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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12

       

        

        

        

        

        

        

        

        

        

       “유진 씨이, 저 들어갈게요.”

        

       “보통 그런 말은 문을 열기 전에 사전 연락으로 하는 거예요.”

        

       “그치만 아무 때나 들어와도 된다고 도어락 번호 알려준 건 유진 씨고….”

        

       “아유, 알았어요.”

        

        

        

        6월 22일, 서울 청담동.

        

        이전에 비해 상당히 운치가 생긴 유진의 펜트하우스 내부가 한 눈에 보이는 현관문, 그곳에 선 다이스가 슬리퍼를 슬그머니 벗어던지고는 복도를 걸어 유진네 집의 거실로 향했다. 바깥으로 보이는 햇살은 여전히 쨍쨍했지만 다이스의 얼굴에는 미묘한 피로감이 깃든 상태였다.

        

        물론, 실제로 그닥 피곤해하는 것은 아니었다. 푹신한 소파에 앉아 책을 읽고 있던 유진은 다이스가 그냥…식곤증이 왔다는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었고, 다이스는 그 옆에 앉아서 팔랑거리는 비얌-꼬리를 잡아챘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다이스는 꼬리를 베개 삼아 누웠다.

        

        실로 기묘한 광경이었다.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계속 그렇게 자네요. 그게 편해요?”

        

       “유진 씨가 방구만 안 뀌면…악!”

        

       “꼬리 뺏을까요?”

        

       “아이, 실언, 실언. 가벼운 조크…아아아악!”

        

        

        

        다이스는 필사적으로 바둥대었고, 유진은 못 이기는 척 한숨을 쉬며 다시금 꼬리를 빌려주었다.

        

        꾸벅꾸벅 졸던 다이스가 이윽고 새근거리는 숨소리를 내며 깊은 잠에 빠지고, 유진은 고개를 힐끔 돌려 다이스를 슬쩍 쳐다보더니 다시금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것이 요즘 그녀에게 종종 찾아오는 새로운 일과 중 하나였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라고 생각하기에 유진은 이미 포기한 지 오래였다. 그리하여 그녀는 조심스럽게 책을 덮고는 또 꼬리를 베개 삼아 쿨쿨 자고 있는 다이스의 사진을 몰래 찍어 자연스럽게 하모니에게 전송했다.

        

        몇 초도 지나지 않아 문자가 폭포수처럼 쏟아진다. 하지만, 하모니에게는 아쉬운 일이겠으나, 오늘의 합방 아닌 합방은 저녁부터 있었기에, 유진은 큭큭 웃으며 몇 번 답장을 보낼 뿐이었다.

        

        

        그렇게 두 시간쯤 지났을까, 유진은 자신의 꼬리로부터 전달된 진동이 조금 더 강해진 것을 느끼고는 다이스가 깨어났음을 직감했다.

        

        그녀의 입이 열렸다.

        

        

        

       “슬슬 잠 깨야죠. 밥 먹고 바로 자면 돼지 된다니까요.”

        

       “…유진 씨는 어떻게 제가 일어나는 타이밍을 그렇게 정확하게 맞추는 건가요?”

        

       “다이스도 꼬리 나면 알게 될 걸요.”

        

       “진짜…나도 꼬리 갖고 싶다….”

        

        

        

        물론 어림도 없는 소리였고, 다이스는 눌린 머리카락을 정리하고는 소파에 걸터앉았다.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차가운 물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고, 유진은 유리컵을 꼬리로 감아 다이스에게 건넸다. 찬 물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감과 동시에 다이스의 흐리멍텅한 눈에 생기가 돌아오기 시작했다.

        

        소파에 기댄 채 남은 잠을 힘겹게 쫓아내던 다이스가 덧붙였다.

        

        

        

       “아으, 밥 먹고 자는 습관 좀 고쳐야 되는데.”

        

       “제 꼬리 베고 자는 걸 그만두면 되지 않을까요?”

        

       “그럼 유진 씨네 집에 들어올만한 마땅한 이유가 사라진단 말이에요.”

