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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09

       

        

        

        

        

        

        

       “데이터 송신 중…대거 팀 전원 생존을 확인했습니다.”

        

       “드디어!”

        

       “끔찍할 정도로 늦었군. 무려 4시간 가량이나 차이가 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어째서인가?”

        

       “공장 가동을 위해 사용되는 전력 일부가 광학미채 및 재머로서 운용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같은 이유로 바디캠 영상의 실시간 송출 역시 불가능했지만, 작전팀장인 오웬스가 직접 업로드한 영상 파일이 있습니다. 현 시간부로 재생 가능합니다.”

        

       “좋아. 해보시게.”

        

        

        

        뉴욕, 센트럴 파크 HQ 그레이 하우스.

        

        작전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모니터링 룸 안, 헨리 대통령을 포함한 수많은 미국의 고위급 인사들이 긴장된 표정을 지으며 홀로그램 화면을 확인하고 있었다.

        

        임시로 뽑힌 부통령과 대통령인 헨리 브레이튼, 합동특수작전부 지원부사령관과 합참의장, 안보수석비사관, 비서실장, 국가정보장관과 국무장관, 국방장관 등. 그야말로 현 미국을 이끌어가는 위치에 있는 전원이 와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공간.

        

        바로 그 공간 안에 비춰진 화면이 서서히 노르웨이의 라플란디아를 투영하는 순간, 모두가 각양각색의 표정을 지으며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으음…!”

        

       “…상당히 대규모의 시설이군요. 거기에 더불어 초대형 드론이 발착할 수 있는 거대한 착륙장도 있고, 방금 확인했던 거대 비행 드론까지. 어째서 이전까지는 저런 게 감지되지 않았던 겁니까?”

        

       “본국조차 UAV 운용을 위한 인력 확충에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고작해야 전 국토를 통틀어 5백만 명 가량밖에 살지 않는 저 동네에서, 저런 숨겨진 시설이 어디에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딱 잘라 말하건대 불가능합니다.”

        

       “바이퍼가 핀포인트로 집어주지 않았더라면 몇 년이 지나더라도 밝혀지지 않았을 겁니다. 도대체 그 친구는 어디서 이런 정보를 얻어오는 거랍니까?”

        

       “알려고 해도 그닥 신통치 않을 겁니다. 포기하시지요.”

        

        

        

        그 말대로.

        

        바이퍼, 즉 유진이 가져오는 정보는 그 자체의 신뢰성과는 별개로, 정보를 도대체 어디서 수집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밝혀진 것이 없었다. 그나마 짐작 가능한 것은 거의 상시로 같이 다니는 메카 막내들을 통해 알아냈을 것이다-라는 것 정도.

        

        그것과는 별개로, 상당히 한가로운 정찰 시간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주변에서 대형 드론이 이륙하건 말건, 지형 정찰 및 식생 보존을 목적으로 하는 휴머노이드들이 돌아다니건 말건 지형지물 정찰에만 온 신경을 쏟는 것이었다.

        

        그렇게 VTOL기를 수납할 수 있는 공간 및 임시 거처가 무사히 완성되는 순간, 이들은 조를 나누어 주변에 보이는 세 개의 공장에 각기 들어가려고 했으-나,

        

        

        

       -[아, 아. 이렇게 직접 만나는 건 처음이지, 이 지각쟁이들아. 내가 여기서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 일부러 접촉하라고 네트워크까지 열어놨는데 그걸 통째로 분해해버리면 어떡해!]

        

        

        

       “…방금 내가 뭘 들은 겐가?”

        

       “…개연성 높게, 저 근방의 시설을 관리하고 있는 아르테미스 소속 미확인 개체일 확률이 높습니다.”

        

       “벽면이 열리고 튀어나온 게 스피커라니, 황당무계하군…그림자 이후로 더 이상 놀랄 만한 일은 벌어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건만, 역시 오래 살고 볼 일인가.”

        

       “이건 오래 사는 것과 1도 관계가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눈으로 직접 보았다고 말하기에도 기묘하기 짝이 없는 광경으로 시각을 후려갈겼다면, 그 직후 청각을 통해 상대의 정신을 뒤흔든다.

        

        실로 훌륭한 성동격서였지만, 이들에게 있어서 가장 안타까운 점은 이성을 혼미하게 만드는 상황이 화면 너머에서부터 실제로 발생했다는 점이었다.

        

        끓어오르던 긴장감이 한순간에 느슨해진다. 흡사 탄산이 빠져버린 콜라처럼 되어버린 것이었고, 화면 너머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에 대해서 예측하려고 하던 이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소파에 몸을 기댔다.

