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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1

       학생회로 향하는 길은 그다지 멀지 않다.

       

       애당초 신성교단의 신전이나, 총학생회 건물이나 모두 아카데미 중앙 지구에 자리한 덕분이다.

       

       “취익!”

       “빛으로 구원을 얻으십시오!”

       

       물론, 길거리에 출몰하는 몬스터 덕분에 이동이 느리긴 했지만.

       

       푸화악!

       

       함께 움직이는 <성녀> 덕분에 그 걱정은 덜 수 있었다.

       

       안젤리카는 빠르게 움직였다. 조금만 괴수의 형체가 보이면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공격하니 평범한 잡몹들은 허무하게 이승을 하직했다.

       

       “저곳이야!”

       

       함께 거리를 내달리던 송수아가 손가락을 번쩍 들어 한 건물을 가리켰다.

       

       웅장…… 하지는 않지만, 번듯한 외관에 한쪽 외벽은 통유리로 이루어진 구조의 건물이다.

       

       ‘학생회’라는 이름을 들으면 어디 동네 학교의 소꿉놀이 정도로 생각하기 마련인데, 아카데미의 학생회라면 그 무게가 다른 법.

       

       “서기님!”

       “어어? 다들! 여기에 있었구나!”

       

       학생회 건물 앞에는 제법 많은 학생회 소속 학생들이 포진해 있었다. 조직적으로 몬스터 토벌에 나설 줄 알았는데, 그건 또 아니었나?

       

       “서기님. 큰일입니다.”

       

       우리가 다가가니 한 학생이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큰일?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뇌전검>의 활약으로 대부분 게이트를 닫는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추가로 발생했습니다.”

       “……문제?”

       

       송수아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문제라니?’

       

       학생회로 출발하기 전, 안젤리카는 강력한 악의를 언급했었다. 그 애매모호한 발언이 무엇을 뜻하는 건지는 잘 알 수 없었으나, 적어도 학생의 발언과 모종의 연관이 있을 것이란 사실은 예상할 수 있었다.

       

       “우선 이걸 봐주십시오.”

       “응!”

       

       스윽.

       

       학생은 작은 태블릿을 내밀었다. 

       

       그건 히어로 아카데미 학생회의 학생들이 쓰는 단말 같은 기기인데, 아마 게이트나 도시 내 치안을 표기하는 기능이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게이트? 여기?”

       

       태블릿 화면을 확인한 송수아의 얼굴이 아리송하게 변했다.

       

       “그렇습니다. 게이트가…… 발생했습니다. 위치는 총학생회 건물 지하입니다. 다행히 게이트가 완전히 열리지는 않았습니다.”

       “여태까지 게이트가 지하에서 발생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당신은…… <현상거절>?”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며 말하자, 남학생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마 <비를 내리는> 송수아와 함께 다니는 들러리로 생각하고 있었는지, 당황한 눈빛이 참 이상하게 느껴진다.

       

       어쨌든.

       

       중요한 건 학생의 놀란 반응이 아니다. 신성력이 찾아낸 한유리가 이 학생회 건물에 있으며, 현재 학생회 건물 지하에는 게이트가 발생했다.

       

       그말인즉슨.

       

       “설마, 정말 그건가.”

       

       두 갈래의 원인을 떠올릴 수 있었다.

       

       하나는 한유리가 일성과 협력하여 스스로 게이트를 열었다는 가설이다. 

       

       하지만 이상한 점은 그녀가 게이트를 열 이유가 전무한 수준이라는 거다. 나름대로 책임감도 강하고, 사람 자체를 아끼는 성품의 그녀가 아카데미를 위기에 빠트릴 것 같지는 않았다.

       

       다른 하나는 한유리. 그녀가 바로 게이트의 주인…… 그러니까 괴수일 수도 있다는 가설.

       

       뭐, 물론 ‘그게 말이 돼?’ 라는 생각이 떠오르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미 인간이 괴수화되는 장면은 내 두 눈으로 직접 목격했다. 게이트 조작 기술과 약물, ‘수어사이드’의 제작자인 일성이라면 불가능한 일처럼 보이진 않았다.

       

       “이상합니다. 게이트가 지하에 생겼다면, 게이트가 열리기 전에 전투 태세를 갖추는 것이 옳지 않습니까?”

       “으, 으음. <성녀>께서도 함께 계셨군요.”

       

       눈을 어디다 두고 다니는 거야.

       

       딴죽은 여기까지 하고. 학생은 난감한 표정으로 송수아를 바라보았다.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발설해도 되겠냐는 의미가 가득 담겨있는 눈빛이었는데, 송수아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설명이 필요해. 제한적인 정보밖에 없거든.”