        

       “그런 거 없어도 들여보내줄테니 그냥 편하게 오라고 해도 안 듣는 게 누굴까요?”

        

        

        

        그치만…하고 중얼거리던 다이스는 이내 입을 닫아버렸으나, 갑자기 무언가가 생각났다는 듯 입을 열었다.

        

        

        

       “지금이 오후 5시니까…두 시간 정도만 있으면 민아도 오겠네요. 오늘은 무슨 맛있는 걸 먹을까…가끔 생각하는 건데, 여기 지하나 로비 같은 데에도 음식 좀 맛있게 하는 집 있으면 좋을 것 같지 않아요?”

        

       “그냥 시켜 드세요.”

        

       “아이, 가끔은 갓 나온 따끈따끈한 거 좀 먹고 싶긴 하잖아요. 최상층에 있는 바에서는 그냥 적당한 안주 몇 개만 내주는 게 다고.”

        

       “점심 먹고 낮잠 잔 다음 일어나서 생각하는 게 저녁이라니, 이따 헬스장 좀 끌고 가야겠네요.”

        

       “으악, 그건 안 돼-!”

        

        

        

        물론 본전도 찾지 못했다.

        

        그것과는 별개로 어느덧 유진은 한 권의 책을 다 읽은 지 오래였고, 책을 탁 하고 덮은 다음 적당한 힘과 스냅으로 투척, 기가 막히게 빈 자리에 책을 끼워넣는 진기명기를 선보였다.

        

        그 광경을 이게 뭐시냐-하는 표정으로 쳐다보던 다이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고, 갑자기 무언가가 생각났다는 듯 입을 열었다.

        

        

        

       “아, 맞다. 합방하니 생각났는데, 오늘 그거 물어보려고 왔어요.”

        

       “뭔가요?”

        

       “그 뭐더라, 어…아, 맞다. 유진 사단. 그 편집자 분들 관련해서 궁금한 게 하나 있어가지고.”

        

       “이제 다이스도 드디어 유어스페이스 채널 운영에 관심이 생긴 모양이네요. 뭐가 궁금한가요? 어엿한 채널 매니저가 된 제 지식을 발휘할 때가 됐군요.”

        

       “그거 아닌데요.”

        

       “무, 뭣.”

        

        

        

        드물게도 당황한 유진이 눈을 이리저리 굴리는 사이, 다이스는 그런 게 전혀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덧붙였다.

        

        

        

       “그 있잖아요, 그 첫 번째 편집자. 그 사람 요즘 뭐 하는지 유진 씨도 알지 않아요? 그거 직접 허락해준 거예요?”

        

       “아, 그거. 허락이야 해줬죠. 홍보 같은 건 안 해줄 거라고 못박아놓기도 했고…대신 제 편집자라는 말 정도는 할 수 있게 해줬어요. 자기가 개인적으로 하고 싶다고 하는데 제가 딱히 말릴 필요가 있나요. 게다가 아래 있는 친구들이 자기만의 방법으로 인플루언서가 되면 보는 재미도 있고….”

        

       “…유진 씨가 허락해줬으면 큰 문제는 없겠죠. 저는 그런 건 절대 허락 안 해줄 것 같았거든요.”

        

       “처음 들었을 땐 허락을 해줄지 고민 많이 하긴 했어요.”

        

        

        

        그와 동시에 다이스는 허공에 화면에 띄웠다.

        

        그 순간 보인 것은…어떻게 설명해야만 할지조차 의문이 들었지만, 좌우지간 현실에서는 절대 존재하지 않을 것처럼 생긴 아바타가 가상현실 내에서 움직이고, 방송을 하고 있었다 – 그것도 비얌을 좀 많이 닮은 캐릭터가.

        

        그러나 기본적인 외형이 닮았다는 것을 제외하면 다른 부분은 그닥 닮지조차 않은 것 역시도 사실이긴 했다. 구체적으로는 아바타를 이루고 있는 소품 혹은 머리카락 전부가 그러했다.