        

        탄성인지 웃음인지 모를 조소가 누군가의 입에서 터져나온다. 헨리의 것이었다.

        

        

        

       “…저 친구들은 일을 일반적인 사회적 방식에 따라 처리하는 법을 모르는 건가.”

        

       “저건 저 친구들의 탓만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냥 농담한 걸세. 물론 그것과는 별개로, 저 친구들이 켜켜이 쌓아온 행보가 지금의 사태를 촉발시켰음을 부정할 수는 없겠지.”

        

        

        

        딱히 틀린 말조차 아니었기에, 모니터링 룸에 있는 이들은 옅게 숨을 들이마시며 화면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대거 팀 전원이 가장 가까운 정사각형 공장 내부를 향해 들어가기 시작했다. 특수 제작된 바디캠의 화질조차 일부 열화될 정도의 재밍.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상은 끊기지 않고 계속해서 재생되고 있었다.

        

        인간이 지나다니는 것을 상정하지 않은 듯한 내부 구조. 그 구불구불한 내부를 몇 번이고 거쳐 안으로 들어갔을까, 메카 유진과 상당히 닮았지만 세세한 부분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새로운 기체가 이들의 눈 앞에 등장하였다.

        

        

        

       -[어서 와, 어서 와. 아까도 말했지만 대접할 게 없긴 하네. 그쪽이 대거 팀? 아르테미스가 조사했던 거랑은 영 딴 판인 모습인데, 아무튼 그게 중요한 건 아니지. 묻고 싶은 게 아주 많아.]

        

        

        

       “…저곳이 노르웨이 지사라고 했나? 다른 지사에서도 동일한 상황이 벌어질 확률은 얼마나 되지?”

        

       “유럽 지사들은 가능성이 있습니다만, 동아시아는 어려울 것이라고 사료됩니다. 중국과 러시아의 전자전으로 인해 대부분의 네트워크망이 분쇄되었고, 그 과정에서 미국 본사와의 커넥션 역시 상실하지 않았을지.”

        

       “그것과는 별개로, 목소리 분석 결과에 의하면 상당히 호의적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느닷없이 새로운 개체의 합류 의사를 묻는다 했더니, 이런 뒷사정이 있었군….”

        

        

        

        지금으로부터 두 시간 가량 전 느닷없이 업로드된 몇 가지의 요청사항 혹은 질문.

        

        대거 팀이 보냈다기엔 워낙 뜬금없는 내용. 바로 그 때문에 질문 자체는 여전히 계류 상태에 놓여있었지만, 내막이 하나둘씩 밝혀짐에 따라 대거 팀이 어째서 그런 의도의 물음을 던졌는지에 대한 이유가 드러난다.

        

        그런 와중에도 대화는 계속해서 이어졌고, 그 와중 해당 공장의 운용을 총괄하는 기체의 이름이 가이아라는 사실 역시도 밝혀진다.

        

        새로운 데이터가 갱신되고, 그것이 센트럴 파크 HQ의 네트워크에 계속해서 업로드되는 사이, 어느덧 대화는 절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그럼그럼, 나처럼 굉장히 유용한 인공 의식체를 이런 촌구석에서 썩게 만드는 건 크나큰 낭비라고. 양복쟁이들 대신 너희들이 정찰대로 온 건 조금 의아하긴 한데, 그래도 괜찮아. 결국 권한만 있으면 되니까. 그래서 언제부터 준비하면 돼?]

        

       -[…데리러 온 거 아닌데요?]

        

        

        

       “푸흡-!”

        

       “이런, 세상에나. 수건 없나?”

        

       “켈록, 크흡, 송구합니다, 각하….”

        

       “아니, 괜찮네. 나도 하마터면 웃을 뻔했으니 말일세.”

        

        

        

        한순간에 수만 개의 커피 방울이 모니터링 룸의 허공을 수놓는 사이, 용케 커피를 뿜지 않은 이들은 어처구니가 완전히 사라진 표정을 지으며 실소를 흘려대었다.

        

        만나는 아르테미스 수뇌부마다 유진과 상당히 정신연령이 비슷한 – 혹은 그보다 아래인 – 이들이라서 다행이라고 해야만 할지, 혹은 불행이라고 해야만 할지.

        

        그러나 그런 셀프-질문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클라이맥스는 이제부터 시작이었으니까.

        

        

        

       -[그, 저기. 나 굉장히 유용하다고…? 빈 건물 허물기도 잘 하고, 도시 구획 나누는 것도 잘 하고, 무너진 인프라 수습도 잘 하는데…?]

