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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1

       

       교단의 본단이 위치한 곳.

       

       수 많은 사람이 모이기 시작한 이곳은 해질 무렵이 되자 온통 사람으로 가득했다.

       

       인근에 있는 거의 모든 신관들이 여기로 모였으리라.

       

       신관을 제외한 일반 사람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게 얼마만의 신탁인지 모르겠군.”

       

       “일리아께서 우리를 살펴주시는 것이지.”

       

       견습사제들이 이야기를 나누며 신전을 향해 걸었다.

       

       “그 소문을 들었는가?”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핀 사제가 그의 동료에게 속삭였다.

       

       “성기사들이 비밀리에 신전 근처에서 무장을 하고 있다더군.”

       

       “그 무슨 큰일 날 소리인가! 불경한 소리는 하지 말게.”

       

       “크흠…나 또한 전해 들은 것이네.”

       

       경건한 분위기와는 맞지 않게 신관들에게서는 소란스러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은밀히 퍼진 소문이 꽤 흉흉했기 때문이다.

       

       “신탁이 내려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하지 않는가…”

       

       “듣기로는 교황께서도 이미…”

       

       찌릿.

       

       수군대던 견습사제들은 옆에서 날아오는 눈초리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지금 그들을 노려보는 사람은 견습사제들에게 교리에 관한 교육을 담당하는 사람이었으니까.

       

       “함부로 입을 열지 말거라.”

       

       “…예, 휴버트님.”

       

       휴버트라고 불린 중년이 숨을 고르며 주변을 살폈다.

       

       그 역시 소문을 들었던 것이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제법 고위의 신관들에게는 이상한 소문도 함께 돌고 있었다.

       

       ‘….신성력이 사라지다니.’

       

       그런 일이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하지만 눈에 가시 같던 자들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모두가 다급한 표정으로 어딘가로 향했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신탁의 준비 또한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았다.

       

       기본적으로 여러날 동안 준비가 이어져야 했다.

       

       신탁을 받을 곳에 모여 심신을 단정히 하고, 음식을 끊으며 기도를 올려야 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

       

       이번에는 그 과정이 대폭으로 생략되었다.

       

       준비하고 있는 신관들도 몇 되지 않았다.

       

       ‘하나같이 이상한 일이군…거기다 빠진 사람들을 생각해 보면…’

       

       부정부패를 일삼는 자들이었다.

       

       그들은 준비기간 동안 얼굴을 비치지 않았다.

       

       ‘거기다가, 저들은 분명…’

       

       베르테를 따르는 성기사들이었다.

       

       어찌 모를 수가 있겠는가.

       

       저들을 견습때부터 가르쳤던 것이 휴버트인데.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가 않다.’

       

       어찌 신탁을 받는 자리에 무장한 성기사가 있다는 말인가.

       

       신성한 의복은 어디에 두고 갑옷을 입고 있는 것일까.

       

       “….?”

       

       이상함을 느낀 휴버트가 신전으로 들어가려는 그때, 성기사들이 그 앞을 막아섰다.

       

       “가야 할 곳이 있습니다.”

       

       “….어디를 가야 한단 말이오. 의식이 코앞에 있거늘.”

       

       성기사가 휴버트에게 다가와 은밀하게 속삭였다.

       

       “교황 성하의 명령이 있었습니다.”

       

       “….!”

       

       휴버트가 다급하게 고개를 돌려 뒤를 쳐다 봤다.

       

       곳곳에 베르테를 따르는 무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돌아가는 상황을 보았을 때, 저들의 눈을 피해 조용히 움직여야 했다.

       

       “…뒤 따르겠소.”

       

       성기사와 휴버트 사이에 눈짓이 오고 갔다.

       

       주변을 살피던 휴버트가 누군가와 눈이 마주치자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과 같이 신실하게 살아가는 사제.

       

       휴버트의 동료 또한 다른 성기사와 접선을 한 것이다.

       

       스윽 –

       

       새하얀 의복을 걸친 그들이 성기사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그들은 은밀한 장소에 다다를때까지 입을 열지 않았다.

       

       신전에서 멀어져, 사람이 없는 곳까지 따라간 휴버트가 입을 열었다.

       

       “이제는 사람이 없으니 말해 주시오.”

       

       “…아직 더 가야 합니다.”

       

       아까 보았던 동료는 다른 곳으로 간 것일까.

       

       “도대체 어디로 가는 것이오. 얼른 성하의 말씀을 전해주시오.”

       

       “…”

       

       이미 주변에는 사람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주변을 살피던 성기사가 몸을 멈춰 세웠다.

       

       “성하께서는…”

       

       휴버트의 목으로 마른침이 넘어갔다.

       

       분위기가 자뭇 심각했다.

