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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1

       하린은 자신의 선택을 증명하는 데 성공했다.

       

       물론 고난이 없지는 않았다.

       

       애당초 권존과 하린의 실력차는 그리 크지 않았다.

       

       둘 사이에 차이를 낸 것은 어디까지나 하린이 가진 깨달음이었을 뿐이다.

       

       당초 권존이 당혹스러워 했던 것은 하린이 천마신공이 아닌 자신의 무공을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예상치 못한 비수는 언제나 본래 가진 것보다 커다란 결과를 가져오기 마련이니.

       

       허나 그 수가 들키고 파훼되는 순간부터 이전만큼의 결과를 바라서는 안 됐다.

       

       권존은 방금 전 백주란 이름의 멍청이와는 달리 침착이 필요한 때를 아는 사내였다.

       

       그는 첫 경기에서 패색이 짙어졌다는 판단이 서자마자 수세에 들어가 얌전히 하린이 펼치는 권을 지켜보았다.

       

       조금씩 하린의 주먹에 익숙해져가는 그를 보며 당장은 이기더라도 다음 경기가 쉽지 않으리라는 걸 예측할 수 있었다.

       

       나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두 번째 경기는 이전과는 달리 훨씬 더 치열한 양상을 보여주었다.

       

       이번에도 두 사람은 물러서지 않고 격돌했다.

       

       권과 권이 부딪히며 미친듯한 난타전이 벌어졌다.

       

       처음에는 공격과 방어를 구분 짓던 두 사람이었으나 경기가 진행됨에 따라 하린과 권존은 방어라는 단어를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둘에게 승리라는 건 이성으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눈앞의 적을 자신의 손으로 짓눌러야만 득할 수 있는 것이었다.

       

       난타의 끝에 승리를 거둔 것은 하린이었다.

       

       격차는 크지 않았다.

       

       주먹 한 번, 혹은 두 번. 둘 사이의 차이는 그 정도에 불과했다.

       

       조금만 운이 나빴더라면, 한 번의 실수가 더 있었더라면, 권존이 조금만 더 뛰어났더라면, 하린은 경기를 내주어야 했을 것이다.

       

       허나 만약이란 없었다.

       

       승리라는 글자를 거두고 돌아온 자에게는 단정을 지을 권리가 있었다.

       

       이번에는 하린이 권존보다 강했다. 그 이상의 단어는 쓰잘데기 없는 것이었다.

       

       경기가 끝난 후 대기 장소로 돌아온 하린은 중계석에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아이마냥 뛰어왔다.

       

       무얼 하려는 지 알 것 같았기에 난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받을 준비를 했다.

       

       하린은 내 예상에서 조금도 빗나가지 않았다.

       

       그녀는 활짝 웃으며 자신의 몸을 나에게 내던졌다. 내가 자신을 받아내지 못하리란 의심은 조금도 없었다.

       

       “화령님! 저 이겼어요!”

       “그래. 잘했다.”

       “그쵸?! 잘했죠? 그러니까 좀 더 진심으로 칭찬해주세요!”

       

       잘했다는 단어로 부족한 것이야?

       

       내 어휘력이 그리 뛰어나지는 않다마는.

       

       그렇다 하여 지금 채팅창에서 날뛰는 저들처럼 광기에 빠지고 싶지는 않구나.

       

       허나 가만 내버려두면 하린의 볼이 부풀 것 같았기에 나는 어쩔 수 없이 말을 쥐어 짜내야만 했다.

       

       주먹이 좋았다느니, 판단이 훌륭했다느니 하는 진부한 말이었지만 하린은 내 말을 들으며 밝은 미소를 지어주었다.

       

       “다음 경기를 해설해야 하니까 나머지는 돌아가 주시겠습니까.”

       

       터덜터덜 하린의 뒤를 따라온 권존이 우리를 고깝다는 듯 쳐다봤다.

       

       “속이 좁은 남자네요. 언제까지고 패배를 마음에 담아두고 있을 건가요?”

       “짜증이 안 나게 생겼습니까. 광탈했는데.”

       “그럼 좀 더 잘하셨어야죠! 권존님! 왜 자기가 개모태놓고 화를 내세요?”

       “냥냥님. 떨어지기만 해봐요. 해설석에서 죽어라 까드릴 테니까.”

       

       서로 티격태격하는 것이 꽤나 보기가 좋았다.

       

       말하는 것에 거침이 없는 것으로 보아 이전부터 아는 사이였나 보구나.

       

       “그런데 화령님. 혹시 화령님이 냥냥님을 가르치셨나요? 예전하고 많이 달라졌던데.”

       “그렇다. 하린이 부탁을 하였기에 내 자그마한 가르침을 주었지.”

       

       내 대답에 권존은 뒷목을 주무르다 한탄하듯 말을 했다.