        

       -[아직 허락이 나오지 않았으니 안 돼요.]

        

       -[그으…그럼 하면 되는 거 아냐? 허락 받아오면 되는 거잖아!]

        

       -[아까 데이터 전송하면서 확인했던 건데, 이 공장들이 가동하면서 생기는 펄스랑 광학미채, 위치 오인용 재머들 때문에 데이터 전송이 좀 느려요. 공장을 전부 끌 게 아니라면 하루이틀은 기다려야만 할 걸요.]

        

        

        

        도대체 어째서 정보 전달에 이토록 난항을 겪고 있는지.

        

        가이아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보다도 유용한 정보들이 은근슬쩍 스쳐지나가고 있었지만, 그것을 제대로 캐치할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오로지 영상의 스크립트를 통째로 기록하고, 요약하며, 중요한 정보를 추출해내는 프로그램만이 무사히 작동하고 있을 뿐.

        

        그리고 몇 초나 지났을까, 유진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지는 가이아의 모습은 남아있던 한 줌의 정신을 깔끔하게 날려버리기에는 실로 충분했다.

        

        유진이 바짓단이 찢어진 군복 바지를 엉거주춤 부여잡으며 힘겹게 일어서는 사이, 헨리는 허허로이 웃으며 덧붙였다.

        

        

        

       “더 이상 맨정신으로 보기에는 머리가 아프군. 우선 저 친구와의 실시간 커넥션부터 연결해보게. 라플란디아에서 통신이 어렵다면 나르빅까지는 가야겠지.”

        

       “저 아이의 요청을 받아주실 예정입니까?”

        

       “다른 부분은 어쨌든, 테라포밍용 로봇은 이쪽에게 있어서 상당한 이익이 되겠지. 불필요한 건물을 제거하고 새로운 반석을 쌓아올리는 것이야말로 현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일 테니.”

        

        

        

        드르륵.

        

        의자에서 일어선 그가 한 번 스트레칭을 했고, 이어 덧붙였다.

        

        

        

       “그럼, 저 친구와 대화하는 것부터 시작해보자고. 대거 팀에게 가이아를 데리고 나르빅으로 향하라고 명하게.”

        

       “알겠습니다.”

        

        

        

        그가 대통령으로 있으면서 맡은 일 중 독보적으로 이상한 일 랭킹에도 들어갈 정도의 상황이었지만, 그럼에도 그는 그닥 이번 상황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다. 평소에 매진하던 미국 재건보다는 훨씬 밝은 일이었으므로.

        

        한 나라의 정부수반과 가이아 간의 만남이 성사되기까지 3시간 전의 일이었다.

        

        

        

        

        

        

        

        

        

        

        

        

        

        

        

        

        

        

        

        

        

        

        

        

        

        

       “…그런 일이 있었어요.”

        

       “말없이 며칠 정도 사라졌길래 나이아가라 폭포라도 구경하고 온 줄 알았더니…진이도 일을 벌어서 하는 스타일이구나. 그렇지 않니?”

        

       “에에엑….”

        

       “몸 성히 돌아왔으니까 됐죠, 뭐어. 애한테 너무 눈치 주지 말아요.”

        

        

        

        눈이 녹고, 점차 새싹이 움트기 시작하는 2월의 말.

        

        어느덧 엑스포도 중반을 넘어 종반으로 다다를 무렵, 며칠 간의 여행 아닌 여행을 마치고 부모님에게 그리 말하자 그런 대답이 돌아왔다. 매를 버는 게 아니라 다행이긴 하지만 일을 벌어서 한다는 말을 들을 줄은 몰랐단 말이지.

        

        그건 그렇고, 나스티를 데려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또 새로운 막내라니. 이걸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만 할지를 모르겠다…만, 사실 엄밀하게 따지면 이건 내가 하고 싶어서 선택한 나비효과 같은 게 아니란 말이지.

        

        

        

       ‘결국은 또오…아르테미스 탓이다. 이 빌어먹을 놈들 같으니라고….’

        

        

        

        과거 센트럴 파크 HQ에서 머물고 있을 때 내 신체 측정 데이터를 홀랑 빼가버린 놈.

        

        그 망할 자식이 저쪽 세계에서 아직 살아있을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만약 살아있다면 뼈와 살을 분리해버릴 것이다.

        

        처음에는 이카루스 측의 제안에 의해 나를 모티브로 한 기체를 만들자-고 했던 것이 발단인 줄 알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도 내가 충격을 받지 않게끔 부모님이 완충장치로서 깔아놓은 결과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단 말이지.

