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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1

   풍덩!

     

   아슬란은 호수의 차가운 물이 전신에 스며드는 것을 느꼈다.

   방금까지 화염 벽을 지나며 화끈거리던 감각이 식어 가자 겨우 한시름 놓은 그는 바깥에서 울려 퍼지는 검명을 들었다.

     

   크라슈가 아돌프를 상대로 시간을 벌고 있는 것이었다.

   그는 그가 어째서 이렇게까지 해주는지는 이해할 수 없었다.

     

   크라슈는 본인 스스로 월음지체를 훔쳐 갈 수 있는 스킬을 지니고 있다고 저번에 알려 주었다.

   지금은 체감이 안 되지만 그가 조금 전 정말로 월음지체를 훔쳐 갔다면 그의 목적은 이룬 셈이었다.

     

   하지만 크라슈는 도주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돌프와 직접 맞서고 있었다.

   발하임의 직계인 만큼 발하임과 분란을 만들고 싶지 않은 아돌프가 그에게 크게 해코지 못할 거란 건 그도 잘 알고 있겠지만.

   크라슈 입장에서는 아돌프와 직접 맞서주는 리스크를 질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혹시.’

     

   리리나 때문이지 않을까.

   리리나와 대화하던 크라슈는 그녀와 꽤나 친해 보였으니까.

     

   처음 리리나를 통해 자신을 만나러 온 것도 그렇고, 둘 사이에 뭔가 있는지도 모른다.

     

   ‘그건 나중에 생각해도 돼.’

     

   크라슈가 자신을 왜 이렇게까지 도와주는지는 모른다.

     

   단지, 자신이 평생 은혜를 갚아야 할 만큼 고마운 일이라는 점이고.

   자신이 지금 할 일은 베풀어준 은혜를 놓치지 않고, 목적을 이루는 것이다.

     

   아슬란은 서둘러 품에서 정령왕의 알과 도로시의 결정을 꺼내 들었다.

   그러곤 물속에서 정령왕의 알에 도로시의 결정을 천천히 밀어 넣기 시작했다.

     

   화아아악!

     

   그 순간 도로시의 결정을 삼킨 정령왕의 알이 빛을 내뿜었다.

   그것을 본 아슬란은 정령왕의 알을 소중히 감싸 안았다.

     

   ‘도로시.’

     

   월음지체 탓에 이그리트 가문의 유일한 직계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수모를 겪었던 지난날.

   아슬란은 서서히 지쳐가고 있는 자신을 느꼈다.

     

   어머니인 애가사는 날이가면 갈수록 날카로워지고, 혹독해졌으며 그의 할아버지 아돌프는 단 한 순간도 자신을 인정하는 일이 없었다.

     

   무슨 노력을 하더라도 아돌프는 자신을 돌아보지 않는다.

     

   이그리트 가문의 화염 마법을 배울 수 없는 이상 자신은 이그리트의 직계 취급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가문의 압박감 속에서 아슬란의 속은 썩어 갔다.

     

   그렇게 결국 아슬란은 정신적 탈진에 맞이했다.

   마법 공부는커녕 생활 대부분에서 무의미한 기분을 느꼈다.

     

   「아슬란! 지금 그게 무슨 태도니!」

     

   어머니의 호통 소리가 그의 귓가에 선명히 울려 퍼졌다.

   늘 하던 마법 공부의 진도가 전혀 안 나겠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호통 속에서도 아슬란의 정신은 그저 멍하기 그지없었다.

     

   두려웠던 어머니의 얼굴도 이제는 아슬란에게 무가치하게 느껴졌다.

   어쩌면 오히려 안쓰럽다고 느꼈을지도 모른다.

     

   아슬란은 어린 시절 그토록 상냥하던 어머니가 왜 이렇게 변해야만 했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슬란 님, 기분 전환 겸 산책이라도 다녀오는 건 어떨까요.」

     

   그런 아슬란을 보고, 리리나는 걱정스럽게 물었다.

   늘 자신에게 최선을 다해주는 직속 시녀의 말이니 아슬란은 탈진해 버린 마음이라도 기꺼이 일어나 움직였다.

