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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1

        

       

       올리비아는 몰살을 성공시키기 위해 아주 철저한 계획을 세웠다. 그 첫 번째 단추는 바로 제국이었다.

       

       대륙에서 가장 강대한 국가가 제국이었기에, 가장 먼저 무너뜨려야 하는 것 또한 제국이었다.

       

       제국의 귀족들은 전부 유능했다. 부패한 이는 있을지언정, 능력이 부족한 이는 없었다. 

       

       철저하게 능력주의로 굴러가는 국가. 그렇기에 제국을 무너뜨리려면 반드시 귀족들을 쓰러뜨려야 했다.

       

       몰살의 시작일이, 황녀의 탄신일이 된 이유였다.

       

       키엘을 포함한 제국의 4대 공작들, 내로라하는 대귀족들, 황태자와 2황자, 황제와 황비. 

       

       국경을 지켜야 하는 변경백들을 제외한 모든 귀족과 황족들이, 이 자리에 있었다.

       

       올리비아는 주변을 살폈다. 키엘은 여동생과 대화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다른 귀족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올리비아를 주시하고 있는 사람은, 오직 멜리나 한 명 뿐이었다.

       

       “…….”

       

       적포도 와인이 담긴 잔을 흔들며, 멜리나는 생각했다.

       

       오늘의 올리비아는 평소와 달랐다. 눈빛도, 목소리도, 심장의 박동도. 불과 하루 전까지만 해도 저렇지 않았다.

       

       ‘다 자란 탓인가?’

       

       하지만 단순히 시간의 영향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었다. 왜냐하면, 멜리나는 올리비아의 ‘결과’를 이미 보았기 때문이다.

       

       그 아이의 초심은 선(善)이었고, 그것은 진리에 도달한 이후에도 변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왜 지금은 다른가?’

       

       진리에 도달했다면 그 답을 구할 수 있었을테지만, 아직은 요원한 이야기였다. 앞으로 적어도 10년. 그게 멜리나의 예상이었다.

       

       그 때, 올리비아가 황제 앞으로 나아갔다. 모두의 시선이 한순간에 올리비아에게 쏠렸다. 

       

       ‘최연소 대마법사’이자 ‘대륙 최강의 마법사’이며 ‘드래곤 로드를 무릎 꿇린 자’.

       

       황제에게 숙이지 않아도 되는 자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숙였으니 시선이 쏠리는 것이다.

       

       올리비아는 그 외에도 수십가지 칭호를 가지고 있었다. 무왕의 친우, 성녀의 길잡이 등등…….

       

       그 칭호들이 멜리나로 하여금, 저 올리비아가 ‘다른’ 올리비아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자신의 제자가 아니면 도대체 누가 저런 업적을 쌓을 수 있단 말인가.

       

       “황제 폐하께 보여드리고 싶은 선물이 있습니다.”

       “선물? 무슨 선물 말인가?”

       

       위층 테라스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멜리나가 멈칫했다.

       

       낯선 감정.

       

       그것의 정체는 두려움이었다.

       

       ‘올리비아’를 잃었을 때 느꼈던 상실의 두려움이 아니다. 인간이라는 생물이 가진 가장 원초적인 감정.

       

       그것은 공포였다.

       

       “소인이 새로운 마법을 하나 깨달았사온데, 이 자리에서 시연해봐도 되겠나이까?”

       “허락하겠다.”

       

       뱀이 목을 타고 기어오르는 것 같았다. 수많은 사람들 중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그녀 한 명뿐이었다. 

       

       ‘어, 어째서…….’

       

       그 원인을 알아챌 겨를도 없이, 올리비아 주변에서 푸른 마나가 꿈틀거렸다. 그녀의 마나는 순식간에 황궁 전체를 잠식했다. 

       

       시야가 푸르렀고, 또한 공기가 차가워졌다.

       

       “조금 춥구나.”

       “곧 끝납니다, 폐하.”

       

       이상함을 느낀 이는 멜리나뿐만이 아니었다. 키엘은 어느샌가 잔을 내려놓았고, 밤까마귀들은 그림자 속에서 바쁘게 움직였다.

       

       원래라면 황제 앞에서 마력을 운용하는 것 자체가 중죄. 다만 그 상대가 올리비아였기에, 검집에 손을 얹어두는게 고작이었다.

       

       “……끝났습니다.”