        

        뭐어, 그쪽이 맞을 확률이 더 높기도 했다. 까놓고 말해서, 아무런 언질도 못 받은 채 미확인구역 탈출 모드를 플레이하다가 나랑 똑같이 생겨먹은 메카 막내를 마주하는 것보다는 ‘사전에 허용했기에 출연 가능했다’하고 밑밥을 깔고 진실을 알게 되는 게 더 낫지.

        

        실제로도 그렇게 되었고.

        

        

        아무튼 그리 생각하고 있는 와중이었지만, 아무래도 부모님은 그런 자잘한 사실보다는 내가 만났던 뉴페이스…그러니까, 가이아에 대한 궁금증이 더 컸던 모양이었다.

        

        

        

       “그래서, 진이는 새로 들어온 애는 마음에 드니?”

        

       “에…아직 잘 모르겠네요. 그래도 나쁜 것 같지는 않긴 해요. 실질적으로 나쁜지 아닌지, 혹은 꿍꿍이가 있는지를 캐내는 건 제 역할이 아니라 저쪽 세계의 인테로게이터들이 할 일이긴 한데….”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촉을 가지고 있지. 아무리 착하다고 느껴져도 네가 거부감이 든다면 그건 좋지 못한 신호지만, 반대의 경우도 성립하니 말이다. 그 아이에게 잘 대해주렴.”

        

       “안 그래도 막 앵겨붙고 난리예요. 첫 만남에서 제 바짓단을 뜯어먹었다니까요!?”

        

       “하하하!”

        

        

        

        내 속도 모르고 부모님은 상쾌하게 웃으신다.

        

        아무튼 그 덕분인지 때문인지는 몰라도, 실로 놀랍게도, 이카루스와의 협력과 관련한 논의에서 가이아가 찢어먹은 내 바지 이야기도 나왔단다.

        

        정확하게는 무언가 대충 협력하는 이유가 필요하다-하고 서로 토론하는 과정에서 ‘그럼 오퍼레이터의 바지를 찢어먹은 값을 치른다고 하자’는 괴상망측한 이유로 가이아를 영입하는 데에 성공했다는데, 사실 처음 들었을 때는 나도 무슨 소리인지 몰랐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오히려 그딴 바보같은 이유였기에 무난무난하게 거래 아닌 거래가 성립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당사자인 내 입장에선 기가 찰 뿐이었지만.

        

        

        

       “…아무튼, 이카루스가 기존의 설정을 가지고 짜낸 2.0 시나리오였는데, 그게 또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졌네요. 소 뒷걸음질치다가 쥐 잡은 격인가.”

        

       “기막히게 맞아떨어졌다-라고 하기엔 어폐가 있지, 우리 딸. 엄밀하게 말하자면 그건 언젠가 밝혀질 일을 가지고 쓴 확률 높은 시나리오에 불과해. 실제로도 저쪽 세계에는 여러 아르테미스 지부가 있었다면서?”

        

       “그러면…맞아떨어진 게 아니라, 언젠간 일어났어야만 하는 일을 더 일찍 알게 되었을 뿐이라는 거죠?”

        

       “그렇지.”

        

        

        

        생각해보니 그도 맞는 말이네.

        

        내가 그리 생각하고 있는 사이, 부모님은 나를 힐끔 살피더니 이어 덧붙였다.

        

        

        

       “그건 그렇고, 진이의 말대로라면…그 친구는 아직 세상에 공개조차 되어서는 안 되겠구나. 그렇다고 해서 시나리오를 앞당겨 업데이트할 수도 없으니, 가서 많이 놀아주렴.”

        

       “안 그래도 그럴 예정이긴 한데, 그 부분은 큰 걱정은 없어요.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직업정신이 투철한 친구라서, 적어도 최소 몇 개월 간은 본업으로 바쁠 예정이거든요. 공장이랑 시설을 몽땅 옮기는 데만 최소 3개월은 걸린다나요.”

        

       “…우리 딸이 보여준, 그 지면에 박힌 큐브처럼 생긴 공장 말하는 거 맞지?”

        

       “네네.”

        

        

        

        역시 그거엔 부모님도 놀랐다.

        

        아무리 뉴욕이, 맨해튼이 고층 빌딩의 메카라고는 하지만, 가로세로높이가 전부 100m인 거대한 큐브 모양 건물이 아름다운 노르웨이의 무인지대를 배경으로 콕콕 박혀있는 광경은…이런 대도시에서조차 보는 게 불가능한 광경이긴 하지.