     

   그렇게 푸르른 나무들이 눈에 띄는 곳을 지나던 그의 눈에 한 사람이 비추었다.

   투명할 정도로 푸른빛의 연한 머리카락과 수정 같은 눈동자를 지닌 한 소녀.

     

   얼음으로 세공한 듯한 무척이나 아름다운 얼굴을 지닌 소녀는 풀숲 위에 앉아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것을 본 아슬란은 무심코 발걸음을 멈췄다.

     

   소녀의 이목이 워낙 눈에 띄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그녀의 손에서 벌어지고 있는 광경이 이목을 끌었다.

     

   그야, 당연했다.

   소녀는 마법을 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얼음으로 아주 자그마한 세공품을 만드는 참 쓸데없는 마법이었다.

     

   파삭!

     

   「아!」

     

   그 순간 만들어진 세공품이 소녀의 마법 실패로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그녀는 그것이 무척이나 큰 아쉬움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고, 아슬란은 그 모습을 보며 어쩐지 무심코 웃음이 새어 나오고 말았다.

     

   「푸흣.」

   「응?」

   

   

   

   

     

   그리고 그 웃음소리는 소녀에게까지 들리고 말았다.

   아슬란은 자신이 웃었다는 사실에 당황해 헛기침을 내뱉었다.

     

   남이 마법을 실패한 걸 보고, 웃다니 실례되는 일이었다.

   그리고 소녀도 그걸 눈치챘는지 살짝 뿔난 표정이 되었다.

     

   「누구신데 제가 마법 쓰는 거 보고 비웃어요.」

   「아, 그게, 크흠, 그게 아니라.」

     

   아슬란은 괜히 미안해져서 머리를 긁적이다가 이내 소녀에게 다가갔다.

     

   「만드는 거 조금 도와 드릴까요.」

   「어, 마도사에요?」

   「비슷하죠.」

     

   화염 마법은 사용 못해도 다른 마법은 사용할 줄 아는 아슬란이다.

   그러니 그는 조금 전 소녀가 했던 얼음 세공 마법을 사용하여 자그마한 말 동상을 만들어 보았다.

     

   그걸 본 소녀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와, 진짜 마법 잘 쓰네요! 나는 자꾸만 실패하던데.」

   「별거 아닙니다.」

   「전 그 별거도 못 하는 사람이란 건가요.」

     

   꽤나 부정적인 사고를 하는 소녀였다.

     

   「내가 한 마법 술식이랑 그렇게 안 다른 거 같은데. 뭐가 문제지.」

     

   그러는 사이 소녀는 어느새 말 동상을 보면서 자기 마법에 관해 고민하는 것 같았다.

   기초 마법에 가까운 세공이긴 하지만 소녀는 술식 부분에서 몇 가지 실수했다.

     

   아무래도 그녀는 그 부분에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실수를 못 느끼는 모양이었다.

     

   「……좀 가르쳐 드려요?」

     

   아까 비웃은 것도 있고 그래서 아슬란이 멋쩍게 묻자 그녀는 눈을 반짝였다.

     

   「정말이죠? 그럼, 그럼 이거랑 이거, 이것도 좀 가르쳐 줄래요?」

     

   그러자 소녀는 기회를 노렸다는 양 냉큼 가방에서 책까지 꺼내 들었다.

   그녀는 알고 보니 붉은 마탑 아카데미 1학년 학생이었다.

     

   마탑 아카데미를 다님에도 마법에 조금의 재능도 없는 낙제생.

   하지만 늘 마법을 좋아하고, 의욕 하나는 넘치는 그녀, 도로시.

     

   그것이 그와 그녀의 첫 만남이었다.

   그 이후로 어쩌다 보니 아슬란은 도로시와 매일 만나게 되었다.

     

   그녀는 자신이 자주 먹는 가게라면서 음식을 사 와 아슬란에게 나눠주는 대신 그에게 마법을 배웠다.

