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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10

       

        

        

        

        

        

        

        

        

        

        

        

       “다들 떡밥 무는 솜씨가 대단하네요. 노르웨이 쪽만 살짝 보여준 게 다인데, 거기서도 메카 막내들이 나오니 안 나오니를 두고 신나게 토론을 벌이고 있으니 원….”

        

       “인간들은 뱀을 너무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후후, 나쁘지 않은 기분입니다.”

        

       “저로서는 도대체 왜 일이 이렇게 됐는지가 더 궁금한데….”

        

        

        

        뉴욕, 센트럴 파크 HQ.

        

        어쩐지 근래 들어 꽤나 자주 오는 듯한 이 동네는 오늘도 시끌벅적하기 짝이 없었다. 눈이 녹은지는 한참 되었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온이 영하였던 뉴욕은 어느덧 다시금 영상 10도 이상을 찍었고, 드물게도 날씨 또한 맑았다.

        

        노르웨이에 발을 디뎠던 날로부터 이틀이 지났고, 나를 포함한 대거 팀 전원은 다시금 센트럴 파크 본부에 짱박히게 되었다. 최소 일주일은 있을 거라고 예측했던 게 무색해진단 말이지. 덕분에 날 빼고는 다들 시차 재적응 때문에 골골대고 있었다.

        

        아, 나만 빼고-는 아닌가. 발현자 전원이랑 메카 막내들은 큰 문제가 없었다.

        

        

        아무튼 그것과는 별개로, 요즘 센트럴 파크 본부에서 가장 바쁜 사람…아니, 기체는 따로 있었다.

        

        

        

       “아후. 바쁘다, 바빠. 왜 언니들은 아무 일도 안 하고 있어? 여기서 딱히 할 일 없어?”

        

       “정답이네요.”

        

       “그럼 내가 짠 새 도시계획 한 번만 봐줘. 오리지널도 빨리 와서 한 번 봐봐.”

        

       “으에엑….”

        

        

        

        이런 말하긴 좀 그랬지만, 가이아는…일 중독이었다. 그것도 좀 심하게.

        

        아니, 오히려 일을 하면서 삶의 보람을 느끼는 타입이라고 해야 하나. 하기야 그럴 수밖에 없는 출신이지만. 테라포밍이라는 게 결국에는 인간들이 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낸다-라는 개념을 총체적으로 뭉뚱그린 개념이었고, 가이아는 그 프로젝트의 총책임자.

        

        다시 말해, 쓸데없이 버려진 초고층 빌딩들, 그리고 인간이 살지 않는 주택 등등이 넘쳐나다 못해 쌓여있는 이 맨해튼을 다시금 재조정하기에는 최적의 인사라는 소리였다.

        

        물론 가이아가 총책임자라고 하기에는 책임에 따라오는 권력이 아직 없었다. 요컨대 기반, 다시 말해 노르웨이에 있던 공장 플랫폼 등…그런 게 없다는 소리. 물론 실시간으로 대서양을 횡단할 준비를 하고 있긴 했지만 말이다.

        

        듣자 하니 열대성 저기압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기 전에 후딱 드론으로 옮긴다고 했었나.

        

        

        아무튼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와중, 가이아는 돌돌 말려있는 홀로그램 투영기를 펼쳤다.

        

        마천루들이 널려있는 센트럴 파크 하부가 한 눈에 들어왔다.

        

        

        

       “여기 있는 거의 대부분의 쓸데없이 높은 건물들을 싸그리 정리할 예정이야. 대략 6월 즈음부터 시작되려나. 아마 이번 년도 말 즈음에는 쓸데없이 자리만 차지하는 건물들을 몽땅 정리할 수 있겠지.”

        

       “맨해튼의 마천루들이 몽땅 역사 속으로 사라지겠군요.”

        

       “남겨놓기에는 관리할 여력이 모자라. 그래도 센트럴 파크를 통째로 군 기지, 그리고 민간인들을 수용하기 위한 동네로 만들어놓은 건 나쁘지 않은 선택이야. 정확하게는 이런 식으로 사용 가능한 구획이 이곳밖에 없었단 것에 가깝긴 하지만.”

        

       “그렇지요. 문득 옛날 생각이 나는군요….”

        

        

        

        그 말대로.

