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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10

    <610 – 맛있는 연계퀘스트(34)>

     

    부르테 글라스는 하나도 남김없이 개방된 감방과 알몸으로 바닥을 구르는 간수, 파손된 시설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슈타르, 용사라는 작자가 다크프린세스와 손을 잡고 이렇게나 무자비한 짓을 저지르다니. 황제도 담갔겠다, 대감옥 수감쯤은 두렵지도 않다는 건가?”

     

    기프트 아카데미의 오랜 역사상 대감옥이 침공받은 사례가 최초인 것은 아니다.

    지금은 소멸한 수백 년 전부터 이어져 내려온 비밀결사들이 결사의 대원을 구출하기 위해서, 마왕군이나 강력한 조직이 새로운 동료를 영입하고자, 뛰어난 악당이 아카데미에 타격을 입혀 명성을 얻고자.

    각양각색의 이유로 수많은 이들이 대감옥을 습격했다.

    그럼에도 변치 않는 사실이 하나.

    대감옥을 습격한 이들은 종래에는 모두 대감옥에 수감되거나 조직이 멸망했다는 사실이다.

     

    “아니, 어쩌면 재단은 마침내 아카데미에 칼을 빼들고 멸망전조차도 각오했다 이건가?!”

     

    어느 쪽이건 좋지 않다.

    피해가 악화되면 사태를 수습해야 할 학생회의 책임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제발 고계층 죄수들은 무사하기를.

    기도하며 올라간 결과는 벽면을 통째로 긁어낸 것처럼 파손된 특수감방과 간간이 반죽음 상태로 발견된 죄수들과 간수들뿐이었다.

     

    “다, 당신들… 학생회인가…?”

    “간수! 국장님. 간수복을 입은 사람이 있습니다!”

    “간수라. 잠깐 실례하지.”

     

    부르테 글라스가 안경에서 역광을 뿜어내며 검집에 손을 얹었다.

     

    ━━━

    5위계 사출마법

    <하이퍼 크로니클>

    연계기술

    <섬전, 발도>

    ━━━

     

    마법과 검술.

    양쪽 모두 경지에 달한 마검사만이 가능한 극강의 일격이 간수의 몸을 베었다.

     

    “어, 째서…”

     

    허물어지는 간수.

    입을 뻐끔거리는 간수를 내려다보며 부르테 글라스가 흘러내린 안경을 검지로 밀어올렸다.

     

    “진짜 간수라면 이 정도 일격은 받아내겠지.”

    “미, 친놈…”

    “주제도 모르고 간수를 사칭한 죄라고 생각해라.”

     

    혼란을 틈타 간수복을 탈취하고 탈옥을 시도했던 죄수는 그렇게 생을 마감했다.

     

    “굉장하십니다, 국장님! 대체 어떻게 알아차리신 겁니까?”

    “실력이 없는 죄수라면 죽겠지. 실력이 있는 죄수라면 공격을 받았다고 본색을 드러낼 것이고. 살아남을 존재는 결국 간수뿐이다.”

     

    실력과 대응.

    방금 전의 남자는 양면 모두 죄수 그 자체였다.

     

    “만일 죄수가 아니라 정말로 약한 간수였으면 어쩌려고 그러신 겁니까?”

     

    부르테 글라스는 단속요원의 말에 코웃음 쳤다.

     

    “이곳은 대감옥의 3계층이다. 간수가 반드시 죄수보다 강할 필요는 없지만, 모든 간수는 대감옥에서 빠르게 성장하지. 그리고 내가 알기로 3계층의 마지막 신입 간수는 3년도 더 전에 들어왔다.”

     

    약한 자들일수록 편리하게 얻은 힘에 취하기 마련.

    한번 간수가 된 3계층 간수들은 쉽사리 간수직을 내려놓지 못한다.

    마나가 많은 것만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벽이 있음을 깨닫고 현타가 와서 그만두거나, 쌓아온 힘을 써보고 싶은 간수가 나타나지 않고서야 교체는 없다.

     

    “그럼 앞으로도 간수가 나타나면 일단 공격을 하면 되겠군요?”

    “나설 생각 마라.”

    “예?”

    “이 앞은 4계층이다. 죄수든 간수든 너희가 이길 수 있는 녀석은 없다고 생각해라.”

     

    아카데미 내에서도 손속이 극도로 거친 인물이 아니면 수감될 수 없는 대감옥.

    죄수 중 대부분은 아카데미 외부에서 이송된 중범죄자인 4계층.

    이곳에서 간수복을 입은 죄수와 마주친다면 휴학생단속국의 단속요원 따위는 단칼에 썰어버리고 지나칠 강자들이 잔뜩 있다.

