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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09

    <609 – 맛있는 연계퀘스트(33)>

     

    기프트 아카데미의 간수직은 교관과 달리, 그리 인기가 좋은 일자리가 아니다.

    워낙에 흉악한 범죄자들이 많이 살고, 또 제어수갑을 차고 있어도 기가 막힌 마나제어술로 은밀하게 마법을 거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선배. 그래봤자 제어수갑을 차서 쓸 수 있는 마법보단 간수인 우리가 쓸 수 있는 마법이 더 뛰어나지 않겠습니까?”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구나. 위력이 약한 마법은 은밀하게 걸면 탐지도 안 된다.”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공격마법이면 차라리 감지라도 할 수 있지, 아주 미세한 저주를 걸어봐라. 하도 은밀해서 작정하고 바디스캔을 해도 걸리지 않는 술식도 허다해.”

    “위치인식의 저주라도 걸고 몰래 탈옥이라도 하는 건가요?”

    “아니. 탈모의 저주, 액취증의 저주, 조금씩 이성에게 인기가 없어지는 저주, 벌레들이 좋아하는 저주, 동물들이 싫어하는 저주 따위를 건다.”

    “…”

    “아주 거지 같은 놈들이지.”

     

    올해로 5년째 간수직으로 근무하면서 진급을 위한 포인트를 모으고 있는 간수선배의 말에 신입간수는 오싹한 공포심을 느꼈다.

    탈모, 액취증, 인기가 없음.

    모두 선배 간수를 가리키는 수식어였기 때문이다.

     

    “그럼 여기서 앞으로 5년을 더 보내면 저도 선배처럼 가까이 가기도 싫고, 여자 간수들이 5m 내로 접근하지 않고, 죄수들도 기피하는, 인생 포인트밖에 가진 게 없는 그런 사람이 되는 건가요?!”

    “니 인생 5년 뒤는 몰라도 너가 날 어떻게 생각했는지는 잘 알았다…”

     

    선배 간수는 팩트폭격에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지만, 그래도 멋모르고 험지에 자원해서 들어온 신입이 불쌍하기도 해서 마음을 다잡고 달래주었다.

     

    “여기서 일한다고 꼭 포인트만 많이 버는 건 아니야. 여기서는 매주 <특별연공실>에서 수련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

    “대감옥에서 나온 간수분들이 이상하리만치 실력이 좋아져서 나오느라 죄수들과 모종의 거래를 한 것이 아니냐는 뒷소문은 들어보긴 했습니다만… 특별연공실이 그만큼 효율이 좋습니까?”

    “물론이지. 특별연공실이 돌아가는 메커니즘부터 죄수들한테 힘을 뺏어오는 방식이야.”

    “헉! 그게 정말입니까?”

    “휴학생 전용구역에선 마나재해구간에서 피 터지게 경쟁을 벌여야 하지만 여긴 그런 것도 없어. 그냥 자기 경지에 맞는 계층에서 수련만 하면 알아서 마나가 쑥쑥 늘어나.”

    “오오!”

    “그뿐만이 아니야. 마나를 지키기 위해서 죄수들이 정신력으로 자기 마나를 지키는데, 죄수 앞에 가서 악담을 퍼붓고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면 그 주에는 더 많이 마나를 얻을 수 있지.”

     

    신입간수는 죄수들한테만 유독 성질머리가 더러웠던 선배간수들의 모습과 그 이유를 깨닫고야 말았다.

    그런 합리적인 이유가 담긴 괴롭힘이었구나!

     

    “반대급부로 죄수들이 저주를 조금 걸기야 하겠지만, 그깟 저주는 경지가 올라서 번 돈으로 나중에 지상에 올라가서 털어내면 되는 거 아니겠냐?”

    “선배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자, 그럼 너도 가서 첫 실습을 해봐라. 간수 짓 하면서 제일 아니꼬웠던 죄수 방에 찾아가서 그놈 멘탈 깨부수고 마나를 쏙쏙 빨아먹는 거다.”

     

    진정한 남자가 되기 위해 동정을 졸업하는 남자처럼 진정한 간수가 되기 위해서는 죄수와의 우호적인 관계를 졸업해야만 하는 것!

