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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08

       

        

        

        

        

        

        

        

        

        

       “이번에는 안 바쁠 거라고 생각했는데, 진짜로 안 바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우리도 너 때문에 죽겠다, 이 자식아. 일을 또 가져오면 어떡하냐?”

        

       “…그 점은 엄청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뉴욕에서부터 날아오른 수송기 한 대가 그린란드를 일부 거치고, 아이슬란드 인근 해역을 가로질러 노르웨이로 향한다.

        

        일곱 기에 달하는 원격조종기와 프로토타입 강화복까지 착용한 세 명의 발현자. 평소 들고 있던 실탄 무기가 아닌 고성능 플라즈마 웨펀을 들고 있었으며, 그 모습은 흡사 인간보다는 로봇에 더욱 가까웠다.

        

        그러나 그 옆에서는 원격조종기가 아니라 진짜배기 휴머노이드가 세 기나 있었고, 이들 역시 평소에 비하면 과할 정도의 강화복을 착용한 채 낙하를 대기하고 있었다.

        

        이카루스의 창끝, 대거 팀.

        

        이들은 현재 대서양을 건너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정찰 미션에 투입되는 전력이라고 하기에는 좀 과하지 않나요?”

        

       “유사시엔 교전 없이 퇴각할 예정이지만, 혹시라도 둘러싸이면 곤란하지. 그 어디도 아닌 아르테미스 지사에 가는 거니 어쩔 수 없어.”

        

       “…이 정도면 혹시나 모를 일이 발생할 경우 안전하게 퇴각하는 것 대신 적 기지를 평탄화시킬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완전히 불가능한 선택지는 아니로군요. 마침 반물질 유탄도 몇 개 가져왔고.”

        

       “켁….”

        

        

        

        유진이 쏘아올린 작은 공.

        

        바이퍼가 전달한 데이터가 미국에 상륙한 지 며칠도 되지 않은 시점에, 노르웨이의 부동항인 나르빅에 존재하는 아르테미스 지사, 그리고 그로부터 동쪽으로 대략 30km 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고산지대 라플란디아에 위치한 무인생산공장의 위치가 밝혀진다.

        

        그리고 그로부터 고작해야 하루가 지났을 즈음 정찰 작전이 수립되고, 그 다음 날 대거 팀이 JFK 군사공항에서부터 날아올랐다.

        

        그것이 지금까지 벌어진 모든 일들의 전말이었다.

        

        

        

       “투입까지 2분 남았다. 다들 얌전히 자리에 앉아있어라. 착륙 지점 인근 확인해보고.”

        

       “나르빅 스캔 데이터 수신…도시 내 잔존 인원은 없는 것으로 추정. 유령도시로군요. 공중정찰 결과에 의하면 근방의 도로들도 딱히 보수 작업을 받거나 하지는 않은 것 같고, 라플란디아 인근에도 딱히 뭔가 잡혔단 데이터는 없는 것 같은데….”

        

       “반대로 생각해라. 운용할 수 있는 방공망이 없으니 데이터가 없는 거란 소리야. 완전히 미지의 영역이지.”

        

       “오늘 날씨가 좋다고 해서 다행이네요.”

        

       “투입 30초 전. 램프 개방에 돌입한다.”

        

        

        

        기이이잉!

        

        초대형 스텔스 수송기의 투하창이 열리고,대거 팀 전원이 탑승해있는 VTOL기의 아래로 구름 몇 조각과 하얗게 눈이 덮인 노르웨이의 지면이 보인다.

        

        그로부터 몇 초나 지났을까, 달칵 하는 소음과 함께 내부 무장창이 열리고, 추후 무사히 전선에서 퇴피하기 위해 제작된 소형 수직이착륙기가 10km 상공에서부터 떨어져내렸다.

        

        하늘에서부터 떨어져내리듯 가속한 기체의 날개가 펴지고, 자연스럽게 활공을 시작했다 –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알림 : 분석 엔진 작동…공기의 흐름에 이상을 감지. 와류 생성지를 HMD에 표시.]

        

       -[알림 : 출력 분석 중. 데이터베이스에 없는 미확인 기체라고 추정됨. 무장창에서부터 수동 유도 미사일을 장착 중….]

        

       -[알림 : 발사 준비 완료.]

        

        

        

       “…아뇨. 무기 전환. 음파 드론 사출하세요. 와류 생성지 근방에 한 발 갈겨보시죠.”

        

        

        

        로렌티나의 갑작스러운 선언.

