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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1

       남들과 약간 다른 생활패턴으로 살아가는 것의 가장 큰 단점 중 하나는, 식사 시간에 영업하는 식당의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배달 어플리케이션을 위아래로 아무리 움직여보아도, 마음이 동하는 곳은 보이지 않았다.

        

       24시간 배달전문점은 몇 개 보이지만……다 겪어본 친구들이다.

        

       식사를 파는 곳이 아니었다. 식량을 파는 곳이지.

        

       검색 범위를 넓혀보니 가뭄에 콩 나듯이 빠르게 오픈한 가게들이 보였지만- 죄다 ‘브런치’ ‘크로플’ ‘플래터’ 따위의 이름을 붙인 메뉴를, 압도적인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었고.

        

       앓느니 죽지.

        

       미련을 버리고,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냉장고를 열어 보았으나……당연하게도, 보이는 건 맥주, 소주, 와인. 그리고, 지난 주에 결국 참지 못하고 시킨 민트초코 뿐이었다.

        

       그래도 작은 걸로 시켰고. 남겼으니까. 응.

        

       ……저게 왜, 그 때만 그렇게 미치도록 맛있을까. 진짜로.

        

       떠올리니, 새삼 몸이 찌뿌드드해지는 느낌이었다.

        

       어딘가 상쾌하지 않은 기분. 근처에 일찍 여는 국밥집에 찾아가서- 뜨끈한 국물에, 빨뚜 한 병을 해치워야만 해소될 것 같은 그런 기분이다.

        

       오전 8시에 국밥소주 세트를 시켜도 누구도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는 곳이라면……역시, 순대국밥집이겠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옷장을 호쾌하게 열어젖히고-

       

       잠시, 멈춰섰다.

        

       벌써 수십 번은 열어젖힌 옷장임에도, 아직도 대체 뭘 꺼내어 입어야 할지 잠시 멈칫거리게 된다.

        

       차라리 구비된 옷을 싹 버리고, 새로 사면 이런 고통은 느끼지 않을 텐데. 그러지 못하는 스스로를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막상 결행을 할 마음까진 먹지 못하고 있다.

        

       도피하듯이 핸드폰을 켜서 날씨앱을 열어보자, 어느새 제법 따스한 봄날씨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래도……짧은 바지를 입기엔, 아직 조금 어색한데.

        

       옷장에 들어있던 반바지 하나를 꺼내어, 몸에 잠시 대어봤다가- 다시, 옷장에 얌전히 집어넣었다.

        

       여자들한테는 이게 입은 거라고 할 수는 있는 길이라고 인식되는 걸까.

        

       내가 입을 일이 없던 시절에는 훌륭한 패션이라고 박수를 쳤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아예 여름이 되고 나면, 조금 갈등 될 것 같긴 한데.

        

       푹푹 찌는 여름에도 두꺼운 후드티와 긴 츄리닝 바지를 입을 순 없는 노릇이니까.

        

       그래도, 치마보단 짧은 반바지가…….

        

       아니다.

        

       그 때 고민하자. 미리 걱정해봐야, 더 오래 고통받을 뿐이잖아.

        

       양 어깨를 빙빙 돌리며 쓸데없는 생각을 털어내고, 후드티를 걸쳤다. 교복처럼 느껴지는 약간 품이 여유로운 청바지까지 입으면, 나갈 준비는 끝.

       

       이런 추세로 날씨가 따뜻해지면, 이 두꺼운 후드티의 생명도 얼마 안 남았을 텐데.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마지막으로 방송 상황을 한 번 더 확인하려 고개를 숙였다.

        

       모니터에서는, 전진배치를 위해 이동하던 궁수의 뒤를 급습하여 빈사상태로 만들고, 다급하게 백업오는 사제를 잘라내는 플레이가 나오고 있었다.

        

       그야말로 정석적인 도적 플레이. 따로 강의 용으로 촬영했다고 해도 믿을……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스스로를 조금은 칭찬하고 싶은 영상이었다.

        

       실력이, 늘긴 늘었구나.

        

       그나저나.

