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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1

       “히에엑!”

         

        내 꼬리를 감싸며 아이처럼 좋아하고 있는 복덩이.

         

        네가 좋아하는 걸 보니까 나도 좋네.

         

        그런데, 복덩아.

         

        [뱀 여왕이 당신을 주시합니다.]

       

       이것 좀 어떻게 해줄래?

         

        뭔가 오해가 있으신 거 같아.

         

        우리가 아직 그런 사이는 아니잖아?

         

        내 꼬리가 뭐 대단한 거라고 몸과 마음을 다 준다는 거야.

         

        침을 흘릴 정도로 맛있어 보이는 건 알겠는데, 그냥 꼬리일 뿐이야.

         

        아무리 네가 사회생활이 부족한 뱀이라도 그렇지.

         

        이런 거에 홀딱 넘어가면 안 돼.

         

        “사아악….”

         

        혀를 날름거리며 내 꼬리를 한참이나 구경하던 파이톤의 입이 크게 벌어진다.

         

        살짝 무서울 정도로 크게 벌린 입이 잘린 꼬리를 서서히 삼키기 시작했다.

         

        먹으라고 준 거긴 한데, 막상 보니까 기분이 묘하네.

         

        저 귀엽게 생긴 얼굴이 입을 이 정도로 크게 벌리니, 약간 소름 돋는다고 해야 하나. 살짝 무서웠다.

         

        그래도 겉모습이 이러면 어떻나. 내게 귀한 영약을 바쳐줄 공주님인데.

         

        어느샌가 내 꼬리를 전부 삼킨 파이톤.

         

        배가 내 꼬리 모양으로 빵빵해지더니 금방 가라앉았다.

         

        아마도 이 녀석도 소화와 관련된 능력이 있을 거다.

         

        “사아악….”

         

        혀를 날름거리는 복덩이.

         

        그래, 이제 만족했니?

         

        날 보고 꼬리를 살랑살랑 흔든다.

         

        [【볼파이톤 lv14】의 신앙심이 더욱 증가합니다.]

         

        그래.

         

        먹을 건 다 먹었으니, 이제 할 걸 해야지.

         

        파이톤에게 은근한 시선을 보냈다.

         

        복덩이는 내 눈빛의 의미를 알아듣고 오동통한 몸을 꼬물꼬물 움직이기 시작했다.

         

        파이톤이 향한 곳은 이 방의 한구석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곳에 나 있는 쥐구멍 같은 자그마한 틈새였다.

         

        내 손 하나도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작은 크기의 구멍.

         

        그러나 얇고 긴 뱀이라면 들어갈 수 있을 거다.

         

        믿고 있었어, 파이톤.

         

        복덩이는 위풍당당하게 구멍을 통과하기 시작했다.

         

        잘한다.

         

        그쪽에서 숨겨져 있는 영약을 가져오련.

         

        “…히엑?”

         

        돌연듯 나오는 당황한 소리.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자세히 들여다봤다.

         

        [【볼파이톤 lv14】이 난처해합니다.]

         

        이 녀석, 벽에 끼었다.

         

        벽에 낀 뱀이 돼버리고 만 것이다.

         

        “히에엑….”

         

        녀석은 자신이 벽에 낄 거라 생각지도 못한 거 같다.

         

        아니, 아무리 배가 금방 꺼졌어도 방금 내 꼬리를 먹었는데 당연히 끼지.

         

        …그게 아니면 살이 찐 건가?

         

        “사아아악!”

         

        화가 난 듯 제 딴에는 무서운 소리를 내는 복덩이.

         

        하지만 하나도 무섭지 않다.

         

        무서운 건 내 소중한 영약을 얻지 못하는 것 하나다.

         

        조금만 더 힘내보렴.

         

        대충 여기를 밀어주면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꼬리 윗부분을 살짝 민 순간이었다.

         

        “히에에에에에엑!”

         

        [【볼파이톤 lv14】이 몹시 부끄러워합니다.]

         

        내가 어딜 만진 건데.

