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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11

       

        

        

        

        

        

        

        

       -[…이카루스 인터내셔널 하에 다크 존 타운에서 개최되었던 엑스포가 성황리에 그 막을 내렸습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포함하여 3주 가량 동안 개최된 엑스포에는 무려 4백만 명이라는 기록적인 인원이 방문하였고, 근방의 소도시 역시 방문객이 큰 폭으로 증가하였습니다.]

        

       -[특히나 이번 엑스포에는 여지껏 시도되지 않은 존재이자, 새로운 인공 지성의 출범을 알린 진과 레인, 마브의 존재가 두드러졌으며, 이들은 엑스포가 진행되는 기간인 3주에 맞추어 총 1000개에 달하는 질문에 답변했습니다. 이에 대한 결과를 두고 각계각층의 석학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갔네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발디딜 틈조차 없었던 곳이 맞나 싶을 정도로.”

        

       “많이 한적해졌구나. 그래도 얼마 전과 비교했을 때 한적해졌을 뿐이지, 아직 주변을 돌아다니는 관광객들은 많지.”

        

       “그러게요.”

        

        

        

        3월 6일, 오후 4시, 미국 다크 존 타운.

        

        무릇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듯, 제4회 파이널 챔피언십이 한 차례 쓸고갔던 다크 존 타운에서 또다시 열린 이카루스 엑스포 역시 종지부가 찍힌다. TV에서부터 흘러나오는 내용 역시도 대동소이했다. 헬리콥터까지 동원하여 도시를 빠져나가는 인원들의 행렬을 찍고 있었으니까.

        

        어제 오후 8시를 기해 종료된 엑스포. 관광객들 중에는 어제 도시를 빠져나갈 것을 상정하여 다크 존 타운을 나간 사람들도 존재했지만, 반대로 하루 더 자고, 늦은 점심을 먹은 후 유유히 복귀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현 시점으로 다시 돌아와, 오후 4시.

        

        사람이 없는 틈을 타 다크 존 타운을 구경하기 위해, 이카루스제 휴머노이드에 접속하여 뒤늦게 주변을 여유롭게 둘러보는 외지인들, 사람들이 머물렀던 자국을 지우는 청소 로봇, 3주 가량 이어졌던 어마어마한 인파를 상대한 후 반쯤 넋이 나간 주변 가게 상인들까지.

        

        지금 눈 앞에서 벌어지는 일이 다크 존 타운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은 아니었다. 아마 나와 부모님이 있는 라운지의 시야에 닿지 않는 호텔 방에서는 수많은 청소 로봇들이 이불과 매트리스를 세탁하고 내부를 정돈하고 있겠지.

        

        제4회 파이널 챔피언십도, 신년맞이도, 엑스포도. 전부 영원히 이어질 것 같았지만 결국 끝은 오고야 만다.

        

        

        

       “딸도 곧 있으면 돌아가겠구나. 돌아가면 할 건 있니?”

        

       “으음, 글쎄요…집에 가면 푹 쉬지 않으려나요. 파이널 챔피언십 끝난 이후에도 집에 가서 며칠 정도 숨만 쉬고, 휴대폰만 보고, 밥만 먹으면서 침대에서 뒹굴거렸으니까, 이번에도 그렇겠네요.”

        

       “그래. 적당히 쉬고 간간이 안부 전해주렴.”

        

       “엄마랑 아빠는 슬슬 한국 오실 때 되지 않았어요?”

        

       “괜히 너한테 부담 줄 바에는 안 가는 게 낫지.”

        

        

        

        딱히 부담은 아닌데.

        

        하지만 부모님 아니랄까봐, 당연히 그 생각은 순식간에 읽혔다.

        

        

        

       “딸은 딱히 부담이라고 생각 안 할지도 모르겠지만, 이 정도까지 오르게 되면 다른 나라를 방문하는 것도 꽤 귀찮은 일이란다. 당장 다른 세계의 과거만 봐도, 모 회사 CEO가 중국에 방문했단 것만으로 오만가지 뉴스 기사가 나왔잖니?”

        

       “그도 그렇긴 하겠네요.”

        

       “작년에 널 만나러 갔었을 땐 아주 짧은 방문이었기에 가능했지만, 오래 지내기엔 좀 어렵거든.”

        

       “그치만 엄마랑 아빠 한 번 만나려고 16시간 동안 비행기 타는 건 힘들다구요.”