     

    ━━━

    <4계층 수감패널>

    외출 중 : 17인

    수감 중 : 5인

    ━━━

     

    “어라? 외출 중은 뭡니까, 국장님?”

    “교수들과의 형량거래를 통해 형량을 경감받는 조건으로 강의 교보재로 사용되거나 실험에 협조, 시험 상대로 굴러지는 녀석들이다.”

    “오오. 역시 지능명가 글라스 가문의 장남답게 정말 똑똑하시군요!”

    “우리가 잡은 휴학생들이 어디로 간다고 생각하는 거냐. 전부 대감옥에 수감되는 녀석들이다. 이 정도는 너희도 자연스럽게 알게 될 상식이야.”

    “겸손함까지 정말 완벽하십니다!”

     

    들뜬 단원들과 달리 부르테 글라스는 걸음을 재촉했다.

    감옥 곳곳에 자리한 관측마도구가 모조리 주입된 술식에 따라 가짜영상만을 만들고 있는 지금, 감방에서 풀려난 죄수들이 향할 곳은 아래밖에 없다.

     

    ‘만일 녀석들이 이대로 지하 끝까지 내려간다면….’

     

    결코 세상에 풀려나서는 안 될 존재들.

    삼대거악에 비견되는 거악의 싹이 풀려나고 만다.

     

    “당신들, 지상에서 온 지원군인가?!”

    “국장님.”

    “알고 있어.”

     

    두 번째로 나타난 간수.

    이번에도 문답무용의 일검을 내질렀으나 상대는 <마나보호막>의 방어력만으로 공격을 견뎌냈다.

    검에 반응하지 못한 실력.

    어울리지 않게 막대한 마나보유량.

    불균형한 방어력에 더해, 간수가 당황하며 외쳤다.

     

    “무슨 짓이야! 너희, 설마… 죄수들을 빼내기 위해 위장 잠입한 범죄자들이냐!”

     

    공격 대신 도리어 의심을 보이는 간수의 모습에 휴학생단속국 단속요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간수가 틀림없어 보입니다.”

    “그렇군. 미안하게 됐다, 간수. 간수복을 입은 죄수가 감옥에 돌아다니기에 잠시 실력을 확인하여 검증하는 절차를 가졌다. 이쪽은 휴학생 단속국 국장 부르테 글라스라고 한다.”

    “그걸 어떻게 믿는데!”

    “증표를 보여주지. 아카데미 고학년에게 배부되는 교수님들의 <졸업 배지>다. 내게 배지를 달아준 디아블로 교수님이 내 자격을 증명하고 있지.”

     

    졸업배지를 들여다보던 간수가 배지 안에 담긴 흉험한 기운을 느끼고 흠칫 놀랐다.

     

    “4학년이 되면 필수적으로 모아야 한다는 최소 3개의 배지 중 하나를 1학기에 벌써…?”

    “학생회의 국장직을 차지하려면 이 정도 실력은 보여줘야지.”

    “인정하겠어. 당신 정도의 실력자가 그 많은 학생회 단원들을 이끌고 있는데 죄수라고 여기는 건 지나치게 비현실적이겠지.”

     

    간수는 품에서 한 장의 마나 디스크를 내밀었다.

     

    “이건?”

    “관측마도구의 기억장치야. 대부분의 마도구는 이미 놈들의 마나조작에 당했지만, 이것만은 한발 앞서서 빼낼 수 있었어.”

    “침입자들의 모습을 찍은 건가!”

     

    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부르테 글라스는 급히 소지한 마나보드에 마나 디스크를 삽입했다.

    고정된 시점의 영상과 음성을 담은 기록장치.

    그 안에는 수많은 죄수의 모습이 찍혔다.

     

    “벨로카시오가 없으면 우린 아무것도 못 했어.”

    “정말 든든한 녀석이야.”

    “밖에서도 이런 든든한 대장이 있었다면 처음부터 대감옥에 끌려올 일도 없었을 텐데 말이지.”

     

    그 많은 죄수들의 입에서는 공통된 한 사람의 이름이 거론되었다.

     

    벨로카시오.

     

    그를 향한 찬사는 일반 죄수들의 입에서만 거론되는 것이 아니었다.

     

    “선배는 인기가 엄청나게 많으시네요!”

    “…장난 칠 기분 아니다. 빨리 용건이나 끝내.”

    “넵, 선배!”

     

    그를 선배라고 깍듯이 부르는 오크노디.

    그리고 벨로카시오의 옆을 지키는 간수복 차림의 찬란한 금발의 머리카락을 지닌 여자, 이슈타르.

     

    “!!!”