        

        마치 로건을 연상하게 만드는 허리까지 내려오는 하얀 백발, 그 위에 적당히 뒤집어쓴 검은색 베일. 그 아래에서 요사스럽게 빛나는 적색 눈동자와 옆구리 부분이 몽땅 트여 허벅지를 가릴 생각도 없는 듯한 모습. 소위 말하는 섹시-수녀복을 말로 표현한다면 어울릴 것만 같은 관상.

        

        그러나 가장 독특한 점이 있다면, 뒤쪽으로부터 길게 뻗어나온 백색의 뱀 꼬리가 있었다.

        

        

        

       “뭘 모티브로 한 건지는 대충 감이 오는데…백사(白蛇)라고 하죠, 보통?”

        

       “…그렇죠. 근데 마지막으로 봤었을 때보다도 복장이 이리저리 많이 바뀐 것 같은데, 나중에 한 번 물어보든가 해야겠네요.”

        

       “아니이이,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저 사람 유진 사단 제1호 편집자잖아요-!”

        

        

        

        이 사람은 진지하게 해결할 생각이 1도 없는 게 아닐까.

        

        아무튼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 현재 제1호 편집자는 일종의…버츄얼 유어스페이서, 다르게 말하면 홀로그램 아이돌로서 활동하고 있었고, 다이스는 최근에서야 그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나 유진은 이미 저것이 어디서부터 튀어나왔는지를 진즉 알고 있었다. 유진 사단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하고 있는 단체 채팅방에서 심심하면 튀어나오는 말 – ‘나도백발적인TS비얌수녀되서 유진쌤이랑 합방하고 싶다!’라는 기괴망측한 망상.

        

        세상에는 그걸 실제로 원하고, 가능한 한도 내에서 실행하고 싶은 사람도 있는 법이었다.

        

        단지 이번에는 유진과 꽤 가까운 네트워크망 내에서 벌어진 일일 뿐.

        

        

        

       “저 분이 한 번 해보고 싶다고 말하고, 실제로 실행에 옮긴 이후에는 그닥 신경 안 쓰고 있었는데. 이것저것 알고 계신 모양이네요. 꽤 조사하셨나 봐요?”

        

       “조사하고 자시고, 요즘 가장 뜨는 홀로그램 아이돌이라잖아요. 유진 씨가 반쯤 자유방임으로 내버려두니까 사방팔방에서 불러주나봐요. 저러다 실언 같은 거만 안 하면 좋겠는데….”

        

       “활동한 지 거의 4개월이 넘어가는데도 별 말 안 나오고 있는 걸 보면 앞으로도 알아서 잘 하겠죠. 게다가 사고라도 나면 자르면 되고…저 분을 영입한 게 팬스페이스 때문이니, 제게 피해가 오는 짓을 하면 안 된다는 사실 정도는 머릿속에 박아두고 있을 거예요.”

        

       “유진 씨는 그런 부분에선 참 칼같아서 다행이네요.”

        

        

        

        하지만 다이스의 말과는 별개로, 유진은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당사자의 아바타를 집중하여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비얌을 좋아해서 저런 아바타를 쓴 건지, 아니면 원래 여성이 되고 싶었는데 그걸 가상현실에서 이루는 김에 뱀 꼬리를 추가한 건지…세상은 참 기묘하기 짝이 없네요.”

        

       “아마도 전자 아닐까요?”

        

       “그건 직접 물어봐야 알겠지만, 굳이 물어보고 싶진 않네요. 그보다 전자를 고른 건 다이스도 그쪽을 생각하고 있어서 그런 건가요?”

        

       “엣, 그. 그건 맞긴 한데.”

        

       “후후, 솔직해서 좋네요. 아무튼 간단한 농담이에요.”

        

        

        

        물론 농담 속에 뼈가 없다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아무튼 그 후에도 이들은 계속해서 대화를 나누었고, 하모니가 온 이후에도 이는 마찬가지였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조차 모른 채.

        

        

        

        

        

        

        

        

        

        

        

        

        

        

        

        

        

        

        

        

        

       “아으, 오늘도 힘들었다아….”