       

       “좀 살살 가르치시지.”

       

       하하. 이게 어디 본인의 탓이겠느냐. 하린이 성과를 보인 것이지.

       

       나에게 무어라 따진다 한들 나는 아무런 답도 해주지 못하겠구나.

       

       해설의 자리를 권존에게 넘겨 준 나는 다시 관객석으로 돌아와 참가자들이 싸우는 모습을 보았다.

       

       참가한 이들의 수준은 대개 백주라는 이와 비슷했다.

       

       이들이 일반인 중에서 최고라 불리는 이들인가.

       

       이런 놈들 사이에 있었으니 권존이 최강이 될 수 있었던 거겠지. 이 놈팽이들에 비하면 권존의 수준은 높은 편이니까.

       

       그나마 참가자 중에서 볼만한 녀석은 둘이었다.

       

       “기다리시오! 내가 당신을 쓰러트리겠소!”

       

       경기에 출전하기 전 내게 와서는 나를 쓰러트리겠다 선언한 맹주라는 녀석과.

       

       이전에 카리스포가 언급했던 이순이라는 검사.

       

       이 두 명은 최소한 내 입에서 탄식이 나오게 만들진 않았다.

       

       안타까운 것은 이 둘이 경기에서 만났다는 것이다.

       

       본래는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는 이들이었지만 서로를 만나 하나가 떨어지게 되었다.

       

       맹주는 참으로 자신감이 넘치는 사내였다. 자신의 주제도 모르고 내게 경고를 했듯이 이순에게도 네 놈을 쓰러트리겠다 선언했지.

       

       자신만만하게 달려든 맹주가 이순의 검 앞에 무력해지는 모습은 꽤 재밌는 광경이었다.

       

       과연. 카리스포가 흉내 낸 이순의 검은 꽤나 정확했다.

       

       검로와 검로 사이에 검을 집어넣어 쉴 새 없이 공격을 쏘아 붙이는 가열찬 검은 카리스포가 재현한 모습과 크게 다르진 않았다.

       

       허나 본질은 달랐다. 카리스포가 따라한 것은 어디까지나 겉부분에 불과했다.

       

       카리스포가 저 자에게 패한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구나.

       

       저 공세 속에 담긴 것을 이해하지 못했으니 자연스레 상대의 의도에 휘말렸겠지.

       

       지금 맹주가 그러하듯이.

       

       경기의 결과는 안 봐도 뻔하겠구나. 맹주는 이순을 이길 수 없다.

       

       내 보기에 이순은 대회의 평범한 참가자들보다 두 수는 높은 수준을 지니고 있었다.

       

       나라는 변수가 없었다면 이 대회에서 무난히 우승을 거두지 않았을까.

       

       그런데 이상한 점은 이순이 캐릭터가 내가 들은 것과 다르다는 점이었다.

       

       카리스포는 이순이 검성 유저라고 말을 했다. 허나 그가 선택한 것은 검신이라는 캐릭터 아닌가.

       

       무언가 착각이 있었던 것일까.

       

       그런 내 의문에 대답을 해 준 것은 하린이었다.

       

       “이순님은 검성을 하기 전부터 검신 유저로 유명하셨어요.”

       

       그녀가 말하길 이순이 최근 검성을 플레이하는 건 사실이었지만 원래는 검신 장인으로 이름을 떨쳤다고 말했다.

       

       그 때에도 이순은 유명한 유저였지만 대회에서는 영 힘을 쓰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이순이 검신 대신 검성을 고르게 되며 이야기가 달라졌다.

       

       그는 자신이 성과를 내지 못했던 게 검신이란 족쇄 탓이었다 말을 하듯 검성으로 출전한 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다.

       

       다른 대회에서 성과를 낸 것은 물론이다.

       

       “본인이 말하기를 기 캐릭터를 쓸 땐 신경 쓸게 너무 많아서 힘든데, 마나 캐릭터를 하면 자기 할 것만 하면 돼서 성과가 나온 것 같대요.”

       

       으음. 그러니 지금 검신을 플레이하는 저 자의 모습이 전력이 아니란 소리렷다?

       

       흥미롭구나. 지금도 가지고 노는 맛이 있을 것 같은데 전력을 펼친다면 어찌 될까.

       

       경기는 당연하게도 2:0이라는 단어로 마무리가 지어졌다.

       

       맹주는 이순의 환검을 조금도 파훼하지 못했다.

       

       “화령님. 다음 경기 화령님이에요.”

       “벌써 그리 되었느냐?”

       

       이번 경기가 16강의 마지막이었나보구나.

       

       그렇다는 소리는 이제 편사러브를 마주할 시간이 되었단 이야기겠지.

