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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1

    영웅.

    한명을 죽이면 살인자지만, 수백명을 죽이면 영웅이다, 라는 격언을 아는가.

    허나, 그 작은 사회에서는 아무도 죽이지 않았음에도 영웅이 될 수 있었다.

    단지 자신의 정령을 달래었을 뿐이지만, 루크는 영웅이 되었다.

    뒤이어 다가온 경비에게는 위험한 일이었다고 꾸짖음을 당했으나, 루크가 피곤한 기색을 전혀 숨기지 않았기에 그 불편한 자리에서 빠져나오는것은 어렵지 않았다.

    루크는 그저 잘 자다가 억지로깨서 피곤했을 뿐이었으나, 뒤늦게 온 경비가 그것이 영체형 몬스터 퇴치 때문일거라 지레짐작해준 덕분이었다.

    헌데, 자신 스스로 행동하는 정령따위는 이제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라니.

    그렇다면, 파이는 대체 뭐란 말인가?

    분명 스스로 행동하고, 스스로 의사를 표현하지않는가?

    설마, 파이가 그저 자신의 망상으로 빚어낸 존재일리는 없다.

    정령의 존재는 확실하다.

    그게 아니라면, 여러가지 일들이 설명되지 않으니까.

    자신이 환각, 환청을 듣는다고 가정해도 설명되지 않는 ‘외부의 존재’. 

    루크숲의 모든 마나를 끌어들여 가져온 그 현상과, 처음 만져보는 악기도 일반이상으로 연주하도록 인도하는 그 능력은…….

    당연히 정령이 실존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예르나는 어째서 자신에게 거짓말을 한 것일까.

    묻고싶은게 많다.

    대체 또 무슨 거짓말을 했는지도.

    ‘내가 모르는것을 알아야한다.’

    학습은, 자신이 무지함을 자각함으로 시작한다.

    어떤걸 잘못 알고있고, 또 어떤걸 제대로 알고 있는가.

    알아야한다.

    그렇게 생각한 루크는 당장 행동으로 옮기기로 했다.

    ‘집’으로 돌아가기로 한 것이다.

    더이상 음악실에도 갈 수 없는데다, 남의 기숙사에 오래 머무는것도 실례이니.

    일시아에게도 인사를 해두고 싶었지만, 다시 음악실에 알짱거리고싶지는 않았다.

    거긴 이미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중이고, 그런곳에 자신이 또 갔다간 괜한 관심이 쏟아질게 분명하다.

    아쉽지만, 만남은 뒤로 미루는게 좋겠지.

    루크는 첼로를 등에 짊어지고, 우산을 챙긴 후, 노랗게 노을져가는 거리를 걷는다.

    날씨는 아주 좋았다. 노을에 물든 구름도 상당히 예쁘고.

    이것은 5000년 전에도 볼 수 있었던 하늘의 풍경이다.

    ‘과거엔 변하지 않는 것들은 지루할 뿐이라 생각했건만…….’

    너무나 많이 바뀌어버린 세상의 탓인지, 나이를 먹은 탓인지.

    이제는 그런것들이 반가웠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면 밤이되고, 또 시간이 지나면 낮이 온다는 진리는, 아무리 오랜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으리라.

    그렇게 하늘을 보며 정류장으로 걸어가던 중, 루크는 문득 서늘한 감각이 느껴졌다.

    루크의 귀가 쫑긋거린다.

    현재의 동물의 귀는, 인간일때와는 확연히 다른 청력을 제공했으니까.

    ‘진짜 이것밖에 없어? 하. 어이가 없네.’

    ‘지, 진짜야……. 이것밖에…….’

    ‘뒤져서 나오면 어쩔래? 야, 지갑 꺼내.’

    강도인가.

    루크는 한숨을 쉬었다.

    분명 변하지 않는것에 대한 아름다움을 느끼던 찰나였는데.

    도로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한 지긋지긋함이 느껴지고 만다.

    어느 시대에나, 타인을 갈취하여 금품을 얻는 말종들은 있게마련인가.

    발걸음을 옮기니 머지않아 골목에서 한 청년을 둘러싸고 폭언을 내뱉으며 강압적인 분위기를 발산하는 자들이 있었다.

    ‘한명 빼고는 그리 대단할것 없어보이는군.’

    조금 떨어진곳에서 지켜보는 육체를 단련한것같아보이는 남자 하나.

    그 말고는 3명정도 더 있지만, 별로 관심을 줄 필요도 없는 피라미뿐이다.

    루크는 곧바로 계산을 마쳤다.

    아무리 이런 몸이라고해도, 자신이 길거리의 잡배한테 당할거란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2서클이라면 사람에게도 유효한 공격수단은 많고, 자신에 손에는 ‘우산’도 쥐어져있지않은가?

    무게중심은 엉망이기는해도, 여차하면 검술을 사용할수도 있고 임시로 마법의 계산을 보조하는 지팡이로 운용할수도 있으리라.