        

       “귀성길이라고 생각하렴, 귀성길.”

        

        

        

        이게 무슨 소리래.

        

        아무튼 그 말대로였다. 작년을 기준으로 이카루스 인터내셔널은 연간 매출이 600조에 달했고, 앞으로 그 몇 배는 더 뻥튀기될 확률이 높았다. 아마 이번 년도에 휴머노이드 산업으로 벌어들일 예정인 비용만 얼추 짐작해봐도 세계 3대 기업 안에 거뜬하게 들지도 모른다.

        

        이제 고작해야 연매출액 1조 클럽에 가입한 싱크탱크는 아직 갈 길이 멀단 말이지.

        

        아무튼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비용이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 시점에서 나와 부모님이 나누게 될 대화는 이런 시시콜콜한 이야기 정도밖에는 없었다.

        

        의자에 앉아있는 내 머리를 빗질해주던 엄마가 덧붙였다.

        

        

        

       “타향에 오래 살면 자국 음식이 그립다고 하더니, 여기선 그런 것도 모르겠구나. 원한다면 얼마든지 먹을 수 있으니까.”

        

       “진이도 나중에 그런 음식을 만들어줄 사람이…아니다. 네가 결혼할 생각이 있냐고 묻는 건 조금 이상한 질문이겠지.”

        

       “…메카 막내들 있잖아요. 그 애들로 손주 대신할게요.”

        

       “그래. 그 부분은 엄마랑 아빠가 할 말이 아니겠구나.”

        

        

        

        그 말대로긴 했다.

        

        결혼이라, 결혼, 결혼…물론 지금 와서 생각하면 나랑 결혼할 사람은커녕 내가 누군가를 진지하게 연애 상대로 좋아하게 될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긴 했다. 하지만 미래는 모르는 일이었으니 섣불리 속단하기도 좀 그렇지.

        

        하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지금 생각할만한 것도 아니었고…아무튼, 이제는 돌아갈 시간이었다. 부모님도, 그리고 나도 말이다.

        

        벽을 타고, 바닥을 타고 느껴지는 미약한 진동. 옥상의 헬리포트에 존재하는 두 대의 헬리콥터가 우리가 탑승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고, 한 대는 그레이터 로체스터 국제공항, 다른 한 대는 맨해튼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라운지의 문이 열리고, 그 안에서부터 세 명의 인원이 걸어나와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나와 부모님이었다.

        

        

        

       “우리 딸.”

        

       “네?”

        

       “항상 네가 하고 싶은 일을, 그리고 남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며 살거라. 적당히 여유도 부려가면서 말이다.”

        

       “…엄마랑 아빠가 보기에는 전 어떻게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아주 잘 하고 있지, 그럼.”

        

        

        

        그런가.

        

        엘리베이터는 빠르게 옥상을 향해 올라갔고, 주변이 뚫려있었기에 다크 존 타운의 전경을 비추고 있었다 – 그것을 묘한 기분과 함께 바라보고 있었을 때, 부모님이 덧붙였다.

        

        

        

       “이곳에 지어진 모든 건물들은, 다크 존 타운은…네가 없었으면 지어지지조차 않았을 테니까 말이다.”

        

       “….”

        

       “네가 이 세계에 돌아온 이후로 많은 게 바뀌었지. 그리고 그건 전적으로 네가 그리 되기를 원했고, 선택했기 때문이다.”

        

       “…실감이 잘 안 나요.”

        

       “실감이라는 건 세상에 없지. 변해가는 세상과 그것을 받아들이는 본인만이 있을 뿐이니까.”

        

        

        

        띵.

        

        그런 무미건조한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나와 부모님은 아까와 마찬가지로 다크 존 타운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계단통을 오르며 말했다.

        

        

        

       “보려무나, 딸. 네가 만들어낸 그 모든 인과를.”

        

        

        

        파이널 챔피언십.

        

        엑스포.

        

        웅장한 건물들과 그 아래 돌아다니는 수많은 로봇들, 그 외에도 수많은…말로 표현할 수 없는 광경. 세계에 적응했다고 느낀 건 한참 전이었지만, 이제는 더 다른 감상평을 표할 차례가 아닐까 – 내 선택으로 인해 세상은 변해가고 있었다.