         

        [【볼파이톤 lv14】이 난생처음 느끼는 감각에 몸서리칩니다.]

         

        뭔진 몰라도 내 의도가 아니었어.

         

        [【아터코푸스 lv9】가 이빨을 탕탕 부딪칩니다.]

         

        넌 왜 그래.

         

        그래도 진전이 있는 거 같다.

         

        그렇게 엉덩이를 계속 쳐주니 볼파이톤이 마침내 벽을 통과할 수 있게 되었다.

         

        “히엑….”

         

        꼬물꼬물 들어가고 얼마나 지났을까, 구멍 속에서 복덩이의 귀여운 얼굴이 보였다.

         

        입에 금빛 나무 열매 하나를 문 채로.

         

        그래, 저게 영약이구나.

         

        아까와는 다르게 파이톤은 쉽게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 사이에 살이 빠졌나?

         

        “히에에엑….”

         

        파이톤이 내 앞에 나무 열매를 톡 내려뒀다.

         

        잘했어.

         

        머리를 몇 번 쓰다듬은 후, 저 열매를 자세히 봤다.

         

        【만년금령지과】

         

        __________________________

        【만년금령지과】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만 자라는 금령수의 나무 열매입니다.

        만 년에 한 번 자란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희귀한 열매며, 공청석유와 버금가는 지고의 영약이라고 불리는 열매입니다. 마음 속 심마를 몰아내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효과: 몸속 탁한 기운을 몰아내어 잠재력을 매우 크게 향상시킵니다. 추가로 무작위 스킬의 성능을 상향시켜 줍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

         

        대박 중의 대박이었다.

         

        검은 공청석유와 비교한다면, 그 성능은 조금 떨어질지도 모른다.

         

        공청석유는 스킬의 성능을 대폭 상향시키는 거고 만년금령지과는 스킬의 성능을 상향시키는 것이다.

         

        대폭이라는 단어가 빠져 있으니 이 부분에 있어서 하위 호환일 거다.

         

        그러나 그 앞에 있는 문장이 중요했다.

         

        잠재력을 매우 크게 향상시킵니다.

         

        잠재력이 커진다는 건 지금 당장에는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훗날 내가 더 성장했을 때, 그때 진가가 발휘될 것이다.

         

        잠재력이 넘쳐나는 골든 메카 티라노가 될 수도 있는 거고.

         

        주변을 쓱 살펴봤다.

         

        이곳은 넓긴 하지만, 나와 파이톤 말고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 곳이다.

         

        즉 안전하다고 볼 수 있었다.

         

        자, 한 번 먹어보자.

         

        만년금령지과를 삼켰다.

         

        달콤한 과즙이 입안에서 터졌다.

         

        [지고의 영약을 섭취했습니다.]

         

        공청석유와 같은 메시지가 떴다.

         

        지난번에는 십독불침이 백독불침으로 진화했지.

         

        그 부산물로 독 이빨을 얻을 수 있었고.

         

        그것들을 말미암아 결국 고모도까지 진화할 수 있게 됐다.

         

        당시에는 실망했지만 지나고 보니 괜찮은 결과였던 거 같다.

         

        그래서 이번에는 어떤 스킬이 변할까.

         

        내가 가장 원하는 건 아무래도 역린이고, 그다음은 다른 무공들이다.

         

        아예 다른 스킬이 걸려도 상관없었다.

         

        십독불침 때 결국 어떻게든 내게 도움이 된다는 걸 알았으니까.

         

        [「야생의 눈 LV2」의 레벨이 3 상승합니다.]

         

        …쩝.

         

        하긴, 대폭 상승이 아니니까 스킬 레벨이 오르는 걸로 만족해야 하나.

         

        공청석유였다면 아예 야생의 눈이 진화했을 거다.

         

        대충 용안 정도로.

         

        조금 아쉽긴 하지만 그리 나쁘진 않았다.

         

        야생의 눈은 레벨을 올리기 힘든 스킬이기도 했으니까.

         

        어차피 스킬 강화는 부가적인 거고, 잠재력을 향상시키는 게 주된 효과다.