        

        

        

        목에 착용하고 있던 접속기를 벗어던지고, 어둠이 짙게 드리운 방 안의 침대에서 일어난다.

        

        적당히 서늘한 공기가 집 안을 메아리치고 있었다. 날씨가 7월에 가까워지며 가볍게 작동시킨 에어컨이 쌀쌀한 바람을 토해내고 있던 것이었다.

        

        어느덧 시간은 오후 8시였고, 저녁을 먹기에는 조금은 늦은 시간이었지만, 그럼에도 늦은 밤까지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빨리 식사를 하는 게 나으리라 – 유진 사단의 1호 편집자이자, 동시에 아이리스 베아트리치아라는 가상의 이름으로 방송 중인 버미육은 그리 생각했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라고 하기에는 이미 너무 멀리 온 것도 사실이긴 했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내가 먼저 기회를 잡은 거긴 한데.’

        

        

        

        배달앱을 뒤적거리던 그의 머릿속을 그런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평소 인터넷 여론을 단 1도 신경쓰지 않는 마이페이스인 그의 고용주는 모르는 사실이었지만, 이른바 ‘백발적안TS비얌수녀’는 유진의 채팅방 혹은 그녀의 팬 사이에서부터 뜬금없이 튀어나온 일종의 밈 중 하나였다.

        

        발단은 사소하고 동시에 간단했다. 누군가가 반쯤 도배하다시피 한 ‘백발적안TS비얌수녀가 되서 유진이랑 합방하고 싶다’는 내용의 도네이션, 혹은 채팅. 그것이 생각보다도 인기를 탔고, 이제는 일종의 밈이 되었던 것이다.

        

        어쩌면 누군가가 채갈지도 몰랐지만, 밈 자체가 유진네 스트리밍에서부터 튀어나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반 자체가 불안정하기 짝이 없었다. 다시 말해 시도하는 사람이 없었단 소리였다.

        

        게다가 자칫 만들더라도 유진에게 철퇴를 맞을 수도 있지 않은가.

        

        

        그리하여 그저 우스갯소리로만 여겨지던 밈이었지만, 그것을 실제로 채간 사람이 있었다.

        

        바로 유진의 1호 편집자였다.

        

        

        

       “유어스페이스 구독자가 벌써…4개월 활동했는데 벌써 20만 명이라니. 너무 심한 거 아닌가…?”

        

        

        

        물론 이리저리 생각해보면 그럴 수밖에 없긴 했다.

        

        그는 이전에도 유진의 방송에 몇 번 정도 출연하여 무난하게 인터뷰를 할 정도의 사회성은 가지고 있었고, 여지껏 비얌의 편집자로서 활동하면서 수백 개 이상의 영상을 편집하여 올릴 정도의 끈기, 그리고 편집점마다 재미를 뽑아내는 재치도 두루 갖추고 있었다.

        

        거기에 더불어, ‘굳이 합방을 먼저 하지는 않겠지만, 이런저런 썰은 풀어도 크게 상관은 없다’고 말한 그녀의 고용주 및 ‘재미있을 것 같다’며 온갖 설정을 짜내어 그에게 던진 동료들까지.

        

        그리고 당연하겠지만, 그의 동료들은…썸네일러 및 편집자였다. 다르게 말하면 일러스트레이터 및 온갖 편집툴을 기가 막히게 다루는 사람들이 넘쳐난다는 소리.

        

        즉, 활동명은 둘째치더라도, 어지간한 스타트업 버츄얼 미소녀들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퀄리티의 아바타가 완성되는 건 시간 문제였다.

        

        그리하여 그 결과, 괴물신인의 데뷔는 확정이었다.

        

        

        당사자로서는 어안이 벙벙한 일이었지만.

        

        

        

       “딱히 할 것도 없으니, 오늘은 영상 편집하는 거 라이브해야겠다….”

        

        

        

        딸깍딸깍.

        

        방금 했던 방송이 일종의 개인 방송이라면, 지금은 말 그대로 일할 시간이었다. 불과 십수 분 전까지 평소에는 알지도 못했던 다른 홀로그램 미소녀들과 함께 다크 존을 누볐다면, 지금은 본업에 종사할 때였다.