       

       “신전에 출입하지 말라 하셨습니다. 덧붙여, 안전하게 몸을 피해 있으라 하셨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오. 출입하지 말라니?”

       

       신탁을 받으려면 한 명의 신관이 아쉬운 상황이다.

       

       신실한 사제들의 기도와 신성력이 필요할 터.

       

       “다른 말씀은 없으셨소?”

       

       “오직 그 명령만을 남기셨습니다.”

       

       도대체 무슨 뜻으로 남긴 명령일까.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던 휴버트의 이마가 찌푸려졌다.

       

       “신전을 신성력으로 가득채우려면 사람이 부족하네.”

       

       “…”

       

       “성녀께서 안 계신 지금, 한 자락의 신성력이라도 더 모아야 하지 않겠는가?”

       

       성기사가 굳은 얼굴로 했던 말을 반복했다.

       

       “교황께서는 출입하지 말라 명하셨습니다.”

       

       “도대체 왜….”

       

       흠칫.

       

       순간 휴버트의 몸이 한차례 떨렸다.

       

       성기사의 입에 미소가 그려졌기 때문이다.

       

       “그래야 신탁이 내려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주춤.

       

       주춤.

       

       휴버트가 뒷걸음질을 쳤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교황께서 그리 명하신 것이 확실한 것이오?”

       

       물어보면서도 직감할 수 있었다.

       

       이것은 교황이 내린 명령이 아니라는 걸.

       

       “감히! 성하를 사칭하다니! 하늘이 두렵지도 않소!”

       

       “사칭이라니요?”

       

       언제 움직인 것일까.

       

       성기사의 팔은 이미 뻗어져 있었다.

       

       그리고 휴버트는 컴컴해져 가는 시야 속에서 한마디를 들을 수 있었다.

       

       “이제 곧…베르테님께서 교황의 자리에 오를 것입니다.”

       

       

       ***

       

       

       “….”

       

       장내를 훑어보는 클라인의 눈이 바쁘게 움직였다.

       

       아무리 찾아도 있어야 할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눈에 보이는 것은 곳곳을 메우고 있는 베르테의 무리들 뿐.

       

       “…이상하구나.”

       

       저들의 태도가 너무나 여유로웠다.

       

       최악의 경우까지 대비해 신전을 성기사로 틀어막아 놓았다.

       

       무력충돌이 벌어져도 저들을 제압할 시간은 충분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 저들의 태도는 무엇이란 말인가?

       

       “…머리가 아프구나.”

       

       교단에서의 정치 싸움은 불필요하다.

       

       신의 말씀을 따르는데 정치가 필요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꼴이 무엇이란 말인가.

       

       “신관이라는 자가 수 싸움에 이렇게 밝아서야…”

       

       또 무엇을 준비해 놓았을지 알 수가 없었다.

       

       그때, 이제서야 기어 들어오는 한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쯧쯧…저놈은 어디를 갔다가…”

       

       “스승님…!”

       

       달려온 것은 클라인의 제자인 한스였다.

       

       “무얼 하다 이제 오는 것이냐? 네놈은 신탁이 장난인 줄…”

       

       “스승님, 밖의 상황이 이상합니다.”

       

       “….무슨 일이냐.”

       

       분명히 지금, 이곳을 메우고 있는 인원과 관련된 일일 것이다.

       

       “신관들이 성기사들을 따라 어디론가 가고 있습니다.”

       

       “설명해 보거라.”

       

       클라인의 얼굴이 굳었다.

       

       지금 신전 밖을 지키고 있는 성기사들은 교황의 편이었다.

       

       세력을 나눈다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지만 따지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은밀한 대화가 오고 가는 것 같은데…저에게는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

       

       “무언가 따로 명령을 내리셨는지요?”

       

       그럴 리가 없다.

       

       클라인이 내린 명령은 무슨 일이 있어도 신전을 지키라는 것뿐이었다.

       

       클라인과 눈이 마주친 베르테가 싱긋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무래도 저놈이 또 수작을 부린 것 같구나.”

       

       클라인이 뒤에 서 있는 사제들을 훑었다.

       

       “안 그래도 인원이 없거늘….”

       

       한 사람이라도 더 신성력을 퍼부어야 신탁을 받을 확률이 올라간다.

       

       이 신전을 신성력으로 가득 채우고도 확신할 수 없는 일이었다.

       

       “….왜 그놈이 떠오르는 것인지.”

       

       당당하게 계획대로 진행하라고 했던 인물.

       

       성녀의 계시에 나온 사람.

       

       “…신탁을 받아 주러 왔다고 했던가.”

       

       클라인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에게만 기댈 수는 없는 일이니까.

       

       “너는 당장 저들을 이끌고 가서 사람들을 모아오너라.”

       

       “예, 스승님.”

       

       “….아무래도 배신자가 있는 것 같구나.”