    신입간수는 성장을 위한 자신의 사명을 깨우치며 툭하면 마나회로를 잘못된 방향으로 인도하는 사악한 마나연공법을 읊어대는 악천군 곽조가 수감된 방으로 향했다.

    그러자 때마침 지나가던 여자간수가 인사를 건넸다.

     

    “안녕.”

    “아, 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근무 중 수고가 많아.”

     

    신입은 왈칵 감동을 받았다.

    옆에 가면 기분 나쁜 냄새가 나지도 않고, 암울한 소리를 해대지도 않는 심지어 머리카락도 긴 여자 간수가 있다니!

    조금 전까지 우상향하던 선배 간수에 대한 좋은 이미지는 뚝 떨어져서 그냥 그 사람이 더럽고 치사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으로 이어졌다.

     

    ‘어라? 근데 우리 계층에 여자 간수가 있었나?’

     

    간수는 즉시 품에서 근무 중 지켜야 할 수칙을 참고할 때 열람하는 소책자를 꺼냈다.

     

    ━━━

    <대감옥 간수 매뉴얼>

     

    안녕하세요.

    당신은 이 대감옥에서 간수로 근무하게 될 예정입니다. 이 매뉴얼은 당신의 안전과 우리 대감옥의 안정을 위해 꼭 지켜야 할 규칙과 지침을 담고 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지침서를 어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대감옥 내에서 발생하는 어떤 일에 대해서도 책임을 질 수 없음을 명심하십시오.

    부디 모든 주의 사항을 엄격히 준수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1. 근무 시작 전, 모든 문을 확인하여 잠그십시오. 하나라도 열린 문이 있다면 영체화한 죄수가 탈옥을 시도 중일지도 모릅니다.

     

    2. 복도에서 웃음소리가 들린다면 즉시 퇴마주문을 외우고 내면의 정신력을 지키십시오. 간수를 미치광이로 만들어서 고립시키려는 죄수들의 모략입니다.

     

    3. 절대로 어둠에 들어가지 마십시오. 어둠 속에는 죄수들이 간수들 모르게 소환한 온갖 기괴한 존재들이 돌아다닙니다.

     

    4. 위층에서 누군가가 뛰어다니는 소리가 들린다면 주의를 주러 가지 마십시오. 당신의 등 뒤에 감옥문을 열고 위계층으로 올라가려는 죄수가 있을 겁니다.

     

    5. 무전교신을 사용하지 마십시오. 죄수들의 마나제어술은 당신보다 높습니다. 모든 통신은 도청, 신호탈취, 보이스피싱의 위험을 지니고 있습니다.

     

    6. 선배간수가 포인트를 요구한다면 절대로 확답하거나 포인트를 전송하지 마십시오. 대감옥의 모든 설비는 무료이며 포인트를 요구하는 사람은 오직 죄수뿐입니다.

     

    7. 죄수가 알려주는 마나연공법 구결을 암송하지 마십시오. 당신은 주화입마에 걸려 경지회복을 위해 죄수들의 명령에 복종하는 처지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8. 각 층의 간수는 모두 얼굴을 아는 사이입니다. 간수장이 데려온 <신입>이 아닌 다른 간수가 나타난다면 최대한 태연하게 지나친 후, 구조요청을 보내십시오. 간수복을 입수한 죄수는 최소 하나 이상의 간수를 쓰러뜨렸으며, 당신보다 약하지 않…

    ━━━

     

    어쩐지 간수치고 이상하게 냄새도 안 나고 괴물을 마주친 것처럼 불쾌한 기분도 들지 않고 목소리도 청량하다 싶었다.

    저건 간수가 아니라 간수를 쓰러뜨린 죄수였구나!

    소름이 돋아서 팔뚝을 쓸어내리는데 바로 옆의 벽에서 들려서는 안 될 어린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흐음. 그런 책자가 있었구나?”

    “?!”

     

    <술식개변>

    <숨기>

     

    너무나도 완벽한 마나제어술 때문에 눈으로 보고도 바위의 일부라고만 생각했던 회색빛의 소녀가 손을 내밀어 책자를 가져갔다.

