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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1

       “….”

         

       

       ―꿀꺽

       ―덜덜덜

       ―꼼지락꼼지락

         

       정신 사나워 죽겠네. 참다 참다 못한 데우스는 옆으로 슬쩍 고개를 돌렸다.

       

         

       “저, 선배님. 괜찮으십니까?”

       “아? 나, 나?”

        “예. 다른 두 분과는 다르게 너무 많이 긴장하신 것 같아서요.”

       

         

       2학년 대표로 온 남학생이 그에 당연한 거 아니냐며 연신 땀을 훔친다.

         

       그 또한 귀족이다. 그래. 귀족이긴 한데, 아무리 잘 쳐줘도 그냥 지방에서 좀 잘 나가는 수준에 불과한 수많은 영주들 중 하나다.

       그리고 이곳은 황궁. 최소 작위 귀족은 되어야 입궁할 기본적인 조건이 성립되며, 그조차도 최소 백작급은 되어야 한다는 말까지 공공연히 도는 곳이다.

         

       심지어 만나는 상대가 대리인도 아니고, 황실의 일원들조차 아닌.

       

         

       “후배님은, 긴장도 안 되는 거야?”

        “저 말입니까?”

        “어어. 자그마치, 황제 폐하의 앞에 선다는데.”

       

         

       어떻게든 황제의 앞으로 데우스를 데려가겠다고 한 루시엘의 선언.

       이후 일정이 변경되어 원래는 황태자가 맡기로 했다던 노고 치하 자리에 황제가 나선단다.

         

       요람에서 힘껏 애쓰며 제국을 지탱해줄 기둥이 되어가는 수많은 학생들.

       그들을 대표로 하여 나선 이들을 손수 응원하며 이 메시지를 요람 전체에 전하고 싶다는 것이 공식적인 이유였다.

         

       실제로는, 그러면서 데우스를 따로 불러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었지만 말이다.

       

         

       “…긴장. 예. 됩니다. 되지요.”

       

         

       거짓말이다. 솔직히 말하면 그렇게 크게 긴장이 되지는 않는다.

         

       안타깝게도 자신은 군주정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먼 놈이라서. 황제의 위대함과 황실의 무거움을 소설이나 영상으로만 보던 쪽에 불과해서 말이다.

       직접 겪어본 적이 없으니 긴장해야 하는 곳이라고 해도 ‘실수만 하지 말자.’를 제외하면 딱히 마음에 걸리는 것조차 없다.

         

       

       “거짓말이네. 아무리 봐도 긴장한 사람 낯빛이 아니잖아.”

       “정말로 긴장했습니다.”

       

         

       조금은. 그래. 정말로 조금은 했다.

         

       

       “역시. 악마를 두 번이나 상대한 영웅은 다르구나.”

       “선배님도 파견대 일원으로서 저번에 악마와 한 번은 싸우지 않았습니까.”

        “제대로 뭐 해보지도 못하고 기절했었는데?”

       “…아하.”

       

         

       그건 미처 몰랐군요. 죄송합니다! 데우스가 큼큼거리고 있던 찰나. 먼저 호위들과 함께 궁 안으로 들어갔던 루시엘이 저 앞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옆으로는, 데우스가 처음 보는 사람이 하나 따라오고 있었다.

         

       

       ‘…누구지?’

       

         

       순간 데우스의 눈매가 가늘게 변한다.

         

       겉으론 지극히 평범한 모습의 남성이다. 그러나, 자신의 일명 ‘강자 감지 레이더’ 에 포착되는 바로는, 저번에 만났던 샤벨과 거의 동급의 인물이라는 결과가 나오고 있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샤벨은 극도로 날카로운 면모가 부각된다면. 저 앞에서 나오는 남자는… 뭐라고 해야 할까. 굉장히 무겁고 극도로 절제된….

         

       

       “오오. 딱 봐도 알겠습니다. 저기 서있는 후배님이 그 영웅인 모양이군요.”

       “네. 맞게 보셨어요.”

       

         

       후후. 미소를 한 번 지은 루시엘이 데우스의 옆으로 다가온다.

         

       

       “후배님? 인사드려요. 이분은 에텐달 란사도르테 경.”

       “란사도르테 경이시군요. 요람 1학년 대표, 데우스입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인사를 건네는 데우스. 그런데 옆에 있던 이들의 반응이 이상하다.

       2학년 대표는 물론이거니와 맞은편에 있던 네페르티마저 ‘흐엑!?’ 하고 크게 놀라고 있다.

         

       

       “잠깐. 라, 란사도르테라고 한다면.”

       “에텐달 란사도르테 경? 서, 설마?”

         

       

       그러자 루시엘이 큭큭 웃음을 터트리며 말을 받는다.

