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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1

       

        

        

        

        하루에 한 번 – 현실 시간 기준 4시간, 인게임 기준 열두 시간.

        

        5년 전 출시와 동시에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고작해야 2년만에 모든 PVP 종목을 중심으로 프로게임단이 창단되었고, 그로부터 3년이 지나며 – 한국의 에이펙스 프레데터 종목은 스크림의 방법론이 어느 정도 정립되게 되었다.

        

        경기 일정이 한 달 정도 남았을 때 시행되는, 열두 시간을 총 4부로 쪼개어 이뤄지는 이 사이클은 하루마다 리셋되었고, 이는 어찌 보면 프로게이머들을 갈아넣는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아무튼, 네 개로 분할된 이 파트는 각기 다른 중요성을 가지고 있었으나, 그 중에서도 1부. 즉 디브리핑을 제외하면 프로에게서 어떠한 피드백과 택틱도 받을 수 없는 이 시점이야말로 어찌 보면 가장 중요했다.

        

        어제 프로에게 받은 피드백이 1부의 플레이에 잘 녹아들었는지.

        

        또는 피드백을 토대로 개선되거나, 피드백과 결합한 신종 플레이가 등장하는지.

        

        그도 아니라면, 굳이 그런 부분에 연연하지 않고 – 적어도 그 한 판 안에 잘 하는 유저가 있기라도 한지를 체크한다. 어떻게 보면 이는 단순히 대회 준비를 하는 것을 넘어서 FA의 사전 준비라고도 할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플레이 중인 당사자들은 제대로 알 길이 없는 면접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들의 행동과 실력을 넘어, 프로들이 제시해준 택틱을 온전히 적용하고 있는지도 평가 기준이었다.

        

        

        그렇기에 – 일종의 – 평가단들이 보유한 초점은 피지컬이 아닌 루틴과 택틱의 온전한 실행에 맞춰진 상태였다.

        

        결국 예전부터 운동을 해오거나 총기에 익숙한 특수한 경우가 아닌 이상, 일반적인 보병 남성을 기준으로 했을 때 최상위권의 피지컬은 어느 정도 고만고만했고, 이는 해당 랭크에서 교전하였을 때 개별적 실력만큼이나 영향을 끼치는 요소가 있음을 의미했다.

        

        피지컬 외에도, 전략적인 수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게 해줄 수 있는 비물질적 차이.

        

        백 명이 특정한 전장에서 벌이는 전투라는 점을 감안하면, 피지컬만으로는 모든 변수를 찍어누르고 온전한 승리를 가져다줄 수 있다고 말하기 어려웠기에.

        

        그러나.

        

        

        

       ───!!!

        

        

        

       “…이야. 저거 뭐냐…?”

        

        

        

        아무리 돌격소총용이라고는 하지만, 12.7×54mm 탄환을 달리면서 사격하는데도 거의 반동조차 없이 사격하는 기행에 가까운 피지컬은 과연 무어라 말해야 할까.

        

        필터링 없이 튀어나온 누군가의 말이 다른 모든 이들을 대변할 뿐이었다.

        

        

        

        

        

        

        

        

        

        

        방아쇠를 당기면 언제나 다른 소리가 난다.

        

        탄창에 탄환을 밀어넣고, 그것을 꽂은 후 약실에 밀어넣어 뇌관을 때릴 때, 그 탄환의 종류가 무엇인지에 따라서도 소리가 다르다.

        

        총알 내부에 들어있는 화약의 양에 따라서도 반동과 소음이 조금씩 달랐고, 구경에 따라서도 달라졌으며, 앞에 소염기와 소음기가 붙어있는지의 여부에 따라, 주변과 지형의 상황에 따라….

        

        거기에, 화약이 터지며 사방으로 퍼지는 귀청을 찢는 듯한 소음 말고도, 까랑까랑 하고, 탄두가 바닥에 부딪히며 들리는 청량한 쇳소리 또한 있었다.

        

        그리고 오늘은, 그 소리가 유달리 무거웠다.

        

        

        

       ───투두두두두!

        

        

        

       “커흑, 어어억…!”

        

        

        

        보통의 총을 사격할 때는, 탄피가 바닥에 부딪힐 땐 동전을 떨어뜨렸을 때나 들릴 법한 소음이 여럿 들린다.