        

        병행은 힘들지언정, 그는 지금의 직장을 절대 버리고 싶지는 않았으므로.

        

        그리하여 몇 분이나 지났을까, 방제가 입력된다.

        

        

        

        <수녀님빡마이크본업중….>

        

        

        

        이미 음식은 적당히 시켜두었고, 그는 접속기를 다시 목에 낀 후 침대에 다른 자세로 누웠다.

        

        순식간에 눈 앞이 변형되고, 그는 어느덧 적어도 5개는 되는 모니터의 앞에 있었다. 구체적으로는 네 개의 모니터가 모여 만들어진 하나의 커다란 큰 화면, 그리고 그 옆에 부속으로 붙어있는 소형 모니터 하나 – 채팅방 띄우기 용이었다.

        

        그리고 몇 초나 지났을까,

        

        

        

       “…반갑습니다, 여러분. 불과 30분 만이죠? 보다시피 이번 방송은 고해성사 컨텐츠 대신 신님을 위해 봉사를 하는 시간입니다. 채팅은 자유롭게 치셔도 좋습니다. 대신 정숙해주시길 바랍니다.”

        

        

        

       -┼회개하여라┼

       -┼회개하여라┼

       -아이리스수녀님 1일2방송wwwww

       -수녀님 본업은 미사집전아닌가요?? 왜 편집을 하고계시죠???????

       -이분이 섬기는신은 우로보로스라서 아무튼 문제없음 ㅋㅋ

        

        

        

       <Eugene(Official)님의 헌금 10,000원을 신님에게 봉헌합니다…그대의 은혜에 감사를.>

       -하도 두명이 한 번 보라길래 와봤는데 컨셉 이걸로 계속 나갈 거예요?? 진심으로?? 새우꺾기 함 당해볼래요?

        

       “앗, 그, 그런 게 아니라. 신님, 아니. 주인님. 그런 게 아니라 이게 그, 캐릭터 컨셉이라서, 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어 수녀님 컨셉풀려욧!!!!!!!!!!!!!

       -신님이 직접와가지고는 쿠사리먹이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신녀한테 새우꺾기먹이는 신님은 뭔데 ㅋㅋㅋ

       -비얌씨 이러다 아주 홀로그램아이돌 소속사 하나 차리시겠어요 ㅋㅋ

        

        

        

        물론 방송은 그리 쉽게 이어지지 않았다.

        

        평소 IRL을 진행하고 있을 때는 900명 가량의 고정 시청자를 확보한 – 고작해야 4개월 만에! – 그였지만, 유진이 도네이션이란 이름의 선전포고를 박았다는 사실이 퍼지자마자 몇 분도 지나지 않아 시청자 수가 두 배로 폭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베아트리치아 수녀님, 그리고 유진 사단의 첫 번째 고정편집자는 땀을 뻘뻘 흘리며 해명하기에 바빴고, 채팅창은 ‘안의 사람 등장www’이라는 말로 가득히 채워졌다. 이미 누가 아바타를 조종하고 있는지를 전부 알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헤프닝이었다.

        

        당연하겠지만, SNS 애플리케이션인 엔그램의 유진 사단-단체 채팅방은 그야말로 불이 나고 있었다. 전부 그를 놀리는 내용이라는 사실은 자명하기 그지없었다.

        

        

        몇 분이 지나고, 방은 조금씩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본업에 집중하며 영상을 이리저리 잘라붙이고, 중간중간 효과와 최신 밈들을 섞으며, 소리가 작은 부분은 키우고, 필요하면 리버브 효과 등등을 주는 등 빠르게 작업을 이어간다.