       

         

       “네네. 맞아요. 제국의 호국경 되시는 분이랍니다.

       “하하하. 그런 거창한 호칭도 부끄럽습니다. 황녀 전하. 그냥 황궁에 눌러앉아 밥이나 축내고 있는 못된 신하1이라고 설명해도 충분합니다.”

         

       

       아아. 그제야 왜 곁의 두 선배들이 조금은 오버스러운 반응을 보이는지 알 수 있었다.

         

       호국경(Lord Protector). 제국에서 최고 수준의 방어 계열 이능력자에게 부여되는 칭호.

       수십 년 전 게이트 사태 초기 당시, 위기에 처했던 황궁을 제 목숨을 걸고서 지킨 한 방어 능력자를 기리기 위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이후로도 제국 최고의 방패는 항상 황궁에서 머물며 황실을 지키는 것과 동시에 최고의 영예를 누릴 수 있는 자격을 받게 되었다.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사실 그렇지 않습니까. 전하. 좋게 말해서 호국경이니, 실상은 현장에도 제대로 나가지 못하는 이능력자랍니다. 하하하!”

       “이미 현장에서 완벽하게 다듬어져서 황궁에 계시는 거 세상이 다 안답니다.”

       

         

       거기까지 말한 루시엘이 데우스와 에텐달 간의 악수를 권한다.

         

       

       “하하. 이거 영광이군요. 그 샤벨 세이버조차 넘어설지도 모른다는. 아니, 이미 넘었을 수도 있는 그 요람의 영웅과 악수라니.”

       “오히려 제가 더 영광입니다.”

       

         

       ―꽈악

         

       두 남자의 손이 맞쥐어진다. 그리고 아주 잠깐이지만, 서로 같은 생각을 한다.

       

         

       ‘강하다.’

       ‘빈틈이 없다.’

       

         

       한 명은 이제 갓 입학한 후배가 이 정도라는 사실에 놀라고. 다른 한 명은 현장을 떠난 지 조금 되었음에도 이 정도라고 하니 감탄을 하고 있다.

         

       

       “인사는 여기까지 하고. 슬슬 이동하시죠. 지금쯤이면 안에서도 손님을 맞이할 준비가 다 되었을 겁니다.”

         

       

       에텐달이 가장 먼저 앞에 서고 그 뒤를 요람의 학생들이 따른다.

         

       

       “….”

         

       

       걸음을 옮기며 데우스는 계속 곁눈질로 사방을 샅샅이 살피고 또 관찰했다.

       황궁 내부는 생각보다 더욱 빈틈이 없었다. 과연 이곳에서 배신자가 나와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마음 같아선 씰스톤의 위치도 파악하고 싶지만… 인간적으로 손님인 내가 그런 걸 물어보면, 누가 봐도 나란 놈이 제일 수상해보이잖아.’

         

       

       이렇게나 물샐 틈 없이 지켜지고 있는 황궁 안에서 무언가 꿍꿍이를 지니고서 헛짓거리를 할 수 있는 인물이 대체 누구일까.

       그러면서 루시엘은 물론이고 황실의 다른 이들조차 의심을 하기는커녕 생각조차 안 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 이는….

         

       

       “음.”

         

       

       그런 인물이, 생각해보니 저기 바로 앞에 서서 걸어가고 있네?

         

       에텐달 란사도르테. 일단 다른 거 다 제쳐두고 상황만 본다면 딱 조건에 부합하긴 하다.

       황실에서 큰 신용을 얻고 있으니 무슨 일을 벌일 거라곤 아무도 생각조차 안 할 테고. 그러면서 실력도 굉장히 뛰어나니 무슨 일이든 벌일 수도 있을 테고.

         

       다만, 제외했던 다른 부분들을 다시 본다면. 그럴 가능성이 또 전부 사라진다.

         

       

       ‘딱히 배신할 이유, 없음. 무시를 받는다거나 황실에 대한 복수심을 불태울 것, 역시나 없음. 오히려 호국경의 자리에서 최고 수준의 영예를 누리고 있음.’

         

       

       물론 있는 놈이 더한 놈이거나, 다른 일 때문에 배신할 가능성도 물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봤을 때 저 남자를 배신자로 예상하는 건 아무리 봐도 억측이다.

         

       무엇보다 그 손을 잡았을 때. 데우스는 굉장히 짜증나면서도 또 그리운 느낌을 받았다.

       다름 아닌, 과거 ‘영감탱이’ 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매순간이 거친 풍파였던 모든 시간을 이겨내고 여기까지 온 자. 보는 이로 하여금 묘하게 신뢰를 느끼게 해주는 그 분위기까지.

         

       그러니까. 저 남자는 아니다.

       

         

       “여기까지 와서도 다른 생각이에요, 후배님?”

