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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1

       * * *

       

       

       “차리나께서 대학에 오셨다!”

       “와 정말 저 여린 몸으로 빨갱이들과 싸우셨다는 말인가?”

       “들어 보니, 손을 만져 주는 것만으로도 병이 낫는 성녀라 하시더라!”

       

       

       그래. 나는 모스크바 국립대학에 도착했다.

       

       그래도 여기에 그저 오흐라나만 데려올 수는 없으니. 러시아 합중국 진보당에 속한 인물이자, 교육부 쪽에서 일하는 게오르기 리보프란 인물과 함께 왔다.

       

       이 사람이 여기 대학 출신이라고 하더라고.

       

       예카테린부르크 임시 정부에 합류한 시민 대표 중 하나로 알았는데, 자유주의 성향의 인물이기도 했다.

       

       더군다나 여성 참정권 관련해서도 여성운동가들을 놀라게 했다고.

       

        뭐 그거까진 나는 모르고 있었지만.

       

       실제 역사에서도 꽤 큰일을 하지 않았을까 추정되는 인물이다.

       

       아마 원래 역사에서는 어딘가로 합류했다면, 콜차크 정부에서 일하지 않았을까. 그럴 거 같다.

       

       

       “알리사 로젠바움에 대해 아신다고요?”

       “예. 내전이 끝난 후 대학에서 초청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봤을 때부터 뭔가 싹이 있다고 느꼈죠.”

       “흠. 딱히 교육부의 일과는 무관하게 의원님의 영향을 받은 것이군요.”

       

       

       그런 거지.

       

       아무래도 이 힘든 시절에는 누군가의 영향을 받기가 쉬워진다.

       

       지금 러시아인들은 나를 비롯한 내 성향을 따르는 두마의 영향을 받고 있다.

       

       죄 죽어서 모스크바국립대학에서 엘리트코스를 지나고 있는 알리사 로젠바움도 비슷하겠지.

       

       이 멸공을 향해라는 책을 쓴 정도라면야 뭐.

       

       앞으로 러시아의 반공정산을 위해 열심히 뛰어 줄 인재일 것이다.

       

       

       “아무래도 반공이면 그렇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결국, 다 폐하의 덕이지요. 어쨌든 지금, 이 합중국 체제의 정신은 폐하 그 자체라 볼 수 있으니까요.”

       

       

       너무 띄운다.

       

       나는 채점만 하는 군주에 불과하다고.

       

       

       “좋아요. 한번 보죠.”

       

       

       어쨌든 실제 역사에서도 미국에서 유명한 사상가이자 작가다.

       

       이 바뀐 역사에서 러시아에서도 그 명성을 떨칠 수 있을지 기대가 되지 않은가.

       

       그렇게 만난 알리사 로젠바움이란 여학생은 역시 ‘멸공을 향해’라는 책을 쓴 학생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젊었다.

       

       그러니까 벌써 싹수가 노랗다고 보는 게 맞겠지.

       

       

       “알리사 로젠바움.”

       “폐하께서 친히 제 이름을. 저를 지명해주시다니!”

       

       

       알리사 로젠바움은 마치 알라신을 받드는 충실한 이슬람 신도처럼. 황홀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응시했다.

       

       그게 감격할 일인가.

       

       

       “그렇게 놀랄 것도 없다. 나는 유능한 인재들을 두루두루 살피러 왔으니.”

       

       

       소련에서는 진작 죽어 나갔을지도 모를 이름 없는 아무개들은 백계 러시아에서는 당당히 살아 있어야 하니까.

       

       

       “예. 폐하.”

       “멸공을 향해라는 책을 썼다고?”

       “넵. 제가 썼습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이 썼다고. 이 명작을 집필한 것은 다름 아닌 자신이라고.

       

       알리사 로젠바움은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

       

       그러더니 실제로 자기가 품고 있던 책을 내게 건네줬다.

       

       우리의 오스트리아 퓌러가 되실 아돌프군의 것은 워낙 소중히 여기고 있어 내가 제대로 읽지 못했지만. 아인랜드에게 받아 이것을 한번 좀 읽어보니. 꽤 대단했다.

       

       반공의 정신을 키울 제대로 된 작품이다.