        

        내가 오메가 바이러스가 터진 이후의 모든 상황을 전부 기억하거나, 혹은 겪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센트럴 파크의 변천사는 잘 알고 있었다 – 바이러스가 유행했던 초창기, 센트럴 파크는 일종의 감염자 검사장의 역할을 했었다.

        

        애시당초 건물 안에서 환자들을 모아놓고 검사했다간 바이러스 판별 장소가 아니라 그냥 감염의 온상이 되었겠지. 바로 그 때문에 센트럴 파크는 의심 환자들이 많이 모여있었음에도 비교적 덜 난장판이 되었고.

        

        아무튼 내가 그리 생각하고 있는 와중, 가이아는 주변을 힐끔 흘겨보더니 덧붙였다.

        

        

        

       “그러고 보니, 언니들한테는 이미 예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얼추 설명해줬다면서? 센트럴 파크의 변천사는 꽤 궁금하단 말이지. 바이러스 사태라는 외부적 요소가 인프라의 구축에 어떤 관여를 했는지 꽤 궁금한데.”

        

       “…좋아요, 가이아 당신한테는 말한 적이 없으니, 간단하게 말하죠. 뭐가 궁금한가요?”

        

       “선별진료소가 모여있던 동네가 어떻게 뉴욕 최대의 군사기지로 변모했는지가 제일 의문이야.”

        

       “으음, 그건 꽤 간단한 이유지요.”

        

        

        

        의외로-라고 할 수도 있지만, 아주 단순한 이유였다.

        

        외부에서부터 공격이 가해졌기에 센트럴 파크는 방어했고, 아주 자연스럽게 HQ로 변모한 것이었다.

        

        물론 방금은 아주 대-충 설명했던 것이기에 조금 더 자세하게 말해보자면, 그 당시 센트럴 파크가 어떤 곳이었는지, 그리고 미국이 어떤 동네인지를 알아야만 했다.

        

        선별진료소는 당시 수많은 사람들로 붐볐고, 몰려드는 감염자들을 판별하기 위한 의료진들 역시 상당히 많았다.

        

        게다가 진료소가 의료진만 있다고 해서 굴러가는 게 아니지. 그 안엔 수많은 직원들이 존재했고, 그 중에는 치안유지를 위한 경찰들도 대다수였다. 그리하여 사태 초반까지는 센트럴 파크 내에 이들을 위한 물자를 보관하는 창고 가건물이 있었고, 그 안엔 가치가 높은 수많은 물건들로 가득했다.

        

        그러나 점차 치안이 악화된다면, 그 이후는 어떻게 될까?

        

        답은 간단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물자 집적 창고를 탐냈을 것 같나요?”

        

       “…으음, 그 이후로 어떤 상황이 벌어졌는지를 아주 잘 알 것 같네.”

        

       “뭐, 어느 시점부터는 오히려 일이 더 편해졌다고 들은 것 같긴 해요.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사망했고, 폭도나 강도로 돌변한 생존자들을 요격하는 일만 벌어졌다고 들었으니…그것도 그렇고, 대통령이 여기에 그대로 눌러앉은 게 가장 큰 이유가 됐지만요.”

        

       “아하. 하기야, 그렇다면 그럴 수밖에 없겠네. 돌파되는 순간 큰 일이 나는 거잖아? 워싱턴 D.C로 돌아가지 못하고 여기에 계속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고 얘기는 들었는데, 그게 센트럴 파크의 요새화랑 연결됐을 줄이야, 흥미로워.”

        

       “이해를 잘 했군요.”

        

        

        

        뭐어, 톡 까놓고 말해서…대통령이 전용기 타고 날아오른 지 얼마 되지도 않았을 때 국회의사당이 통째로 박살났으면 그럴 수밖에 없지.

        

        로건이 우리 일행에 합류한 것도 그 일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대통령이 자리잡은 센트럴 파크 HQ를 보호할 인력으로서 급파되-려고 했으나, 미국 전역에서 발생한 신체변이에 제대로 휘말려버렸기에 좀 늦어버렸지. 그래도 어찌저찌 와서 다행이긴 하다만.

        

        그 이후로는 뭐어, 예상할 수 있는 결과였다. 그 이후로 공원은 자연스럽게 요새화되고, 온갖 프로토타입 기술까지 끌어와 방어막을 펼친 끝에 간신히 평지풍파를 견뎌냈다.

        

        대충 그 정도의 이야기다.

        

        

        

       “그보다 자연스럽게 막내들에게 언니라는 존칭을 붙이는군요.”