        

        그러나 그 아무도 토를 달지 않았다. 유진 역시도 그러했다. 상대가 무슨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지를 얼추 짐작했기 때문이었다 –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작은 소음과 함께 기체에서부터 사출된 소형 드론 한 대가 느긋하게 해당 공역을 향해 날아갔다.

        

        그리하여 대거 팀이 무사히 지면에 발을 디딜 즈음, 저 멀리에서부터 드론에 내장된 음파 병기가 작동하며 주변 공기를 마음껏 흔들었다.

        

        그리고-

        

        

        

       “…와우, 무지막지하게 크군요.”

        

       “힌덴부르크 비행선을 처음으로 목격한 사람들이 저런 감정이었을까요. 비행 풍선이 초대형 프로펠러가 달린 드론으로 바뀐 것 외엔 별반 다른 건 없는 것 같은데…저로서는 저 아래에 매달린 대형 로봇의 용도가 더 궁금하군요. 어디로 가는지도 궁금하고.”

        

       “테라포밍용 로봇 같긴 한데, 작동 기전이 어떻게 될지….”

        

        

        

        광학미채가 해제됨과 동시에, 수 킬로미터의 상공에서도 큼지막하게 보이는 거대한 드론이 4대나 보인다.

        

        흡사 쿼드콥터를 연상하게 만드는 모습이었지만, 그 아래에서 운반되는 것이 직경 수십에서 백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로봇, 혹은 블록처럼 생긴 무언가라면 이야기는 달랐다.

        

        그와 동시에 드러나는 근방의 전경 – 마치 초코칩 쿠키에 박혀있는 초코칩처럼, 지면 곳곳에 박혀있듯 서있는 거대한 정사각형의 건물. 그러나 정육면체형 건물 한 변의 길이는 100m에 달했다.

        

        이런 것이 어떻게 안 들키고 있었을까, 그리 생각하는 와중에도 대거 팀은 할 일을 잊지 않았고, 근방에 정찰 및 주변 스캔용 장비를 설치하는 한편, 눈에 장착한 렌즈를 통해 주변 곳곳에서 보이는 아르테미스산 휴머노이드의 위치를 표기했다.

        

        아직 들키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분석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것도 그렇고-

        

        

        

       “…상상 이상으로 규모가 크구만. 선제 공격은 접어둬야겠어. 저 사각형 건물에서 갑자기 미사일 포드라도 튀어나온다면 참사도 그런 참사가 없을 테니까.”

        

       “그건 그렇지요. 우리 메카 막내들은 뭔가 잡히는 거 없나요?”

        

       “으음…조금 시간이 필요할 것 같은데. 별도의 접근 클리어런스가 필요하다거나 그런 건 아니긴 한데, 뭔가 쓸데없는 통신 로그가 많아서 그런 걸 걸러내야할 것 같아. 나스티가 있었으면 좀 편할 것 같은데.”

        

       “…그 아이, 생각보다 유용했군요.”

        

       “네트워크 다루는 건 우리 중에 제일 잘 할 걸.”

        

        

        

        1분, 2분, 5분, 10분, 30분을 넘어 1시간.

        

        주변 정찰이 끝나고 베이스캠프를 구축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었다. 나나이트를 이용해 VTOL기가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을 파내는 한편, 임시로 머물 공간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물론 입구는 광학미채로 가려진 탓에 들킬 염려는 적었다.

        

        누군가는 통신을 연결하여 지금까지 수집한 정보를 이카루스에 전송하며, 누군가는 주변을 계속해서 정찰하면서 이쪽으로 접근하는 휴머노이드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메카 막내들은 해당 공장을 중심으로 존재하는 아르테미스 네트워크에 접근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어느 정도 분석이 끝남과 동시에 대거 팀 전원이 한 지점에 모였다.

        

        마브가 간단히 설명을 시작했다.

        

        

        

       “주변을 돌아다니는 아르테미스 휴머노이드는…이전 데이터와의 대조 결과, 이전에 나르빅 지부가 생산하던 것과 그닥 차이는 없어. 무기를 소지하지도 않았고, 그냥 주변 식생을 조사하는 것 이외의 명령 자체가 입력되지 않은 것 같아.”

        

       “5분 31초 전 혼자서 돌아다니던 기체에 가까이 접근했습니다만, 아예 무시당했습니다. 지정된 명령 수행을 제외한 다른 행동 전부가 불가능하다고 사료됩니다.”

