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612

        

       한 그루의 나무가 있어 탐스러운 열매가 맺혀 있었나니.

       그 열매는 이파리가 크고 손가락 모양으로 갈라져 있어 초록빛을 띠고 있었느니라.

       날씨가 따스할 적 옅은 붉은빛이 도는 열매를 맺었으니, 그 열매가 그토록 탐스럽고 맛이 좋아 보였도다.

       보아라. 저 붉은빛과 보랏빛이 함께 도는 저 아름다운 자태를.

       그 크기가 크지는 않되 딱 알맞아 손에 들고 먹기 참으로 좋았으니 저것을 한 입 베어 물면 그토록 맛이 좋을 것이라.

         

       다만 그분께서 말씀하시기를 너희는 저 결실을 취해서는 아니 된다고 하셨으니 어찌 그분을 따르는 종으로써 그 말씀을 감히 어길 수가 있으랴? 하여 그분의 말씀을 충실하게 따르며 그 열매를 멀리하고 다른 것을 취하는 것이 참으로 옳다.

       이곳은 낙원이로다.

       배곯는 일 없고 추위도 없는 낙원이로다.

         

       [ Verene praecepit vobis Deus, ut non comederetis de omni ligno paradisi? ]

         

       아, 그분께서 만드신 모든 들짐승 중에서도 으뜸가는 간교함을 가진 짐승이 있었으니.

       그것은 긴 꼬리를 가지고 있으며 비늘을 두르고 있었느니라. 그것은 나무의 사이에서 나타나 여자에게 속삭였느니라. 그 음성에는 간교함이 있어 가장 적합한 때를 골라 귓가에 속삭였으매 아 그 속삭임을 어찌 거부하리오?

         

       그리하여 간교한 짐승이 묻는다.

         

       [ Verene praecepit vobis Deus, ut non comederetis de omni ligno paradisi? ]

         

       그분께서 너희가 동산의 어떤 나무에서든지 열매를 따 먹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다는데 그것이 진실이냐? 그것이 참말이 맞느냐?

         

       그 간교함에 어찌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있으랴?

       그 간교함에 어찌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있었겠느냐!

         

       [ De fructu lignorum, quae sunt in paradiso, vescimur—-de fructu vero ligni, quod est in medio paradisi, praecepit nobis Deus, ne comederemus et ne tangeremus illud, ne moriamur. ]

         

       우리는 동산의 모든 열매를 취해도 된다.

       다만 그 한가운데에 있는 나무 열매만큼은 너희가 죽지 않으려거든 먹지도 만지지 말라 하셨으니 그것을 결코 건드려선 안 된다.

         

       아, 그 대답은 신실하고 참으로 좋은 것이었다.

       다만 그 대답에는 공포와 호기심이 혼재해 있으매.

       어찌 뱀의 간교함에 넘어가지 않았다고 할 수 있겠느냐?

       너는 진실로 뱀의 간교한 속삭임에 넘어가지 않았음이 맞느냐?

         

       [ Nequaquam morte moriemini! ]

         

       뱀이 말한다.

         

       너희는 절대 죽지 않는다고!

         

       [ Scit enim Deus quod in quocumque die comederitis ex eo, aperientur oculi vestri, et eritis sicut Deus scientes bonum et malum. ]

         

       그 열매에는 사람의 눈을 열리게 하는 힘이 있어 그것을 먹으면 유일하게 존재하시는 위대한 그분처럼 되어 선과 악을 구별할 수 있게 되므로 그분께서 그런 말씀을 하신 것이라 하였도다.

         

       아, 그 속삭임에 어찌 거부할 수 있었겠는가?

       그 속삭임을 어찌 거부할 수 있겠느냐!

         

       그리하여 그 먹음직하고 소담스러운 열매를 따서 하나를 남편에게 주고 하나를 자신이 취하였으니 그 맛이 참으로 달고도 달았다.

         

       이곳은 낙원.

       젖과 꿀이 흐르는 낙원이니라.

         

         

         

        * * *

         

         

         

       “끄으으윽! 신이시여!”

         

       케네스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얼굴은 고통으로 물들었고, 몸 곳곳에서 치이익 하는 작은 소리와 함께 연기가 피어오른다. 몸 곳곳에 품고 있던 주물이 끔찍할 정도로 달아오르기 시작하고, 감당하기 힘든 고통을 그에게 선사하였다.

       몸을 감싸고 있던 옷은 독을 뿜어내며 그의 생명을 위협하였고, 옷에 새겨두었던 각종 상징은 독이 되어 그를 공격하였다.

         

       이르기를 우상숭배는 악이라.

       그렇다면 그 실체가 있는 것과 상징 역시 우상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옷에 새겨진 상징은 오히려 그에게 힘이 되기는커녕 끔찍한 고통을 안겨주었고, 당장 이 상징을 지우고 옷을 벗어 던져야 한다는 듯 그를 괴롭혔다.

         

       게다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아브라함 계통 종교와 관련된 물건들 역시 그에게 상해를 입히고 있었다.

       그의 손에 매달려 있는 묵주는 빨갛게 달아오르며 그의 몸에 화상을 입히고 있었고, 목에 메고 있는 십자가 목걸이는 살을 익게 하는 것을 넘어 아예 태우고 있었다.

       그뿐이랴?