     

   이그리트 가문의 직계에게 밥을 나눠주는 걸 대가로 지불 한다는 게 어이없었지만, 왜인지 아슬란도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차라리 아무것도 안 할 바에야 뭐라도 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생각도 있었다.

     

   「아, 그렇구나! 이쪽 술식이 잘못된 거였어.」

   「그것만 잘못된 게 아니라니까. 이쪽이랑 이쪽도 달랐어.」

   「누가 틀리게 한 거야.」

   「그야, 도로시, 너겠지.」

     

   도로시는 다시 봐도 참 특이한 낙제생이었다.

     

   본디 재능이 없는 낙제생이라면 뭐든 질리기 마련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성과가 안 나오는데 어느 누가 계속 노력하겠는가.

     

   오죽하면 그녀는 마법 아카데미에서 낙제생이라는 이유로 왕따까지 당하고 있을 지경이었다.

   마도사에게 마법을 못 다룬다는 것은 존재 가치가 없음을 가리키는 말이었으니까.

     

   하지만 도로시는 마법을 좋아했다.

   매번 새로운 마법을 찾아와 아슬란과 이야기하고, 또 즐거워했다.

     

   아슬란은 그녀를 보며 홀로 생각했다.

   화염 마법 하나를 못 배워 이그리트에서, 없는 자식 취급당하는 자신이다.

     

   하지만 그런 자신보다도 더 마법을 다루지 못하는 도로시지만 그녀는 진심으로 마법을 사랑하고 있었다.

     

   그 사실이 아슬란을 종종 생각에 잠기게 했다.

     

   과연, 자신은 무엇을 위해 마법을 배웠는가하고.

     

   그러던 어느 날, 아슬란이 감기에 걸려 고열에 앓던 날이었다.

   요즘 들어 매일 같이 오전 시간대에 나갔던 그였으니 몸에 병이 난 것이었다.

     

   아슬란은 눈을 감은 채 멍하니 있었다.

   약을 먹긴 했지만, 몸이 타는 듯이 뜨거웠다.

     

   괴롭다.

   무언가 시원한 거라도 느끼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 이 무력함이 기분 나빴다.

   마치, 자신의 인생이 이토록 무력하다고 다시금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도로시는.’

     

   기다리고 있으려나.

     

   어느새 하루 일과가 되어 버린 탓일까.

   아슬란은 도로시를 떠올리며 미안한 웃음을 지었다.

     

   매일 이 시간대에 마법을 가르쳐주기로 약속했었는데.

   약속을 못 지켰으니 이제는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부정적인 생각만 잔뜩 드네.’

     

   아슬란이 그렇게 생각하며 의식을 잃어 갈 때였다.

   그의 이마 위 무언가 굉장히 차가운 느낌이 들었다.

     

   희미하게 아슬란이 눈을 뜨자 거기에는 투명한 색깔에 가까운 푸른 머리카락이 보였다.

   그녀는 다름 아닌 도로시였다.

     

   그녀가 대체 어떻게 자신의 방에 들어왔나 싶었지만 도로시는 자신의 마법으로 만들어낸 얼음을 손수건에 싸 아슬란의 열을 식히고자 노력 중이었다.

     

   「도, 로시.」

   「아, 아슬란 시원해?」

   「엄청, 이마가 얼, 어 붙을 거 같아.」

     

   열기로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 아슬란이 그리 대답하자 도로시는 없는 가슴을 당당히 폈다.

     

   「내 마법의 힘이야. 어때, 아슬란에게 배운 마법, 훌륭하지? 내 마법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법이야.」

     

   그런 그녀를 보며 아슬란은 어째선가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아직 멀, 었어.」

     

   아슬란의 짓궂은 말에 도로시는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 그녀는 아슬란의 침대에 양팔을 올리고, 그 위에 턱을 댄 채 배시시 웃었다.

     

   「그럼 얼른 나아서 가르쳐줘. 나 아슬란에게 마법 배울 때가 가장 잘 이해가 된단 말이야.」

     

   분명 이마에 있는 얼음 마법은 차가웠지만, 아슬란은 그 차가움이 왜인지 가장 따스하게 느껴졌다.