    문제라면, 상대가 어중간하게 실력이 있어서 ‘제압’하는데 어려움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것.

    실수로 살해할지도 모르겠다. 

    뭐, 사람 몇명 죽이는것은, ‘영웅’인 루크 이루시에겐 별것도 아닌 일이다.

    단지, 뒷처리가 조금 귀찮을지도.

    ‘이 시대에선 강도살해 후에 절차를 모르니…….’

    보통 산적같은 경우엔 그냥 그대로 두면 알아서 동물이나 몬스터들이 처리해준다만.

    도시의 강도는 조금 다르다.

    그가 강도였음을 밝히기위한 증거가 있으면 아주 편하겠지만.

    그 옛날엔 분명, 현상을 고정시키는 환상을 하루종일도 유지시킬 수 있었으니 문제없이 나설 수 있었으나, 그것은 4서클이 필요하니 불가능…….

    ‘아, 내게는 휴대폰이 있지않던가.’

    루크는 휴대폰으로 그들을 찍는다.

    찰칵.

    그 소리가 부름이되어 일제히 시선을 루크에게 향하는 그들.

    “넌 뭐냐?”

    강도중 한명이 루크를 바라보며 어이가 없다는 듯이 묻는다.

    루크는 태연히 사진을 확인하고는, 품 속으로 휴대폰을 집어넣고는 말했다.

    “다수가 약자를 괴롭혀서 쓰나. 빼앗은 돈을 돌려주거라.”

    루크는 인상을 쓰며 진지하게 말했지만…….

    “뭐라고?”

    “푸하하하하!”

    그들은 그저 웃길 뿐이다.

    갑자기 나타난 꼬맹이가, 마치 아이에게 훈계라도 하는듯이 말하는 꼴이 너무나 우스웠기 때문이다.

    그들은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루크에게 말했다.

    “꼬마야. 너도 일로와라.”

    “휴대폰 들고 와.”

    루크는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역시 이 모습은 상대에게 아무런 위협도 될 수 없구나.

    과거엔 그저 당당히 다가가기만 해도 충분했을텐데.

    그땐 숨만 쉬어도 평범한 사람은 제압하는게 가능했으니까.

    루크가 속으로 무슨 한탄을 하고있는지는 전혀 알 수 없는 그들중 한명이 껄렁대며 말했다.

    “야, 안들리냐? 이리 오라고, 아니면 내가 간다?”

    “교복보니까, 티그아카데미 학생이네. 집에 돈이 많은가봐?”

    “오, 그럼 쟤도 돈 많겠네.”

    자연스럽게 사람을 위협하는 어투가 배어있다.

    이런짓을 상습적으로 해왔다는 이야기이리라.

    “후회할짓 하지 말거라.”

    “푸하하, 후회는 무슨……!”

    곧바로 서클을 돌리며 신체를 강화하며 한걸음.

    루크는 우산으로 안면을 강타한다.

    빠각!

    우산에 마나를 두르며 경도를 보완하고, 인핸스바디에 마력을 상당히 할애해 신체능력을 한계까지 강화한 일격이다.

    아마 코뼈가 주저앉고, 앞이빨도 나갔을것이다.

    그는 충격에 곧바로 기절하였는지 그대로 요란한 소리를 자아내며 뒤로 쓰러졌다.

    아무도 받아주지 않았기에, 그는 뒤통수를 그대로 바닥에 처박고만다.

    콰당-!

    갑작스럽게 한명이 쓰러진것을 본 그들은 당황했다.

    “뭐야?”

    “저 꼬마가 한거야?”

    루크는 우산을 가볍게 회수하며 자세를 되돌린다.

    검을 들어올리는 듯이, 검술의 기본자세를 잡은 것이다.

    루크는 대마법사는 물론 훌륭한 검사이기도 했다.

    귀족으로서 당연히 배웠을 교양검술 이상의 실력자다.

    당대 최고의 소드마스터라는 케일 프롭슨과 대련을 수없이 해왔으니.

    신장의 차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과거에도 자신보다 거대한 마물과 검을 맞대고 마법을 써댔는데, 이렇게 자신이 작아졌다고해도 검술을 사용하지 못할리는 없는것이다.

    루크는 다시한번 요구한다.

    “지금이라도 강도질을 그만둔다 맹세하고 그에게 돈을 돌려주게.”

    그러자, 안쪽에서 담배를 피우고있던 남자가 호탕하게 웃는다.

    “하하하하하!”

    그는 담배를 퉤, 하고 뱉어버리고 몸을 풀며 다가온다.

    “저 약골새끼, 이런 꼬맹이한테 처맞고 기절이나 한다니…….”

    뚜둑, 뚝.

    손마디를 풀고, 목을 꺾는다.

    그 또한 명백한 위협행위.

    너무도 익숙한 광경에 루크는 고개를 젓는다.

    ‘어찌 이런것도 변하지 않는건지.’

    그것이 두려움을 떨쳐내고 자신의 정신을 다잡는 행동처럼 보인건지, 그는 자신감에 찬 상태로 말했다.