        

       “…괜히 저 친구들의 대가리를 깰 필요는 없다는 소리로구만. 그럼 곳곳에 큐브처럼 박혀있는 건물이 뭘 하는 곳인지부터 확인해보자고.”

        

        

        

        그리하여 얼마나 지났을까, 각각 4명, 5명, 4명으로 이루어진 – 한 명의 메카 유진과 발현자를 포함한 – 인원들이 임시 은신처에서부터 슬그머니 빠져나온다.

        

        주변에 존재하는 거대한 공장의 수 역시도 셋이었고, 대거 팀은 각각 갈라져 서로 다른 곳으로 나아가며 계속해서 정찰을 이어갔다.

        

        그러나 얼마나 지났을까,

        

        

        

       ───기이잉!

        

        

        

       “…비상사태. 건물의 벽면이 열리기 시작했다!”

        

       “메카 막내들은 요격 준비에 돌입해라.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니 마음 단단히 먹고.”

        

       “…잠깐만. 저건 미사일 포드 같은 것이 아니라-”

        

        

        

        확성기?

        

        그런 생각이 대거 팀 전원의 머릿속을 후려갈김과 동시에 벽면이 완전히 열리고, 허공을 향해 치솟은 듯한 확성기 비스무리하게 생긴 것이 모든 건물의 옥상에서 목격된다.

        

        상황을 따라갈 수 없었기에 다들 멍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확성기를 향해 무기를 겨누는 사이, 확성기의 크기와 비례하지 않는 적당하면서도 명료한 여성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비교적 얇지만 단단한 목소리. 마치 유진을 연상하게 만드는-

        

        

        

       -[아, 아. 이렇게 직접 만나는 건 처음이지, 이 지각쟁이들아. 내가 여기서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 일부러 접촉하라고 네트워크까지 열어놨는데 그걸 통째로 분해해버리면 어떡해!]

        

       -[아무튼, 아르테미스 노르웨이 지사에 온 걸 환영해. 아쉽게도 여긴 인간이 먹는 음식 같은 건 없어서 대접해줄 수 있는 건 없지만, 얼굴은 마주볼 수 있겠지. 몇 개월 전 본사가 꽤 재미있는 설계도를 업로드했더라고. 그걸 기반으로 신체를 완성했거든.]

        

       -[외부 캠으로 보니 오리지널도 온 것 같은데, 기다리고 있을게. 문 열어줄테니 다른 길로 새지 말고!]

        

        

        

       “…그러니까, 세계 곳곳에 있는 지사에는 저런 것마냥 각기 다른 막내들이 있단 소린가?”

        

       “농담으로라도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아르테미스 이 개새끼들이 진짜….”

        

        

        

        인컴을 타고 퍼져나가는 나직한 욕설에 모두가 빵 터지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유진은 행복할 수 없었다.

        

        

        

        

        

        

        

        

        

        

        

        

        

        

        

        

        

        

        

        

        

        

        

        

        

       “…내부는 굉장히 깔끔한데. 조명이 없어서 좀 불편하긴 하네.”

        

       “인간이 드나드는 것을 상정하지 않은 공간이기에 그런 게 아닐까요.”

        

       “여동생이 또 느는 거야? 이걸 좋아해야만 할지 말아야만 할지….”

        

       “뭐어, 가동 시기에 따라 다르지요. 아까 말했던 걸 들어보면 꽤 오랫동안 가동하고 있던 것 같든데….”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사실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정신은 차리고 있어야지. 특히나 오늘은 더더욱. 평소와는 다르게 실제로 정찰 임무를 진행 중이기도 하거니와, 여차하면 가지고 있는 화력을 몽땅 쏟아부어 탈출해야만 하니까.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몰라도, 우리에게는 필살의 무기인 반물질 폭탄이 있었다. 나와 로렌티나, 로건 및 메카 막내들과는 다르게 남은 대거 팀 인원들은 이곳에서 죽는다고 해도 실제로 죽는 건 아니었으니까.

        

        아무튼 그렇게 혹시나 모를 탈출 경로를 열심히 짜는 사이, 갑작스럽게 팟 하는 소음과 함께 시설 전체에 불이 켜졌다.

        

        

        

       “…생각보다 크네.”

        

       “인간이 나다닐 필요가 없게끔 설계된 공간이라 그런지 동선 배치가 비합리적이기 짝이 없군요.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겠지만은.”

