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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1

       

       

       

       

       

       

       

       

       “그럼 흩어져서 찾아보자.”

       “응! 맡겨만 줘!”

       “네.”

       “알겠습니다. 공자님.”

       “그리고 5시에 다시 여기서 봐.”

       

       식솔들은 모두 마차를 타고 라펠리온 저택으로 향했고, 북부령엔 나와 렌들러, 레이첼, 아리엘만 남았다.

       렌들러가 내 시중을 들 이는 남겨야 하지 않냐 했지만, 위험할 수 있는 여정길에 머릿수를 늘리고 싶지 않아 모두 보낸 터였다.

       아리엘을 따르는 이들만 해도 충분히 차고 넘쳤으니까.

       

       “자~ 서북해에서 공수해온 크라켄 다리구이 맛보십시오~!”

       “설원의 왕! 윈터 베어킹의 쓸개즙입니다-! 한입만으로도 기력과 정력이 불끈 솟아오릅니다요~!”

       

       퍼레이드가 끝남과 동시에, 북부령엔 몬스터 요리 축제가 시작되었고 우린 하나의 목적을 가진 채 뿔뿔히 흩어졌다.

       축제를 즐기는 것도 좋겠지만, 식도락 여행을 계획대로 진행시키기 위해선 일주일이란 시간 안에 유능한 몬스터 요리사를 구해야 했다.

       

       정 안된다면 ‘유능한’은 빼둘 요량이었다.

       어차피 요리사 한명은 있어야 했다.

       이동 시간과 거리가 긴 여행길이고, 현대처럼 중간 중간 휴게소 같은 게 없어 자연에서 공수한 식재료로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요리를 만들어줄 능력자는 필수였다.

       

       수련을 위해 전국을 누볐던 레이첼이 간단한 요리 정도는 할 수 있다고 했지만, 호위에 훈련까지 담당하고 있는 스승님의 어깨에 또 다른 책무를 추가하고 싶지 않았다.

       구인이 쉽진 않겠지만, 여행에 그저 동행인일 뿐인 아리엘도 두 팔 걷어붙히고 나섰으니 일주일 안에는 구해지리라 생각했다.

       

       문제는.

       

       “…어머, 저기 엘든 공자님이잖아?”

       “어허. 쉿. 조용히 해. 그렇잖아도 최종 후보에서 탈락하셔서 화가 이만 저만 아니실 텐데, 잘못 걸리면 목이 뎅강 날아갈 거라고.”

       “저기로 둘러서 가자. 마주쳤다간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르잖아.”

       “지금은 피하는 게 상책이야.”

       

       ……원작 엘든 라펠리온의 명성(?) 덕분에 그렇잖아도 구인난인 상황에 찬물만 끼얹어지고 있다는 거다.

       나를 안쓰럽게 바라보는 시선과 더불어 마주치는 순간 히익! 거리는 시선에 말 한번 붙이기가 힘들다.

       마치 자석의 같은 극처럼 다가가는 거리만큼 멀어지는 사람들.

       벌떼처럼 바글대는 시장길도 내가 등장한 순간, 홍해가 갈라지듯 갈라져버린다.

       

       왜.

       

       나 안 불쌍한데.

       

       그렇게들 안 봐도 되는데.

       

       나 나쁜 놈 아닌데.

       

       그렇게까지 도망 안 가도 되는데.

       

       “저기 말 좀.”

       “히익! 거, 거슬렸다면 죄, 죄송합니다!”

       “…….”

       

       이 정도면 원작 엘든은 악인계의 슈퍼스타쯤 되지 않을까.

       입소문만으로 머나먼 북부령에까지 명성이 자자할 정도니, 그가 현대로 전이했다면 분명 챨리 쉰 급의 악동 스타가 됨을 의심치 않으리라.

       그리 실없는 생각을 하며 후드를 깊게 눌러써야 했다.

       그리고 몬스터 요리를 하고 있는 이들에게 가서 물었다.

       

       “맛이 훌륭하군. 자네, 혹시 식도락 여행을 떠날 생각 없나?”

       “예? …저는 북부령이 고향이라 타지로 갈 생각이 없습니다요.”

       

       “솜씨가 나쁘지 않군. 혹시 식도락 여행을 떠날….”

       “아녀자의 몸이라… 방해만 되실 겁니다.”

       

       “뭐, 맛은 중요치 않지. 혹시 식도락 여행을 떠날 생각은….”

       “저는 부모님을 모셔야 하는 지라….”

       

       “…먹을 수는 있겠군. 자네, 혈기가 왕성해 보이는데 혹시 낭만을 찾아 떠날 생각은 없는가?”

       “돈이 됩니까?”

       “…원래 낭만과 돈은 가까워질 수 없는 사이라네.”

       “죄송합니다.”