       

       어째서 공산주의는 실패할 수밖에 없고. 어째서 공산주의는 철저하게 권위주의인지. 또 공산주의의 미래에 대해서까지.

       

       그 모든 것을 열심히 썼다.

       

       

       “대단하군. 공산주의에 대한 증오와 분노, 공산주의가 가진 단점들이 낱낱이 까발려져 있어서 좋았어. 감명 깊었네.”

       “공산주의는 반드시 사라져야 할 사상입니다.”

       

       

       그래. 바로 그거지.

       

       알리사 로젠바움이 꽤 독특하구나.

       

       

       “아, 그런 건 부차적인 문제지. 애초에 지금의 러시아인들은 공산주의 때문에 큰 피해를 봤네, 공산주의에 대한 증오와 분노는 당연해야 해. 그렇다고 이성을 잃고 이런 책을 쓴 건 아니지 않은가?”

       “당연합니다. 폐하의 러시아 합중국은 공산주의의 모든 단점을 격파하고 장점만을 기존 자유주의에 결합한 성공적인 사례입니다. 권위주의와 폭력이 다인 공산주의는, 저들 볼셰비키는 그저 권력을 얻기 위한 사상일 뿐입니다.”

       

       

       그래. 잘 캐치했다.

       

       실제 역사에서도 아인랜드란 필명으로 유명한 알리사 로젠바움이 이렇게 나올 줄이야.

       

       이 정도면 내가 나름대로 이 시대의 역사를 바꾸려고 발악한 것이 그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고 보는 것이 맞지 않는가.

       

       

       “그렇지. 그렇지. 바로 그거야.”

       “저는 보았습니다. 저들은 인민들에게 보급될 거라면서 우리 아버지의 약국을 모조리 털어가더니, 자기들끼리만 약을 나눠 가졌습니다.”

       

       

       그게 본질이라니까.

       

       정확히 말하면 적백내전에서 적군이 상황이 어려워지니. 최악으로 치달은 것뿐이다.

       

       인권이란 개새끼 한테 줘버린 공산주의다.

       

       처음에만 달콤한 과실일 뿐. 사정이 어려워지면 공산주의보다 더 처참한 건 없다.

       

       우리 알리사 로젠바움양은 그것을 알고 있다.

       

       

       “그게 공산주의의 본질이지. 애초에 그렇게 인민을 선동하고는 정작 자기들만 해 먹는 게 바로 공산주의야.”

       “심지어 폐하의 정책을 따라 할 뿐이니. 이 얼마나 무능한 작자들이란 말입니까?”

       

       

       그거 사실 원래 레닌과 그 떨거지들이 할 정책이긴 했다.

       

       하지만 내가 먼저 해 버렸다.

       

       그러니 알리사 로젠바움이 볼 때는 원래 역사보다 훨씬 더 공산주의를 경멸하게 되었겠지.

       

       원래부터 공산주의를 싫어하고 희망이 없다고 한 여자다.

       

       지금까지는 공산주의 사회체제에 대해 부정적이었다면, 이번엔 공산주의가 가진 무능함에 더 화가 날 것이다.

       

       그런 여자가 공산주의의 무능함을 또 봤으니. 참.

       

       내 추종자로 보이는 건 기분 탓이겠지?

       

       

       “지금의 러시아는 어떻게 생각하나?”

       “그야말로 가속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순간 나는 황당했다.

       

       내가 러시아어를 이제는 좀 안다 생각했는데, 잘못 들은 건가.

       

       

       “응?”

       

       

       가속하고 있다고?

       

       갑자기 가속은 왜 나오는 거지.

       

       확실히 내가 주장한 것이 그냥 입에서 나오는 대로 좋을 대로 붙여 만든 거라. 어디까지나 ‘반공’을 위해서는 나쁘지 않은 거지만. 그것을 가속이라고 표현하다니. 아인 랜드 나름대로 이 러시아에서 많은 걸 느낀 모양이다.

       

       

       “수정자본주의. 제가 보기에 지금의 러시아는 이 수정자본주의보다 더욱 급격한 변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흠.”

       

       

       알리사 로젠바움도 뭔가 좀 이상한데.

       

       그래. 어디 들어나 볼까.

       

       나는 말해보라는 듯 고개를 까딱거렸다.