     

    부르테 글라스가 이번 사태의 주범이라고 여겼던 이슈타르조차도 벨로카시오를 지키려는 것처럼 옆에 바짝 서서 그를 지키고 있다.

    그 광경을 바라보면서 문득 무서운 직감이 들었다.

    이것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지만, 아무도 깨닫지 못한 사실이었다.

     

    오크노디에게도 ‘선배’라는 존재는 있을 것이다.

    그건 기프트 아카데미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와이히엠하이 재단에서도 있을 수 있다.

     

    재단의 선배.

    힘을 숨긴 강자.

     

    단기간에 감옥 내의 각기 다른 보안술식으로 잠금이 이루어진 감옥을 모두 개방한 비밀.

    저 많은 죄수가 순종적으로 따르는 이유.

    이 모든 요소가 사전답사로 감옥에 들어와 있던 강력한 장학생의 존재로 해명된다.

     

    ‘벨로카시오야말로 재단의 진정으로 드러나지 않은 고위장학생이자 오크노디의 상관. 와이히엠하이 재단이 작정하고 길러낸 위험인물이구나!’

     

    놈들이 향한 방향이 5계층으로 향하는 길이냐고.

    간수를 재촉할 필요는 없었다.

     

    구구궁.

     

    심상치 않은 마나파동이 복도의 벽과 바닥을 따라 울려퍼졌다.

    차원이 다른 마나밀도를 지닌 영역이 해방되며 대량의 마나가 요동치면서 발생하는 현상이었다.

    순간적으로 호흡이 벅차고, 정신을 유지하기 힘들 정도의 고통에 단원들이 휘청거리며 벽을 짚거나 한쪽 무릎을 꿇고 신음을 흘렸다.

     

    “간수, 어서 봉인문으로 안내를!”

    “이, 이쪽이다.”

     

    뻥 뚫린 5계층의 문.

    주변부에는 문의 잠금을 해제하는 데 필요한 간수도 하나 보이지 않았다.

    대감옥의 외부결계도 찢고 들어온 마당에 봉인문을 돌파한 정도로는 새삼 놀라울 일도 아니다.

     

    “지금 5계층에 수감된 인물은 누구냐!”

     

    간수가 급히 수감패널을 호출했다.

     

    ━━━

    <5계층 수감패널>

    1. (외출 중)

    2. 알파

    3. (외출 중)

    4. 크루엘

    5. 조나 와이히엠하이

    ━━━

     

    단 3명만이 수감된 감옥.

    각기 다른 방향으로 나누어진 거대한 격리구역.

    부르테 글라스는 이곳까지 내려온 죄수들이 간수의 긴급탈출을 위해 설치된 긴급이동수직마법진의 방어결계를 깨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또한 5계층을 지키는 유일한 간수.

    간수장이 그들을 막고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많은 기운 사이에 다크프린세스와 벨로카시오만이 감쪽같이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저 모든 죄수를 미끼로 내던지고 그틈에 5계층의 격리구역에서 세상에 풀려나서는 안 될 가장 흉악한 범죄자를 꺼내고자 오크노디와 벨로카시오, 재단의 장학생들이 행동에 나섰다.

     

    “너희는 간수장을 도와서 이동마법진의 마법결계를 지켜라. 나는 오크노디를 막으러 간다.”

     

    전력이 어느 정도 알려지기라도 한 오크노디와 달리, 계약사기꾼으로서의 면모만이 알려지고 진정한 강함은 완전히 미지수인 벨로카시오.

    과연 그를 상대로 자신의 힘이 어디까지 닿을 수 있을지, 부르테 글라스는 확신이 들지 않았다.

     

     

    * * *

     

     

    “으휴, 마나파동 좀 맞았다고 기가 다 빠져서 기진맥진하면 어떡해요?”

    “그런 괴물 같은 힘에 노출되고도 멀쩡한 너희가 이상한 거다…”

     

    너무 약해서 마나파동에 치인 것만으로도 힘이 다 빠진 벨로카시오가 숨을 허덕이며 힘겹게 걸음을 재촉했다.

    형량받이 신세라고 해도 간수장에게서 목숨은 구해주겠다고 오크노디가 데려왔으니, 그녀의 곁에서 떨어져 나가면 언제 간수장에게 붙잡힐지 모른다.

     

    ‘근데 왤케 자꾸 불길한 기분이 들지?’

     

    꼭 오크노디의 옆에 있어서 더 곤란한 처지에 놓인 것처럼 심숭생숭한 기분이 들었다.

    그것은 모든 생물이 지닌 무의식적인 본능, 생존본능의 속삭임이었으니…

     

    ‘뭐, 기분 탓이겠지.’

     

    본능에 귀 기울이지 않는 남자 벨로카시오.

    그의 불행이 확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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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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