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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1

       

       

       

       

       한 턴의 거센 폭풍이 몰아치고.

         

         

       “후…….”

         

         

       다시 국장실에 들어선 유연정은 의자에 몸을 기댄 상태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조금 전, 기자들에게 둘러싸인 채로 무수히 많은 질문을 받게 되었다.

         

       927 작가의 은퇴 건이 사실이냐, 다시 복귀할 가능성은 있냐, 은퇴 이유에 국민청원 건과 민원 전화가 어느 정도 지분이 있는가 등등.

         

       다만, 사전에 이 사태를 예상한 유연정은 그들의 질문에 유연하게 대처했다.

         

       927 작가의 은퇴 건에 대해선 유감으로 생각한다. 정확한 이유까지는 언급 못 하겠지만 그분이 심적으로 많이 힘들어하신 것은 사실이 맞다. 그러니 그분의 선택에 최대한 배려를 부탁한다.

         

       그녀는 기자들을 향해 대충 이런 느낌으로 말하며 그 이후의 모든 면담을 거절했다.

         

       솔직히 방금 기자들에게 한 말로 본인의 입장은 다 표했다. 그렇기에 이 이상으로 매스컴이나 미디어에 노출되어봤자 딱히 이득 볼 게 없었다.

         

       하지만.

         

       지이이잉-

         

       ……아직 다음 태풍이 남아 있었다.

         

       유연정은 진동이 계속 울리고 있는 자신의 휴대폰을 서둘러 확인했다.

         

         

       [타타요시 국장]

         

         

       타다요시.

         

       어째서인지 그에게서 국제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유연정이 일본 출장을 갔을 때 비즈니스로 알게 된 일본 메이저 방송국의 국장이었다.

         

       그리고 평소 친한으로 매우 유명한 인물이었고, 어서오세요 카페 바이올렛을 시작으로 927 작가의 모든 작품의 송출권을 얻어낸 눈썰미 좋은 인물이기도 했다.

         

         

       ─유, 유 국장! 갑자기 927 작가가 은퇴라니요!

         

         

       수화기 너머에서 다급한 한국어가 들려왔다.

       

       타다요시는 한국말을 제법 유창하게 하는 편이다.

         

       자기 말로는 한국 드라마를 워낙 많이 즐겨본 탓에 한국어가 자연스레 입에 베였다고 한다.

         

       어쨌든.

         

         

       “소식이 벌써 일본까지 전해졌나 보군요. 안타깝게도 모두 사실입니다. 그러니……”

       ─(일본어) 바꿔주세요.

         

         

       그때 한국어가 아닌 일본어가 들려왔다.

         

       이건 분명 점잖은 여성의 목소리.

         

       분명한 건 상당히 낯선 목소리였다.

         

       ……누구지?

         

         

       ─(일본어)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쿠사카베 쿠레아라고 합니다.

         

         

       여성이 자신을 당당하게 소개하자 순간 유연정의 눈이 깜짝 놀란 듯 커진다.

         

       쿠사카베 쿠레아.

         

       미디어 분야에 몸을 담고 있는 유연정이 어찌 일본을 주름잡고 있는 이 거물의 이름을 모를 수가 있을까.

         

       지금 당장 일본의 아무 유명한 기업이나 말해보라고 한다면 당연히 가장 먼저 시로이(白い)가 언급될 것이다.

         

       특히 역대 시로이 그룹의 회장들은 주로 미술에 관한 관심이 높아서, 그들이 모은 작품만을 가지고 미술관을 하나 만들었을 정도.

         

       그곳이 바로 아시아 최고의 명성을 지닌 ‘시로이미술관’이라는 곳이다. 그 크기와 규모는 물론, 고미술품의 숫자는 가히 아시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가 아깝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시로이 그룹의 현 회장 자리에 앉아있는 쿠사카베 쿠레아라는 여성은 선대부터 이어진 값비싼 미술품수집보다는 나름(?) 검소한 취미를 가지고 있었다.

         

       그건 바로 독서와 미디어콘텐츠 시청이었다.

         

       쿠사카베 쿠레아가 독서와 미디어콘텐츠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그녀가 살아온 배경과 조금 연관이 있었다.

         

       시로이 그룹의 회장직을 바라보며 한평생 엘리트 코스만을 밟아온 그녀는 종종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었다.

         

       만약 자신이 이 길이 아닌 전혀 다른 길을 걸었으면 어떻게 됐을까? 라고.

         

       물론 그러한 가정은 과거를 바꾸지 않은 이상 마땅히 확인할 방법이 없다. 하지만 그것을 간접적으로나마 무수하게 체험하게 해줄 수 있는 게 바로 미디어콘텐츠와 독서였다.

         

       감동적인 일화, 가보지 못한 장소들, 색다른 인간관계, 자신이 걸었던 길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걷는 다양한 인물들까지…….

         

       심지어 이 모든 간접경험을 남들의 시선을 전혀 신경 쓸 필요 없이 방 안에서 편안하게 할 수 있다고?

         

       이러한 점 때문에 그녀는 문학과 미디어콘텐츠의 발전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일본이 927 작가가 나타나기 전까지만 해도 한국 못지않은 미디어 강국이었던 이유 역시 쿠사카베 쿠레아라는 거물의 아낌없는 관심과 지원 덕분이었다.

         

       다만, 현재 그녀에게 취미를 다시 묻는다면 독서와 미디어콘텐츠가 아닌 드라마 시청이라고 단호하게 말할 것이다.

         

       그리고 그 이유에는 현재 전 세계에 K-드라마 열풍을 불러오고 있는 한국의 한 거장 때문이었다.

