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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1

       “1위는 하예린 참가자입니다-!!”

         

       퍼엉-!!

         

       내가 최종 우승을 한 것도 아니고 겨우 1차 순위 발표식에서 1등을 한 것임에도 내 이름이 호명되자 동시에 무대 뒤에 설치되었던 작은 폭죽이 터졌다.

         

       그래서일까?

         

       원하던 1등을 했음에도….

         

       “…….”

         

       …나는 얼떨떨하여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1위를 하신 하예린 참가자는 지금 당장 1위석에 올라 주세요.”

         

       “……네.”

         

       한시우의 말에 나는 천천히 계단을 올랐다.

         

       저벅-, 저벅.

         

       내가 발걸음 하나씩 옮길 때마다 나를 향한 참가자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시기와 질투, 부러움.

         

       하지만 제일 크게 느껴지는 감정은….

         

       경외감.

         

       저벅.

         

       속된 말로 딴따라.

         

       심지어 아직 데뷔도 못한 연습생들 중 1등.

         

       그럼에도 내가 1위석에 오르자 다른 참가자들은 입을 벌리며 나를 우러러 보았다.

         

       “…….”

         

       나는 그들을 한 번 내려다보다가….

         

       폭.

         

       …그대로 내 자리 1위석에 앉았다.

         

       “하아….”

         

       자리에 앉자마자 탈력감 넘치는 한숨이 자동으로 터져 나왔다.

         

       “…….”

         

       그때의 나는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한 기분이었다.

         

       마치 꿈을 꾸는 것 같기도…, 마치 둥실둥실 공중에 뜨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예린 양.”

         

       이런 환상에서 벗어난 것은 한시우의 멘트 진행 때문이었다.

         

       그도 마찬가지로 무언가에 홀린 듯이 나를 보며 떨리는 손으로 잡은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1차 순위 발표식에서 득표수 1위를 한 소감이 어떠신가요?”

         

       툭.

         

       그의 말을 듣는 동시에 1위석 팔걸이에 걸쳐져 있던 마이크가 눈에 띄었다.

         

       나는 한시우의 말이 끝나자마자 그것을 들었다.

         

       하지만….

         

       “…….”

         

       막상 뭔 말을 해야 할지는 떠오르지 않았다.

         

       ‘팬분들이 없으면 저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제게 과분한 자리인 것 같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호감 이미지를 얻으려면 겸손한 말을 꺼내야겠지.

         

       그런데….

         

       “…….”

         

       “…….”

         

       말을 꺼내려는 순간 또다시 나를 바라보는 참가자들의 시선을 보고 멈칫했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내가 무엇에 취해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전생과 현생.

         

       모두 밑바닥 인생만을 살았던 나를…, 저런 눈빛들로 쳐다 보니….

         

       마치 어두운 하늘에서 세상을 비추는 별이라도 된 것 같지 않은가.

         

       …….

         

       짜릿하다.

         

       처음엔 아이돌이란 직업이 나와 맞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빚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시작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문제가 생긴다면 곧바로 그만둘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절대 그만두지 못할 거야.’

         

       나는 내가 앞으로 절대 아이돌을 그만두지 못하리란 사실을 직감했다.

         

       지금 이 순간…, 이 찰나의 감정은….

         

       앞으로 절대 잊지 못할 거니까.

         

       “…팬들 여러분 덕에 여기까지 왔습니다. 인생에서 1등이라는 것을 한 번도 해 보지 못했는데…, 이렇게 팬들 덕분에 득표수 1등을 하니 정말 기분 좋은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그때의 나는 기분이 너무 좋았다.

         

       그래서 평소에는 하지 않았을 말을 꺼냈다.

         

       “앞으로도 쭉 1등 하겠습니다.”

         

       “……!”

         

       웅성웅성.

         

       내가 그리 말하자 세트장 내의 모든 이들이 술렁거렸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내가 외모와 달리 오만하지 않다는 것을 아니까.