    “야, 난 여자라고 안봐줘.”

    “그런가.”

    아녀자에게도 이런식으로 위협을 했다는 말을 참으로 당당하게도 하는구나 싶었다.

    루크는 심장의 서클을 다시한번 강렬하게 회전시켰다.

    ——–

    한순간이었다.

    그는 무릎을 차서 관절을 부수고, 뒷목을 강타해 기절시켰다.

    다른 한명은 도망치려고 하기에 그리스를 이용해 넘어트린 후, 스파크를 이용해 기절시켰다.

    이제 단 한명만이 남았다.

    루크는 쓰러진 거한의 등에 한쪽발을 올린채, 덜덜떠는 강도 한명에게 우산을 검처럼 겨눈다.

    “히, 힉…….”

    “돈을 돌려주게.”

    “으, 아…….”

    눈앞에서 벌어진 사태에 그는 이미 반쯤 정신이 나갔다.

    왜냐하면, 그것은 평범한 아이가 휘두를 수 있는 수위의 폭력이 아니었으니까.

    한명은 코뼈가 함몰되고 앞이빨이 나가서 입에 피를 흘리며 움찔움찔거리고 있다.

    또 한명은 무릎이 박살나 역관절이 되었고, 그대로 쓰러져 머리를 바닥에 처박아 피를 흘리고있다.

    또 한명은 무슨 수를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움찔움찔거리면서 침을 흘려대고있다.

    이런 짓을 평범한 꼬맹이가 할 수 있을리 없잖은가!

    그것도, 그런 폭력을 쏟아내는데 표정하나 변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허리밖에 안오는 이런 꼬마에게 ‘공포’를 느꼈다.

    자존심? 그게 병원비를 내주진 않는다!

    겨우 몇푼 삥뜯자고 저런 꼴을 당하기도 싫고!

    그는 신속하게 빼앗은 돈을 모조리 꺼냈다.

    루크는 그 돈을 휙 하고 낚아챈 뒤, 돈을 돌려주기위해 뒤를 돌아본다.

    “자, 그대는…….”

    루크는 말을 잇지 못했다.

    뒤에는 아무도 없었으니까.

    도망친걸까?

    어째서?

    루크는 고개를 갸웃, 하면서 자신이 한 행동을 돌이켜본다.

    ‘강도는 현장에서 사살해도 되지않던가? 이정도면 꽤 신사적으로 제압한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렇다. 루크는 그것이 폭력의 수위를 조절한것이라 생각했던것이다.

    강도에게 위협을 위해 조금(?) 폭력적으로 다루기는 했지만, 죽이지는 않았다.

    다행히 생각보다 더 허약해서, 제압하기위해 죽일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날것 그대로의 폭력에 잘 노출되지 않는 평범한 현대인에게는 꽤나 큰 자극이었으리라.

    허나, 루크는 그리 생각하지 못했다.

    ‘뭐, 그렇게까지 이 장소를 벗어나고 싶었던건가.’

    루크는 갈곳을 잃은 돈을 내려다본다.

    대충 보아도 최소 120000길. 

    꽤 큰 돈이다.

    이대로 가져버려도, 누구도 자신을 탓할 수 없으리라.

    이 돈을 예르나에게 가져다 준다면…….

    ‘……기뻐할리 없겠지.’

    오히려 돈의 출처를 물어온다면 곤란할거다.

    루크는 고개를 저으며 아직도 덜덜 떠는 그에게 돈을 툭, 던지며 말했다.

    “뒷정리는 알아서 하거라.”

    “히, 히엑…….”

    골목을 나오자, 바로 타야할 버스가 눈에 띄었다.

    후다닥, 버스에 올라타서 한숨을 쉬니, 파이가 마치 사시나무 떨듯이 몸을 흔들어대면서 루크를 바라보고 있었다.

    선행에 기뻐서 춤이라도 추는걸까?

    “왜 춤을 추는게지? 아, 그래. 그대도 내가 좋은 일을 해서 기분이 좋은 모양이로군?”

    -루크,…….

    마치 콧노래같은 소리.

    그 소리를 내며 파이가 바라보는것은 우산이었다.

    “음? 아, 이런. 우산에 피가 조금 묻었구나. 하긴, 버스 안에 피가 묻으면 곤란하겠지.”

    루크는 손수건을 꺼내서 우산을 닦는다.

    손수건이 빨갛게 물들어가는데, 입가에 미소를 짓고있는 루크를 보는 정령은……. 정신이 아찔해졌다.

    -…….

    이것은 ‘무서워.’라는 뜻이지만, 루크는 알 수 없었다.

    “하하, 파이. 콧노래까지 부를건 없잖은가.”

    파이는 극렬히 고개를 저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몸의 컨디션이 나빠서 집필속도가 늦어버렸네요…..
    죄송합니다… 공지를 했어야했는데….!
    쓰는 도중이라 이렇게 늦어질줄 몰라서…… 12시가 지나버릴줄이야…..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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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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