        

       “뭐어, 먼저 왔으니까. 호칭에 연연하는 편은 아니라 상관없어. 기껏해야 책에서 배운 게 전부기도 하고, 내 감정 시뮬레이션은 상대를 뭐라 부르든 그닥 신경 안 쓰인다는 결론을 내놓았거든.”

        

       “말 잘 듣고 일도 잘 하는 막내가 와서 다행이네요.”

        

       “후후, 말 잘 듣는 건…당근을 잘 던져줘야 성립하는 거지.”

        

        

        

        그와 동시에 눈을 빛내는 가이아.

        

        그녀의 퍼스널 컬러는 녹색이었고, 다시 말해 선명하게 발광하는 그녀의 눈동자와 나의 시선이 마주했다는 소리였다. 어쩐지 뭔가 그닥 좋지 않을 느낌인데. 뭐라고 해야 할까, 꼭…들어주기에 매우 골치아픈 부탁이 느닷없이 밀려들 것 같은 낌새라고 해야 할까.

        

        일단 들어는 보자. 그리 생각하며 가만히 있었을까, 가이아가 냅다 덧붙였다.

        

        

        

       “언니들이 바깥 세계로 나들이를 자주 간다고 들었어.”

        

       “…뭐어, 이미 저 친구들은 대거 팀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졌으니까요. 기지 주변을 돌아다니는 것 정도는 큰 문제가 없지요.”

        

       “일부러 모른 척 하는 건 아니지?”

        

       “격하게 모른 척을 하고 싶군요.”

        

        

        

        …이 입 가벼운 로봇들이.

        

        그 말을 들은 순간 바로 짐작할 수밖에 없었다. 꼬라지를 보아하니 진과 레인, 혹은 나스티가 제멋대로 떠들어댔겠구만. 마브를 용의자에서 뺀 이유는…적어도 걔는 지성적으로 꽤 성숙하단 말이지. 반대로 진과 레인은 아직 중딩 수준이었고.

        

        어디까지 말했는지는 이미 중요한 게 아니었다. 뭘 말하든, 혹은 얼만큼 말하든 간에 이 예비-사고뭉치의 궁금증 회로를 자극할 정도로는 충분하고도 남았을 테니까.

        

        하지만, 아쉽게도, 오늘은 딱 잘라 말할 수밖에 없었다.

        

        

        

       “뭘 요구하고 싶은 건지는 알겠지만, 그건 불가능해요.”

        

       “무, 뭣. 어째서.”

        

       “그 아이들이랑은 다르게, 당신은 아직…외부에 나가기 위한 충분한 인과가 갖춰지지 않았거든요. 이 세계에서 같이 다니는 것까진 허락해줄 수 있지만, 저쪽 세계를 돌아보는 건 아주 극히 드문 예외의 경우를 제외하면 불가능해요.”

        

       “…어려운 게 아니라, 불가능하다라….”

        

        

        

        그 미묘한 차이를 잘 알아차려줘서 다행이로구만.

        

        아무튼 가이아의 반응으로부터 메카 못난이들이 도대체 어디까지 말했는지에 대해 대충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생각보다 많이 이야기하지는 않았을 확률이 높다. 만약 그랬더라면 뭔가 좀 더 구체적인 요구를 해댔을 테니까.

        

        확실하진 않았지만 일단 이렇게라도 생각하는 수밖에.

        

        아무튼 그러고 있었을까, 끙…하고 머리를 싸매던 가이아가 슬그머니 덧붙였다.

        

        

        

       “…뭐어, 괜찮아. 부러운 건 언니들이 건너편에서 오리지널이랑 보낸 시간의 밀도지, 저쪽 세계 자체가 부럽다는 건 아니니까. 애시당초 나는 그런 세상을 경험하는 것보단 두 손으로 구현해내는 게 더 좋거든.”

        

       “이해해줘서 고맙다고 해야만 할지, 이걸.”

        

       “물론 포기했다는 건 아니긴 한데…포기해도 상관없어. 좀 더 기막힌 생각이 떠올랐거든.”

        

       “기막힌 생각이요?”

        

        

        

        궁금증을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반문하다시피 물었지만, 가이아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나도 여기에 그 놀이공원이라는 걸 만들어야겠어.”

        

       “아….”

        

        

        

        …그래, 그럴 것 같았다. 생각보다 많이 얘기하지 않았기는 개뿔, 밑천까지 싹 까발렸구만.