       

       난관이리라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맛에 대한 기대치도 대폭 하향시켰음에도 던지는 족족 튕겨져 나오는 제의였다.

       자고로 판타지물에서 ‘북부’라 함은 야생과 낭만이 가득한 곳으로 묘사되지 않는가.

       근데 어째서.

       

       ‘이리도 퍽퍽하단 말인가.’

       

       발에 땀이 나도록 발품을 팔아봤지만, 애석하게도 오늘의 발품 수완은 0에 수렴했고, 결국 빈손으로 저녁을 맞이해야 했다.

       약속 장소에 속속 도착하는 아군들의 얼굴이 패전병과 다를 바 없었으나, 미약한 기대를 걸며 물었다.

       

       “렌들러?”

       “없더군요.”

       “레이첼?”

       “없었습니다.”

       “아리엘?”

       

       마지막으로 도착한 아리엘에게도 큰 기대 없이 물었는데.

       

       “한 명 있었는데….”

       

       의외의 답이 들려왔고, 소박하게나마 희망을 가져보려던 찰나, 그 희망의 불씨는 채 피어오르지도 못 한 채 쉬이 꺼지고 말았다.

       

       “있었는데?”

       “고용주가 너라고 하니까, 안 한대…. 내가 예전의 엘든이 아니라고 몇 번이고 설득했는데 고민조차 하지 않더라…. 미안.”

       “…네가 미안할 필요까지야. 오히려 내가 미안하지. 고생했어.”

       

       역시, 이놈의 악명(惡名)이 그렇잖아도 난항을 겪고 있는 구인 시장에 살을 에는 눈보라가 휘몰아치게 만들고 있는 모양이다.

       악질 캐릭터에 빙의한 자의 업보라고 해야 하려나.

       이해는 하지만, 몬스터 요리사가 필요한 나로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개망나니 금쪽이가 달라졌어요]를 외치며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하여튼 도움이 되지 않는 이름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좌절만 하고 있을 수는 없기에, 아리엘의 숙소에서 저녁을 들며 대책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우리였다.

       

       “흠. 요리사를 구하는 게 쉽지는 않겠어.”

       

       나의 푸념에, 렌들러가 씁쓸히 답했다.

       

       “상황을 보아 하니, 고용금을 올린다고 해서 해결이 될 것 같지도 않군요.”

       “이참에 영감님께서 요리사로 전직해보실 생각은?”

       “…허헛. 제가 유일하게 어두운 것이 요리인지라. 송구스럽습니다.”

       

       실없는 제안에, 뒷머리를 긁적이며 난처해하는 렌들러.

       요리가 ‘유일’하게 어두운 분야라기엔 길눈도 많이 어두운 듯 했으나, 실없는 소리는 이쯤하기로 했다.

       어차피 렌들러 영감께서도 짐꾼이란 중책을 맡을 터이기에, 요리까지 겸하게 만들고픈 생각은 없었다.

       

       “여의치 않으면 제가 해보겠습니다.”

       “스승님의 의지는 고맙지만, 이미 여러 중책을 맡고 계신 스승님의 어깨를 더 무겁게 할 수는 없어.”

       

       몬스터 요리에 조금은 조예가 있는 듯 했지만, 레이첼 역시 호위, 훈련, 사냥이란 중책을 맡고 있기에 제안을 승낙할 수는 없었다.

       이제야 시작된 축제이니만큼, 스승의 요리는 최후의 보루로 남겨두기로 했고 결국 식사가 끝나도록 뾰족한 묘수는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식사가 갈무리되려던 순간이었다.

       

       침묵을 고수하고 있던 아리엘이 비장한 표정으로 발언권을 행사했다.

       

       “아니면, 내가 요리해볼게!”

       

       그 당찬 발언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다.

       당연하게도 의아와 의문을 담은 시선이었다.

       백작가의 독서광 영애님은 요리와 접점이 없어 보였으니까.

       직접 요리해 먹는 취미도 없어 보였고.

       무엇보다 랑그렌 공작령까지 동행하는 아리엘에겐 전속 요리사가 있다.

       아쉽게도 일전에 아리엘의 숙소에서 내게 몬스터 요리를 대접해 주었던 요리사는 특별 초빙되었던 것이라 다른 이였다.

       전속 요리사께서 차릴 밥상에 수저 3쌍만 더 올려줄 것을 부탁한다면, 적어도 랑그렌 공작령까지의 여정길에서 배를 곯을 일은 없을 터였다.

       

       급한 불은 끄겠지만, 그것이 몬스터 요리사의 부재를 해결해줄 궁극적인 타파법은 되어주지 못한다는 것.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어쩌면 수 년에서 십수 년이 걸릴지도 모를 기나긴 여행길을 함께 걸으며 훌륭한 몬스터 요리 밥상을 차려줄 이였다.

       

       “아리엘? 네가? 왜?”