       “……알겠습니다. 우선 여러분이 알아두셔야 할 정보는 단순합니다.”

       

       꿀꺽.

       

       목이 타는 듯, 침을 삼킨 학생은 더 없이 무거운 얼굴로 나지막하게 내뱉었다.

       

       “학생회엔 지하가 없습니다. 자연히…… 지하에 게이트가 생겨날 공간 자체가 없다는 말입니다.”

       “지하가 없는 건물 아래에 게이트가 생겨났다.”

       

       골이 절로 아파오는 상황이었다. 그제야 학생회 소속 학생들이 이렇게 건물 앞에서 어리버리 타던 건지 알 것 같았다.

       

       “다행히 <뇌전검>이 상업 지구에서 몬스터 토벌 작전 중입니다. 아무래도 그곳의 유동 인구가 가장 많아서 그런 듯 보입니다.”

       “으응, 그렇구나…….”

       

       짧게 대답한 송수아는 복잡한 심경이 담긴 눈으로 건물을 바라보았다. 

       

       비록 5층에 불과하지만, 히어로 아카데미 학생회의 위엄을 보이려는 듯 고급스러운 건물은 왜인지 평범한 건물이 아닌, 마굴의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들어가자.”

       “뭐, 뭐어?”

       “……해당 건물엔 지하가 없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던 와중 내가 의견을 말하자, 대뜸 송수아와 안젤리카가 황당함 가득한 눈빛을 건넸다.

       

       하지만 내가 한 말은 농담 따위가 아니었다. 지하, 이 건물 아래에 무엇이 있을 지는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었다.

       

       ‘일성.’

       

       이 아래에 일성, 그리고 한유리가 있다. 도대체 이런 아카데미 중앙 지구 지하에 어떻게 시설을 구축한 건지 알 수 없었지만, 한유리가 이 땅 밑에 있다는 사실은 확실하지 않나.

       

       ‘한유리는 중요하다. <히사있>의 완결을 위해서라면, 없어선 안 될 존재.’

       

       그렇다면 구해야만 한다. 그리고 내가 그녀를 구하려는 이유는 단순히 원작의 중요 인물이라는 사실이 전부가 아니다.

       

       “…….”

       

       스스로 말하기엔 낯뜨거운 소리지만, 적어도 그녀는 내게 ‘친구’ 비스무리한 관계가 아닌가.

       

       ‘방법은…… 아.’

       

       좋은 생각이 났다.

       

       * * *

       

       쿠궁! 쿵!

       

       아카데미 학생회 지하, 비밀리에 구축된 일성의 연구소.

       

       “무슨 소란인가?”

       “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다면 지상에서 해결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긴 하지. 그래도 너무 마음 놓지 말도록.”

       

       비밀 연구소의 경비를 담당하는 두 사내가 두런두런 대화를 나눴다. 일성 그룹의 경비팀 소속인 그들의 얼굴엔 미미한 긴장이 흐르고 있었다.

       

       “선배. 저는 기분이 이상합니다. 뭐라고 할까요? 연구직인 저희가 경비를 서는 것도 조금 현타가 온다고 해야하나…….”

       “갑자기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이곳에 소속된 이상 감정은 사치란 것 모르나? 누구 덕분에 수십 억 연봉을 받을 수 있는 건데.”

       “그렇긴 하죠. 죄송합니다.”

       

       경계 임무 중인 후배의 기운 빠진 목소리. 커다란 덩치의 사내는 허탈함 섞임 코웃음을 쳤다.

       

       “이해는 간다. 허나 앞서 말한대로 감정을 버려. 그저 임무만 생각하란 말이다.”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후배의 말을 끝으로 둘 사이엔 침묵이 흘렀다. 조금은 기가 죽은 후배의 모습에 헛웃음을 흘린 사내는 눈앞의 어둠을 응시했다.

       

       ‘정상이 아니긴 하겠지.’

       

       그들이 경비하는 비밀기지의 존재는 극비 중의 극비다. 당장 수많은 정부 고관들도 존재조차 모르는 이 연구소의 존재 의의는 간단하다.

       

       물질. 다른 말로 일성 내부에선 ‘죽음 물질’이라 불리는, 저 타차원의 신물질을 연구하는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그렇다면 일개 경비병이 어찌 그런 사실을 알고 있는가?

       

       그 이유는 간단하다. 

       

       해당 연구소에 상주하는 모두 하나의 ‘몸통’인 까닭이다. 쉽게 말하자면 그들은 연구원이자 경비병이었으며, 잡부이기도 했다.

       

       그들 모두가 바깥에선 이미 사망자로 처리됐다. 또한 햇빛을 볼 수도 없고, 보급마저 비밀리에 건설된 엘리베이터로 받는다.