       

       

       “바로 이것은 가속입니다. 이 나라 러시아는 변화하려고 합니다. 저 식민제국이라 불린 영국과 프랑스보다 훨씬 더 나아가려고. 가속하고 있습니다. 마치 러시아는 나비가 되기 전. 번데기와도 같습니다. 누구보다 가속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가속주의. 이것이 폐하께서 만드시는 러시아가 아닙니까?”

       “음. 틀리지 않네.”

       

       

       솔직히 아주 약간 광기가 돋보였는데.

       

       정말 어지간히 적군 아래에서 고생한 모양이다.

       

       내가 레닌보다 먼저 각종 정책을 시행하고, 또 한편으로는 적군을 압박하면서 그 스노우볼로 적군 아래에 있는 지역은 큰 변화를 느꼈다.

       

       알리사 로젠바움도 그 변화의 흐름에 맡긴 거지.

       

       

       “아버지가 약을 더 숨겨놨다고 볼셰비키에 그 자리에서 총살당했을 때, 저는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이 체제는 결코 유지되어서는 안 된다고.”

       “총살당했다고?”

       “사실상 분풀이에 가까웠습니다. 백군에 밀리니 그 바퀴벌레 같은 놈들은 온갖 것을 수탈습니다. 그러다가 우리 아버지는 피해를 입었어요.”

       

       

       이것도 원래 그랬나?

       

       아니면 그냥 역시 내가 굴린 스노우볼?

       

       하지만 그걸 감안 한다고 해도 꽤 이성적이다. 그러면 적군을 그렇게 몰아버린 백군도 똑같이 미워할 거 같은데.

       

       굳이 꺼낼 이야기는 아닌 거 같았다.

       

       나는 애써 모른 척 헛기침했다.

       

       

       “부친 일은 안 되었군.”

       “폐하께서는 더 심한 일을 겪지 않으셨습니까? 아, 죄송합니다. 폐하께 괜한 무례를 범한 것 같습니다.”

       

       

       아, 그러네.

       

       남들이 볼 때 나는 볼셰비키에게 부모 형제가 총살에 능욕, 화형, 까지 당한 걸 직접 보고 눈이 뒤집혀 볼셰비키를 죄다 쓸어 버린 인물일 테니까.

       

       어쩐지 나를 동정하는 인물이 많았지.

       

       특히 귀족들이나 황족들은 아나스타샤의 변화를 수긍하는 것을 보면 니콜라이 일가가 모조리 죽은 것도 한몫한 것 같다.

       

       애초에 공산주의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와중에 그런 일을 겪었으니, 확실히 반공정신이 남들보다 남다를 것이다.

       

       

       “약국은 돌려받았나?”

       “네. 폐하께서 볼셰비키를 모조리 무찌른 덕에, 반환되었습니다. 아버지의 약국은 무사히 돌려받을 수 있었어요.”

       

       

       그렇겠지. 민심을 되돌린다고 볼셰비키가 빼앗은 것을 다 도로 돌려주거나 죽은 사람들 것은 내전 덕에 피해를 많이 본 사람들에게 나눠줬다.

       

       그럼, 이 알리사 로젠바움의 꿈은 무엇일까.

       

       

       “다행이군, 꿈이 무엇인가?”

       

       

       이 정도라면 내가 좀 편의 봐줄 수 있다.

       

       그러니까. 나중에 반공 홍보 모델로 쓰거나.

       

       어쨌든 작가 지원 정책을 벌여 자연스럽게 알리사 로젠바움도 돕고 하는 거지.

       

       애초에 알리사 로젠바움이 책을 낼 수 있던 것도 반공 선전을 맡은 부서에서 알리사 로젠바움의 편의를 봐준 거지만.

       

       

       “앞으로도 반공주의 작가로서 글을 쓰고. 나아가 두마에 진출해서 반공 운동을 하며 공산주의 국가에 맞서고 싶습니다!”

       

       

       알리사 로젠바움은 두 손을 꽉 쥐었다.

       

       무려 핏줄이 보일 정도로 말이다.

       

       

       “독일과 이탈리아가 싫은가?”

       “폐하의 러시아에 독일과 이탈리아는 반드시 도전해 올 겁니다. 철저하게 무너트려 폐하께서 옳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그렇구나.”