       “아, 다들 역할 하나씩은 있는데 나만 아무 역할이 없는 거 같아서.”

       

       역할이라….

       이미 아리엘에겐 충분한 은혜를 받았던 터라 다른 역할을 바랐던 적은 추호도 없었다.

       더군다나 아리엘은 그저 랑그렌 공작령까지 함께 할 동행인일 뿐이었고.

       

       “역할 같은 거에 부담가질 필요는 없어. 너한텐 이미 많은 도움을 받았는걸.”

       “나도 뭔가 하고 싶어서 그래. 재미있을 거 같기도 하고.”

       “그래?”

       “아, 당연히 전문 요리사가 구해지면 안할 거니까 부담가지지 않아도 돼! 재밌을 거 같아서 한번 해보고 싶은 것뿐이야.”

       

       뭐… 그렇다면야 굳이 말릴 필요까지는 없겠지.

       새로운 재미를 찾아보고자 하는 독서광의 도전은 응원해주면 그만일 노릇.

       낭만을 쫓아 떠날 몬스터 요리사를 언제 구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전까진 아리엘의 솜씨를 한번 기대해봐도 좋을 터다.

       

       “오케이. 그렇게 하자. 그럼.”

       

       나의 승낙에, 아리엘이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적갈색 눈동자에 투지를 담아냈다.

       

       “좋았어! 그럼 난 내일부터 요리 연습을 해볼게!”

       “기대할게. 아리엘.”

       “응! 뭔가 벌써 설레이는걸!”

       

       그렇게 1차 대책 회의가 짧은 막을 내렸다.

       어쨌든 몬스터 전문 요리사의 구인난을 타계할 묘책을 찾지는 못 했지만, 아리엘이란 독서광의 요리 솜씨는 꽤나 흥미가 가는 대목이었다.

       물론 그 솜씨가 외려 훌륭하면 큰일일 일이다.

       몬스터 요리에 엄청난 재능을 보유하고 있다 하더라도 문제일 것이다.

       아리엘 엘론드 백작영애는 몬스터를 사냥할, 노숙과 생존이 바탕이 될 험난한 식도락 여행의 길을 걷기엔 너무도 여리디 여린 여성이니까.

       

       엘론드 백작께서도 제아무리 가문의 기대로부터 자유로운 딸이라 하더라도, 왠 개망나니와 함께 위험천만한 몬스터 사냥 식도락 여행을 떠나겠다는 딸을 응원해주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부디 몬스터 전문 요리사가 구해지길 바라며 사흘간 축제장을 떠돌았고, 빈손으로 나흘째를 맞이했다.

       …혼약대전 때는 시간이 그리도 안가더만, 벌써 4일이 지났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큰일이군요. 이젠 더 물어볼 사람도 없습니다. 공자님.”

       “크흠. 이렇게까지 안 구해질 줄이야.”

       

       축제도 서서히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었고, 축제를 위해 북부령을 찾은 요리사들도 하나둘 떠나고 있었다.

       이제 막 깨우치기 시작한 마법과 검술의 실력이 아직은 미비했던 터라 조급해 할 것까지는 없지만, 엘든 라펠리온의 악명을 모름과 동시에 낭만을 쫓아 다니는 몬스터 요리사를 찾는 것이 기적에 가까울 확률로 느껴지는 건 꽤나 비관적일 일이었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짜잔-! 바실리스크 뱃살구이야!”

       

       아리엘의 몬스터 요리가 처음으로 탁자에 올랐다.

       

       “오호.”

       

       노릇하게 구워진 바실리스크의 뱃살구이.

       뱀과의 거대 몬스터라 먹기 좋게 잘라내고 나니 흡사 연어 훈제 구이와 엇비슷한 모양새다.

       흐물거리면서도 쫀득해 보이는 뱃살이 노르스름하게 구워져 먹음직스런 색을 띄고 있다.

       

       “손질하는 게 조금 어려웠지만, 그래도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만든 요리야. 히힛.”

       

       제법 자신만만한 아리엘.

       

       “그리고 꽤나 재밌더라? 요리하는 거.”

       

       그에, 우린 한점씩 크게 집어 먹었고.

       

       “….”

       

       “…?”

       

       “…!”

       

       그렇게 제 2차 대책 회의가 시작되었다.

       

       재미라도 있었다니 다행이라 생각하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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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migrated Into A Tragic Romance Fantasy

Transmigrated Into A Tragic Romance Fantasy

후피집물의 후회캐가 되었습니다
Score 10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was curious about what a female-oriented tragic romantic fantasy was like, so I skimmed through only the free chapters. And then… “…Ha.” I found myself transmigrated into one of the main male characters, destined for tears of regret, exhaustion, and obsession. So, the first thing that had to be done was… “I, Elden Raphelion, hereby declare my withdrawal from the competition for the betrothal of the Third Northern Duchess.” To escape this trage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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