        

       이 정도 퀄리티의 영상인데, 다들 복습 잘 하고 있겠지?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솔직히 이 텐련 이대로 런 칠 거 같아서 존나 불안하면 개추】

        

       『ㄱㅊ』

       『ㄱㅊㄱㅊ』

       『ㄱㅊ』

       『ㄱㅊ』

        

       ……사람들이 신뢰가 너무 없네. 세상이 어찌 되려는 걸까.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세로로 문신거유를 완성하면 구독권을 드려요】

        

       『문』

       『문』

       『거』

       『어그로 자제좀』

       『신』

       『문』

       『유』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이대로 방송 켜놓기만 하고 또 한 일주일 쉬다 와서 방종은 안 했습니다~하는 거 아니냐】

        

       『개 시 팔』

       『존나 가능성 있어서 더 화나네』

       『ㄹㅇ 머리에 대회전킥 날려야 됨 진짜루』

       『18일 무공지 휴방 맛좀 볼래?』

       『크 아 아 아 악』

        

       ……하라는 복습은 안 하고. 뒷담이나 하고.

        

       본 선생님은 제군들에게 실망했다.

        

       -딸칵.

        

       마이크를 키고, 헛기침을 두어 번 하며 이목을 모았다.

        

       “다들 도적에 큰 관심 없으시면, 오카리나 연습한 거나 복습 영상에 몇 개 넣을까요? 저 밥 먹고 연습 조금 더 할 거라서…… 실력 얼마나 늘었는지 바로 체감하실 수 있게.”

        

       『언제 왔어』

       『ㄴㄴㄴㄴㄴㄴㄴㄴㄴㄴㄴㄴㄴㄴㄴㄴㄴㄴㄴ』

       『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우리만 뒤질 순 없지』

       『반드시 넣자』

       『아니 시팔 돌아와서 또 오카리나를 불겠다고?』

       『제발 지랄 말고 나오나나 하자 제발 진짜 이렇게 간절히 부탁할게 제발』

       『와! 도적 플레이 생방송! 정말 즐거운 걸?』

       『님들아 저 방금 왔는데 이거 정말 생생한 생방송이네요』

        

       “……한 번씩 확인할 거니까, 복습 잘 하고 계세요.”

        

       마이크와 모니터를 다시 끄고, 잠시 채팅창을 감독했다.

        

       응.

        

       옳게 된 채팅창이네.

        

       * * * *

        

       [작성자: ㅇㅇ]

       [제목: 진짜 아따먹 얘 미친년이냐?]

       [핫생녹이 뭔데 미친년아 진짜 아 노방종이라매!!!!!!!!!!!!]

       –     그게 뭐냐면……알려드렸습니다~

       –     팩트) 방종은 안 했다

       –     ㄴ 팩트) 나가 뒤져라

       –     ㄴ 진짜 방종은 안 하긴 했지

       –     뜨끈뜨끈하고 생생한 녹화방송입니다~

       –     아니 이걸 우리가 안 봤겠냐고 아 진짜

       –     ㄴ ㄹㅇ 생방 봤고 팬튜브 봤고 저장소로 풀영상 다시 봐서 외운 영상이라고

       –     ㄴㄴ 부모님께서도 정녕 이게 내 새끼가 맞나 호적을 다시 보셨을 겁니다 선생님

       –     얘 나이 대체 몇 살이냐? 최소 40대 아님?

       –     ㄴ 싫어…….

        

       [작성자: ㅇㅇ]

       [제목: 이 미친년 방송은 시청자도 다 정신이 나갔나]

       [내용 다 외워서 멘트 3초 미리 치는 미친년들 뭐임

        

       어케했냐]

       –     도적 좋죠? 치면 일단 5할은 먹고 들어감

       –     ㄴ ㄹㅇ 정배임

       –     게임 이겼을 땐 도적 캐리네요랑 압도적인 도적 캐리네요가 정배 아님?

       –     ㄴ ㄴㄴㄴㄴ 지가 봐도 피지컬로 찍어누른 판은 되게 머뭇머뭇거리면서 도적……도적이 좋았네요라고 함

       –     ㄴ 그거 잠깐 망설이면서 음……할 때가 ㄹㅇ 꼴포임

       –     ㄴ ㄹㅇ 침대에서도 막 이성 잃고 찍어 댄 다음에 끝나고 정신차리면 머뭇머뭇하면서 좋았다고 할 듯

       –     ㄴㄴ 제발 자살해주세요

       –     ㄴㄴ 오…….

       –     ㄴㄴ 일단 PDF따서 이메일로 보냈다

        

       [작성자: ㅇㅇ]

       [제목: 아니 이 시1발련 결국 ㅈ카리나 영상 넣어놨네]

       [아 진짜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채팅창 해탈한거 개웃기네

       –     오

       –     ㄴ 야 이거 방송 안 한 녹화분인데?