         

       평소 조용하고 감정 표현이 없는 내가 이리 당당하게 말하니 놀랐던 것이다.

         

       그리고 이내 그들의 시선은….

         

       스윽-.

         

       아직 단상에 오르지 않은 유 설에게로 향했다.

         

       1차 팀 경연 전까지 사실상 나아아 1등 실력자였던 그녀가 순위 발표식에서 자존심을 구기고 2등을 했다.

         

       그런 그녀가 앞으로도 계속 1등을 하겠다는 내 말을 듣고 어떤 반응일까.

         

       다들 궁금해하는 눈치였다.

         

       이는 나도 마찬가지였다.

         

       ‘…허엇, 내가 무슨 말을….’

         

       순간 감정에 취한 입술을 앙다물고 나는 유 설을 내려다보았다.

         

       나도…, 그녀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자, 득표수 2등을 하신 JJ엔터테인먼트 유 설 참가자도 자리로 올라가 소감을 말해주세요!”

         

       저벅-, 저벅.

         

       한시우의 말에 유 설이 의미 모를 작은 미소로 2위석에 올랐다.

         

       그리고는 나를 한 번 슥 보고는….

         

       “…….”

         

       다시 단상 앞 카메라를 보며 마이크를 들었다.

         

       그런 그녀의 얼굴에는….

         

       사르르-.

         

       “정말 팬 여러분들께 너무 감사드립니다-!”

         

       그 어느 때보다 활짝 웃음꽃이 피어 있었다.

         

       ‘……와.’

         

       아무리 연기력이 좋아도 이런 상황 속에서는 조금이라도 실망감이 표출될 텐데 지금 유 설의 표정에는 그런 게 아무것도 없었다.

         

       이에 나는 물론이고 세트장에 있는 모두가 그녀를 보며 감탄했다.

         

       하지만….

         

       “부족한 실력으로 2위라는 과분한 자리에 오른 것도 물론 모두 팬 여러분들 덕분입니다. 그리고….”

         

       스윽-.

         

       “……!”

         

       “1위를 한 예린이한테도 축하한다고 말하고 싶네요. 예린이 그리고 다른 참가자들의 무대를 보며 많은 것을 배웠던 것 같아요.”

         

       유 설이 그리 말하며 내게 고개를 숙일 때는 무언가 위화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스윽-.

         

       유 설이 내게 고개를 숙이자 나도 질세라 바로 고개를 숙였다.

         

       겉으로 보면 훈훈한 분위기의 장면이었지만 사실 속으로는 유 설의 속마음을 떠보기 위해 치밀한 탐색이 이어지고 있었다.

         

       유 설이 왜 갑자기 고개까지 숙이는 걸까.

         

       ‘아까 조금 건방진 말을 한 나와 대비된 모습을 보여서 나를 깎아 내리려고?’

         

       물론 그리 생각하고 이러할 가능성이 있긴 하겠지만 유 설치고 너무 허술하다.

         

       이미 내 팬들은 나아아에서 가장 많이 형성되어 있는 게 증명되었고 나를 향한 안티 팬은 유 설 극성 팬들 제외하면 거의 없다시피 하다.

         

       고작 이 정도로 이미지 타격을 받을 내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그냥 뭐라도 해 보려고 그런 건가?’

         

       그럴 수도 있다.

         

       제아무리 유 설이라 하더라도 1위를 예상하고 나온 프로에서 2위를 하게 된다면 평정심이 깨질 수도 있다.

         

       이에 나는 유설이 멘탈이 깨져서 괜히 하지 않아도 될 행동을 한 것 아닌가 생각하다가….

         

       “…….”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그녀와 눈을 마주치고 그 생각을 접었다.

         

       ‘…눈동자가 너무 고요하다.’

         

       지금 유 설은 평정심이 깨친 채가 아니었다. 나를 보는 그녀의 눈동자는 섬찢할 정도로 고요했으니까.

