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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09

        

         

       빠아아아아앙-!!!

         

       내가 여기 있다고 알리는 것처럼, 약을 올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길게 울려 퍼지는 경적. 그리고 그 경적에 기본적으로 깔린 땅이 울리는 것 같은 엔진의 소리와 트럭이 나무를 들이받으며 나는 뿌지직, 우지직거리는 소리. 그리고….

         

       콰아아아아앙-!!!

         

       가지각색의 이유로 트럭이 터져나가며 퍼지는 폭발음!

         

       잘 나가던 트럭이 지뢰를 밟고 허공을 몇 바퀴 회전하다가 짐칸과 함께 터져나간다.

       목표물에 도달한 트럭이 버튼을 누르고, 사제 지향성 지뢰가 터져나가며 더티 봄을 사방에 흩뿌린다.

         

       빵-!

       빵빵—!!!

         

       한국에서는 레미콘 트럭, 미국에서는 믹서 트럭(Mixer Truck)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트럭이 미친 듯이 질주하며 자신이 싣고 있는 것을 바닥에 토해낸다.

       그것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레미콘(Ready-Mixed Concrete)과 비슷한 모습의 물건이었으나, 평범한 것과는 다르게 아주 특별한 것이 첨가된 녀석이었다.

         

       방사성 폐기물.

         

       방사성 폐기물에 찌들어 사용하기 힘든 재료를 오히려 돈을 받고 가져와서 레미콘을 사용할 때 재료로 첨가함으로써, 가이거 계수기를 가져다 대면 ‘지금 이걸 재고 있는 너는 제 명에 죽기는 글렀다.’라고 혀를 끌끌 차면서 시버트를 보여줄 만한 수준의 녀석이었다!

         

       믹서 트럭은 앞서 터져나간 더티 봄과는 다른 방향으로 옐로스톤 국립공원을 오염시키고 있었다. 그것도 좀 더 찐득하고 단단하게 말이다.

         

       부아아앙-!

         

       그것으로 끝이냐?

       그렇지 않다.

         

       저기 달리고 있는 트럭은 가루 형태의 방사성 폐기물을 뿜어내고 있었다.

       저것은 방사능에 잔뜩 찌든 것을 가루 형태로 만든 것이었는데, 중간중간 세슘 볼이 첨가되어 있어서 매우 유해했다. 사람에게도, 식물에도. 그리고 이 옐로스톤 국립공원을 터전으로 삼고 있는 동물들에게도 말이다.

         

       그렇게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미칠듯한 속도로 오염되기 시작했다.

       어쩌면 몇 년 후에 이곳에 와보면 이곳에 공룡이나 에일리언이 뛰어놀고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이, 이…. 이…!”

         

       이 극악무도한 짓거리라니!

         

       이상한 소리를 듣고 온천에서 뛰쳐나온 케네스는 트럭들이 벌이는 난장판에 입을 떡 벌렸고, 그 트럭들이 쏟아내는 물건들의 정체를 깨닫고는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렸다. 거기에 방사성 폐기물이 잔뜩 매달려 있는 풍선 수천 개를 짐칸에서 쏟아내는 것을 봤을 때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어떤 빌어먹을 놈이 이런 짓을 했느냐! 하나님께서 널 저주하실 것이다!”

         

       케네스는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분노를 터뜨리며 품에서 주물을 꺼내 휘둘렀다.

       그는 중동에서 사 온 것으로 보이는 깃털로 만든 부채를 휘둘렀는데, 그가 부채를 휘두를 때마다 바람이 일면서 허공에 떠오르는 풍선을 휘감았다. 그것은 부드럽게 풍선을 아래로 내리기도 했고, 자그마한 생채기를 만들어 풍선의 바람이 자연스럽게 빠지게 만들기도 했다. 그렇게 부채에서 시작된 바람은 수천 개의 풍선이 바람을 타고 곳곳으로 날아간 뒤 방사성 폐기물을 쏟아내는 최악의 상황을 막아내었다.

         

       풍선을 다 회수한 케네스는 부채를 접어서 품 안에 넣고는 아래에서 벌어지는 난장판을 바라보았다.

         

       “….”

         

       부아아아앙-!

         

       미친 듯이 날뛰는 트럭들.

       사악한 존재가 쏟아내는 토사물같이 끔찍한 방사능 레미콘.

       폭발과 함께 사방으로 퍼져나가는-회수가 가능할지조차 의문이 드는 수준의- 방사성 폐기물이 함유된 사제 탄환.

       눈이라도 내린 것처럼 사방을 하얗게 물들이는 방사성 폐기물과 세슘 가루들.

         

       아.

       이건.

       이건….

         

       케네스는 눈앞에서 벌어지는 이 끔찍한-상상조차 하지 못했고, 볼 수 있으라고는 더더욱 생각지도 못한- 참상에 말을 잇지를 못했다.

         

       잠시 뇌가 정지해버린 것 같은 착각마저 일어났다.

         

       하지만 이내 그의 뇌는 활발하게 돌아가기 시작했고, 이 상황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방법을 떠올릴 수 있었다.

         

       철컥.

         

       그는 품 안에서 아주 작은 리볼버 권총을 꺼내 들었다.

       마초적인 감성이 팽배해 있는 미국인들이 그리 좋아하지 않을 것 같은 자그마한 리볼버.

       총포상에 가면 어린아이나 여자가 호신용으로 들고 다니면 좋다면서 파는 권총이었다.

         

       케네스는 그것을 천천히 들어 올린 뒤, 총구를 트럭 쪽으로 조준했다.

       그리고 말을 하는 자신조차도 잘 들리지 않을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무언가를 중얼거리고는,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터져 나오는 굉음.

       자그마한 탄환은 총구에서 출발해 허공을 가르며 움직였다.