       –     ㄴㄴ ?? 먼소리

       –     ㄴㄴ 진짜임 내가 얘 방송 다 봤는데 이거 첨 봄

       –     ???야 이거 방송 안 한 건데?

       –     “하아……어렵네……흣!”

       –     ㄴ 존나 귀엽다 시발..좆냥이같은 련..

        

       [작성자: ㅇㅇ]

       [제목: 우리 아따먹 하고 싶은 거 다 했으면 좋겠어]

       [난 이미 대가리 깨짐

        

       진짜 지 나름 연습하고 와서 한 거였네

        

       좆같으라고 일부러 좆같이 불어대는 건줄 알았는데

        

       아니 게임은 그렇게 좆같이 잘하면서 오카리나는 이렇게까지 노재능일거라고 누가 예상하냐고]

       –     근데 이것도 일부러 넣은 거 아님?

       –     ㄴ 맞긴 할걸

       –     ㄴ 아따먹 계획성은 ㅈㄴ 없는데 의외로 실수는 잘 안 함

       –     ㄴ 1분짜리로 넣은 거 보면 백퍼임ㅋㅋㅋㅋ 실수였으면 존나 길었지

       –     대체 왜 이딴 걸 녹화한거냐? 녹음할 가치가 있는 연주라고 생각한 거임 리얼로?

       –     ㄴ “하아……어렵네……흣!”

       –     ㄴ 수신료의 가치……

       –     나도 흣! 한 방에 대가리 깨져버림 

       –     ㄴ 근데 이거 넣은 건 실수 맞을 걸

        

       * * * *

        

       순대국밥 집으로 걸어가는 길.

        

       하루를 시작하는 활기가 물씬 풍기는 길거리에서, 홀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국밥을 먹으러 가는 건 나름의 풍취가 있다.

        

       그리고 그 입장에 서 보면, 의외로 동지가 많다는 걸 알게 된다.

        

       동류는 한 눈에 티가 나는 것이다. 무언가에 절어있는, 그 특유의……분위기 때문에.

        

       저기, VR방에서 쏟아져 나오며 서로에게 소리지르는 파리한 몰골의 대학생들처럼.

        

       “아……뒤질 것 같애 진짜! 10대 땐 안 이랬는데.”

       “국밥 고?”

       “그냥 6연패를 박아서 그런 거 아닐까?”

       “아니, 김현욱 이 씹새끼가 자꾸 잠드는데 어케 이기냐고!”

       “그래서 국밥 고?”

       “아, 첫차 타고 갈 걸…왜 이 병신들이랑 나오나를 달렸지…….”

       “네? 1승만 하고 가자고 지랄한 장본인 아니십니까.”

       “응~ 니가 도적만 안 했어도 이미 이겼쥬? 지금쯤 팀랭 골드 찍고 클럽에서 여자 6명 꼬셔서 꿀잠 때리는 중이쥬?”

        

       대학교를 간 적은 없어서일까. 대학교 신입생 티가 나는 애들은, 고등학생이랑 큰 차이가 없다고 느껴진다.

        

       조금, 싫다.

        

       저들이 싫은 것도 아니고, 어디 지튜브에서 베껴온 듯한 저런 말투가 싫은 것도……아니, 그건 싫긴 하네. 방송을 킨 것도 아니고, 왜 친구들끼리 채팅을 입으로 치고 있어.

        

       아무튼, 저들이 싫은 건 아니지만- 보고싶지 않다.

        

       저렇게 아무 생각 없이 친구들이랑 술을 마시다가, 다같이 게임을 하러 가고, 반쯤 정신 나간 상태로 너 때문에 졌네, 나는 잘했네 하고 노는 저 거리감은…….

        

       쓸데없는 생각이다.

        

       후드를 조금 더 깊게 눌러쓰고, 다리를 바삐 움직여 단골 국밥집으로 향했다.

        

       우스운 얘기지만, 갑자기 시청자들이 보고 싶었다. 얼굴 한 번 본 적이 없음에도.

        

        그 아우성치는, 파도가 치는 듯이 날뛰는 채팅을 보고 싶은 걸지도 모르겠다.

         

        ……복습, 잘 하고 있으려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mjstn님, 1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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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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