         

       ‘그렇다면…, 아….’

         

       그때 나는 잊고 있던 무언가를 깨닫고는….

         

       ‘유 설 상태창.’

         

       유 설의 상태창을 열어 보았다.

         

       원래 나는 남들과 내 상태창을 잘 열어 보지 않는다.

         

       상태창은…, 웬만한 일이 없는 이상 항상 전과 변한 것이 없으니까.

         

       하지만 유 설은…, 그때 상태창에서 이상한 것이 하나 있지 않았던가.

         

       그리고 그녀의 상태창을 확인해 본 나는 역시나 그녀의 잠긴 특성이 해제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유 설]

         

       [나이 : 21]

         

       [특성 : 주인공, 흑화]

         

       [신체 세부 스탯]

         

       [지능 세부 스탯]

         

       [예술 세부 스탯]

         

       [특성 : 주인공 – 당신은 이 이야기의 주인공입니다. 물론 당신의 인생은 평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고난이 있어도 꿈을 향해 전진하십시오. 당신이 멈추지 않는다면…, 최후의 승자는 필히 당신일 겁니다.]

         

       [특성 효과 : 주인공이 쓰러지지 않아 – 역경과 고난이 있을 때만 활성화 됩니다(현재 활성화 중) 끈기, 인내, 정신력, 체력 스탯이 대폭 상승합니다! 이외의 전체 스탯이 소폭 상승합니다!]

         

       [특성 : 흑화(잠긴 특성 임시 해제) – 세상은 잔인합니다. 당신은 어떻게든 희망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려 했지만 세상이 당신을 가만두지 않았습니다. 마치 당신의 성공을 부정하기라도 하는 듯한 고난의 연속에 당신의 마음은 점점 까매집니다. 빛과 어둠은 공존하는 법. 당신은 당신의 삶을 위해 어둠을 받아들이기로 합니다.]

         

       [특성 효과 : 나를 위해 살겠다 – 모든 인간성 스탯이 대폭 감소합니다! 모든 지능 세부 스탯이 대폭 상승합니다! 이외의 전체 스탯이 소폭 상승합니다!]

         

       “…….”

         

       …뭔가 엄청난 것이 우리를 박차고 밖으로 뛰쳐나왔다.

         

       ‘특히 특성 효과 중에 모든 인간성 수치 대폭 감소…? 저건 좀 위험한 것 아닌가…?’

         

       싱긋.

         

       “……!”

         

       특성을 확인하자마자 나를 보며 싱긋 웃는 유 설의 모습에 나는 흠칫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저 웃음의 의미를 대충 알겠기 때문이었다.

         

       지금 그녀는 웃으면서 누구보다 날카로운 칼을 갈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그 칼의 끝은…. 분명 나를 향하겠지.

         

       다른 누구도 아닌 유 설이 나를 노리고 있다.

         

       오소소.

         

       정말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치는 기분이었다.

         

       덕분에 순위 발표식에서 1등을 했다는 뽕과 쾌감이 싹 가셨다.

         

       ‘이번 주는 유 설이랑 최대한 엮이지 말자….’

         

       나는 그리 생각하며 유 설쪽에서 눈을 깔았다.

         

         

         

         

       **

       

         

         

       “…다음 탈락자는 타이하이 엔터테인먼트 윤세아 연습생입니다. 최종 득표수는 6273표 그리고 최종 순위는 89위입니다.”

         

       “아…!”

         

       1위와 2위 순위 발표가 끝난 다음에는 탈락자 발표가 이어졌다.

         

       후보 명단에 있던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탈락이라는 씁쓸한 고배를 마셨고….

         

       “흐읍….”

         

       그 슬픔을 참지 못한 탈락자들 중 울음을 터트리는 이도 있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광경이 아닐 수 없었지만….

         

       내 신경은 온통 유 설 쪽으로 가 있는 통에 그다지 눈길이 가지는 않았다.