        

        이것이 한 사람이 겪은 6년이라는 상흔에 대한 보답일까. 그리 생각한다면 내가 저쪽 세상의 미국에서 보냈던 시간들은…힘들었지만,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일들일지도 몰랐다.

        

        

        문이 열리고, 강렬한 바람이 몰아친다.

        

        부모님께서 직접 빗질해줬던 머리카락이 세차게 흩날리고 있었지만, 엄마랑 아빠는 내 머리를 슥슥 쓰다듬으면서 덧붙였다.

        

        

        

       “가렴. 자주 연락하고,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지 말하려무나.”

        

       “항상 같이 다니던 그 작은 친구들이랑도 잘 지내고, 좀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거라.”

        

       “…고마워요. 항상. 진짜로, 너무….”

        

        

        

        문득 흘러나온 눈물이 세찬 바람에 휘말려 흩어지고, 부모님과 나는 각자 다른 방향으로 걸어갔다.

        

        헬리콥터에 탑승하고, 문이 닫히며, 부모님은 남쪽에 가까운 동쪽을 향해, 나는 동쪽을 향해서 날아오른다.

        

        순식간에 헬리콥터가 허공으로 떠오르며 다크 존 타운이 한 손으로 쥘 수 있을 만큼 작아지는 가운데, 나는 슬픈 감정을 갈무리하고는 고작해야 20km 가량밖에 떨어져있지 않은 그레이터 로체스터 국제공항을 향해 날아갔다.

        

        휴대폰 진동 소리가 들려왔다.

        

        

        

       -[출발하기 전에 연락해요! 도착하기 전에 공항에서 대기할 테니까!]

        

        

        

       “아휴, 진짜.”

        

        

        

        그래, 가자. 방점을 찍을 때가 되었다.

        

        드물게도 하늘은 꾸무레했지만, 그 때문인지 프로펠러 소음조차도 적막하게 될 정도의 분위기가 있었다.

        

        미국을 떠나 집으로 돌아가기에는 안성맞춤인 날씨였다.

        

        

        

        

        

        

        

        

        

        

        

        

        

        

        

        

        

        

        

        

        

        

        

       “어으, 3월에 왠 봄비람.”

        

       “유진 씨가 좋아할 것 같은 날씨네요. 이따 집에 돌아갈 때는 좋아하실지도.”

        

       “그럴지도요.”

        

        

        

        3월 8일, 인천공항.

        

        공기 사이에 은연중에 배어있는 습기와 공항을 지나다니는 모두의 손에 하나씩 들려있는 빗물 묻은 우산, 신발 모양으로 찍혔다 사라지길 반복하는 물자국 –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항 내부는 평소와 다를 것도 없이 부산하기 그지없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이유로 해외로 나가고 들어오는 와중, 특이하다면 특이하다고 할 수도 있었지만, 평범하다면 평범하다고도 말할 수 있는 두 명의 여성이 수많은 발착이 표시되고 있는 전광판을 시선에 담은 채 입국장 앞의 의자에 앉아있었다.

        

        말할 것도 없이, 하모니와 다이스였다.

        

        

        

       “…그건 그렇고, 저 전광판에 뜨는 거 맞아요? 유진 씨가 탄 건 전용기 아니예요?”

        

       “어음, 전용기도 저기 뜨려나. 그래도 인천공항에 내리는 순간부터 다시 데이터 신호 들어올 테니까, 그때 다시 문자 주겠죠. 한 30분 정도 기다리다가 그래도 안 오면 밥이나 먹으러 가자구요.”

        

       “가위바위보?”

        

       “가위바위보.”

        

        

        

        그리고 그로부터 몇 초나 지났을까, 하모니의 괴성과 다이스의 환호성이 작게 울려퍼졌다.

        

        하모니는 패배하였고, 오늘 밥을 사는 것은 그녀의 몫이 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얼마쯤 지난 뒤 이어지는 말.

        

        

        

       “그건 그렇고, 유진 씨가 만약에 비행기 안에서 원하는 만큼 식사를 못 했으면 내려서 따로 먹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지금 먹지 말고 그냥 기다릴래요?”

        

       “가위바위보 졌다고 다른 변수 끌어오는 거 추해요.”

        

       “아이씨, 그런 뜻이 아니잖아요.”

        

        

        

        그와 동시에 하모니의 엄지와 검지가 다이스의 허벅지 스타킹 너머 살집을 움켜쥐었다.