    그 손이 자신의 목을 그었어도 저항할 수 없었다는 사실에 신입이 바짝 얼어있자, 조금 전의 간수와 함께 수많은 사람이 우르르 나타났다.

     

    “간수의 주머니를 뒤지십시오. 각 층의 문을 통과하기 위한 인증키가 있을 겁니다. 아, 손가락과 눈은 챙기지 않아도 됩니다. 간수들의 안전을 위해서 생체마나술식으로 인증을 해야 하거든요.”

     

    악천군 곽조.

    대감옥 간수 매뉴얼에 주화입마를 조심하라는 항목을 신설할 정도의 위험성을 지닌 남자가 가짜간수와 함께 나타났다.

     

    “아, 그거라면 괜찮아요. 이미 훔치기랑 술식복사를 끝마쳤거든요! 그럼 이 신입간수는 이제 쓸모를 다한 것 같은데 필요하신 분 있나요?”

     

    겁에 질려 입도 뻥끗 못 하는 신입간수를 훑어보며 고개를 젓는 죄수들.

    유난히 얼굴에 힘줄이 솟구친, 마치 야수처럼 흉폭한 기세를 지닌 늑대수인이 느릿느릿 신입을 노려보며 지나갈 때는 정말 살해당하는 줄만 알았다.

    구사일생했다며 안도하는 신입간수는 어느덧 모든 죄수가 한 남자만을 쳐다보고 있음을 깨달았다.

     

    세상의 모든 희망이 사라진 어둠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공허한 눈동자.

    보랏빛의 불길한 머리카락과 그보다도 더 꺼림칙한 무표정한 얼굴.

    아무런 의지가 느껴지지 않는 무기력한 모습임에도 모든 죄수가 따르는 자.

     

    “벨로카시오.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아무도 원치 않는 간수이지만 마음만 먹으면 어떻게든 ‘소모’할 수 있는 자원입니다.”

    “인간형으로 머무를 때는 인육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도 먹으라고 하면 먹을 수는 있다…”

     

    4계층의 강자, 악천군 곽조와 늑대수인 로시난테에 이어서 간수복의 여자와 기묘한 소녀도 말했다.

     

    “어쩔 거야?”

    “5계층 봉인문에 던지면 노릇하게 구워져서 인간전기구이가 되기는 해요! 저는 그런 쪽은 좀 그래서 수집하지 않고는 있는데 필요하면 드셔도 돼요, 선배! 막 마왕군 같고 멋있을 듯!”

     

    저 잔인한 남자는 인육마저도 거리끼지 않고 취하는, 마왕군 취급조차도 당연한 존재란 말인가!

    신입간수는 극도의 공포 속에서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아무런 의지가 느껴지지 않는 눈동자 앞에서 절망을 느꼈다.

    세차게 뛰던 심장이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멎었다.

     

     

    * * *

     

     

    “아니 저거 죽잖아요! 빨리 살려내세요. 그래야 벨로카시오가 우리 대장으로 활약했다는 증인이 남죠!”

     

    오크노디의 외침에 죄수들이 멀뚱멀뚱 쓰러진 간수를 내려다보았다.

     

    “치유주문을 범죄자가 왜 공부해? 그런 건 학창시절 때 우리한테 얻어맞던 놈들이나 배우지.”

    “추적 당할 때 쓰려고 배운 자힐기는 있는데요.”

    “나도.”

    “저도 그렇습니다.”

    “…이놈들 진짜 쓸모없네.”

     

    보다못한 이슈타르가 용사파티의 동료이자 성녀인 유피에게 어깨너머로 배운 치유주문을 사용해서 간수의 숨을 되돌렸다.

    자신을 탈옥주동자이자 대악당으로 진술할 증인이 되살아났다는 사실에 벨로카시오는 깊은 슬픔과 안타까움을 느꼈다.

     

    “…!”

     

    신입 혼자 보내려니 걱정이 들어서 몰래 뒤를 쫓던 선배간수가 <감정인식주문>으로 그의 감정을 해석하고, 세상에 이런 비인간적인 괴물이 다 있냐며 경악하고 있음은 꿈에도 모르는 채로 말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대감옥투어 성공적으로 진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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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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