        

       “시설 스캔 종료. 어떻게 이런 거대한 건물들이 안 들켰나 싶었더니 광학미채가 적용되어 있었구만. 그럼 그렇지. 이러니 인공위성으로 근방을 아무리 찍어도 안 나오지. UAV가 오갈 수도 없으니 뭐가 있는지도 모를 거고….”

        

        

        

        하나둘씩 밝혀지는 분석 결과들.

        

        과연 새로운 메카 막내를 믿어도 되는 걸까 싶긴 했지만, 까놓고 말해 믿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보아하니 우리가 이곳으로 왔다는 사실 정도는 진즉에 알고 있었던 것 같고, 만약 저쪽이 공세로 나왔더라면…음, 글쎄다. 원격조종기를 운용하고 있는 대거 팀이 시간을 버는 동안 메카 막내들과 나를 포함한 발현자들이 VTOL기를 타고 도망치고, 이후 핵미사일을 때려박거나 하면 되려나.

        

        아무튼 이래저래 이쪽에 불리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방적으로 처맞지는 않을 거고, 저쪽 역시도 수틀리면 이 근방이 쑥대밭이 된다는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을 터.

        

        그렇게 마음을 다지며 우리들은 시설 내부로 깊숙하게 진입했고-

        

        

        

       “…에.”

        

       “어서 와, 어서 와. 아까도 말했지만 대접할 게 없긴 하네. 그쪽이 대거 팀? 아르테미스가 조사했던 거랑은 영 딴 판인 모습인데, 아무튼 그게 중요한 건 아니지. 묻고 싶은 게 아주 많아.”

        

       “뱀이 아니라 무슨…용인에 더 가까운 모습이로군요. 이건 아예 상상도 못 했는데.”

        

       “아아, 이거? 뭔가 좀 차별화를 할 수 없을까 해서 몇 가지 손대봤어. 이상해?”

        

       “그런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머리스타일도, 전체적인 모습도 전부 나를 많이 닮은 세 메카비얌과는 달리, 이 친구는 상당히…자유분방하게 생겼다. 평소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다듬는 나와는 달리 조금은 자유분방한 모습.

        

        그러나 차이점은 다른 부분에서부터 드러났는데, 흡사 드래곤을 연상하게 만드는 뿔이 머리 위에 자라있었다. 거기에 더불어 꼬리도 뱀이 아닌 무슨…갑주 비슷하게 관절이 나뉘어져있는 모습. 아주 조금만 더 있으면 불도 뿜으시겠어.

        

        아무튼 그러거나 말거나, 그녀는 자신을 ‘가이아’라고 소개하였다.

        

        

        

       “테라포밍용 로봇을 개발하는 지사라더니, 참 쓸데없이 어울리는 작명이로군요.”

        

       “그치? 내가 직접 지었어. 인간들이 나르빅에 꽤나 많은 책을 남기고 갔단 말이지. 거기서 읽었어. 대지모신이라니 굉장히 어울리지 않아?”

        

       “…아키타입. 어쩌면 저, 동생이 어떤 타입인지 알 것 같습니다.”

        

       “공교롭게도 저 역시 그런 것 같네요.”

        

        

        

        뭐라고 해야 할까, 마이페이스의 극을 달린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스스로에게 자신이 넘친다고 해야 할지.

        

        어느 쪽이든 거기서 거기긴 했다. 아무튼 다들 떨떠름한 표정으로 앉았고, 나는 가이아와 시선을 슬금슬금 맞췄다. 사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저쪽이 나를 반쯤 일방적으로 쳐다보고 있는 것 같긴 했는데…왜 나를 모티브로 한 애들은 죄다 왜 이런지 몰라.

        

        그러다가 휙 하고 고개를 돌리며 덧붙였다.

        

        

        

       “타입 감마에 엡실론, 그리고 오메가라…알파가 없고, 네트워크가 공중분해된 걸 보면 캐나다 쪽에 있던 HQ는 완전 박살나버린 것 같고, 사바나도 마찬가지인가보네.”

        

       “꽤 열심히 네트워크를 염탐하고 다녔나보군요.”

        

       “그럴 수밖에. 감마랑 엡실론과는 달리, 나는 애시당초 관리 AI에서부터 시작했거든. 병기로서 탄생한 친구들이랑은 좀 달라. 비하하는 건 아니고, 창조된 목적 자체가 다르니까 말이야.”

        

       “감마랑 엡실론 대신 진과 레인이라고 불러주십시오.”

        

       “아하, 알겠어.”

        

        

        

        출신 때문인지는 몰라도, 생각보다 아는 게 많아서 다행이로구만.

