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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1

   내가 원하는 것을 들은 알새틴은 잠시 입을 다물고 생각을 하다 말을 꺼냈다.

   “제가 그를 구할 수 있다 확신하고 계십니까?”

   

   ‘네.’

   “정보팔이인데 그 정돈 해야지.”

   

   소울 아카데미가 게임일 적에 그 물건을 구해 줬던 게 너니까.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언젠가는 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알새틴은 내 말을 듣고서 어깨를 으쓱이고는 두 손을 모아 턱을 괴었다.

   

   “제가 저걸 구해온다면 값은 어찌 치르실 생각이십니까? 공작가와 관련된 물건인데다 단서 하나조차 없는 지라 꽤 값이 비쌀 텐데요.”

   

   ‘정보로 치를게요.’

   “네가 원하는 정보를 줄게.”

   

   “저한테요? 이 정보팔이는 어지간한 정보론 동하지 않습니다만.”

   

   ‘당신의…’

   “정보팔이 네 스승에 대한 정보인데? 정말 필요 없어?”

   

   내가 스승이란 말을 입에 담자 알새틴의 표정에 균열이 생겼다.

   

   알새틴의 스승은 알새틴과 관련된 스토리에서 가장 큰 축을 담당하는 존재다.

   

   자기 연인이 눈앞에서 죽더라도 눈 깜짝하지 않는 이 남자가 지닌 유일한 약점이 바로 스승이거든.

   

   “스승이라니 무슨 말씀이신지?”

   

   그래. 상인인 너는 약점을 들키고 싶지 않을 테니 부정을 하겠지.

   

   근데 있잖아.

   

   네가 울고불고 난리를 치는 걸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왔는데 아니라고 하면 뭐가 달라지겠냐?

   

   ‘카리아…’

   “카리아. 고아였던 널 거두어준 사람. 이제 기억나?”

   

   내가 스승의 이름을 언급하자 알새틴이 자리에서 일어나 내 맞은편에 섰다.

   

   날 노려보는 게 살벌하긴 한데.

   

   포셀이나 베네딕같이 무섭게 생긴 사람들이랑 같이 지내서 그런지 전혀 겁나지 않았다.

   

   “영애께서 그 이름을 어찌 아시는 거죠?”

   

   ‘그게 중요한가요?…’

   “정보팔이. 그게 중요해? 네가 바라는 정보를 내가 알고, 넌 내가 바라는 물건을 구해줄 수 있다. 이거면 되는 거 아닌가?”

   

   저택에 처박혀서 바깥에 나온 적이 없을 내가 어떻게 정보를 구했는지 궁금하겠지.

   

   그렇지만 내가 왜 그걸 대답해줘야 해?

   

   꼬우면 네가 알아봐야하는 거 아닌가?

   

   물론 아무리 노력을 해봐야 단서는커녕 꼬투리조차 잡지 못하겠지만 그건 내 알바가 아니지. 안 그래?

   

   “알른 영애. 죄송합니다만 그 말만으론 당신께서 제 스승에 대한 정보를 지녔다는 걸 확인할 수 없습니다.”

   

   그것도 그렇네.

   

   얘는 의심이 많은 사람이니까 이 정도 말해준 것 가지고는 믿고 움직일 수 없겠구나.

   

   어디까지 말해주면 적당하려나.

   

   ‘마도 제국의…’

   “마도 제국에 있는 노르타 영지 쪽에서 정보를 구해봐.”

   

   그 부근을 뒤지다보면 아마 당신 스승에 대한 정보를 구할 수 있을 걸?

   

   물론 당신의 스승한테 접근할 수는 없겠지만 내 말에 신빙성이 있는지 없는지 정도는 확인할 수 있겠지.

   

   당당히 이야길 하는 내 눈을 가만 노려보던 알새틴은 살짝 뒤로 물러나더니 다시금 웃음이라는 가면을 얼굴 위에 뒤집어썼다.

   

   “알겠습니다. 한 번 확인을 해보도록 하죠.”

   

   ‘물건을 구하는 덴…’

   “정보팔이. 내가 이야기한 물건을 구하는 데는 얼마나 걸릴 것 같아?”

   

   “그 물건의 위치조차 파악하지 못한 상태라 확답드릴 순 없습니다만 최대한 빠르게 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자기 스승의 행방이 걸려있는 문제니 알새틴은 전력을 다해서 물건을 구해다 주겠지.

   

   길어봐야 한 달 내가 아닐까.

   

   그 안에만 물건을 받을 수 있다면 열등공자의 호감도를 충분히 끌어올릴 수 있다.

   

   만족스러운 대답을 들은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좋은 대답 기대할게요.’

   “다음에 만날 땐 좋은 대답을 들려줬으면 좋겠어. 정보팔이.”

   

   *

   

   방 안에 홀로 남은 알새틴은 서랍에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었다.