       

       

       세계를 보는 눈이 정확하다.

       

       그래. 독일과 이탈리아는 우리에게 도전을 해 올 것이다.

       

       공산주의에 반하는 러시아 합중국을 반드시 무너트리고 싶겠지. 우리가 싫다고 해도 상대가 올 것이다.

       

       

       “아, 물론 어디까지나 체제경쟁이란 의미입니다. 전쟁은 많은 피를 보니까요.”

       

       

       그나마 전쟁은 피하고 싶다고 말하는 걸 보니 좋다.

       

       그냥 작가일이나 더 해주면 하는 바람도 있지만, 알리사 로젠바움 같은 여자가 두마에 진출하는 것도 볼 만할 거 같은데.

       

       그러니 나는 응원하기로 했다.

       

       

       “언젠가 두마에 진출하기를 응원하지.”

       “감사합니다. 폐하!”

       

       

       여러 의미로 대단하네.

       

       역시 사람은 겪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모양이다.

       

       언젠가 두마에서 알리사 로젠바움을 볼 거 같은데. 그때가 기대된다.

       

       

       “폐하. 이만 들어가셔야 합니다.”

       “아, 그리하지.”

       

       

       오늘은 이 정도면 되었다.

       

       그러고 보니 슬슬 베리야가 뭔가 가져올 때가 되지 않았나?

       

       대서양을 건너기 전에 고민하다가 내준 것이 있는데, 반은 도박인 만큼, 그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안 되면 러시아 내에서 로켓에 관심 있는 자라도 찾아봐야지.

       

       흠. 그러고 보니까.

       

       볼가 독일에 관해 홍보하고 다니면서 독일 쪽 사람들을 더 많이 포섭해 오는 게 좋을 거 같다.

       

       특히 기술자 위주로 말이다.

       

       공산 독일이 세워지고 이념으로 철천지원수가 된 사이에 도망 오는 자만 받을 수는 없으니, 그렇게라도 해야지.

       

       

       * * *

       

       

       이 무렵 베리야는 내무부에 진출하기 위해 대서양을 넘어 미국에 왔다.

       

       따로 함께 한 오흐라나 요원들에게 트로츠키의 행방을 함께 찾아 달라고 요청하면서 그는 차리나가 원하는 고다드란 인물을 찾아 접근했다.

       

       실제로 그는 로켓에 대해 알고 있었다.

       

       차리나가 어떻게 이런 자를 알고 있을까.

       

       오흐라나를 통해 미리 알아본 자라면 구태여 베리야 자신에게 시키지도 않았을 텐데.

       

       분명 온실 속 화초로 자랐을 터인데. 그런 의문도 잠깐 가졌으나, 이미 베리야가 선택한 길이다.

       

       차리나가 까라면 까고 죽으라면 죽는 척이라도 해야 한다.

       

       고다드란 인물을 그냥 아무런 이유 없이 찾으라고 해도 찾으면 될 뿐이었다.

       

       

       “흠. 러시아로 가라고?”

       “차리나께선 귀하의 능력을 굉장히 높게 평가하시오.”

       

       

       고다드에게 몰래 접근 베리야와 달리 고다드 본인은 지금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로켓 기술을 연구하는 계획이 중간에 중지되었다.

       

       그런데 대뜸 어느 날 검은 복장의 사내들이 나타나 접근해 왔다.

       

       그리고 그들의 주인이 로켓기술에 대해 알고 있고, 그것을 고다드가 연구하고 있다는 것 역시 알고 있었다.

       

       이 눈앞의 러시아인은 그것을 전부 떠벌리고 있었다.

       

       마치 관심을 가지라는 듯.

       

       

       

       

       

       일러스트 완성품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그. 그. 이 로젠바움은 그 로젠바움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민족 혁명보다는 촉진 주의에 가깝겠네요…….

    앞으로는 필명대로 아인랜드라고 부르겠습니다!

    그리고.

    옆동네보다는 플러스쪽으로 윤곽이 드러날 듯합니다.

    옆동네는 여러 조건이 붙을 수 있거든요.

    일러스트 완성되어 공지에도 올렸습니다!

    선작,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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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Status: Ongoing Author:
I became a Russian princess destined to die in a rev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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