       

       그들은 이미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이들이 된 것이다.

       

       그리고.

       

       ‘총수 일가를 보면 꼭 묻고싶군. 제정신이냐고.’

       

       일성에게 빌어먹는 그지만, 그는 진심으로 이 실험이 이상했다.

       

       중국의 고위험 게이트에서 발견된 신물질. 해당 신물질을 사람한테 투여한다? 척 봐도 비정상적인 실험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신물질을 투여한 사람, 그러니까 실험체였다.

       

       ‘666번째 실험체가 자기 직계라니. 제대로 미친 것들.’

       

       남자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연구소는 신물질을 투여할 경우, 강력한 고위계 초능력자만이 버텨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들을 지휘하는 일성 오너 일가는 새로운 지시를 내렸다.

       

       새로운 실험체를 구해다 줄 터이니, 실험의 종지부를 찍으라고. 거기다 실험체의 공급을 위해 지상에서 큰 소란을 피우는 것은 철저한 연막이었다.

       

       “……선배.”

       “또 뭐냐. 쓸데 없는 소리면 가만 안 두겠어.”

       “실험말입니다. 마지막 실험.”

       “갑자기 그건 왜?”

       “어떻게 됐을까요? 지금 막 마지막 물질을 투약할 것 같은데요.”

       “모르지. 알아도 몰라.”

       “흐, 흐흐.”

       “……?”

       “흥분되지 않습니까? 신인류의 탄생을 지켜보는 것이.”

       

       잠시 잊고 있었다.

       

       사내는 자신의 실책을 깨달았다. 해당 연구소의 모두는 정상이 아니다. 제대로 정신이 박혔다면, 수백에 달하는 사람들을 ‘실험’이라는 명분 하에 사지로 몰지 않았겠지.

       

       피식.

       

       ‘뭐, 나도 별반 다르지 않겠지만.’

       

       그리 떠올린 남자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애당초 이곳의 모두는 비정상이다.

       

       위이이잉-!

       

       [ 침입자 감지. 경고. 침입자 감지. ]

       

       “……뭐지?! 선배!”

       “이건 또 뭐야!”

       

       희열에 찬 후배의 외침 뒤로.

       

       갑작스레 커다란 사이렌 소리가 비밀 연구소를 뒤흔들었다.

       

       쿵-! 쿠구궁!

       

       아까부터 울리던 저 지상의 진동이 원인일까? 아니면 기계의 오작동? 며칠 전 경보 사이렌이 고장으로 울린 적이 있었다. 이번에도 그런 원인이 아닐까?

       

       하지만.

       

       쿵! 쿵! 쿵!

       

       사내는 이상한 점을 깨달을 수 있었다. 지상으로 향하는 길인 유일한 엘리베이터. 진동은 저곳을 통해 울리고 있었다. 마치 무언가가 지상으로 낙하하는 것처럼.

       

       그리고.

       

       퍼어어어엉!

       

       “무, 무언가…… 내려온다? 선배, 엘리베이터가 추락한 걸까요?”

       “……겠냐. 이 등신아!”

       

       어마어마한 굉음이 지하를 뒤덮었다. 사내는 깨달았다. 지금, 무언가가 정상적이지 않은 루트로 지하를 향하고 있다.

       

       쾅! 쾅! 쾅!

       

       “……!”

       “꿀꺽!”

       

       다시 한번 이변이 발생한 것은 바로 그때였다. 수송용 엘리베이터가 자리한, 거대한 철문이 일그러진다.

       

       그리고.

       

       퍼어엉-! 

       

       커다란 철문이 날아간다. 마치 막대한 압력을 가한 것처럼, 괴력 앞의 병뚜껑처럼 두터운 쇳덩이가 조각조각 나 사방으로 비산했다.

       

       파스스스…….

       

       자욱한 흙먼지가 발생하는 것 역시 놀라웠다. 이곳은 특급 방진시설. 저런 흙먼지가 일어날 수가 없을 텐데!

       

       “이것들 봐라.”

       “……!”

       

       흙먼지 속에서 젊은 남성의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자연히 두 사내의 입이 쩍 벌어졌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그들의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었다. 해당 연구시설의 보안 등급은 최고 레벨. 일성 내부에서도 정보가 새어나갈 일은 없을 텐데…….

       

       저 남자의 정체는 뭐란 말인가.

       

       “벌레굴이 여기 있었네?”

       

       두 남자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방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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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 Hiding My Power at Hero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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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us: Ongoing Author:
Hero. Everyone admires them as they wield supernatural powers that defy the laws of physics. The ability I possess is to 'reject' those pow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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