       기이하게도 그 궤적은 직선이 아니었으며,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형태도 아니었다.

       중력의 영향으로 아래로 완만하게 곡선을 그려야 하는 것이 정상이건만, 케네스가 쏜 총알은 마치 뱀이 스르륵 기어가는 것을 흉내 내기라도 하는 듯 S자 형태로 움직이며 앞으로 나아간 것이다.

       게다가 트럭의 움직임에 맞춰서 경로를 저 스스로 흉내 내기까지 했으니, 전설 속에 나오는 마탄을 보는 것만 같았다.

         

       쩌엉-!

         

       그렇게 헤엄치며 움직인 마탄은 차의 유리를 뚫었고, 정확하게 운전자의 머리통에 바람구멍 하나를 만들어주었다.

         

       이마 정중앙에 자그마한 구멍이 만들어졌고, 뒤통수에는 성인 남자의 주먹보다도 커다란 크기의 커다란 구멍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 구멍에서는 회백색의 뇌수와 피가 줄줄 흘러내려야 했는데….

         

       “….”

         

       없다.

       뇌수도, 피도 없다.

         

       구멍이 뚫리기는 했지만 딱 거기까지.

       운전자의 몸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마치 안이 텅 비어있는 밀랍 인형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구멍 안에 보이는 운전자의 내부는 텅 비어있었으며, 심지어 빛이 구멍 안에 비칠 때마다 반짝반짝 빛나며 주변 풍경을 비추기까지 하는 기괴한 모습을 보였다. 그것은 마치 저 운전자가 뒤집어쓴 껍질이 거울로 만들어진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이어서.

         

       “…주술이군.”

         

       케네스는 그 기괴한 모습에 단번에 저 운전자들의 정체를 깨달을 수 있었다.

         

       주술.

       주술로 만들어진 무언가.

         

       모방체인가?

       저주를 유형화한 것인가?

       귀신을 형태로 만든 것인가?

       인형인가?

       환상?

         

       수많은 경우의 수가 케네스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간다.

       주술이라는 것은 기기묘묘하고 종잡을 수 없기에, 그렇기에 수많은 경우의 수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그 경우의 수라는 것은 데이터로 확보하기가 어렵기에 경험과 개인의 지식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

       그렇기에 케네스는 머릿속에 스쳐 지나간 수많은 경우의 수 중에 딱 들어맞는 것이 아무것도 없음을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고작 습격 한 번 했다고 이런 짓을 벌이다니….”

         

       케네스는 범인의 얼굴을 떠올리며 얼굴을 찌푸렸다.

         

       고작 한 번.

       한 번이다.

       그것도 어디 거처에 쳐들어간 것도 아니고, 그냥 여행하는 동안 머무는 호텔에 쳐들어간 수준이다. 게다가 본격적인 주술을 사용해서 습격한 것도 아닐 텐데- 이런 천인공노할 수작을 부리면서 보복을 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아니지. 말이 되기는 하지.”

         

       아니.

       아니다.

       말이 되기는 하다.

         

       지끈.

         

       두통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고, 안개가 껴 있던 머리가 잠시 맑아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리고 그와 함께 지금 이 행사는 자신이 습격했던 젊은 주술사의 자연스러운 행사이며 정당한 행위라는 생각이 떠오른다. 하지만 동시에 아무리 보복이라고 하더라도 이건 너무 과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떠오르고, 다시 머릿속에 끼기 시작한 안개와 함께 괘씸하지 않냐는 생각과 함께 좋지 않은 감정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그렇게 떠오른 결론.

         

       복수하러 온 것은 인정한다.

       남자다운 행위이고, 마땅히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 방법이 잘못되었고, 너무 과하다.

         

       그러니 자신이 반격하는 것 역시 잘못되지 않은 것이겠지.

         

       케네스는 그렇게 생각하며 권총을 미친 듯이 난사하기 시작했다.

         

       탕-!

       타앙-!

         

       반동이 일며 팔을 흔든다.

       늙고 병든 몸은 이 자그마한 총의 반동조차도 제대로 잡아내기가 힘들다.

       하지만 늙고 병들었다고 할지라도 어둠을 꿰뚫어 보는 눈이 있었고, 눈에 보이는 것을 반드시 맞출 수 있는 주물이 있었다.

         

       총알에서 쏘아진 탄환은 스스로 궤적을 바꾸어가며 움직이고, 살아있는 뱀처럼 움직이며 목표물의 심장을 꿰뚫고 머리통을 뚫어버렸다.

         

       그렇게 쓰러지는 운전자가 하나, 둘, 셋….

         

       “….”

         

       “….”

         

       “….”

         

       운전자들은 바람구멍이 생김과 동시에 움직임을 멈추었다.

       하지만 몸에 구멍이 뚫렸음에도 그들의 표정에는 그 어떤 변화도 없고, 무표정한 얼굴을 유지한 채 최후의 최후까지 자신의 본분을 다할 뿐이었다.

         

       빠아아앙-!

       퍼엉!

         

       경적을 울리고, 폭탄을 터뜨리고, 어딘가에 트럭을 박아서 망가뜨린다.

       최대한 자연을 망가뜨리고, 방사성 폐기물을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퍼뜨린다.

         

       그렇게 운전자들은 죽는 그 순간까지 케네스가 분노할만한 짓을 거리낌 없이 행했다.

         

       케네스는 그 모습을 보며 방아쇠를 더더욱 열심히 당겼고, 마침내 모든 운전자를 마탄으로 꿰뚫었다.

         

       그렇게 최후의 한 명이 침묵했을 때.

         

       철컥.

         

       케네스는 총을 든 손을 아래로 늘어뜨렸고.

         

       타앙-!

         

       케네스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총성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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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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