        

        아무튼 그 일은 그 일이었고, 이야기는 어느샌가 테라포밍으로 넘어갔다.

        

        

        

       “그래서, 가이아라는 아이는 꽤 신기한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는데. 그게 뭐니?”

        

       “음, 어떻게 설명해야만 하나…뭉뚱그려 말하면 테라포밍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시설을 건설한다는 부분에 있어서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야할지….”

        

       “으음?”

        

       “일단 한 번 보여드릴게요.”

        

        

        

        그와 동시에 나는 영상을 재생했다.

        

        버려진 고층 건물 한 채와 주변의 부서진 잔해들, 그러나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고층 건물보다도 최소 30m 이상 높은 거대한 은색의…이걸 뭐라고 해야 하나, 일본 신사 입구에나 있는 토리이?

        

        하여튼 그 모양을 한 기괴한 구조물의 측면과 천장에서부터 모종의 레이저가 나오더니, 건물이 아주 느릿느릿하게 분해되기 시작했다. 물론 느리다는 것은 굉장히 상대적인 말이었는데, 건물의 분해 속도는 1시간에 5m 정도였다.

        

        다시 말해, 이는 하루만에 120m 가량의 건물을 분해할 수 있단 소리였고, 그 말대로, 200m 가량 되는 건물이 고작 며칠만에 공터 그 자체로 변해버렸다.

        

        그 과정에서 어지간한 자재들은 손상 혹은 변형은 있을지언정 원형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는데, 가령 콘크리트 좀 묻은 H빔이나 철근 같은 게 공터에 그대로 쌓여져있었다.

        

        도대체 이게 뭔가 싶었다.

        

        

        그 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다, 슬그머니 허리를 일으킨 후 안경을 고쳐쓴 부모님이 덧붙였다.

        

        

        

       “항상 생각하는 거지만, 저쪽 세계의 기술력은…얼추 비슷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나게 발전했단 말이지. 무섭구나.”

        

       “…뭐어, 그렇죠. 여러모로.”

        

        

        

        당장 내 손목에 달려있는 것도 방금 말을 뒷받침할 수많은 증거물들 중 하나니까.

        

        물론 저런 반응을 보아하니, 가이아 및 노르웨이 지사가 보유하고 있던 수많은 기술이 이카루스에게,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나에게 넘어왔다는 사실은…일단 당분간은 나만 알고 있도록 하자. 부모님도 나중에 가면 얼추 눈치채실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엑스포도 이제는 나 없이 슬슬 잘 굴러가고 있고, 처음에는 난리법석이었던 질의응답 시간도 이제는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에서 잘 진행되고 있다. 슬슬 나스티를 합법적으로 낑겨넣어도 될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그리하여 부모님께 인사를 드린 뒤, 방에서 나갔다. 엑스포가 나 없이 진행되는 비중이 높아질수록 개인시간도 많아지니, 이젠 슬슬 친지들에게 줄 선물이나 몇 개 사러 돌아다녀볼까.

        

        

        

       ‘아니면 파리에 있는 올리비아를 보러 가는 것도 꽤 재밌을지도 모르겠는데….’

        

        

        

        오트쿠튀르는 진즉 끝났지만, 거기서 꽤 하고 있는 일이 많다고 들었다.

        

        프랑스어를 모르긴 하지만, 이쪽 세계의 유럽은 막상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네. 그나마 유럽 비스무리한 곳에 방문했던 경험이라면…유럽이랑 더 가까운데 어째서인지 아시아 예선전으로 묶여버린 상트페테르부르크 정도인가.

        

        일단 스케줄이라도 정리해볼까.

        

        그리 생각하며 막 방으로 돌아가려던 와중-

        

        

        

       ───삐비빅!

        

        

        

       “…음?”

        

        

        

        갑작스럽게 울리는 벨소리. 이쪽 세상의 로렌티나의 것이었다.

        

        엄습하는 불길함을 애써 무시한 채 나는 통화를 받았고-

        

        

        

       “막내, 저쪽 세계의 저한테 들었답니다! 새로운 메카 막내가 나왔다면서요? 어디 한 번 이야기를 들어봐야겠군요!”

        

       “…으아아아아….”

        

        

        

        그리고 그 순간, 다리에 힘이 쭉 빠져버린 나는 복도에 주저앉았다.

        

        도대체 어떻게 저쪽 세계 상황을 전해들은 거야-라고 묻는 건 이미 늦었다. 저쪽 세계의 상어가 이쪽 세계의 상어한테 뭔들 안 남기고 갔겠어.

        

        세상이 너무 힘들다, 증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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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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