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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11

    <611 – 맛있는 연계퀘스트(35)>

     

    5계층의 현재 수감자는 세 명이다.

    알파.

    크루웰.

    조나 와이히엠하이.

    휴학생 단속국장인 부르테 글라스가 아는 이름은 이 중 두 명이었다.

     

    ‘알파는 전대 용사파티의 전사 아니었나? 어째서 저 이름이 대감옥에 있는 거지?’

     

    수상하다.

    용사파티는 세계의 평화를 위해 싸워온 존재.

    그런 용사파티의 전사가 감옥에 갇혔다.

    무슨 이유일까.

    애초에 전대 용사파티는 어째서 해산했는가.

     

    ‘전대 용사파티에 대해서 명확하게 밝혀진 사실은 극히 드물어. 전대용사 중 하나인 디스트로이어만이 용사파티의 용사행이 끝난 뒤, 단독으로 모험을 벌이다가 교장의 눈에 들어 아카데미에 교수로 채용되었다는 것뿐.’

     

    궁금하다.

    내막을 캐어보고 싶다.

    호기심은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욕망 중 하나.

    하지만 때가 좋지 않았다.

    지금, 그가 쫓는 인물은 재단의 다크프린세스 오크노디.

    그리고 오크노디의 ‘선배’라 불리는 재단의 가장 비밀스러운 고위장학생 벨로카시오다.

     

    ‘재단관계자가 구출할 사람은 재단사람밖에 없겠지.’

     

    부르테 글라스는 합리적인 판단에 의거하여 욕망을 참아내고 샛길로 새지 않고 조나 와이히엠하이를 가둔 격리구역에 도달하였다.

     

    “거기까지다!”

     

    격리구역의 최종결계를 뭉그러뜨리며 한쪽 손을 깊이 꽂아 넣고 있던 오크노디가 헉! 하고 외쳤다.

     

    “변신 중에 건드리지 않고, 결계를 망가뜨리는 도중에는 얌전히 구경만 하는 건 업계의 상식이에요. 지금 절 공격하는 건 비겁하다고요!”

    “그럼 더 잘됐군. 힘을 덜 들이고도 간단히 사태를 마무리지을 수 있으니.”

     

    말로는 당장이라도 달려들 것처럼 굴지만 부르테 글라스의 눈은 안경알 너머로 벨로카시오를 찾아 기민하게 움직였다.

    벨로카시오는 이 모든 사태가 자신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는 것처럼 그늘진 구석에 앉아 방관했다.

    적의조차 느껴지지 않는 무념의 태도는 긴장감의 해소는커녕 오크노디를 향한 경계심의 수십 곱절은 되는 긴장감만을 유발했다.

     

    “네놈. 감히 나 따위로는 살의를 품을 가치조차도 없다는 거냐?”

    “…난 내버려둬. 내게 신경 쓰다간 네가 해야 할 일도 해내지 못할 거야.”

    “사람 우습게 보는 것도 정도가 있어. 학생회의 국장급 인사, 교수에게 인정받은 졸업배지의 소유자, 이 부르테 글라스는 그런 식으로 얕보아도 좋은 몸이 아니다!”

     

    부르테 글라스 특유의 마나연공법이 눈부신 빛을 생성하며 안경 너머로 역광을 드리웠다.

    보이지 않는 시선.

    하얗게 번뜩이는 안경.

    샌님처럼 보이는 얼굴과 달리, 어지간한 기사학부 학생보다도 고밀도의 근육으로 단련된 팔뚝이 검을 뽑음과 동시에 휘둘렀다.

     

    ━━━

    5위계 사출마법

    <하이퍼 크로니클>

    연계기술

    <섬전, 발도>

    ━━━

     

    마법적인 가속에 힘입어 발도술을 펼쳐내며 일격에 적을 반으로 가르는 검격을 펼친다.

    레어메탈로 만든 방패조차 갈라낼 일격은 벨로카시오에게 닿기도 전에 허공에서 저지당했다.

     

    <유령군집체>

    <가짜 린Lin>

     

    생기 없는 흐릿한 무표정과 달리, 축적된 기운은 고위언데드에 필적하는 존재가 자그마한 한 손을 펼쳐서 일격을 막았다.

     

    “린, 시간을 벌어줘!”

