고 있던 독이라.

         

       그 독은 그야말로 이 공원을 오염시키고, 이 닫힌 생태계를 격변시키기에 충분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땅이 오염이 되어서 식물은 자라지 않을 것이고, 저것이 박힌 나무는 죽어 나갈 것이다. 그리고 동물이 저것을 먹는다면 죽음을 맞거나, 혹은 그 끔찍한 독에 시름시름 앓겠지. 그것도 아니라면 기형의 형태로 자손을 낳아 제대로 대를 이어 나가게 될 수 없을 것이니, 그야말로 그 끔찍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는 것이라 하겠다.

         

       어떤 독이 그런 일을 할 수가 있느냐고?

         

       있다.

       그런 끔찍한 재앙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독이 있다.

         

       방사능.

       방사성 폐기물이 담긴 탄환이라면 능히 그럴 수가 있다.

         

       방사능에 오염이 되고, 찌들고, 변이되고.

       그렇게 이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오염이 되리라.

       제염작업을 대대적으로 행하기 전까지, 그리고 제염작업을 행한 후에도 그 후유증에 신음하게 되겠지.

         

       저 트럭이 싣고 있는 방사성 폐기물로 만든 더티밤- 사제 지향성 지뢰는 그만한 재앙이었으니까!

         

       부아아앙-!!!

       빠아아아아앙-!!!

         

       그리고 이러한 재앙은 하나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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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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