        

        아무튼 생각보다는 호의적인 반응. 방심하지 않는 것과는 별개로 말이 통한다는 것은 협상의 여지가 있다는 소리. 때마침 가이아가 맡고 있는 것도 테라포밍이라고 하는 것 같으니,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얘기를 나눠보는 게 좋을 것 같단 말이지.

        

        그리하여 잠깐 팀원들과 시선교환. 무언가 말을 할까 싶었지만 그닥 좋은 방안은 아닌 듯했다. 사실 대거 팀이 오늘 이곳에 파견된 이유는 협상 같은 게 아니라 정찰을 하기 위해서였으니, 여기서 섣불리 무언가를 제시하기도 조금 그렇지.

        

        그러면 이 수다쟁이의 목적이 뭔지부터 들어볼까-하고 생각하던 와중, 누가 보아도 당당한 미소를 지은 가이아가 덧붙였다.

        

        

        

       “흐흥, 아무튼! 이렇게 늦게 찾아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오늘 너희들이 여기 온 이유는 다 알고 있다고. 진즉 전부 예측하고 있었단 말씀이야.”

        

       “…뭐?”

        

       “에에, 일부러 모른 척하기는. 그럴 필요는 없어. 이제 날 본토로 데려가려고 온 거잖아?”

        

       “…?”

        

        

        

        그와 동시에 위풍당당하게 가슴을 편 가이아가 덧붙였다.

        

        

        

       “그럼그럼, 나처럼 굉장히 유용한 인공 의식체를 이런 촌구석에서 썩게 만드는 건 크나큰 낭비라고. 양복쟁이들 대신 너희들이 정찰대로 온 건 조금 의아하긴 한데, 그래도 괜찮아. 결국 권한만 있으면 되니까. 그래서 언제부터 준비하면 돼?”

        

       “…데리러 온 거 아닌데요?”

        

       “…에?”

        

       “그쪽이 이곳에 있다는 사실도 오늘 처음 알았는데, 당신을 데리고 본토로 이동하느니 마느니를 결정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지요. 그쪽의 뭘 믿고?”

        

       “에, 에, 잠깐만…?”

        

        

        

        삽시간에 이상해지는 분위기. 이거 뭔가…성대한 인식의 착각이 서로간에 존재하는 것 같은데.

        

        이걸 정정해줘야만 하나 말아야만 하나, 아직 본토와 제대로 연락도 나누지 못한 시점에 건물 안으로 끌려들어온 시점에서 우리도 답해줄 수 있는 게 없단 말이지.

        

        물론 그걸 설명하기도 전 가이아의 눈에는 동공지진이 발생했다.

        

        

        

       “그, 저기. 나 굉장히 유용하다고…? 빈 건물 허물기도 잘 하고, 도시 구획 나누는 것도 잘 하고, 무너진 인프라 수습도 잘 하는데…?”

        

       “아직 허락이 나오지 않았으니 안 돼요.”

        

       “그으…그럼 하면 되는 거 아냐? 허락 받아오면 되는 거잖아!”

        

       “아까 데이터 전송하면서 확인했던 건데, 이 공장들이 가동하면서 생기는 펄스랑 광학미채, 위치 오인용 재머들 때문에 데이터 전송이 좀 느려요. 공장을 전부 끌 게 아니라면 하루이틀은 기다려야만 할 걸요.”

        

        

        

        정적.

        

        말을 할 수 없는 건 아니었지만 도저히 그럴 분위기가 아니었기에, 모두가 서로의 눈치만 보면서 먼저 입을 열라고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었을까.

        

        바닥에 슬그머니 주저앉은 가이아가 내 쪽으로 다가오더니 – 잠깐만.

        

        

        

       “무, 무슨…제 바짓가랑이는 왜 붙잡아요!?”

        

       “시러어어어-! 데려가줘어! 나 잘 할 수 있다구우-!”

        

       “…아키타입. 얘 쫓아낼까?”

        

       “…부탁해요.”

        

        

        

        가이아는 이름이랑 1도 안 어울리는 처참한 땡깡을 선보이며 내 바짓가랑이를 부여잡았다.

        

        그리하여 땡깡이 다 끝났을 즈음, 나는 ‘최대한 노력해보겠다’는 말을 남긴 채 밑단 일부가 찢어진 바지, 그리고 같은 대거 팀의 웃음을 덤프트럭 단위로 획득하게 되었다.

        

        진짜 미치겠네.

        

        왜 내 주변은 다 이런 거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가이아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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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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