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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10

        

         

       얼핏 들으면 초라하기까지 한 단 한 발의 총성.

       허공을 찢으며 날아온 커다란 총알 한 발.

         

       퍼엉-!

         

       그 총알은 정확하게 케네스의 머리를 후려쳤다.

         

       굉음을 내면서 케네스의 머리에 명중했고, 관통하지 못하며 그대로 폭발한 것이다.

       케네스의 머리에 걸려있는 주술은 멀리서 날아온 저격을 능히 막을 힘이 있었고, 일종의 역장 같은 것을 형성하며 총알을 막아내는 데 성공했다. 역장에 부딪힌 총알은 물풍선이 단단한 벽에 부딪힐 때처럼 산산조각이 나서 터져버렸고, 그렇게 머리통을 꿰뚫어버리려 했던 자신의 목적을 이루지 못한 채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크윽….”

         

       하지만 아예 피해가 없을 수는 없었다.

       미리 걸어놓고 다니던 주술로 저격은 막을 수 있었을지언정, 역장에 부딪혔던 총알의 운동량을 전부 막아낼 수는 없었다. 총알이 고속으로 날아와 역장에 부딪혔을 때의 충격은 케네스의 머리를 뒤흔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특히나 늙고 병든 몸이었던 케네스로서는 그것은 간단하게 넘기기가 어려웠던 것이라, 케네스는 침음성을 삼키며 충격의 여파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를 악물 수밖에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케네스는 주술사.

       고통에 익숙해질 수밖에 없는 능력자였다.

       몸의 허약함이야 어쩔 수가 없다고는 하지만, 고통을 참고 인내하는 것으로 치자면 이들의 발치에도 따라오지 못하는 존재가 수두룩한 것이 현실이라. 그렇기에 케네스는 저격의 충격도 금세 이겨내고 정신을 차릴 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 길지 않은 시간 동안, 환경은 급변해 있었다.

         

       바스락.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수많은 존재가 케네스의 주위를 포위하고 있었다.

         

       바스락.

         

       그것들은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접근하고 있었다.

       가을철 지천으로 깔린 낙엽을 밟으며 오는 것처럼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다가오는 그것들은 땅바닥을 밟을 때도, 풀을 밟을 때도, 나무 사이를 이동할 때도 똑같이 귀에 거슬릴 정도의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것들의 바스락거리는 소리는 복장에서 비롯된 것도 아니고 걸음걸이에서 비롯된 것도 아니라.

       그들의 생김새는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었고, 그것들의 키 역시 일반적인 사람의 키를 가지고 있으며, 손에 쇠 파이프와 개머리판을 붙인 듯한 기묘한 총기를 들고 있는 것을 보아 도구를 사용할 줄 알고 지성이 있는 존재임은 틀림이 없음이라.

         

       다만 그것의 피부는 갈색과 검은색으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잘 구워지지 못하여 표면 곳곳이 떨어져 나가며 바닥에 그 파편을 질질 흘리고 다니고 있었으니.

         

       저것이야말로 신께서 진흙으로 사람을 빚어내었다는 증거로다.

         

       보아라, 불신자야.

       이것이 진흙으로 빚어낸 사람이요 너희의 조상이로다.

       보아라, 신실한 자야.

       이것이 너희의 조상이니 너희 역시 이와 같지 않더냐?

         

       “진흙 인형…. 하하. 귀여운 복수로군.”

         

       케네스는 자신을 에워싸고 있는 진흙 인형을 보며 한 사람을 떠올렸다.

       자신이 얼마 전 습격을 했던 그 주술사를.

       그때 자신도 진흙으로 사람의 형상을 빚어내어 보냈었는데….

         

       그것을 생각하고 진흙 인형들을 보낸 것이라면.

       참으로 귀여운 복수라 할 수 있으리라.

         

       마치 어린아이들끼리 싸울 때 맞았던 만큼 돌려주겠다면서 주먹질을 하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지 않은가?

         

       그렇게 생각하니 그 옛날로 돌아가는 것 같은 그리운 기분이 들기도 하고—

       그런 기분에 잠기고 있자면 머리가 조금은 맑아지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기도 한다.