        

        차개에 부딪혀 약실 밖으로 호쾌하게 튕겨져나간 탄피는 아직 고열을 간직한 채 제멋대로 회전하다가, 중력에 의해 벽이든 바닥이든 부딪혀 사람을 사살했단 증거가 되어 바닥을 굴러다니게 된다.

        

        ASh-12.7의 경우, 동전 떨어뜨리는 소리는 그보다는 보다 낮은 음색으로 바뀐다.

        

        그 소리는, 쉽게 말하면 초인종이 흔들리며 나는 듯한…생각보다는 아름다운 소리로 변환되어 귓전을 맴돈다.

        

        마치 장례식을 치르듯이, 불꽃과 굉음으로 시작되어, 종소리로 끝을 맺는 것이다.

        

        

        

       -[알림 : 현재 사살 횟수 – 9.]

        

       -[알림 : 고가치 표적 지정 및 유지 중.]

        

        

        

       “…이 정도면 끝인가?”

        

        

        

        쓰러진 적에게서는 크게 얻을 것이 없었다.

        

        스크림이라는 이름을 붙일 만한 이유는 있었는지, 나 역시도 이전과는 다르게 반쯤 관성으로 플레이하기에는 슬슬 무리가 따르는 감이 없잖아 있었다.

        

        적들의 색적 능력과 조준 능력이 꽤나 괜찮은 수준에 있는 이들도 몇몇 있어서, 나 역시도 돌아다니다가 여러 발을 몸에 맞았다. 기본적으로 내 기동 속도가 빨라서 그런지 치명상은 없었지만.

        

        아무튼 내 몸에 총알을 박은 애들은 하나도 남김없이 퇴장시켜주었다. 다들 그 정도의 각오는 하고 사격을 했으리라고 생각한다.

        

        아니라고 해도 어쩔 수 없기는 한데.

        

        

        

       -[경고 : 하층 지역 순찰 종료. 미니건 및 매니악 저거넛 추가 돌입.]

        

        

        

        미니건 저거넛.

        

        말 그대로 미니건을 든 저거넛이고, 단순하기에 더더욱 마주쳐서는 안 될 적이다. 미니건의 반동을 감당할 수 있는 자체적인 무게와 탄통의 무게를 서포트 가능한 외골격 시스템이 합쳐진 정신나간 유닛이다.

        

        매니악 저거넛.

        

        외골격을 입고 단검 한 자루를 든 채 시속 50km로 싸돌아다니며 적대 유닛을 잡아대는 때아닌 사이보그 닌자였다.

        

        정신나간 센스라고 욕할 법도 했건만, 내 과거가 이딴 지랄 덩어리들로 점철되어있었단 점을 감안하면…그저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어떻게 살아돌아왔던 건지, 스스로도 궁금하긴 하다.

        

        

        

        내 현재 위치는 중층과 상층 언저리였다.

        

        연구 시설이 아닌 연구 ‘단지’ 답게, 이곳의 지하는 적잖아 수백만 톤의 흙을 파내어 인공적으로 굴착한 거대한 공간이 거미줄처럼 연결되어있었고, 그 중에는 단순한 실험 시설들 말고도 인공 교전실이 있었다.

        

        방탄 재질로 만들어진 구조물 위에 홀로그램을 덧씌워 여러 교전 지형을 인위적으로 형성한 이곳은 스쳐지나가기엔 너무 넓었고, 서로 다른 곳에 숨은 두 명 이상의 적들이 힘을 합쳐 저거넛을 잡은 후 토사구팽이 빈번하게 일어나기도 했다.

        

        반대로 말하자면 저거넛이 들리는 1순위 구역이기에, 굳이 이곳에서 화력 소모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따라서 내가 노리는 것은 별 건 아니었고….

        

        

        

       ───피잉!

        

        

        

       “어으.”

        

        

       

        그 점을 대강이나마 알고, 인공 교전실 내부 또는 그곳에서 나가려는 적들을 잡기 위해 인근 지형지물에 자리를 잡고 있는 애들을 깔끔하게 청소하는 것이었다.

        

        바로바로 저렇게 총알을 쏴대는 걸 보니 꽤나 자신이 있는 듯한 모습이다.