       

       준비를 마친 올리비아가 천천히 눈을 떴다. 

       사파이어처럼 빛나는 눈동자에는 예전의 온기가 없었다. 다만 싸늘함과 조소로 가득했다.

       

       “…….”

       

       심장이 얼어붙는 것 같다고, 황제는 생각했다.

       

       올리비아가 주먹을 쥐었다.

       

        콰직, 하고 무언가 터져나가는 소리와 함께 황제의 뺨에 핏물이 튀었다.

       

       “…….”

       

       사위가 침묵으로 물들었다. 쿵,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바닥으로 추락했다. 

       

       대리석 위에서, 상반신만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황제는 눈을 부릅떴다. 익히 아는 얼굴이었다.

       

       “폐, 폐하……부디, 옥체를 보존…….”

       

       밤까마귀의 단장, 칼리오페였다.

       

       황제는 천천히 고개를 뒤로 돌렸다. 그림자는 핏물로 가득했다. 주인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잘게 조각난 육편들이 사방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대, 대마법사가 미쳤다!”

       “꺄아아아아아아악!”

       “비켜 이 자식들아! 비키라고!”

       

       기겁한 귀족들이 앞다투어 달려갔다. 그들은 기사와 시종들의 호위를 받으며 문을 열었고,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몸이 굳었다는 소리가 아니다. 말 그대로, 얼어붙었다.

       

       휘오오오오오오!

       

       차디찬 냉기가 연회장 안으로 새어들어왔다. 냉기에 닿은 귀족들은 찰나에 숨이 끊어졌다. 기사들도 눈을 부릅뜨는 것이 고작이었다.

       

       “네, 네놈이……감히 무슨 짓을……!”

       

       쩌어어억!

       

       그것이 황제의 유언이었다. 그는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하고 얼어붙었다. 고통 없는 죽음이, 그에게 주어진 선물이었다.

       

       “폐, 폐하!”

       “침착해라! 카인셀 경은 당장 황비마마를 모시고 대피하고, 나머지는 전부 여기로 모여라!”

       

       혼란 와중에도 정신을 차리고 있는 이의 정체는 황태자였다. 

       

       아니, 그는 이제 황제였다.

       

       새 황제의 양 옆에 두 기사가 나란히 섰다. 중앙기사단의 단장과, 부단장이었다. 

       

       그들은 제국의 두 번째 검과, 세 번째 검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키엘 공작! 자네도 합류하게!”

       

       중앙기사단장의 말에 키엘의 몸이 움찔 떨렸다.

       

       “나, 나는…….”

       

       키엘의 손이 미칠 듯이 떨렸다. 그의 손에는 대검 대신 여동생이 들려 있었다. 

       생기가 넘쳤던 입술은 파랗게 죽었다.

       심장 또한 박동을 멈췄다.

       

       시린 냉기를 견뎌내기에, 그녀의 몸은 너무나도 여렸다.

       

       키엘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폐가 미치도록 시렸다. 

       

       하지만 그보다 아픈곳은 심장이었다.

       

       ‘……왜?’

       

       중앙기사단과 대치하는 올리비아를 바라보면서 키엘은 생각했다. 

       

       ‘……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시야가 흐려졌다.

       

       그곳에 키엘이 알던 올리비아는 없었다. 

       

       “키엘 공작.”

       

       누군가 그를 일으켜 세웠다. 냉기 속에서도 영롱한 빛을 발하는 금발의 여인.

       

       “리비를 막으려면, 자네의 도움이 필요하네.”

       “…….”

       “그러니 당장 일어나 검을 들게.”

       

       키엘은 대검을 들었다. 

       

       볼이 시렸으며, 눈썹이 무거웠다. 눈물이 흐르던 도중에 얼어붙은 탓이다.

       

       “금탑주, 당신은 어떻게…….”

       

       ‘태연할 수 있냐’라고 말하려던 키엘은 입을 다물었다. 

       

       멜리나의 눈은 죽은 사람의 그것처럼 공허했다. 그림자가 진 얼굴에는 눈물이 줄기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부모를 잃은 자식은 고아라고 부르지만, 자식을 잃은 부모를 일컫는 말은 없다. 너무나도 참혹하고 슬픈 감정이기에,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식을 제 손으로 직접 끝내야 하는 부모는, 도대체 어떤 심정일까?