       묘하게 맞지 않던 음성과 화면이 딱 들어맞는 그런 느낌이라고 할까.

         

       이걸 무어라 설명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 육체와 정신의 어긋남이 잠시나마 들어맞은 듯한, 그런 느낌이 든다….

         

       그래서 케네스는.

       자신을 겨누고 있는 저 쇠 파이프를 보면서도 웃을 수가 있었다.

       아주 잠시나마 말이다.

         

         

        * * *

         

         

         

       미국에는 수많은 총기가 있다.

       그리고 이 수많은 총기 중에는 정말로 특이한 것들도 있다.

       도검처럼 생겼는데 총알을 발사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녀석이라거나, 아예 총검술용으로 만들어진 남북전쟁 시절의 소총이라든가, 여성이 들고 다니는 호신용으로 만들어졌다는 핸드백 형태의 총이라거나….

       정말로 기상천외한 총들이 넘쳐난다.

       거기에 불법 개조해서 만든 기괴한 형태의 총기까지 더한다면, 정말로 이걸 실제 사용하려고 만든 건지 그냥 총이라는 주제로 장난감을 만든 것인지 구분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른다. 아니, 어쩌면 총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노는 것에 더 가까울지도 모르지.

       최근 볼트액션으로 개조한 AK47이 시중에 돌아다니는 것을 발견한 것을 생각해본다면 후자에 가까운 것이 틀림이 없다.

         

       그렇기에 쇠 파이프에 개머리판을 붙인 것 같은 저런 샷건이 나타나는 것도 이상할 것이 없겠지.

       그리고 이 엉성하게 생긴 샷건에 방아쇠가 없는 것도, 장전하기 위해서는 총몸 역할을 하는 쇠 파이프를 총열 역할을 하는 쇠 파이프에서 뽑아내야 한다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닐 것이다.

         

       철컥.

       철컥.

       철컥.

       철컥.

       …

       …

       …

         

       진흙 인형들은 일사불란한 움직임으로 쇠 파이프와 개머리판을 결합한 것 같은 엉성하기 짝이 없는 샷건에 총알을 장전하기 시작했다. 뽑아낸 쇠 파이프의 안에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진흙이 떨어지는 손으로 어설프게 총알을 쑤셔 넣었고, 총알이 장전된 쇠 파이프를 다시 쇠 파이프에 결합했다.

       그리고 아까처럼 엉성한 모습으로 돌아온 샷건을 들어 케네스를 조준하고.

         

       타앙-!

       타앙-!

       타앙-!

       타앙-!

       …

       …

       …

         

       총몸 역할을 하는 쇠 파이프를 잡아당겨 총을 격발시켰다.

         

       그들이 쇠 파이프를 잡아당기자 안에 있던 공이와 탄이 충돌하며 탄이 발사되었고, ‘특별한 독’이 담겨있는 샷건 탄은 굉음과 함께 터져 나오며 케네스를 덮쳤다.

         

       사방에서 수많은 진흙 인형들이 동시에 쏘는 샷건!

       그것은 장관이기도 했고, 재해를 연상케 하는 위협처럼 느껴지는 것이기도 했다.

       실제로 저 샷건 탄 안에 세슘을 비롯한 방사성 폐기물들이 들어가 있다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정말 재해라고 불러도 무방한 것이겠지.

         

       하지만 그 기세에 비해 실속은 대단치는 않았다.

       케네스가 미리 걸어놓았던 주술에 죄다 막혔다.

       샷건 탄들은 아까 저격으로 쏘았던 탄이 그러했던 것처럼 역장에 가로막혀 터지거나 어디론가로 튕겨 나갔고, 단 한 조각도 케네스의 몸에 박히지 못하였다.

       게다가 아까 케네스도 무시할 수 없었던 충격을 주었던 저격용 총과는 달리 케네스의 몸을 뒤흔들지도, 잠시나마 이를 악물게 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케네스는 저들이 쏘아대는 것을 무시할 수가 없었다.