       

       경기에 나갈 이들이 대기하는 장소에 서기 무섭게 목소리가 들려왔다.

       

       투덜거리는 것은 맹주의 목소리였고, 투덜거림을 받아주는 자잘한 목소리는 이순의 것이었다.

       

       “뭐냐! 날 놀리러 온 것이냐?!”

       

       내 얼굴은 본 순간 맹주가 소리를 쳐댔지만 나는 그 목소리를 무시했다.

       

       신경을 쓸 가치도 없는 자였다.

       

       그를 지나쳐 이순의 얼굴을 보았다. 어설픈 웃음을 짓는 그는 무인이라기엔 유약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저런 얼굴로 그토록 악랄한 검을 사용한 것인가. 역시 사람은 겉으로만 판단해서는 안 되는 것이야.

       

       “무시하지 마라!”

       

       내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는 게 마음에 안 들었던 듯 맹주가 나를 향해 손을 뻗었다.

       

       허나 그 손은 닿지 못했다. 내가 손목을 붙잡았기에.

       

       거. 녀석. 맹주니 뭐니 지껄이고 다니는 것은 봐줄 수 있다. 자기 주제도 모르는 멍청이의 소꿉놀이라 생각해 줄 수 없는 것도 아니니.

       

       그래도 건드려도 되는 인간과 건드려선 안 되는 인간을 구분할 줄은 알아야 하지 않겠느냐.

       

       살기를 피워 올렸다.

       

       이전에 하린을 울린 것도 있고 하여 그 정도는 조절을 했다. 본인은 나의 앞에서 사내새끼가 질질 짜며 오줌을 지리는 꼴은 보고 싶지 않았으니.

       

       살기에 찍어 눌린 맹주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를 보고 살기를 거두었으나 맹주는 일어나지 못했다. 다리에 힘이 풀린 모양이다.

       

       “이순이라 했었지.”

       “…네!”

       “이 자를 데리고 가주겠나? 방해가 될 것 같아 말이야.”

       “넵! 알겠습니다!”

       

       그렇게 둘을 돌려 보내고 얼마 있지 않아 편사러브가 나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의 얼굴은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것은 나라는 이와 무를 겨룰 수 있다는 기대이기도 했고, 자신의 흉내가 얼마만큼 원본에게 인정받을 지에 대한 기대이기도 했다.

       

       우둔한 녀석 같으니.

       

       이 자를 어찌 상대해줄 지에 대해선 이미 결정을 내렸다.

       

       광신의 기미는 분명 신경이 쓰이는 바이다만 자신을 잃어버렸단 사실도 모르는 자를 보는 것이 더 거슬리는 일이었다.

       

       훗날 후회를 할지언정 바로 잡아야 할 것은 바로 잡아야 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래.”

       

       가벼이 답을 한 후에 곰방대를 불러내어 입에 물었다.

       

       저 멀리서 데케이와 권존이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으나 한 귀로 흘려 들었다.

       

       어차피 시덥잖은 소리일 것이 뻔했다.

       

       얼마 가지 않아 푸른 기운과 함께 주변의 모습이 바뀌었다.

       

       이번에도 내가 서게 된 장소는 천마신교의 수련장이었다.

       

       무어냐. 이번에도 일부러 이 곳으로 정한 것이냐?

       

       상관은 없다. 이 곳은 가르침을 주기에 적당한 장소이니 말이다.

         

       곰방대에서 뿜어지는 연기 너머로 편사러브의 얼굴이 보였다.

       

       편을 만지작거리는 그의 손에서 기대감이 느껴졌다.

       

       어리석은 아해로다.

       

       설마 본인이 흉내밖에 내지 못하는 꼭두각시 인형을 인정해 주리라 생각하느냐.

       

       눈앞의 것에 매몰되어 자신을 버린 자를 긍정해주리라 생각하느냐.

       

       이제부터 내가 할 행동으로 저 자의 광신이 더 강해질지 아닐지는 모르겠으나 신경 쓰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어디 그런 것을 신경 쓰고 몸을 움직였던가.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본인이라는 인간은 일단 저지른 후에 후회를 하는 사람이었다.

       

       손에 쥔 편으로 바닥을 내리쳐 주의를 끌었다.

       

       “분명 그대는 나를 보고서 편에 깨달음을 얻었다 했었지.”

       “그렇습니다!”

       “그럼 어디 그 깨달음이라는 것을 보이거라.”

       

       편사러브의 얼굴에 환희가 서렸다.

       

       자신의 예상이 틀릴 것이라고는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 그 모습에 헛웃음이 샜다.

         

       높이 올라간 것일수록 떨어질 때 더욱 아프다 하는데. 과연 그대의 기대가 부서졌을 때 그대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드디어 50위 안에 들어갔네요!

    여러분 덕입니다.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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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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