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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1

       *** ***

         

       사람은 학습이라는 것을 하는 생물이다.

         

       나 역시 사람이고 학습을 했다.

         

       당가의 가훈. [은혜는 두 배로 원한은 열 배로 갚는다].

         

       참으로 인상적인 가훈이라 할 수 있는데 한번 이를 되짚어 보자. 대체 왜 이런 문구가 가훈으로 지정된 것일까.

         

       당도경은 그냥 무공 하나 완성시키겠다고 온 사천을 휘젓고 다녔다.

         

       당도연은 가주 손님을 마차에 감금시키고는 내리막길을 최고 속도로 달렸다.

         

       당광렬은? 일주일간 지속된 내 강의에 감탄에 감탄을 하면서도 종종 눈을 번뜩이더라. 휴식 시간에 가끔 이마를 매만지며 내 흑립을 바라보곤 했지.

         

       정확히는 내 흑립속에 감추어진 탐스러운 이마를 노리고 있었다.

         

       당가의 사람들을 만나고 경험할수록 나는 절실하게 느꼈다.

         

       아 이 자식들은 그냥 은혜고 원한이고 나발이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인간들이구나!

         

       그러니까 저딴 가훈을 세워서 은혜와 원한에 대한 개념을 강조하는 것이다!

         

       저저, 당광렬 가주 눈빛 봐라.

         

       내가 무려 일주일동안 정말 가감 없이 도박 기술을 전수해 주었고 그 덕에 이겼다. 그리고 가주 본인도 그 사실을 명확히 이해하고 있다.

         

       그뿐인가? 당도경이 판돈을 제어하는 모습을 보이자 스스로의 입으로 도박 중독 상태였다는 것을 시인까지 했다.

         

       거기에 본인이 직접 입으로 감사 인사까지 전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눈빛이 범상치 않다.

         

       내가 승리를 축하해 주고 있음에도 당광렬의 눈은 한 곳만을 바라보고 있다.

         

       이마!

         

       내 이마에 정확히 조준된 눈빛! 눈썹을 있는 힘껏 올려 주름을 만들어 방어태세를 갖춘 이마! 딱밤을 난타당하더라도 단 한 대라도 때리겠다는 의지가 물씬 풍기고 있었다.

         

       당광렬도 당씨고 당씨 놈들은 하고 싶은 건 해야만 하는 족속들이었다.

         

       은혜고 나발이고 딱밤 한 대 때리고 싶어서 미치겠다는 눈빛!

         

       가주에게 딱밤 한 대 맞아 준다고 치자.

         

       딱밤을 조준하고 있는 당광렬은 무슨 생각을 할까. 열 몇 대를 맞았는데 딱 한 대만 갚아 주려니까 아쉽네. 조금만 세게 때려 볼까. 그래 야 낭인도 이류인데 내공 살짝 담는 것 정도는 충분히 버틸 수 있겠지.

         

       그래 내가 무려 열 세 대를 맞았는데 한 대는 좀 세게 때릴 수 있는 거야.

         

       저렇게 간절하게 한 대만을 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광렬은 내 생명을 고려하며 딱밤을 때릴 수 있을까? 난 아니라고 본다.

         

       당가 사람을 믿는다고? 당광렬의 자제력을 믿어? 당가 사람을 믿느니 차라리 성을 갈고 말지.

         

       내가 당가 사람 믿으면 호천안이 아니라 냥천안이다.

         

       당광렬이 나에게 딱밤대전을 신청할 것 같은 눈치인지라 급하게 입을 열었다.

         

       “가주께서는 아직 모든 일을 마무리 짓지 못하셨습니다.”

         

       앞서 말했듯 사람을 학습이라는 것을 하니 나 역시 당씨들에게 당한 바가 있으니 대책을 준비해 두었다.

         

       “…선생?”

         

       당광렬은 내 말에 당혹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는 최대한 대견한 눈빛을 발사하며 당광렬을 바라보았다. 당도경과의 일전에서 자신감도 붙었겠다. 내친 김에 나에게 도박을 신청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

         

       나는 뒷짐을 진 채 천천히 움직여 도박판으로 향했다. 당광렬의 의문 어린 시선은 물론이고 풍영대주와 당도경의 시선까지 따라 붙었다.

         

       이몸 호천안. 사천낭인 7년차 연출 장인.

         

       비록 악역 전문이지만 다른 캐릭터 또한 연출이 가능하다.

         

       오늘의 나는 ‘제자가 성취를 이루어 같이 기뻐하면서도 놓친 점을 부드럽게 지적해 주는 스승’이다.