    “…”

    “하하. 유령? 고작 그런 하찮은 존재를 이렇게까지 무시무시한 사기의 응집체로 진화시켰다고? 대체 얼마나 많은 생명을 꺼뜨린 거냐. 네놈들은 얼마나 잔혹한 인생을 살아왔기에 이런 존재를 탄생시킬 수 있냔 말이다!”

     

    오크노디가 굉장히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제가 키운 적 없어요! 지가 멋대로 이것저것 안 좋은 건 다 주워 먹으면서 컸는걸요!”

    “변명은 듣지 않겠다. 너희가 거쳐온 악의 길이 얼마나 잔혹하든, 벨로카시오가 감춘 힘이 얼마나 거대하든, 학생회의 검에 망설임은 없다!”

     

    부르테 글라스의 손이 검신을 한차례 훑으며 빠르게 신성술식을 코팅했다.

    고도의 마나술을 지닌 자만이 이해하는 술식을, 고도의 마나제어술을 지닌 자만이 모방하여 완성할 수 있는 신성술식전개.

    성스러운 기운으로 번뜩이는 검의 광채에 가짜 린이 표정을 무너뜨리며 주춤주춤 물러섰다.

     

    ━━━

    이 검은 사악한 존재에게 특대의 위력을 지닌다.

    이 검은 비물리적 존재에게 영체피해를 입힌다.

    이 검은 빗나가지 않는다.

    이 검은 왜곡되지 않는다.

    이 검은 신성한 의지의 대리자로서 덧씌워진다.

    ━━━

     

    무서운 속도로 깔려나가는 버프.

    그 기술은 기묘하리만치 오크노디가 구사했던 성검과 닮았다.

     

    “린, 돌아와!”

     

    유령이 오크노디의 반지로 돌아가기 무섭게 그 뒤를 부르테 글라스의 제 2격이 쫓아갔다.

     

    ━━━

    5위계 추적마법

    <오라클로케이션Oracleocation>

    연계기술

    <신얼위치神諭位置>

    ━━━

     

    목표의 위치를 감지하는 감시술식.

    미래의 위치를 예측하는 예측술식.

    마법사에게 타깃의 경로를 그리는 투영술식.

    집중력을 강화하여 추적성공률을 높이는 집중술식.

    목표의 이동을 한시적으로 중지시키는 고립술식.

     

    이상의 다섯 개의 술식을 합하여, 신의 뜻oracle으로 길을 인도하는location 신성주문, 오라클로케이션이 구현된다.

     

    신성을 담은 검식이라 하여 신神.

    가르침을 모방하는 검식이라 하여 얼諭.

    마땅히 있어야 할 곳에 자리하는 검식이라 하여 위치位置.

     

    이상의 네 개의 검식을 합하여 신성검술, 신얼위치의 초식이 성립된다.

     

    마법과 검.

    양측 모두 극에 달한 조예를 지녀야만 펼칠 수 있는 굴강의 일격이 살인적인 밀도의 마나를 가르며 단숨에 가짜 린의 뒤를 잡았다.

    베었다.

    그런 확신과 함께 내리베는 검격.

    그 검끝이 예상치 못한 변화에 일그러졌다.

     

    ━━━

    <에고아이템, 혼의 바이올린>

    무시카 데 디비시온 데 온다스Música de División de Ondas

    비탄의 스케르초 3번곡, 파장분열연주

    ━━━

     

    음계를 검사의 정련된 의식파장과 일치시킨 뒤, 단숨에 이탈하여 검로마저 이탈시키는 명중감소의 연주.

    그저 시끄러운 소리로 집중을 깨뜨리는 연주와 달리, 이 연주에는 극도의 공포와 절규가 담겨 있어 파장이 일치되기 무섭게 악기가 자아내는 공포심이 영혼을 잠식했다.

     

    “으앙, 좀 물러나세요!”

    “가당찮은 소릴.”

     

    부르테 글라스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그에게는 반드시 아카데미에서 뛰어난 실적을 거두어 졸업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

     

    -따라오거라. 내게 부족함 없는 실력을 갖추어서.

    -재회의 그날만을 기다리마.

     

    작년, 기프트 아카데미를 졸업한 졸업생 중 한 사람.

    전대 학생회장.

    그가 자신에게 기대를 걸었다.

    다른 어떤 학생에게도 걸지 않았던 기대를.

    오직 자신에게만.

     

    “나는 그 벨벳보다도 더욱 기대를 받은 남자다. 이런 곳에서, 너희 사악한 종자들 따위에게 가로막히는 검이 되어서는 안 된다!!”