        

        막을 수 없는 짧은 괴성이 터져나옴과 동시에 잠깐의 캣파이트가 시작되었고, 몇 초도 지나지 않아 끝을 맺었다. 그 끝은 올이 나간 다이스의 스타킹과 목이 빨개진 하모니였다.

        

        그렇게 투닥거림이 끝난 이후 이어지는 말.

        

        

        

       “그 사이 왜 이렇게 살이 쪘어요?”

        

       “왜 본인은 안 쪘다고 생각해요. 우리 다 미국에 있을 동안 맨날 케이크 먹었잖아요.”

        

       “전 하루도 안 빠지고 사이클 탔거든요.”

        

       “무, 뭣…항상 밤에 어딜 가있나 했더니.”

        

       “돼지.”

        

        

        

        딱히 틀린 말은 아니었기에, 다이스는 애써 반박하는 대신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여행만 다녀오면 수상하리만치 불어나는 몸 곳곳의 살은 그 두 명의 고민거리였으나, 적어도 3년 전부터 해외에 몇 번이고 나다닌 다이스도 잘 못하는 해외 원정 경기 와중의 몸매 관리를 하모니는 해내고 있던 것이었다.

        

        그게 어떻게 그렇게 쉽게 가능한 일이냐-그리 묻고 싶었지만, 다이스는 하모니가 어떻게 그걸 그토록 간단히 해내는지에 대한 감을 순식간에 잡았다. 애시당초 그녀는 남들에 비해 참을성이 말도 안 될 정도로 뛰어났고, 자기관리 능력 또한 그에 비례했다.

        

        바로 그 때문에 유진의 밑에서 제련될 수 있었기도 하고.

        

        그리하여 그 둘이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 동안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가고, 그렇게 15분 가량이 지났을까.

        

        

        

       -[Eugene : 이제 곧 도착해요.]

        

        

        

       “오, 메시지 왔다!”

        

       “여기서 밥 먹고 갈 거냐고 한 번 물어봐봐요.”

        

        

        

        하모니의 손가락이 빨라지고, 메시지가 순식간에 작성된다.

        

        그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 빠르게 되돌아온 답장의 내용을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그럴 필요는 없다’였다. 거기에 더불어 오랜만에 만났으니 자신이 사주겠다고 답하기까지. 오늘도 새끼 비얌들은 오리지널 비얌의 은혜에 감읍할 뿐이었다.

        

        그러나 금방 도착하겠다는 말과는 다르게 이상하리만치 나오지 않는 유진. 그리하여 대략 10분도 지나지 않아 그 자리에 있는 두 새끼 비얌들의 인내심은 거의 동나기 직전까지 갔고, 이 즈음이면 지면에 내렸겠다 싶어 전화를 건 순간-

        

        

        

       ───삐리리릭!

        

        

        

       “…어?”

        

       “피카부!”

        

       “우와아아악-!”

        

        

        

        그러자 비얌이 나타났다!

        

        새끼 비얌들은 혼란에 빠졌다!

        

        말 그대로 등 뒤에서부터 울리는 벨소리와 더불어, 마치 아예 아무런 것도 없었던 공간에서부터 갑작스럽게 나타난 것만 같은 느낌. 그리고 그 말대로, 두 명이 아주 잠시나마 긴장이 풀렸을 즈음 나타난 유진은 발현자 특유의 은밀성을 한껏 발휘하여 두 명의 뒤로 숨어든 것이었다.

        

        겁먹은 표정의 두 명이 오들오들 떨기 시작했지만, 실로 오래간만에 두 명의 허벅지로 짓쳐든 비얌-꼬리는 하모니와 다이스의 긴장감을 누그러뜨리기엔 충분하기 그지없었다.

        

        

        

       “남들은 갑자기 뱀꼬리가 나타나면 화들짝 놀랄 텐데, 두 분은 오히려 그 반대라니….”

        

       “히히, 뱀을 싫어하기에는 너무 멀리 왔다구요.”

        

       “그런 것처럼 보이긴 하네요. 아무튼 둘 다 오랜만이에요. 엄밀하게 따지면 며칠 전에도 봤으니 그닥 오랜만에 만난 건 아니긴 하지만, 현실에서 마지막으로 만난지는 꽤 오래 됐죠.”