   

   연기를 피워 올리며 루시 알른이 가게 바깥으로 나가는 걸 확인한 그는 씹어먹을 듯한 어투로 혼잣말을 내뱉었다.

   

   “루시 알른인가.”

   

   알새틴은 루시 알른이라는 영애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사교계에서 워낙 안 좋은 쪽으로 유명한 인간이다보니 모를 수가 없었다.

   

   요즘에는 악명 사이사이에 사람이 바뀌었다는 소리가 나오기도 했지만.

   

   자신을 정보팔이라 부르며 깔보듯 내려보던 눈빛을 떠올린 알새틴은 성격자체는 바뀌지 않았을 거라 확신했다.

   

   그렇지만 소문처럼 구제불능의 인간인 것도 아니야.

   

   루시 알른은 성격은 나쁘지만 알른 가문의 핏줄다운 강단이 있는 사람이었다.

   

   아래 주점에서 분위기를 잡던 이들의 앞에서 당당히 나선 것도 그렇고.

   

   자신을 앞에 두고서 여유로히 제 할 말을 꺼낸 것도 그렇고.

   

   무엇보다 스승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서 간을 보듯 그의 표정을 살피던 눈길이 그녀가 무능하지 않음을 증빙했다.

   

   사교계의 사람들도 보는 눈이 없군.

   

   망나니 같은 행동에만 눈길이 간 나머지 그 속에 무엇이 들었는지를 눈치 채지 못한 것인가.

   

    “알새틴님.”

   “들어와.”

   

   알새틴이 허락을 하고서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방금 전 알새틴에게 복부를 얻어맞고 무릎을 꿇었던 사람이었다.

   

   “괜찮냐?”

   “연기인데 좀 살살 때려 주십쇼. 지금 멍 들 것 같습니다.”

   “얌마. 그런 거 약 바르면 다 나아.”

   

   루시가 처음 주점에 방문했을 적의 살벌했던 분위기와 알새틴이 등장하며 그 분위기를 휘어잡았던 것은 모두 완벽히 계획된 일이었다.

   

   처음 이 곳에 방문한 귀족에게 겁을 줘서 일을 쉽게 풀어나가기 위한 연기였던 것이다.

   

   정작 루시 알른에게는 전혀 먹히지 않았던 것 같지만.

   

   “그래서 일은 어떻게 됐습니까?”

   “일 말이지.”

   

   알새틴의 머리는 복잡했다.

   

   가장 커다란 문제는 루시 알른이 언급한 그의 스승에 관한 것이었다.

   

   알새틴이 아는 루시 알른은 자신의 저택 바깥으로 나가는 일이 없는 사람이다.

   

   사교계에서 망나니처럼 행동하는 그녀에게 인맥이랄 것도 존재할 리가 없으니 그녀가 그런 정보를 지니고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가 스승을 찾고 있다는 것도. 그의 스승에 관한 이야기도.

   

   도대체 그녀가 어떻게 정보를 손에 넣은 거지?

   

   알른 가문에 보통 사람들이 모르는 루트가 있나?

   

   그렇지만 그 곳은 전형적인 무가에 불과하잖아.

   

   나보다 뛰어난 정보망이 있을 리가 없는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에 말없이 생각을 하던 알새틴은 담배 끝의 재가 떨어지는 걸 보고는 생각을 정리했다.

   

   내가 아무리 의아하게 생각한다한들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이런 걸 고민하는 건 나중에 해도 괜찮아.

   

   당장은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

   

   “우선은 버로우 공작가와 관련된 물건을 하나 찾아야 한다.”

   

   알른 가문의 영애가 뒷골목까지 와서 찾고자 하는 물건이라면 분명 귀한 것일 터.

   

   설령 루시 알른과의 거래가 불발로 끝난다 하더라도 손에 쥐어서 나쁠 것 없는 물건일테지.

   

   그러니 일단 이를 찾는 걸 우선으로 한다.

   

   “그리고 노르타 영지에 사람을 몇 보내야겠다.”

   

   루시 알른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던 것이 사실인지를 확인해봐야 하니까.

   

   그 곳으로 사람을 보내 스승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야겠지.

   

   스승에 대한 생각을 떠올리던 알새딘은 담배를 입에 물고 미간을 찌푸렸다.

   

   사실 이를 확인하기 위한 제일 좋은 방법은 루시 알른을 납치해 그녀에게서 정보를 캐내는 것이다.

   

   고압적인 태도를 지닌 자일수록 살갗을 파고드는 고통의 아래에 쉽게 굴복하는 법이니까.

   

   허나 그런 방법을 쓰기엔 그녀의 신분이 걸렸다.

   

   알른 가문.

   

   왕국제일을 두고 다투는 무가이자 철혈백 베네딕 알른이 가주로 있는 곳.

   

   만일 베네딕의 딸을 건드렸다가 그의 원한을 사게 된다?