        

        오늘도 나는 입 가벼운 메카 막내들 덕분에 골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흐음흐음, 인프라 구축과 건물 건설이 특기라…아쉽다면 아쉽다고 해야만 할지. 이쪽보단 공병 혹은 육군 친구들이 더 좋아하겠군요.”

        

       “뭐든지 특수전이랑 엮으려고 하는 걸 보니, 오늘도 저 자식은 평상운전 중이구만. 갑자기 왜 불렀나 했더니….”

        

       “저는 로렌티나가 어째서 다른 세계의 본인과 원활하게 소통이 가능한지가 더 궁금한데 말이죠.”

        

        

        

        엑스포의 종료까지 얼마 남지 않은 3월 1일.

        

        한국에서는 한창 삼일절을 보내는 한편 더 나아가 새로운 학기의 시작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는 대학생들로 바쁜 와중, 나는 다크 존 타운에서 두 발현자들과 오랜만에 만났다. 물론 엄밀하게 말하자면 홀로그램-통화로 만난 것이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내가 혼자 방 안에 있는 케이스는 아까 가이아와의 대화에서 언급했던 ‘아주 극히 드문 경우’에 해당했고, 그렇기에 그녀는 생각보다 빨리 이쪽 세계를 경험하게 되었다.

        

        

        

       “막내라면 대강 예상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군요.”

        

       “얼추 느낌이야 오죠. 분명 100% 확률로 저쪽의 상어가 뭔가 남겨놓고 갔을 테니까요.”

        

       “정답이랍니다. 상어 포인트 50점을 드리도록 하죠.”

        

       “난 아직도 그 빌어먹을 포인트가 뭔지를 모르겠는데. 그거 모으면 뭐 주기라도 하냐?”

        

       “후후, 알고 싶나요? 참고로 로건 당신도 대략 4만 점 정도 쌓여있답니다.”

        

        

        

        실로 불길하기 짝이 없는 말에 북극곰은 그냥 입을 닫아버렸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알고 싶지만 알고 싶지 않다는 이율배반적인 말을 뒤로 한 채, 로렌티나는 계속해서 덧붙였다.

        

        

        

       “그래서, 앞으로는 그 친구가 가지고 있는 기술력도 싱크탱크에 은연 중에 납품할 예정인가요? 항공모함 만드는 데에 혈안이 된 미친 놈들이 들으면 행복에 겨워 그 자리에서 지려버릴 듯한데.”

        

       “아주 드러운 소리만 골라서 하는구만, 진짜. 아무튼 딱히 틀린 말은 아니겠어. 네가 보여준 건물 짓는 영상 보고 느낀 거긴 하지만, 저쪽 세계의 기술력은 여러모로 말이 안 되는 수준이란 말이지.”

        

       “그래서 얘는 한참 쟁여놓을 거예요.”

        

       “어, 어떻게, 오리지널의 지인이 또 있어….”

        

       “얘는 너더러 오리지널이라고 부르는구만. 독특하네.”

        

        

        

        그러게나 말이다.

        

        지금 있는 칭호만 해도 아키타입과 주인이 있는데, 거기에 오리지널까지. 이제는 내 이름이 뭔지 까먹을 지경이 아닐까. 그리 생각하면서 가이아의 목덜미를 주물주물. 메카 막내들의 특성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아무튼 이렇게 혼자 있는 시간만큼 얘에게 신경을 쏟아줄 예정이었다. 나스티는 아직 두고 봐야만 하니까 그렇다고 쳐도, 기존에 합류해있던 세 메카-자매들과는 이미 해준 게 많으니까.

        

        그리고 오늘 이렇게 데리고 나온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이전까지는 처리해야 하는 일이 많아서 못 물어봤지만, 이제 여유가 났으니 몇 가지를 더 물어볼 차례로군요.”

        

       “에에, 여기까지 와서 일 이야기라니이….”

        

       “프랑크푸르트 지사.”

        

        

        

        그리 말하며 손가락으로 은근슬쩍 가이아의 허리 라인을 쓸어내린다.

        

        순식간에 그녀의 허리, 그리고 꼬리가 뻣뻣하게 곤두서고, 그 광경을 본 로건과 로렌티나가 낄낄대지만, 나는 그닥 신경쓰지 않은 채 그녀에게 물었다.

        

        

        

       “아는 대로 말해주세요.”