     

   그날 깨달았다.

   마법이란 건 쓰는 이에 따라 타인을 이토록 따뜻하게 해줄 수 있는 거구나라고.

     

   ‘내 마법은.’

     

   그저 이그리트 가문에서 살아남기 위해 존재하는 마법일 뿐이었는데.

   마법의 본질은 그런 허위 허식이 아니었다.

     

   아슬란은 어쩐지 새로운 깨달음을 얻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조금은 다시 마법을 좋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또한 들었다.

     

   며칠 뒤 어느새 열이 내린 아슬란은 도로시를 리리나가 데려온 것을 알았다.

     

   「아슬란 님, 여자친구가 아플 때 곁에 있어 주면 빨리 낫잖아요?」

     

   그게 무슨 터무니 없는 오해인지.

   아슬란은 괜히 붉어지는 얼굴을 애써 숨기며 리리나를 혼냈다.

   덕분에 리리나는 양팔을 하늘 높이 든 채 한동안 무릎 꿇고, 벌을 서야 했다.

     

   그날부터 도로시는 종종 아슬란의 집에 놀러 왔다.

   리리나를 통해 저택에 들어올 수 있었던 그녀는 아슬란의 창문을 두드리며 들어와 그에게 마법을 배웠다.

     

   「도로시는 마법을 왜 배워?」

     

   어느 날 아슬란은 도로시에게 질문했다.

   오늘은 바람 마법 연습이라며 바람 마법을 쥐꼬리만 한 마나로 사용해보던 그녀가 아슬란을 돌아보았다.

     

   「응? 그야 재밌잖아.」

     

   재미.

   무척이나 원초적인 이유를 들은 아슬란은 침묵했다.

     

   도로시의 눈동자는 무척이나 순수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녀는 진심으로 마법이 즐거워하고 있었다.

     

   마법 탓에 정신적으로 지쳐 있던 아슬란에게 있어 그것은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다.

     

   「아슬란이야말로 왜 마법을 배웠어?」

     

   도리어 도로시가 질문을 해왔다.

   마법을 왜 배웠냐니.

     

   「……그야 마법 명가에서 태어났으니까.」

     

   아슬란은 자신이 왜 마법을 배우게 되었는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었다.

   그저, 자신은 이그리트 가문의 직계니까.

     

   그러니 마법을 배웠다.

   아니, 배워야만 했다.

     

   「에이, 아닐걸. 솔직히 마법은 배우기 힘들고 까다롭잖아. 어린애들은 어렵고 힘든 건 하려고 하지 않아. 아무리 주위에서 하라고 해도 아이들의 세상은 자기가 중심이니까. 싫은 건 결국 하지 않는걸.」

     

   도로시는 그렇게 말하며 아슬란을 돌아본 채 웃었다.

   그 웃음은 얼음꽃을 세공한 듯한 무척이나 아름다운 웃음이었다.

     

   「아슬란도 마법을 배우던 게 즐거웠던 게 아닐까?」

     

   아슬란의 눈이 깜빡여졌다.

   마법 따위 오래전에 질려버린 그였다.

     

   그런데 즐거웠다니.

     

   ‘내가 마법을 배우던 걸 즐거워 한 날이 있었나.’

     

   아슬란은 기초 바람 마법을 성공한 것에 신나서 양팔을 든 채 달리는 그녀를 멍하니 보았다.

   그녀의 즐거운 모습이 그의 아주 어린 시절을 회상하게 했다.

     

   「우리 아슬란, 잘했어! 이게 바로 네가 펼칠 수 있는 마법이란다. 그리고 앞으로 너에게 있어 네 인생을 빛나게 해줄 마법이지.」

     

   처음 마법을 성공한 그 날, 자신의 어머니는 그를 안아 들어 올린 채 따스하게 웃어 주었다.

   아이는 해낸 일에 첫 흥미와 재미를 느끼게 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부모의 칭찬이라 한다.

     

   애가사는 그에게 매일 같이 새로운 마법을 알려 주었고, 그의 앞에서 펼쳐 보였다.