   

   그 순간 차라리 자결을 하는 편이 나을 걸.

   

   바꾸어 말하자면 뒷 일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면 루시 알른을 건드려도 상관 없다는 소리지만… 지금은 아냐.

   

   “당장은 이 두 개가 끝이다. 일을 하러 가자고.”

   

   *

   

   소울 아카데미의 입학식이 끝난 후 일주일 동안은 일종의 체험기간이 이어진다.

   

   마음에 가는 대로 여러 수업을 들어보고 그 중에 무얼 들을 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보통 이 기간 동안 서로 마음이 가는 사람들과 어울려다니면서 치분을 쌓아야 하지만 이는 안타깝게도 내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무슨 생각을 하느냐?>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있어요.’

   <근데 왜 우수에 찬 눈으로 창 밖을 바라보고 있는 게야.>

   ‘외톨이는 이런 느낌을 내는 게 클리셰라서요.’

   <그건 또 무슨 소리더냐.>

   

   할배는 들어도 이해 못할 걸요.

   

   제가 원래 있던 곳의 이야기라.

   

   오늘 하루가 시작되고 나서 거의 하루 종일 나는 혼자였다.

   

   사람들이 나만 보면 기겁을 하면서 거리를 벌리니 혼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조이는 어제 저녁의 일 때문인지 나를 보면 미간을 찌푸리고,

   

   페이비는 지나가다 인사는 해주지만 그 뿐이고,

   

   프레이? 걔는 종잡을 수가 없는 마이 페이스라 친구고 뭐고 지멋대로 돌아다니기에 바쁘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레 난 첫 날부터 외톨이로 살 수밖에 없었다.

   

   제일 주변이 신경 쓰였던 것 밥을 먹을 때였다.

   

   내가 혼밥을 자주 해보기는 했지만 사회에 나가서 하는 혼밥과 학교에서 하는 혼밥은 느낌이 완전히 다르거든.

   

   바깥 식당에서 밥을 혼자 먹어봐야 아무도 신경 안 써.

   

   본인이 그걸 눈치 보는 게 아니라면 관심도 안 준다고.

   

   그렇지만 학교에서는 달라.

   

   혼자서 밥을 먹고 있으면 쟤 왜 혼자서 밥 먹지? 왕따인가? 하는 시선이 날아든다고!

   

   물론 내 악명이 악명인지라 빤히 쳐다보거나 보이는 데서 뒷담화를 하는 애들은 없었지만 머잖아 그렇게 될 거라는 안 좋은 예감이 든다.

   

   학교 같은 데서 단체생활을 하다 보면 안 좋은 여론은 순식간에 퍼져나가니까.

   

   안 그래도 평판이 안 좋은 루시가 학교에서 외톨이 생활을 한다?

   

   이거 놀잇감이 되기에 딱 좋은 상황 아닌가?

   

   으으. 이런 상황이 닥칠 거라는 걸 예상하고 있었지만 현실이 되니까 느낌이 다르네.

   

   앞으로 이 생활을 몇 년 동안 해야 할 텐데 벌써부터 앞날이 막막하다.

   

   

   “오늘 수업 설명은 이걸로 끝내겠습니다. 다음 시간엔…”

   

   수업이 끝난 후에 난 바로 교실에서 빠져나와 다음 장소로 향했다.

   

   보통이라면 길을 몰라 학교 안을 헤맨다거나, 아니면 무슨 수업을 들을지를 고민한다거나 해야하지만 난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런 과정은 소울 아카데미를 시작했을 적에 이미 해봤으니까.

   

   고인물인 내가 이런 곳에서 헤맬 리가 없잖아!

   

   다음에 내가 듣기로 한 과목은 전투학이었다.

   

   전위에 서는 입장에서 근접 전투 숙련도를 쌓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들어야 하는 과목.

   

   이를 위해 교실로 갔더니 거기에는 호위기사라는 이름의 스토커인 칼이 수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아가씨.”

   

   ‘칼…’

   “허접. 네가 왜 여기 있는 거야?”

   

   이 수업을 담당한 교수는 다른 사람일 텐데?

   

   “안톤 교수님의 보조 교수 역할을 하기로 했습니다.”

   

   아. 그런 식이야?

   

   초짜교수한테 다짜고짜 수업을 맡길 순 없을 테니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네.

   

   “마침 잘 되었네요. 안 그래도 아가씨께 드릴 이야기가 있었는데.”

   

   ‘뭔데요?’

   “뭔데.”

   

   “아가씨. 혹시 지난 번에 어느 여학생에게 도움이 필요하지 않냐 묻지 않으셨습니까?”

   

   그러긴 했지.

   

   받아야 할 퀘스트가 있었으니까.

   

   근데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제가 그 여학생의 부탁을 가지고 왔습니다.”

   

   …뭐? 아니. 잠깐만.

   

   뭐?!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루시는 언제까지 혼밥을 해야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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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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