         

        자, 와라.

         

        몸에서 황금빛 기운이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찾아오는 이 피로감.

         

        본능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영약을 먹었다면 그 기운을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 법.

         

        내단 정도는 여유롭게 넘길 수 있지만, 만년금령지과 정도 되는 녀석은 그냥 넘길 수는 없는 법이었다.

         

        곧바로 가부좌를 틀었다.

         

        “사아악!”

         

        파이톤이 내 주변을 맴돌았다.

         

        호법이라도 서주는 걸까.

         

        그래, 든든하네.

         

        눈을 감고 운기조식을 시작했다.

         

        소주천.

         

        몇 번이고 해본 호흡이었지만, 여전히 낯설기만 하다.

         

        진화를 할 때마다 몸의 구조가 바뀌니 당연하게도 맥의 위치와 구성도 바뀔 수밖에 없다.

         

        백연영이 자세를 잡아 주지 않았다면, 고모도의 몸으론 소주천을 펼치지 못했을 수도 있을 거다.

         

        그러나 백연영과 일주일 동안 수련을 한 상태다.

         

        단전에서 시작된 내공이 온몸을 순환한다.

         

        마음이 편안해지며, 시야에 어떠한 심상이 물든다.

         

        먹으로 그린 듯한 어두운 공간.

         

        이곳이 나의 심상이다.

         

        똑.

         

        물 한 방울이 떨어졌다.

         

        드넓은 호수를 한 방울의 물만으로 넘실거리게 만든다.

         

        뚜둑.

         

        몇 개의 물방울이 더 떨어졌다.

         

        하지만 넘실거리기만 할 뿐, 호수의 물은 결코 넘치지 않았다.

         

        “크라라라라라!”

         

        우렁찬 포효 소리가 들린다.

         

        탁한 기운을 몰아낸다는 건, 심마를 무찌른다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

         

        방금 들린 소리는 나의 심마.

         

        대적자.

         

        전생에서부터 엮인 악연.

         

        스피노사우루스다.

         

        현재 내 몸으로 스피노사우루스를 쓰러트리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이곳은 나의 심상.

         

        내 의지가 곧 육체인 곳.

         

        콰드드드득.

         

        내 몸이 한없이 거대해진다.

         

        그야말로 공룡의 왕이라고 부를 만한 압도적인 크기.

         

        그래.

         

        내 심상의 공간에선 나는 티라노가 될 수 있다.

         

        덤벼라, 나의 심마여.

         

        심마를 맞이하기 위해 고개를 올린 순간이었다.

         

        붉은색에 가까운 피부.

         

        나와 버금가는 덩치.

         

        물고기를 잡는데 최적화되어 있을 거 같은 얇고 긴 이빨들.

         

        그리고 그 모든 걸 아우르는, 흑과 백이 절묘하게 섞인 치렁치렁한 옷.

         

        …옷?

         

        충격적인 광경에 잠시 몸이 굳었다.

         

        포효하던 스피노사우루스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네가 옷을 왜 입고 있어?

         

        그것도 메이드복을?

         

        그런 의문을 던졌다.

         

        그리고 이내 후회하고 말았다.

         

        이 심마라는 녀석은 참으로 악독한 놈이었다.

         

        내 의문을 악의적으로 해석해, 끔찍한 결과를 낳았으니까.

         

        사라락.

         

        스피노의 옷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흐아아아아악!

         

        [「%! 자■□ LV2」가 발동됩니다.]

         

       [「%! 자■□ LV2」가 발동됩니다.]

       

       [「%! 자■□ LV2」가 발동됩니다.]

        

       [「%! 자■□ LV2」가 발동됩니다.]

       

        쩌저저저저저적!

         

        쨍그랑!

         

        [심마에서 벗어났습니다!]

         

        [【만년금령지과】의 기운을 온전히 받아들입니다.]

         

        허억….

         

        후우….

         

        정말 끔찍한 심마였다.

         

        고마워, 정체 모를 자르기야.