       

       “….”

       

       성기사들을 따라 사라졌다면, 어딘가에 잡혀 있을 것이다.

       

       혹은 이미···.

       

       그러니까이곳으로 오지 못한 것일 터.

       

       “해가 지면 신탁을 받기 위한 의식이 시작될 것이다. 그전까지 최대한 사람을 모아야 한다.”

       

       한 사람이라도 더 기도를 올려야 했다.

       

       지금 눈앞의 저들은 절대로 기도를 올리지 않을 테니까.

       

       “절대로 의식이 끝나기 전까지는 무력 충돌이 없어야 한다.”

       

       무려 신의 계시를 듣는 자리다.

       

       불미스러운 일로 그것을 시작할 수는 없었다.

       

       “어서 가거라. 한시가 급하다.”

       

       

       ***

       

       신전으로 들어가기 위해 걸어가던 신관에게로 성기사가 접근했다.

       

       “은밀히 전할 명령이 있습니다.”

       

       흠칫.

       

       “….클라인님의 말씀인가?”

       

       “성하의 명령입니다.”

       

       “…성하께서 말인가?”

       

       속삭임을 들은 신관이 주변을 살피며 성기사의 뒤를 따랐다.

       

       하지만 얼마 안가 신관의 팔을 잡아끄는 사람이 있었다.

       

       “아이엘트님, 따라 가시면 안 됩니다!”

       

       자신을 잡아끄는 손길에 아이엘트의 고개가 돌아갔다.

       

       익히 아는 얼굴이었다.

       

       평소에도 눈여겨보고 있던 젊은 사제.

       

       아이엘트가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중요한 일이 있어 그런 것이니, 걱정 말거라.”

       

       “…그런 것이 아닙니다.”

       

       성기사의 속삭임이 또다시 아이엘트에게 전달 되었다.

       

       “급한 일입니다. 성하의 명령이니 어서…” 

       

       “아이엘트님, 저 자가 하는 말은 모두 거짓입니다…!”

       

       아이엘트의 눈이 흔들렸다.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둘 중의 한 명이 반대 세력의 인물이었다면 주저함이 없었을 것이다.

       

       허나, 둘 모두 아는 얼굴이었다.

       

       평소에도 같이 교리에 대해 의논했던 이들이니까.

       

       “….”

       

       성기사의 얼굴도, 젊은 신관의 얼굴도 진실됨이 가득했다.

       

       “지금 당장 신전으로 들어가셔야 합니다…!”

       

       “성하께서 전하신 말을 듣고 난 후에도 늦지 않습니다.”

       

       “이게 무슨…”

       

       주변에도 같은 상황이 가득했다.

       

       한 사람들 두고 실랑이를 벌이는 성기사와 사제들.

       

       속삭임 사이에서 신관들의 눈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신전에 출입하지 말라는 명령이…”

       

       “저들의 말을 들어서는 안 됩니다.”

       

       “신탁에 관해 내리신 명령입니다.”

       

       

       ***

       

       딸랑 –

       

       “…끝이야?”

       

       “일단은 그렇습니다…”

       

       몸이 가볍다.

       

       너무 가볍다.

       

       심지어 피부마저 뽀송해진 느낌이다.

       

       옷은 피로젖어서 끈적했지만, 몸은 어느때보다 가벼웠다.

       

       “…이게 한 번에 온다는 말이지?”

       

       기절도 보통 기절이 아닐 것이다.

       

       엘프의 숲에서 했던 것보다 정도가 훨씬 심하지 않을까.

       

       흠칫.

       

       순간, 그곳에서의 참상이 떠오른 나는 떨떠름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내가 기절해도…”

       

       “예?”

       

       “절대로 절 하지 마.”

       

       “…절이요?”

       

       “제삿상도 차리지 마.”

       

       얼마나 황당했던가.

       

       산 사람에게 장례식이라니.

       

       뭔지도 모르고 했겠지만···.

       

       어찌 되었든 이제는 가야 할 시간이었다.

       

       “벌써 시작했으려나…”

       

       “이미, 신탁을 받기 위한 기도가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상황이….”

       

       “나도 알아.”

       

       아주 잘 알고 있다.

       

       방울을 흔드는 내내 공수가 머리를 지나다녔으니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도 알고 있다.

       

       “뱀들이 설치네…”

       

       정리를 하러 가야 할 시간이었다.

       

       “따라 오면서 계속 신성력 부어.”

       

       “예, 크리스님.”

       

       저벅 –

       

       발걸음도 가벼웠다.

       

       어느새 뒤로 모아진 손에서 방울이 움직였다.

       

       뒷짐이라는 게 이렇게 편할 줄이야.

       

       “가자. 뱀 술 담그러.”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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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판타지 세계의 무당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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