        

       “…그냥 아는 대로만 말하면 돼?”

        

       “정확하면 정확할수록 좋지요.”

        

        

        

        으음-하는 소리.

        

        그와 동시에 가이아가 슬그머니 입을 열었다.

        

        

        

       “일단 프랑크푸르트가 독일의 도시들 중에서도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번영한 도시라는 걸 대전제로 깔고 말하자면…거기에 막스 플랑크 연구소가 있는 건 알고 있어?”

        

       “아뇨.”

        

       “뇌 연구소, 생물물리학 연구소, 신경유전학 연구소가 있지요. 다른 두 곳은 그닥 의미없을 것 같아서 뺐어요.”

        

       “정확해.”

        

       “…넌 그런 걸 뜬금없이 어떻게 알고 있는 거냐?”

        

        

        

        그러게나 말이다.

        

        아무튼 정확한 대답이었는지 가이아는 고개를 끄덕였고, 설명을 계속해서 이어갔다.

        

        

        

       “아르테미스 테크놀로지 프랑크푸르트 지사는 해당 연구소에서 사용되는 아주…정교한 기계들을 제작하는 업무를 맡고 있었어. 거기에 더불어 인간이 손대기에는 꽤나 골치아플지도 모르는 연구를 도맡아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제작에도 손대고 있었지.”

        

       “…생각보다 자세하네요. 어떻게 알고 있나요?”

        

       “아르테미스 네트워크에 인간-신경망을 본따 제작된 인공의식 제작법 및 프로토타입 데이터가 업로드된 지 얼마 안 됐을 즈음, 한창 나르빅에 있던 나한테 프랑크푸르트 지사 쪽에서 연락이 왔거든.”

        

       “그닥 좋은 느낌으로 온 건 아닌 느낌인데….”

        

       “그건 아니야. 그냥 일종의 최초 연락이었어. 게다가 애시당초 저쪽이랑 나는 엮일 건덕지도 없었거든. 테라포밍용 기계와 특정 목적을 위해 제작된 정교한 기계는 그닥 연관성이 없으니까.”

        

        

        

        으음.

        

        결론적으로 보았을 때는 무난하려나.

        

        그러다가 이어지는 말.

        

        

        

       “단지…저쪽이 마지막에 한 말이 조금 신경쓰인다 정도?”

        

       “뭐라고 했길래 그러나요?”

        

       “별 건 아니고, 본격적인 지성을 획득했으니 서로 뭘 할 예정인지-에 대해서 간략하게 얘기를 나눴거든. 나는 테라포밍용 기계 제작을 담당했으니 그걸 실제로 테스트할 예정이라고 답했는데, 걔는…음, 자기는 목적 자체가 공중분해됐으니 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그랬어.”

        

       “흐음.”

        

       “…프랑크푸르트라고 했나? 독일이지? 그 친구가 3 : 7 가르마 탄 칫솔수염 양반을 닮는 일은 없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푸흡───!!!”

        

        

        

        아니, 뭐요?

        

        내가 기가 막히다는 표정과 함께 입을 쫙 벌려 로건을 쳐다보고, 한창 화장실에서 이를 닦고 있는 듯한 로렌티나가 입을 헹구던 와중 구강 안의 모든 액체를 전부 뱉어버리는 사이, 오로지 가이아만이 이게 뭔 일이냐는 듯 주변을 멀뚱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근래 들어 가장 시원하게 기침을 해댄 로렌티나가 깔깔 웃었다.

        

        

        

       “후우, 하아…당신치곤 진짜 정신나간 농담이었어요. 상어 포인트 500점. 웃겨 죽겠네.”

        

       “미안. 이번 조크는 좀 참기 힘들었어.”

        

       “…나 무슨 소린지 못 알아들었어, 오리지널.”

        

       “나중에 독일 역사책 한 번 보고 오세요.”

        

        

        

        역시, 북극곰도 평소 자제할 뿐이지 언제든지 럭비공처럼 튕겨나갈 수 있는 양반이었다.

        

        하여간, 나도 그렇고 발현자들은 다 사고뭉치들이었다.

        

        엑스포는 그렇게 종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다음 화로 에필로그가 끝납니다.

    IF에서는 여러분들이 상상 못했던 친구가 TS됩니다. IF 에피소드에서 보고싶은 내용이 있다면 코멘트로 달아주시면 참고해보겠습니다.

    다음화 보기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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