         

       사실 저들 중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차라리 다른 일을 알아보는 게 나을 수준이기도 해서…, 별다른 감흥이 없기도 했다.

         

       하지만 탈락자들이 결국 짐을 싸고 이곳을 떠나는 장면에서는 나도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이루지 못할 꿈을 동경하는 그들의 뒷모습이 너무 씁쓸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자, 이렇게 1차 팀 경연에서 총 38명의 탈락자가 발생했습니다.”

         

       그렇게 한 차례 폭풍과도 같은 탈락자 발표가 끝나고….

         

       “하지만 남은 참가자들은 이번 주도 살아남기 위해 2차 팀 경연을 수행해야 합니다.”

         

       한시우가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마이크를 들었다.

         

       2차 팀 경연이라는 말에 나도 자세를 고쳐 앉고 그가 앞으로 할 말에 집중했다.

         

       “나아아 3주차. 그러니까 이번 2차 팀 경연의 주제는 바로…, ‘친해지길 바래’ 입니다!”

         

       “…친해지길 바래?”

         

       …무언가 심상치 않은 2차 팀 경연 컨셉에 참가자들이 웅성댔다.

         

       한시우가 그런 참가자들을 보고 씨익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아마 여러분들은 이번 나아아를 진행하면서 많은 참가자들과 친해졌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참가자들이 더 많을 것입니다. 맞죠?”

         

       맞다.

         

       사실 내 경우를 봐도 친하다고 말할 만한 참가자들은 이혜정과 박유정 뿐.

         

       나머지는 겨우 인사만 하는 정도고 심지어 통성명도 못한 참가자들이 많다.

         

       “그런 여러분들의 친목 도모를 위해 이번 경연이 준비되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이번 주차에서 그동안 소원했던 사이의 참가자들과 한 팀을 하게 될 겁니다.”

         

       …결국 어색한 사람들이랑 팀을 하게 한다는 거 아닌가? …싫은데.

         

       그보다 소원한 사람끼리 팀을 이루라니…, 이번에 팀 선정 방식은 어떻게 되는 걸까.

         

       이런 궁금증은 한시우의 다음 멘트에서 해결되었다.

         

       “그렇다면 과연 팀은 어떤 방식으로 선정되는지 궁금하시죠?”

         

       “예-!!”

         

       “걱정 마십시오-! 이미 여러분들의 팀은 결정되었으니!”

         

       “…예?!”

         

       이미 팀이 정해졌다니 그게 무슨….

         

       나는 혹시 이번 주도 저번 주처럼 샌드위치 선택같은 장치가 있나 살펴 봤지만…, 딱히 눈에 띄는 것은 없었다.

         

       “나아아 제작진 측에서는 그동안의 빅데이터를 통해 서로 친해지면 좋을 구성원들로 이미 팀을 꾸렸습니다.”

         

       “……!”

         

       이번에는 그냥 자기네들이 알아서 팀을 꾸렸단다.

         

       이에 나는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빅데이터 어쩌구 하지만 나아아 제작진들이 공정한 방식으로 팀을 짰으리라곤 생각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분명히 시청률이 잘 나올 만한 조합의 팀들을 짜놨겠지.’

         

       나는 부디 제작진들이 최악으로 팀을 짜지만 않았기를 기도했다.

         

       그리고….

         

       “자, 화면을 봐주십시오! 지금 화면에 나온 명단이 앞으로 여러분이 이번 주 동안 함께 진행할 팀입니다!”

         

       “……헐.”

         

       화면에 나온 내 팀을 보고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원래 ‘친해지길 바래’ 대신 ‘친해지길 바라’가 맞는 표현이지만 이번 에피소드는 무한도전 ‘친해지길 바래’ 특집을 오마주한 것이기 때문에 특별히 에피소드 제목도 ‘친해지길 바래’로 가겠습니다.

    이 점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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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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