       초승달이 그려져 있는 단검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고 있었으며, 성인의 뼈로 만들어진 반지는 그의 손가락을 잘라버릴 듯 그를 옥죄었다.

         

       악몽 그 자체라 하여도 모자람이 없는 광경이었다.

       그가 가지고 있는 주물이 그 자신을 적대하는 그 끔찍한 고통이란!

         

       케네스는 이를 악물며 자신에게 걸린 주술을 해제하기 위하여 이를 악물며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주언을 읊기 시작하였다.

         

       “…יִמְצָאֵהוּ בְּאֶרֶץ מִדְבָּר וּבְתֹהוּ יְלֵל יְשִׁמֹן יְסֹבְבֶנְהוּ יְבֹונְנֵהוּ יִצְּרֶנְהוּ כְּאִישֹׁון עֵינֹו׃…”

         

       …광야에 있을 적 그분께서 황무하고 짐승의 소리가 들리는 데에서 야곱을 발견하셨다.

       그분이 야곱을 방어해 주시고 그를 보살펴 주시매 그분께서 그를 그분의 눈동자처럼 지키셨다…

         

       그 주언은 자신에게 공격을 가한 주술사가 행한 주술을 푸는 정확한 방법은 아니었다.

       애초에 자신에게 건 주술이 정확하게 무엇인지도 알 수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 주술이 어찌 발동하는지, 어떤 상징으로 그를 옭아매는지는 대충 짐작이 갔기에 그는 자신에게 원죄의 상징을 뒤집어씌우고 자신을 ‘불신자’로 만들려 하는 수작을 되려 여호와께서 자신을 보호하고 있다는 구절로 방어하려 한 것이다.

         

       어쩌면 이 주술에 대항하는 정확한 방법은 아닐지라도, 이 주술에서 벗어나기 위한 정석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정석적인 방법의 단점이 무엇인가?

         

       그것은 예측하기가 쉽다는 것에 있지 아니하던가.

         

       [ 말한다. 나는 개미들이 산속에 숨겨놓은 옥수수를 너희에게 주기 위하여 개미로 변신하기도 하였다. 무시무시한 괴수를 죽였고, 믹틀란에서 너희의 뼈를 되찾고 나의 피를 내어 너희를 창조해내었느니라. 나는 역법과 예술과 문화의 창조자이며 수호자이며, 너희가 이리 생활할 수 있도록 은혜를 베푼 이이며, 너희의 창조주로다. ]

         

       [ 나는 생명을 주관하며 죽음에서 부활하도다. 밤의 어둠과 더불어 지평선에서 모습을 감추어도 다시 동쪽에서 빛을 발하니 나는 틀라우이스칼판테쿠틀리이며 에헤카틀이며 진실된 이름은 케찰코아틀이며 너희의 빛과 풍요와 시작이로다. ]

         

       [ 깃털을 몸에 둘러 나의 아이임을 증명하라. 나를 믿고 따름을 증명하라. ]

         

       [ 빛과 풍요가 한 몸에 깃들고 너에게 생명이 깃들리라. ]

         

       [ 어둠이 덮친다 한들 동쪽에서 너는 다시 나타날 수 있으니 너는 죽음에서의 부활을 나에게 예정 받았도다. ]

         

       [ 나는 너희의 창조주이며 너희를 아끼는 창조신이로다. ]

         

       그 예측은 진성의 예상과 벗어나는 바가 없었기에 주술은 아무런 방해 없이 적용되었다.

       조금 전까지 선악과를 따먹게 했던 뱀처럼 간교하게 속삭이던 뱀은 위엄 있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였고, 목을 뻣뻣하게 세운 채 귓가에 제 입을 들이밀었던 아까와는 다르게 꼬리에 붙어있는 깃털 하나를 그의 머리에 꽂고는 그의 허리께로 내려간 뒤 그의 몸을 휘감았다. 그 길이는 자유자재로 늘어나 구렁이를 연상케 만드는 길이가 되었고, 그 표면 역시 염색이라도 한 것처럼 알록달록하고 화려한 색채를 뽐내었으니 그 형태가 마치 뱀의 형상을 몸에 새긴 것과 같은 느낌이라.

         

       그와 함께 그의 몸에는 주술이 깃들어 축복을 주었다.

         

       케찰코아틀의 이름으로 그의 몸에 빛이 서리기 시작하였고, 우주 어딘가에 떠 있을 금성의 빛이 그의 몸에 희미하게 닿았다. 그리고 그에게 반짝이는 지혜와 활력, 생명력과 재생력을 부여하였으니 이것이 축복이 아니면 무엇이 축복이라 하리오?

         

       비록 이 축복이 밤에 행해진 것이라 별 볼 일이 없으나 이것이 낮에 행해졌다면 그 재생력은 눈에 띌 정도라 할 수 있었으니 이만한 축복이 또 어디에 있으랴?

       이것이 창조주이신 케찰코아틀의 축복이로다.

       이것이 바로 깃털 달린 뱀이 창조물에게 주시는 축복이로다.

         

       아, 참으로 좋고도 좋은 일이다.

         

       다만 그것은 그분의 마음에는 참으로 들지 않은 광경이었으니.

         

       [ Dominus solus dux eius fuit et non erat cum eo deus alienus…. ]

         

       아, 그분의 사랑이 떠나갔다.

       떠나가 버렸다….

         

         

         

       

       

    다음화 보기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