       

       키엘은 감히 짐작도 할 수 없었다.

       

       “크아아아아악!”

       “끄으으으윽!”

       

       부단장이 쓰러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단장 또한 쓰러졌다. 황태자는 그 다음이었다.

       

       “…….”

       

       멜리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선 채로 얼어붙은 이들이 태반이었다. 지원을 위해 달려왔던 중앙기사단 일백이 그러하였고, 올리비아를 조카처럼 아꼈던 금탑의 마법사들이 그러하였다.

       

       백에 아흔 아홉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죽었다.

       

       하얗게 얼어붙은 세상 속에서, 숨을 내쉬는 인간은 이제 둘뿐이었다.

       

       키엘, 그리고 아리아.

       

       ‘……황녀가?’

       

       멜리나가 눈을 부릅떴다. 놀랍게도 황녀는 아직 살아 있었다. 그녀를 중심으로 얇은 막이 쳐져 있었다.

       

       가슴팍에서 빛을 뿜는 펜던트. 아마 고대 유물인 모양이었다.

       

       황실의 마지막 적통.

       

       키엘과 멜리나의 눈이 마주쳤다. 둘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황실의 멸망은, 곧 제국의 멸망이었다.

       

       “……가라.”

       

       키엘이 등을 돌렸다.

       

       모든 귀족들이 죽은 마당에, 이제 와서 제국의 존망 따위 알 바가 아니었다.

       

       “최대한 버텨보겠다.”

       

       하지만, 그 멸망을 일으킨 장본인이 올리비아가 되서는 안됐다.

       

       그들은 올리비아에게 모든 것을 잃었지만, 동시에 올리비아에게 모든 것을 받았던 사람들이었다.

       

       이 순간까지 미련을 버리지 못한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키엘의 대검이 공간을 가르며 앞으로 나아갔다. 멜리나는 그 틈을 타서 아리아에게 순간이동했다.

       

       “황녀.”

       

       아리아는 웅크린 채로 오열하고 있었다. 눈 앞의 광경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는 듯이, 땅바닥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아리아가 지금 어떤 심정인지, 멜리나는 뼈저리게 이해했다.

       

       하지만 멜리나는, 올리비아에게 이 이상의 오명을 뒤집어 씌우고 싶지 않았다.

       

       “황녀!”

       

       그제서야 아리아는 고개를 들었다. 

       

       “그, 금탑주님…….”

       “암주(暗主)가 있는 마키나로 보내주겠네. 가서 금탑주가 보냈다고 하시게. 그는 내게 빚이 있으니, 내 부탁을 거절하지 못할걸세.”

       “저, 저는…….”

       

       멜리나는 아리아의 손을 잡았다. 이제는 안다. 아리아 황녀는 멍청이가 아니라, 멍청이 행세를 한 천재였다는 사실을.

       

       아리아가 마법을 배웠다면, 능히 올리비아에 견주었을 거라는 사실을.

       

       그녀가 멍청이 한 행세를 한 이유는, 단지 오라비들과 다투기 싫었기 때문임을.

       

       “리비는 여기서 끝내지 않을걸세. 그러니 반드시, 반드시…….”

       

       등 뒤에서 금속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

       

       한 인간의 비명이, 절규가 점점 잦아들었다. 

       

       입김을 내뿜을 사람이 하나 줄었기에, 공기는 아까보다 더 차가워졌다. 

       

       멜리나가 숨을 토했다.

       

       “반드시, 내 제자를 막아주게나.”

       

       아리아가 입을 열기도 전에, 멜리나는 마법진을 발동시켰다.

       

       “자, 잠깐! 금탑……!”

       

       -파아아앗!

       

       다음 순간, 아리아의 신형이 어디론가 사라졌다.

       

       멜리나는 아리아가 있었던 장소를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뒤로 돌렸다.

       

       “…….”

       

       말은 필요 없었다.

       

       남은 것은 둘이요, 나갈 사람은 한 명이니.

       

       멜리나는 양손으로 스태프를 굳게 쥐었다.

       

       다음 순간, 스승과 제자가 격돌했다.

       

       

       

       *

       

       

       [관전 종료까지, 앞으로 5분.]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올리비아가 상대를 죽이기로 마음먹으면, 이렇게 됩니다.

    그리고 선작 1만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plenilunium님 10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정말로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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