        

       “그게 뭐가 중요한가요. 저희는 언제든 꼬리로 이어져있는…아구.”

        

       “꼬리가 어딨다고….”

        

        

        

        그리 말하면서도 유진은 피식 웃었다.

        

        그 모든 상황이 그녀가 알고 있었고, 예상했던 것과 동일했으니까. 어쩌면 큰 일이 생기지 않는 이상 이러한 관계는 앞으로도 쭈욱 지속되겠지. 앞으로 차차 풀릴 기술 중에 섞여있는 노화방지 기술까지 풀리게 된다면, 생각보다도 훨씬 오래 말이다 – 그리 생각하면서, 그녀는 두 명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예상했던 것처럼,

        

        기억하던 것처럼.

        

        그저 보들보들했다.

        

        

        두 명이 그녀의 손길에 맞추어 맹한 소리를 내는 사이, 유진은 입을 열어 덧붙였다.

        

        

        

       “갑시다. 집으로.”

        

       “네에.”

        

       “오늘 뭐 맛있는 거 사주실 거예요?”

        

       “글쎄요, 가면서 생각해보면 되지 않을까요.”

        

        

        

        평이하기 그지없는 대화였지만, 유진이 일종의 광학미채를 펼친 덕분에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아무도 이들을 알아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리하여 이들은 차량에 탑승했고, 꾸무레한 3월의 하늘 아래를 가로질러 서울로 향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한참 동안 이따 무엇을 먹을까-와 같은 안건으로 대화를 나누던 중, 유진은 문득 생각났다는 듯 입을 열어 물었다.

        

        

        

       “그건 그렇고, 만약 여러분들은…진짜로 꼬리가 난다면 뭐부터 할 예정인가요?”

        

       “어…갑자기 그건 왜요?”

        

       “그냥 물어보는 거예요.”

        

       “에, 딱히 생각해본 적은 없긴 한데….”

        

        

        

        그리 중얼거리며 액셀을 슬그머니 밟은 다이스가 입을 열었다.

        

        

        

       “일단 유진 씨한테 자랑하러 가야죠.”

        

       “…그래요, 마음껏 자랑하세요.”

        

       “아, 저도 그러려고 했어요.”

        

       “그래요, 그래요. 만약 생긴다면 몰라도…몇십 년 정도 지나면 실제로 그런 기술이 발명될지도 모르겠네요. 그때 갑자기 달고 나타나면 기절할 자신 있으니, 제발 그러지 마시길.”

        

       “후, 오래 살 이유가 또 하나 늘었네요.”

        

        

        

        그에 유진은 헛웃음을 터뜨렸지만, 이내 피식 웃을 뿐이었다.

        

        여전히 봄비가 내리고 있었고, 차량을 두들기는 빗방울 소리는 컸지만, 그 세 명의 웃음소리 및 대화는 끊이지 않았다.

        

        창 밖을 무심하게 바라보던 유진이 덧붙였다.

        

        

        

       “새로운 시작을 하기에는 좋은 날이네요.”

        

       “비 내리고 있는데….”

        

       “비가 내리면 본격적인 봄이 시작될 테니까요.”

        

        

        

        그에 두 명은 말없이 수긍했고, 유진은 짙은 비구름과 겹친 저녁 시간대로 인해 새까매진 하늘을 아무런 뒷말 없이 바라보았다.

        

        새로운 하루를, 새로운 계절을, 새로운 일을 기대하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날씨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는 유진의 눈에는 앞으로 무슨 일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을지에 대한 기대가 들어차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눈에는 비 내리는 서울조차 아름답게 보였다.

        

        

        

       “봄이네요.”

        

        

        

        누군가가 중얼거린 말만이 차 안을 자그맣게 맴돌 뿐이었다.

        

        그 말대로, 봄이었다.

        

        새로운 나날들이 다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걸로 모든 본편 아닌 본편이 완결이 났습니다.

    IF 스토리는 어디까지나 본편에 적용되지 못하는 IF의 내용이지만, 본편과의 스토리적 흐름이 완전히 분단된 것은 아닙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어떤 IF는 그럴 수도 있고 어떤 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유진의 일대기는 여기까지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또는 아닐 수도 있겠습니다만, 확실한 것은 저는 이번 편을 마지막으로 스토리가 완결났다고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연재는 정상적으로 계속 이뤄집니다.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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