         

       가장 먼저 그 거장의 작품이 해외에서 방영된 곳이 바로 일본이었고, 그의 작품 하나로 인해 일본의 정부와 국민이 기 싸움을 했던 것은 이미 유명한 일화였다.

         

       쿠사카베 쿠레아 역시 이러한 일화를 듣고 자연스레 그 거장이 만든 드라마를 접한 케이스다.

         

       그녀는 지금까지 일본과 한국의 드라마는 성향의 차이만 있을 뿐, 그 수준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서로 언어가 달라도 상호 유통과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졌던 것이겠지.

         

       하지만……

         

       고작 단, 한 명의 작가.

         

       927 작가의 등장으로 인해 그 균형이 단번에 기울어져 버렸다.

         

       당장 그가 일본에서 낸 성적만 봐도 모든 기록이란 기록은 다 갈아엎고 있었다.

         

       아무리 부정하고 싶어도 927 작가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몇 단계 높은 수준을 지녔고, 쿠사카베 쿠레아 역시 그가 선사해준 아름다운 이야기에 매료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동시에 그녀는 이런 생각을 했다.

         

       왜 저런 거장이 일본이 아닌 이웃 나라, 한국에 나타났을까?

         

       만약 그가 일본에서 활동했다면 엄청난 지원을 해줄 자신이 있었는데…… 라고.

         

       그러다가 그녀는 최근 한국 국민들이 927 작가를 대하는 태도를 알게 되었고 어쩌면 좋은 기회가 찾아올 거라고 예상했다.

         

       물론 그것이 은퇴로 이어진 것은 조금 뜻밖이지만, 어쨌든 그의 은퇴 사유를 들어보면 분명 좋은 기회가 찾아온 것은 맞았다.

         

       그렇기에 쿠사카베 쿠레아는 자신의 생각을 서둘러 927 작가에게 알리고 싶었다.

         

         

       “(일본어) ……알겠습니다. 일단 그분에게 전해두겠습니다.”

         

         

       일본을 주름잡고 있는 거물과의 통화를 끝마친 유연정.

         

       방금의 통화 내용을 떠올린 유연정은 자연스레 쓴 미소가 지어졌다.

         

         

       “후… 벌써부터 이 정도로 반응이 올 줄이야.”

         

         

       쿠사카베 쿠레아.

         

       그녀 역시 알고 있는 거겠지…….

         

       지금 시기가 그의 마음을 흔들어놓을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때라는 것을.

         

       그렇게 927 작가와의 연락은 밤이 되고 나서 연결이 되었고, 유연정은 쿠사카베 쿠레아와의 통화 내용을 그에게 전했다.

         

       유연정은 거짓 하나 없이 그녀와 나누었던 통화 내용을 그대로 말했다.

         

       왜냐하면.

         

       그가 이제는 한국이 아닌 전 세계를 기준으로, 본인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제대로 알아야 할 때가 온 것 같았기에…….

         

         

       ─그분이 진짜 그렇게 말했다고요?

       “예. 일본과 자신은 언제든지 열려있다고 하더군요. 그러니 흥미가 생기시면 언제든지 연락 달라고 하십니다.”

       ─흠… 그럼 그쪽 국민들은 여기랑 다르게 조금 얌전할까요?

       “…….”

         

         

       유연정은 차마 그의 순수한 물음에 대답하지 못했다.

         

       아마 이곳에 비하면 엄청 얌전하긴 할 거다.

         

       애초에 이미 한국의 선례를 알고 있는 쿠사카베 쿠레아가 이를 악물고 그것을 막으려 들 테니까.

         

         

       ─하하. 농담이었어요. 일단 그분에게 응원의 말씀 감사하다고 전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일단 927 작가와 대화를 나눠보니 일본 건에 대해 그리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은 입장인 것 같았다.

         

       뭐… 사실 쿠사카베 쿠레아 건도 그렇고 거물들의 접근에 대해선 지금 당장 그리 심각하게 생각할 문제는 아니었다.

         

       은퇴를 한다고 선언한 것이 바로 오늘인데 그의 성격상 복귀는 조금 미래의 얘기다. 솔직히 아직 복귀할 마음이 있는지도 잘 모르겠으니까.

         

       다만, 그때의 유연정이 간과한 사실이 하나 있었다.

         

       유연정의 범주에선 쿠사카베 쿠레아라는 인물이 가장 거대한 태풍인 줄 알았지만, 아직 그것보다 더 큰 태풍이 남아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녀는 그 사실을, 바로 다음 날 아침에 청와대에서 온 연락을 받고 알게 되었다.

         

       처음 그곳에서 통화가 왔을 때 유연정은 이번에도 비서실장에게서 온 연락인 줄 알았다.

         

       그도 그럴 것이 927 작가의 국민청원 건으로 종종 연락을 주고받았기에 어찌 보면 당연한 생각이었다.

         

       그렇게 평소처럼 무덤덤하게 통화를 받았는데……

         

         

       ─안녕하십니까 유 국장님. 최도진입니다.

         

         

       최도진.

         

       대한민국 현 23대 대통령의 이름이었다.

         

       대통령에게서 직접 연락이 온 것마저도 유연정은 당황스러웠는데 더 당황스러운 것은 최 대통령이 언급한 내용 때문이었다.

         

         

       ─유 국장님. 저로서도 그자를 막을 방법이 마땅히 없습니다. 그러니 부디 그분을 설득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한국의 대통령조차도 도저히 행보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인물……

         

         

       “왕세자 전하. 한국 측에서 방한 요청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런가.”

       

       

       방한(訪韓)이 확정되었다는 소리에 터번을 둘러 쓴 사우디의 왕세자, 무함마드가 어째서인지 흡족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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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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