   하늘을 나는 화려한 불의 새, 바닥을 기는 암석의 딱정벌레, 바람이 들려주는 풀피리 소리, 물로 만들어진 부드러운 감촉의 공.

     

   애가사가 펼치는 마법은 하나 같이 즐거웠고, 아름다웠다.

   마법 하나하나가 모두 아슬란을 위한 것이었기에 아슬란은 그런 마법을 보고 자라 마법을 마음에 품었다.

     

   아슬란은 분명 그때 마법의 즐거움을 알았다.

   자신은 마법을 좋아했었다.

     

   세상 그 누구보다 마법을 좋아하고 즐겼었다.

     

   아슬란이 고개를 들었다.

   바로 앞에 바람 마법으로 띄운 종이비행기를 쫓아 해맑게 달리는 도로시가 그의 눈에 비추었다.

     

   어째선가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토록 괴롭고 증오했던 마법을 사실 그 누구보다 좋아하던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었던 게 말이다.

     

   「아슬란!」

     

   자신의 이름을 부르짖는 소녀를 보고, 아슬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는 다시금 새롭게 마법의 즐거움을 깨달아 가고 있었다.

     

   도로시라는 소녀를 만남으로써 말이다.

   바람이 불었다.

     

   아슬란이 펼친 마법에서 불어 나온 바람이 도로시가 날린 종이비행기를 하늘 높이 띄웠다.

   푸르른 하늘에 날아가는 종이비행기 한 점은 마치, 자신 또한 하늘 위에 데려가 줄 것만 같았다.

     

   「도로시.」

   「응?」

   「나 널 좋아하는 거 같아.」

     

   그러니 무심코 그 말을 내뱉었다.

   지금까지 점점 부풀어 올랐던 그 마음을 말이다.

     

   도로시는 그 말을 듣고는 두 눈을 커다랗게 뜨더니 이내 양팔을 휘젓다가 뒷걸음쳤다.

     

   「어, 우아.」

     

   뭘 말하는 건지 모르는 그녀의 얼굴은 어느새 새빨간 홍당무로 물들어 있었다.

   아슬란은 그걸 보고 웃고 말았다.

     

   지난 지친 날, 그 웃음은 어느 때보다 가장 밝은 웃음이었다.

     

   「조, 좀 더 있다가 대답해도 돼?」

     

   그러곤 평소답지 않게 무척이나 소심하게 대답하는 그녀였다.

   참 괴롭히게 만들고 싶은 재주가 있는 그녀였다.

     

   「싫어. 지금 해.」

     

   그리고 아슬란도 짓궂은 면이 있는 사람이었다.

   도로시의 손목을 잡고, 똑바로 바라보는 아슬란 탓에 도로시는 얼굴이 이제는 터질 듯이 붉게 물들었다.

     

   「몰라! 내일 이야기해!」

     

   그리고 결국 한계에 도달했는지 아슬란을 바람 마법으로 날려 버리곤 그대로 도주해 버렸다.

   그 마법은 도로시가 여태껏 한 마법 중 가장 완성도 높은 마법이었다고 아슬란은 생각했다.

     

   ‘내일인가.’

     

   부끄러움에 견디지 못하는 도로시를 떠올리며 아슬란은 내일을 기약하기로 했다.

   그리고 다음 날, 그가 늘 그렇듯 늦은 저녁에 뒤늦게 일어났을 때였다.

     

   「아슬란 님!」

     

   리리나의 다급한 외침과 함께 의복을 갈무리하던 아슬란이 그녀를 의아하게 돌아보았다.

     

   「아카데미 기숙사에 불이 났다고 해요!」

     

   그 말을 들은 순간 아슬란의 두 눈이 커다랗게 변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아슬란의 과거사를 한편에 담고 싶었지만 생각보다 길어져서 다음화까지 이어집니닷

[ 트위치에서 삽화 작업을 방송하고 있습니다~ ]
!!놀러 오실 분들은 트위치에 ‘무화꽃란’ 을 입력 하시면 됩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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