         

        이번에는 어떻게든 몰아냈더라도, 다음에는 어떨지 모르겠다.

         

        최대한 심마에 빠지지 않게 해야지.

         

        현실로 돌아왔다.

         

        파이톤이 날 걱정스러운 눈으로 쳐다본다.

         

        “히엑….”

         

        괜찮아, 다 끝났어.

         

        온몸에서 만년금령지과의 기운이 느껴진다.

         

        심마는 정말로 끔찍했지만 그럴 가치가 있는 힘이었다.

         

        그런데, 계속해서 피로가 몰려왔다.

         

        원래라면 운기조식으로 피로를 몰아내야 하지만, 아직까진 수면이 더 편한 도마뱀이었다.

         

        안전하기도 하고, 목적도 다 이뤘으니 아주 잠깐만 잠을 자볼까?

         

        그래.

         

        무리하게 나가다가 중간에 기절하는 것보단 낫지.

         

        몸을 둥글게 말았다.

         

        휴식을 취하는 것도 전략의 일부다.

         

        지금처럼 큰 기운이 갑자기 들어왔을 땐, 운기조식을 비롯한 휴식이 제일 중요한 법이었다.

         

        잠을 자는 건 최고의 휴식 중 하나였다.

         

        아주 조금만 자고 일어나자.

         

         

        *

         

        “크어어… 컥?”

         

        내 코골이에 놀라 잠에서 깨고 말았다.

         

        사방이 어두워졌다.

         

        천장에 새는 빛의 양이 많이 줄어들었다.

         

        조금 잔다고 한 게, 생각보다 많이 자버렸구나.

         

        “게게겍.”

         

        파이톤은 어디 갔지?

         

        “효로롱….”

         

        내 품에서 똬리를 뜬 채 이상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너도 피곤했구나.

         

        서늘한 체온이 온몸에 느껴졌다.

         

        굳이 이렇게 붙을 이유는 없는데.

         

        그래도 곤히 자니까 깨우진 말아야지.

         

        [??, 【네필라 쥐라시카 lv30】이 분개합니다.]

         

        …아니, 너도 잠 좀 자렴.

         

        하품하며 기지개를 켰다.

         

        오늘 하루도 나쁘지 않게 지나간 거 같다.

         

        인면조를 만나 죽을 뻔했는데, 전략적인 후퇴를 하다가 복덩이를 만나고 말았다.

         

        내단은 물론이고 만년금령지과 같은 지고의 영약까지 먹을 수 있었다.

         

        이 정도면 엄청 남는 장사지.

         

        이제 이곳을 무사히 탈출한 후, 새의 왕과 뱀 여왕과 마주치지 않기만 하면 된다.

         

        그래.

         

        내가 이긴 거다.

         

        뱀 여왕이 낙인을 찍으면 뭐 하나.

         

        이미 난 목적을 달성했는걸.

         

        [뱀 여왕이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아니, 어떻게 된 게 뱀 여왕까지 내 생각을 읽는 거 같아.

         

        그런데 네가 뭘 할 수 있는데.

         

        내가 복덩이를 데리고 도망치면 네가….

         

        [뱀 여왕이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아무리 뱀 여왕이라도 내 생각을 읽을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여태껏 저 메시지가 왔던 건, 내가 파이톤에게 뭔 짓을 했을 때고.

         

        방금 자고 일어났는데 메시지가 계속 뜬다는 건….

         

        [뱀 여왕이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바실리스크 lv???】

         

        장모님.

         

        제가 다 설명해 드릴게요.

         

        저도 바실리스크 출신이에요.

       


           


I Became an Evolving Liz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n Evolving Liz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진화하는 도마뱀이 되었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reincarnated as a lizard in a martial arts world. “Roar!” “He’s using the lion’s roar!” “To deflect the Ten-Star Power Plum Blossom Sword Technique! Truly indestructible as they say!” “This is… the Heavenly Demon Overlord Technique! It’s a Heavenly Demon, the Heavenly Demon has appeared!” It seems they’re mistaking me for something el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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