        

        근래 그가 작업하고 있는 것은 작년 파이널 챔피언십 이후의 유진 및 다른 이들이 어떻게 지내는지를 담은 vlog였고, 그렇기에 비교적 무난하면서도 편하게 볼 수 있는 형태를 띠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아. 밥 왔다. 잠시 식사 시간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이번엔 선생님이…아, 아직 안 나가고 보고 계시는구나. 그러니까 컨셉은 잠시 접어둘게요. 그런 의미에서 음식 먹기 전에 기도는 생략하겠습니다. 여러분들도 마찬가지예요. 아셨죠? 꼭 생략하세요!”

        

        

        

       -오늘도일용할양식을주시는아이리스수녀님과하늘아래가장거대한비얌인우로보로스에게감사드립니다비얌멘!!!!!

       -응어림도없어 바로 신앙력 100%충전wwww

       -어림도없지 바로 무릎꿇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말안듣는 놈들밖에없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진 피 거꾸로 솟는 소리 여기까지 들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지하게 때리고 싶다.

        

        그런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갔지만, 아쉽게도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과거 그가 시청자들과 열심히 싸우는 비얌을 편집할 때면, 때때로 인터뷰 기능을 이용하여 개소리를 하는 시청자들의 대가리를 깨던 유진 부분을 편집으로 부각했던 적도 있었다. 문득 그는 그게 머리를 스쳐지나갔으나, 아쉽게도 그건 여러모로 불가능했다.

        

        실제로 비얌이라도 되면 모를까.

        

        

        대강 그리 생각하며 그는 식사를 병행하며 편집에 열중했고, 가상현실 기준 6시간 즈음이 지났을 때 20분 가량의 길이를 자랑하는 vlog 영상의 초벌 편집을 완료하였다.

        

        시청자 목록 제일 위쪽에 떠있는 유진, 다이스, 하모니 등을 비롯한 이들의 목록을 확인하며, 그는 현재 시각을 체크하고는 그대로 끙차-하고 몸을 뒤로 뉘였다.

        

        

        

       “아으, 이런 무음 방송에 시청자가 무슨 1500명이나 몰렸네. 아무튼 오늘 이렇게 방송 안 할 때의 수녀님이 어떤 일상을 보내고 있는지를 보여드렸습니다. 지금은 오프 더 레코드라 컨셉이 좀 풀렸지만, 다음 방송 때는 좀 더 경건하게 만나도록 해요, 안뇽.”

        

        

        

       -수녀님바이~~~~~

       -마따아이따네!!!!!!!!!!

       -오프더레코드ㅇㅈㄹ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ㅈㄴ 겜방송할때는 맨날 수녀처럼말하더니 여기는 그냥 사람처럼말하네 ㅋㅋ

       -그것이…홀로그램아이도루니까….

        

        

        

        삑.

        

        그와 동시에 그는 자연스럽게 방송을 종료하였고, 다 먹은 음식을 적당히 치운 뒤 간단히 운동을 하고는 샤워를 끝마쳤다.

        

        자졍이 다 되어가는 시각. 그는 시계를 확인하고는 침대에 누웠다. 유산소 운동의 여파가 찾아오며 수마가 그의 온몸을 적셨다.

        

        

        

       ‘내일은 스텔라 유니버스 소속 홀로그램 아이돌이랑 다크 존 합방 있고…그거 끝나면 오늘 작업한 영상 확인한 다음 좀 더 손대야지….’

        

        

        

        그렇게 그는 깊은 잠에 빠졌고───

        

        

        

        

        

        

        

        

        

        

        

        

        

        

        

        

        

        

        

       “…에, 어?”

        

       “으와아악-! 됐어! 됐다고오-!”

        

       “에, 에? 진짜로? 진짜로!?”

        

       “…께흑.”

        

        

        

        어느 날 아침, 세 명의 비얌바라기들이 축차로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들은 자신이 침대 속에서 한 마리의 비얌 발현자로 변해 있다는 걸 깨달았다.

        

        유진의 정신이 사분오열되기까지 3분 전의 일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소설을 오래전부터 보신 분이라면 백발적안TS비얌수녀되서 비얌이랑 합방하고싶다-같은 채팅을 한 번쯤 보셨을 겁니다

    이뤄드렸습니다

    뭐 그렇게 되었습니다

    다음화 보기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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