        

        근방에서 쉽게 획득할 수 있는 PDA로 저거넛의 위치를 확인했다. 아직 이곳까지 오기엔 멀었다. 그렇다는 것은 그 녀석들이 올 때까지 매복한 적의 위치를 파악할 시간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적의 위치를 어떻게 정확히 파악하냐 하니.

        

        

        

       -철컥!

        

        

        

        그냥 방탄 방패를 들고 밀어붙이면 된다.

        

        물론 실드의 크기와 무게가 예사롭지 않은지라 본래라면 권총만 들 수 있지만, 나는 그럼에도 ASh-12.7을 어깨에 단단히 끼우고 그대로 앞으로 전진한다.

        

        방패에 부딪히는 탄환의 압력이 꽤나 예사롭지 않다. 대강 제압사격을 통해 적의 화력투사를 약간이나마 누그러뜨리며 접근하는 동안, 지속적으로 사방에 어그로를 퍼뜨리며 주변의 유저들을 불러모은다.

        

        사방팔방에 각 층을 잇는 계단이 존재하는 이상, 이 근방에 있는 유저들은 이 시점에서는 한 번의 교전조차 이해득실을 따져야만 했다.

        

        적을 사살할 완벽한 기회가 있다고 하더라도 놓아줘야만 하는 경우도 그리 드물지 않았는데, 특히 남은 적의 숫자가 30명 안팎일 때는 더더욱.

        

        

        그러니, 전부 뒤집어 엎는다.

        

        더 이상 안전한 곳은 없도록.

        

        

        

       -[경고 : 근방 100m 이내에서 저거넛 다수 접근 중.]

        

        

        

        방패가 반쯤 박살난 시점에서 이를 나노 머신의 형태로 되돌린다. 수복까지는 몇 분 정도가 걸리겠지.

        

        남은 탄창의 수를 확인하고, 때마침 쿨타임이 돌아온 펄스를 사용하여 적의 위치를 정확하게 확인하였다. 주변에는 최소 열 명의 유저들이 있었고, 다들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상태.

        

        

        상정하고 있던 택틱이 뭉그러지니 그럴 수밖에 없겠지.

        

        

        남은 건 다들 도망가지 못하도록 한 자리에 묶어놓거나, 빠져나갈 채비를 하기도 전에 저거넛들을 이 지점으로 유입시키는 것이었다.

        

        이번 교전을 통해 저거넛의 어그로를 끌었다는 시점에서 사실 큰 줄기는 달성한 것이나 다름없긴 했다. 자리를 옮기는 사이 또 다른 교전이 발생하고, 그로 인해 생존자의 수는 감소할테니.

        

        하지만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 대비하고, 이를 헤쳐나올 수 있는 실력이야말로 이곳에 참여한 모든 인원들에게 필요할 것이었다.

        

        

        방탄 방패를 통해 적을 컨트롤 룸 바깥쪽으로 밀어낸 틈을 타, 총괄제어실 안으로 들어가 연구원한테서 습득한 시설 통제용 고위급 키카드를 꽂아넣는다.

        

        

        

       -[알림 : 인공 교전실 시설 제어권 획득.]

        

       -[알림 : 전 격리문 일제 개방. 중무장한 시설 통제 병력 일부의 목표가 현 지점으로 변경됩니다. 적절한 사전 준비를 통한 신원 조회 절차를 받지 않을 경우, 해당 인원은 즉각적으로 제거됩니다.]

        

        

        

        판은 깨졌다.

        

        이제부터는 배틀로얄이 아닌 처절한 생존의 시작이었다.

        

        

        

        

        

        

        

        

        

        

        

        

        

       “안 그래도 연구 시설이라 교전도 많은데, 거기에 휘발유를 들이붓네.”

        

        

        

        허리까지 내려오는 금색 머리카락.

        

        앞머리 위쪽을 일부 둘러싼 푸른색 머리띠 아래로 보이는, 사파이어를 빼다 박은 듯한 단아한 눈동자. 영혼을 담았다고 해도 무방할 듯한 섬세한 여성의 아바타.

        

        그러나 그녀는, 눈 앞에서 실시간으로 보여지고 있는 해당 스크림 관전 영상을 보며, 외형과는 참으로 어울리지 않는 발언을 내뱉고 있었다.

        

        다이스.