         

       은은한 미소와 느긋한 걸음걸이. 그러나 온 몸과 손짓에는 확신과 자신감을 담는다.

         

       내 행동에 당광렬의 눈에 결의만큼의 의문이 담겼다.

         

       “마무리를 지으셔야지요.”

         

       내가 살며시 손을 올린 도박판에는 오늘 당광렬이 딴 암기들이 놓여 있었다.

         

       “음…물론 직계들에게 암기를 돌려 주는 일은 시급한 일이지. 그러나 우선..”

         

       “암기를 ‘돌려’ 준다고요? 허어…가주님.”

         

       내가 힐난하는 듯한 어조를 내뱉자 당광렬 역시 멈칫했다.

         

       “이 외인인 제가 당가의 법도를 논하기에 조심스럽지만 방금 가주님께서 당 형에게 암기를 내리셨듯이 그저 그렇게 다른 당가분들에게 암기를 돌려 주실 것입니까?”

         

       “그렇게 해야 하지 않겠소? 물론 당연히 훈계는 내려야 하겠지만.”

         

        내가 미소를 지우지 않으며 반문했다? 마치 제자가 올바른 답을 찾아내기를 바라며 화두를 던지는 스승과 같은 모습을 연출하면서.

         

       “정말 그리 하실 생각이십니까? 가주께서는 애써 도박을 통해 도경 형에게서 암기를 회수하였는데 말입니다.”

         

       내 말에 당광렬이 쓰게 웃었다.

         

       “허허, 도박을 통해 암기를 배분해야 한다는 말이오? 그 아이들이 이길 수 있다는 보장도 없거니와…대부분의 직계 아이들이 도경이와의 승부에 진심이 되어서 말이오. 아마 판돈으로 걸 수 없는 암기도 없소.”

         

       “그렇습니다. 야 낭인. 대부분 암기 수련을 할 암기조차 남겨놓지 않은 상황인지라 이 가주전 바깥에 직계들이 모여 있는 것이지요.”

         

       풍영대주가 말을 보탰다.

         

       “당 가주님. 가주님께서 저에게 의뢰하신 내용이 무엇이었습니까?”

         

       “그것은…도박을 가르쳐 달라는 부탁이었지.”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 도박을 가르쳐 달라는 부탁이 진정 당가주께서 해결하고자 했던 문제는 아니지 않았습니까? 도경 형을 도박으로 이기는 것은 일차적인 문제에 불과했지요.”

         

       “…허허.”

         

       아직 당광렬은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감을 잡지 못하고 있는 모양.

         

       그래 머릿속에 나랑 딱밤대전을 펼칠 생각만 가득 차 있을테니 어디 내 이야기가 귀에 들어가겠냐.

         

       “야바위는 운만 있다면 누구 이길 수 있는 도박이 아니겠습니까.”

         

       당광렬이 아직 감을 잡지 못한 표정으로 나를 응시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운과 판돈만 있다면 누구나 판을 따 내는 것이 가능하지요.”

         

       “허허, 그렇지요. 야 선생…본인은…”

         

       아마 ‘자네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가?’라는 말을 하려고 했겠지. 나는 그 말이 나오기 전에 재빨리 말을 끊었다.

         

       “가주께서는 직계들에게 ‘훈계’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셨지요. 저는 어쩐지 첫 날 그 수단을 알려드린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손가락을 말아 원을 만들었다. 당도경은 ‘저게 뭐지?’라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지만 당광렬과 풍영대주의 눈이 커졌다.

         

       “…하…하하..”

         

       당광렬이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하하하하!”

         

       당광렬은 무림에서도 손꼽히는 고수이며 동시에 당가의 가주다. 그런데 이마에 딱밤을 맞아? 당연히 마음에 새겨 둘 수 밖에 없다.

         

       아니 가주고 자시고 딱밤 맞으면 당연히 열 받지.

         

       그런데 딱밤을 놓은 내가 누구인가? 무엇을 해주었는가? 이몸 호천안. 무려 일주일동안 도박의 정수를 주입해 준 사람. 그 덕분에 당도경에게 멋지게 승리를 거두었고 도박실력까지 일취월장했으며 모든 암기까지 회수했다.

         

       당광렬은 나에게 딱밤을 놓고 싶겠지만 본인도 염치가 없는 짓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터였다.

         

       그러니 단번에 말을 꺼내지 못하고 눈빛만 발사하고 있었던 것이다.