     

     

    * * *

     

     

    세상에는 민폐를 끼치는 존재가 여럿 있다.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오는 고블린보다 번식력이 높은 지역토박이 산적들.

    호감을 지닌 척 다가와서 돈만 털고 사라지는 여자모험가.

    마지막은 앞선 둘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한 민폐를 끼치는 존재인 갑자기 혼자 열혈물 주인공처럼 의지를 불태우며 각성하는 적군이다.

     

    ‘아, 결국 저질러 버렸네.’

     

    부르테 글라스.

    마법과 검술 양면 모두 능통한 자.

    고인물인 내가 처음으로 마검사로서의 길을 주목하게 만든 인물이자 마검사 빌드를 처음으로 정립한 NPC답게 그 솜씨는 예사롭지 않았다.

     

    ‘저 사람이 갑자기 튀어나올 땐 진짜 깜짝 놀랐지!’

     

    평화의 시대의 용사 이슈타르.

    전란의 시대의 용사 아스타로트.

    두 명의 용사가 모두 저버린 베드엔딩의 시간대.

    용사의 빈 자리를 대신하는 인물들이 몇몇 등장한다.

    이들은 베드엔딩을 맞이한 플레이어에게 보다 나은 다음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주어지는 일종의 힌트.

    용사후보생 급의 잠재력을 지닌 인물들을 알려주고 이들을 이용하거나 그 강함을 흡수하라고 부각시켜주는 인물들이다.

    그중 발군의 성장력을 지닌 인물이 부르테 글라스.

    애초에 이 남자는 안경캐다.

    안경캐는 실눈캐만큼 강한 것이 상식.

    심지어 안경에 역광이 드리우면 약할 수가 없다.

     

    “칫. 여기서 쓰긴 아깝지만, 선배가 너무 강한 탓이니 원망은 마세요.”

     

    역광이란 빛이 있기에 성립한다.

    빛을 거스르며 나아가기에 번뜩이는 안경이다.

    그렇다면 빛을 없애면 된다.

    한 줌의 신성력조차도 피어날 수 없는 환경.

    모든 외부간섭을 불허하는 절대암흑지대.

    암흑마나를 극성으로 발휘하면 생성되는 암흑영역을 전개할 것.

    이것이 부르테 글라스라는 인물의 공략법이다.

     

    “너, 그 기운은?!”

    “영광으로 아세요. 이건 벨벳 선배에게도 보여준 적 없는 초필살기라구요?”

     

    필살기는 고도로 연마된 기능에서 비롯된다.

    1000에 달한 마나제어술은 모든 술식을 모방하는 <완전재현>의 극의에 도달하였다.

    하지만 가장 처음부터 연마했던 기능은 마나제어술이 아니었다.

     

    가장 미숙했던 초보시절.

    오크노디의 몸으로 처음 깨어났을 무렵.

    그 옛적부터 연마했던 근본과도 같은 시작의 기능.

     

    그 기능의 이름은 바로 <숨기>이다.

    하지만 내 숨기는 이미 기능 1000을 넘긴 즈앙의 <상급은신술>에도 밀리는 구석이 있다.

    그런데도 내 숨기가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숨기에는 또 다른 사용법이 있기 때문이다.

     

    [암흑마나로부터 생체마나를 <숨기>로 감춰왔던 특수연공법의 수행을 종료합니다.]

    [장시간의 연공보너스로 능력치가 초대폭 상승합니다.]

    [숨기 기능경험치가 1000점에 도달했습니다. 지금까지 당신이 숨기를 펼친 방식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극의 목록이 제공됩니다.]

     

    모아왔던 적금을 깨듯이 수령한 숨기 경험치.

    개방된 극의의 정체성이 이 자리에서 결정되었다.

     

    [숨기의 극의로 <암흑마도지체>를 선택했습니다.]

    [당신은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암흑마나를 아무리 많이 사용해도 인체주요장기의 생체마나가 암흑마나에 포착되어 오염되는 일이 없습니다.]

    [당신의 <숨기>는 인체주요장기와 생체마나를 언제나 완벽하게 감추어줍니다.]

     

    오염의 위험성 없이 암흑마나를 사용할 수 있는 암흑마도지체.

    이제 나는 마족들만이 펼칠 수 있는 암흑영역을 피폭의 걱정 없이 자유자재로 펼칠 수 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경험치 저금통을 깬 오크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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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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