       다른 주술이나 주물을 사용한다면 저 샷건이 주는 충격 정도는 능히 막아낼 수는 있었으나, 저 샷건에 들어있는 것이 아까 사람 형상의 무언가가 뿌려대는 그것과 같은 것이라면, 혹은 다른 독이라면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분의 사자가 주를 경외하는 자를 둘러 진 치고 저희를 건지시도다. 그분 이르시기를 거악(巨惡)이 하늘로부터 번개같이 떨어지는 것을 내가 보았음이니 보라, 내가 뱀과 전갈을 짓밟고 원수의 모든 능력을 제어할 권세를 네게 주노니 아무것도 너를 해칠 것이 없으리라 하였음이니 아, 진실로 그분의 영광이 두루 비추매 크게 두려워할 것이 없음을 깨닫게 되었음이라!”

         

       케네스는 그래서 주물을 꺼내 들고 주언을 외웠다.

       단순히 물리적인 충격만을 막는 주술이 아닌, 외부에서의 위협에서 자신을 지켜줄 수 있는 제대로 된 수호용 주술을 걸기 위해서 말이다.

         

       머리가 맑았기 때문일까?

       그 움직임에는 망설임도 없었고, 실수도 없었다.

       물 흐르는 듯 움직이며 주물을 붙잡았고, 주언은 술술 입에서 흘러나왔다.

       마치 대학생들을 가르치던 그때처럼 말이다.

         

       그렇게 맑은 정신으로 사용한 주술은 아무 문제 없이 발동되었고, 빛으로 이루어진 깃털이 그의 몸을 한차례 감싸는 듯한 환영이 스윽 일었다가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그것은 수호천사가 내려와 그를 지켜줌을 나타내는 표식이었으며, 그가 포근한 날개에 감싸여 외부의 위험한 것에서 보호가 되었다고 알리는 신호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말은 곧, 저 진흙 인형들이 쏘아대는 총알에 뭐가 들어있던 주술의 효과가 이어지는 동안에는 능히 버틸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였고.

         

       철컥.

       철컥.

       철컥.

       …

       …

       …

         

       저 쇠 파이프 샷건으로 무엇을 발사하건, 총알에 무엇을 담아 분무하건 상관없다.

       저 어설픈 진흙 인형들이 맞을 미래는 하나일 테니까.

         

       촤륵.

         

       케네스는 어설픈 공격을 한 진흙 인형을 부수기 위해 팔에 휘감고 있던 묵주를 채찍처럼 늘어뜨렸다. 십자가를 추로 삼은 채찍은 천천히 허공을 휘저으며 회전하였고, 이윽고 가속도를 붙여가며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이 궤적을 그리고-

         

       파앙-!

         

       거대한 파공음과 함께 진흙 인형 하나의 머리통이 날아갔다.

         

       그것을 시작으로 채찍이 이 엉성한 전장을 누비기 시작했다.

         

       파앙-!

         

       파공음 하나에 머리통 하나.

         

       파앙-!

         

       묵주의 십자가는 추가 되었고, 추는 머리를 깨뜨리고 터트리는 거대한 충격이 되었다.

         

       파앙-!

         

       마치 거대한 해머로 머리통을 후려갈기기라도 한 듯 진흙 인형들의 머리가 날아갔고, 머리를 잃어버린 몸은 잠시 비틀거리다가 풀썩 주저앉거나 바닥에 맥없이 쓰러져버렸다.

         

       파앙-!

       파앙-!

       파앙-!

         

       그렇게 쇠 파이프 샷건을 들고 나타난 병사들은 허무하리만치 쉽게 제압되었다.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으되 너무나 나약했던 것들은 그렇게 머리를 잃게 되었고.

       둥글게 한 사람을 둘러싼 그 자세 그대로 머리를 잃고 바닥에 쓰러졌으니….

       어쩌면 엉성하기까지 한 모습에 걸맞은, 엉성한 최후라고 할 수 있겠지.

         

       이는 어린아이들이 나무 꼬챙이를 창이랍시고 들고 전사에게 덤벼드는 것과 같은 것이었으니.

       이토록 허무하게 이들이 쓰러지는 것은 이상하지 않은 일일 것이다.

         

       [ …이르기를 군대의 시체를 공중의 새들과 들짐승에게 주어 구원하심이 칼과 창에 있지 아니하다는 것을 알게 하리라….]

         

       분명 그러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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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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