       

         

       곁에 있던 네페르티가 그런 데우스를 보고선 기가 막히다는 듯 말을 잇는다.

       

         

       “다 좋은데 지금은 정신 차려요. 황제 폐하를 알현하러 가는 길인데 이러면 어떻게 해요!”

       “위대하신 황제 폐하라면 이런 어린 학생의 긴장으로 인한 사소한 실수 정도는 너그러우신 마음으로 이해해주시지 않겠습니까? 하하!”

       “…?”

       

       

       뭐지, 방금? 내가 잘못 들었나? 네페르티가 크게 당황해선 데우스를 바라본다.

       설마 저 입에서 저런 대사가 나올 줄이야. 누가 봐도 ‘나보다 약한 자의 말은 듣지 않는다.’ 라고 말할 것 같은데 말이다!

         

       

       *

       

         

       “폐하. 호국경이 요람에서 온 이들과 함께 기다리고 있다 하나이다.”

       

         

       그래. 그랬지. 원래는 좀 더 빨리 만나보고 싶었는데 일이 있어 늦어지게 되었다.

       최근 들어서 제국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는 불온한 움직임. 하나, 하나 보고로 들어오는 것들이 심히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들 천지였다.

         

       

       “그래. 어서 들라 하라.”

         

       

       대규모 게이트 발현 사태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혼란스러웠다.

       거기서 멈추면 참 좋았으련만. 세상사가 다 그러하듯 좋지 못한 것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법인 모양이었다.

         

       

       “조사 결과, 아무래도 이제껏 적이라 칭했던 몬스터들은, 그저 진짜 적들이 키우는 짐승에 불과했던 것이라 사료되옵니다.”

         

       

       참으로 끔찍한 소리였다. 그러나 믿을 수밖에 없는 결과였다.

         

       이제껏 수많은 영웅들을 잡아먹으며 버티고 이겨냈던 재앙들이, 그저 어떤 존재들이 키운 짐승들에 불과했다니.

       심지어 그 뒤에는 몬스터보다 몇 배는 더 강하고 무시무시한 존재들이 도사리고 있다니!

         

       이 사실이 알려진다면 겨우 진정된 이 시국에 거대한 폭풍이 될 것이 분명했다.

       오직 이능력자만이 이 세상에 남아있어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하는 우월주의자들이 더더욱 활개를 치고 다닐 수도 있음이었다.

         

       만약 한 청년이 가져다 준 승리가 아니었다면 말이다.

       

         

       “폐하.”

       

         

       호국경, 에텐달이 먼저 인사를 올리고, 그 뒤로 익숙한 얼굴이 들어선다.

         

       3황녀. 루시엘 마르그레텔. 특히나 황후를 참 많이 닮아 더더욱 예뻐했던 딸.

       그러면서도 제국에 대한 의무와 사랑으로 기꺼이 이능력자가 되겠다 나선 용감한 아이.

       그 옆에는 직접 본 건 아니지만 이야기를 많이 들은 여학생이 서있다.

       

       

       ‘체스터 공작이 애지중지하는 막내딸이라고 했던가.’

       

         

       딸아이를 귀히 여기는 건 아비로서 당연한 마음이다. 하여 황제는 아직도 딸 걱정을 하고 있다는 공작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저 친구는 참 많이 긴장도 했군.’

       

         

       순서로 보아하니 2학년 대표. 다만, 낯빛이 좋지 않은 게 아무래도 긴장이 좀 과한 것 같다.

       하기야, 일개 귀족 자제로서 황궁에 들어올 일이 얼마나 있고 또 황제를 볼 일은 또 얼마나 있었겠는가. 오히려 저 정도로 긴장을 하는 게 맞는 일일 터.

         

       얼른 돌려보내는 게 저 젊은 친구를 위한 일이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음.”

       

         

       어느 순간, 황제는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흘리고 있었다.

         

       황궁에는 훌륭한 기사들이 많다. 거기에 뛰어난 이능력자들도 대거 대기 중이다.

       특히나 바로 옆에 서있는 호국경은 그들 중에서도 최고 중의 최고다.

       심지어 샤벨도 자주 왕래하니 황제의 눈은 자연스레 최고치에 근접한 상태다.

         

       그런 황제조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데우스를 조우한 순간. 악마를 어떻게 잡았는지 대충 예상이 간다며 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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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rviving in a Genre I Mistook as a Munchkin

Surviving in a Genre I Mistook as a Munchkin

Overpowered in the Wrong Genre 장르 착각에서 먼치킨으로 살아남기
Score 3.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found myself in an apocalypse novel with no dreams or hope. And because of that, I trained and trained to become stronger in order to survive. “Wait, hold on a minute.” But, one day, I realized I had mistaken the genre of the novel I had transmigrated in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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