        

        SSM Entertainment 소속의 프로게이머이자 초반에 유진을 만나 느닷없이 광탈해버린 그녀는, 상당히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경기의 진행 양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관심사는 유진을 벗어나지 않은 상태였다. 

        

        

        상상 이상이었다.

        

        

        본래라면 – 그리고 타 게임으로 따지자면 – 마스터와 그랜드마스터 사이의 유저에게 별다른 호기심을 가질 이유조차 없었으나, 요즈음 들려오는 수많은 말들에 의해 그 역시도 유진에 대한 정보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한 판만으로, 그녀는 여태까지 가지고 있었던 모든 고정관념들이 산산히 파괴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냥…이 사람은, 자신의 잣대로 잴 만한 사람이 아닌 듯했다.

        

        

        철저히 이성에 입각한 듯하면서도, 때로는 마치 짐승같은 감각으로 움직인다. 대체적으로는 종잡을 수 없다는 말이 가장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그저 간단히 요약하자면, 자신이 절대 죽지 않으리라는 걸 알고 플레이하는 듯했다. 그 이상 어떠한 말로도 설명하기가 애매했다.

        

        주변을 힐끔 둘러보았다. 예상과는 달리 다들 전체적인 전투 구도에 집중하고 있는 와중이었다.

        

        사실 그녀 자신도 그렇게 하는 편이 비교적 맞을 터였지만, 어째서인지 이 유저의 플레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상황은 어느새 극단적으로 치닫는 와중이었다.

        

        고작해야 몇 분 안에 30명에 가깝던 인원이 열세 명 수준으로 반토막났다. 인공 교전실에서 캠핑을 하던 이들 중 제때 몸을 피하지 못한 인원들이 몽땅 쓸려나간 탓이었다.

        

        저거넛들은 기괴하게 찌그러진 원을 형성하며 유저들을 한 지점으로 몰아넣었다. 그 중에는 마치 포획을 당하듯 소규모 포위망에 갇혀 죽는 이도 있었다.

        

        그러던 와중, 다시 시선은 유진으로 향한다.

        

        

        남은 유저들이 기행에 질려버리기라도 했는지, 어떻게든 저거넛을 유인하여 그녀의 방향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비록 한 명이 어그로 관리에 실패하여 매니악 저거넛에 처참하게 도륙당하고 말았지만, 어떻게든 유진을 소규모 포위망에 가두는 데에 성공했다.

        

        다른 저거넛들은 비교적 멀리 있지만, 정면으로 끌고 온 이들이 하필이면 패트롤 중에서도 가장 까다로운 두 명이었다.

        

        …근데.

        

        

        

       -달칵!

        

        

        

       “…뭐야, 아니.”

        

        

        

        스크림 와중 단 한 번도 꺼내지 않은 바렛 M107CQ와…EMP 수류탄으로 보이는 물체 하나.

        

        EMP라는 거창한 단어가 붙은 것치곤 지속시간이 고작해야 3초밖에 되지 않아 똥쓰레기라는 별명이 붙은 그것이었지만 – 다음 순간, 그것이 휙 하고 공중을 부유하다가 사방으로 전자파 펄스를 방출한다.

        

        그리고 다음 순간,

        

        

        

       ───!!!!

        

        

        

        무릎을 꿇은 채, 그 어떠한 반동도 없는 것마냥 반자동 대물저격총의 10발들이 탄창을 2초 안에 비우고, 순식간에 재장전을 끝마친 후 재차 10발을 더 사격한다.

        

        그렇게 두 명의 저거넛이 4초 안에 사라진다.

        

        유진이 다 쓴 대물저격총을 근처에 내던진 후 완전히 개박살난 시체를 횡단하는 사이, 다이스는 눈을 끔뻑거리면서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이어 입이 열렸다.

        

        

        

       “…에휴, 그래. 니 멋대로 다 해먹어라….”

        

        

        

        세상에는 상상할 수 없는 미친 놈들이 넘쳐나는 모양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바렛 연사로 갈기는 영상은 유튜브에 몇몇 개 정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제리 밋츌럭 아저씨가 1초에 6발을 쏘는 영상이 있네요

    근데 20분동안 51kg짜리 군장 짊어지고 뛰어다니다가 풀오토로 갈기기는 좀 어려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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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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