         

       “외람되지만 풍영대주님께 부탁해 피해를 보았다는 직계를 모두 불러모았습니다.”

         

       “맞습니다! 어차피 소문이 퍼져서 암기를 잃은 직계들이 가주전으로 모여들고 있었던 상황에서 야 낭인께서 부탁하시더군요. 피해를 본 직계를 모두 모아달라고…!”

       

       내 큰 그림을 깨달았을까. 풍영대주가 격한 어조로 말을 내뱉으며 나를 경외감 어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대체, 선생께서는 어디까지 내다보신 겁니까…!”

         

       그래. 딱밤을 때리고 싶으면 때려야지.

         

       그래서 모아놓았다.

         

       당광렬이 원 없이 딱밤을 때릴 수 있는 명분을 품고 있는 희생양들을.

         

       “와하하하하하하! 그래! 야 선생의 말이 맞소! 도박으로 잃은 것은 도박으로 돌려 줘야지! 훈계도 하고 말이야! 하하하하하!”

         

       가주는 암기를 걸고 직계는 딱밤을 맞고 도박을 한다. 직계는 딱밤을 맞고 따끔한 인생의 교훈을 얻은 채 이마를 문지르며 암기를 받아간다.

         

       은인에게 딱밤을 놓을 생각을 하며 양심의 가책을 느끼느니 정당한 이들에게 딱밤을 놓는..아니 교훈을 내린다.

         

       나에 대한 원한?

         

       아니 애초에 원한이라는 것 자체가 없었다! 그저 오해였을 뿐!

         

       나는 지금 이 부분까지 설계했고 그저 가주에게 일을 바로잡기 위한 수단으로 딱밤을 전달한 도박 선생일 뿐.

         

       모든 것은 당가주를 위한 행동이었고 조언이었다.

         

       물리치료를 위한 수단이었으며 작금의 사태를 예견한 전언이었을 뿐.

         

       결코 내가 당가주의 이마에 딱밤을 놓으며 ‘아 재미있었다’고 생각한 것이 아니었음을 깨달았으니 품었던 원한도 모두 사그라질 일이었다.

         

       그런 나의 예상이 맞았는지 파안대소를 터트리며 나를 응시하는 당광렬의 눈은 맑디맑았다. 원한 한 점 보이지 않는 눈을 보며 나는 마지막으로 만족한 눈빛과 미소를 쏘아 준 뒤 흑립을 아래로 끌어 내렸다.

         

       “풍영대주!”

         

       “예, 가주님!”

         

       “가주전 바깥에 모여 있는 직계들을 모두 안으로 들이게나!”

         

       “존명!”

         

       나는 사태 파악이 안 돼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는 당도경의 어깨를 두들겼다.

         

       “도경 형, 우리는 빠져 주도록 합시다. 가주님과 풍영대주님께서는 좀 바쁘실 듯하니 말이오.”

         

       “음…본인은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일이 잘 풀린 듯한 느낌이구려.”

         

       당도경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내, 야 형이 당가에 머문지도 오래 되었으나 한 번도 대접을 하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소. 오늘은 이 당모가 식사 한 끼 대접해도 되겠소이까? 아버님도, 어머님도, 려아도 야 형을 만나고 싶어하는 눈치였으니.”

         

       만나고 싶어하는 거 확실해? 너 눈치 더럽게 없잖아.

         

       이런 말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당도경의 제안은 나에게 딱 필요한 것이었기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도 도경 형과 술잔을 나누고 싶었소.”

         

       마지막으로 가주에게 흑립을 잡고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당광렬이 나에게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자, 가주님의 허가도 받았겠다. 가봅시다.”

         

       “하하하! 내 앞장서리다!”

         

       당도경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가주전을 빠져나왔다.

         

       가주전으로 우르르 들어가는 직계들의 모습이 보였지만.

         

       이제 그들의 이마에서 불똥이 튀든 피가 튀든.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아아, 내가 [딱밤]을 즐긴 것이 불만인가?

    후후, 그렇다면 주도록 하마. 네가 원없이 딱밥을 때릴 수 있는 수많은 당씨들을!

    가라! 그들의 이마에서 피를 수확해라!

    *뇌절 한번 해봤습니다.

    에피소드의 고점에서 끊는 것은 너무 인간의 마음이 없는 처사가 아닌가 싶어서 연참을 준비했습니다. 하루 써서 하루 올리는 그야말로 뒤 없는 생활..! 짜릿해..!

    *6/5일날 처음으로 소장 카운트가 올라갔습니다. 무려 단 한분! 그저 감사…! 압도적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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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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