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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13

    <613 – 맛있는 연계퀘스트(37)>

     

    “너, 너… 설마 진짜로 마인이었냐?”

    “선배도 참, 무슨 넋 나간 소리세요?”

     

    일련의 ‘사고사’가 벌어진 뒤.

    벨로카시오가 보아서는 안 될 광경을 목격한 범죄현장의 시민처럼 생뚱맞은 반응을 보였다.

     

    “저는 마검사거든요! 다크프린세스는 부업!”

    “부업으로 마인을 하고 있다고…?”

    “당연히 인간이죠, 제가 왜 마인이에요?”

     

    벨로카시오 선배의 눈동자가 지면에 엎어진 사천왕 엘니뇨의 시체와 그 옆에서 쥐 죽은 듯이 침묵하고 있는 안경선배에게 향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진 몰라도 분명 오해세요!”

    “…그래, 가끔은 살기 위해서 오해를 해야 할 때도 있지.”

     

    아무튼 지금은 업적보상이나 챙겨보고 있을 때가 아니다.

    당장은 안경선배를 쓰러뜨렸지만 학생회에는 안경선배만한 국장급 강자가 어디서 또 튀어나올지 모를 정도로 강자들이 많다.

    암흑분신술 다크노디들과 사천왕소환에 힘입어 시간을 번 동안 꾸준히 결계돌파를 시도한 덕분에 마침내 격리구역의 문이 열렸다.

     

    “앗, 조나다!”

     

    결계가 무너지자마자 러브호텔을 방문한 커플을 훔쳐볼 용도로 쓰이는 음습한 매직미러마냥 안을 들여다볼 수 없었던 벽이 투명해졌다.

    그런데 보통 이런 음습한 장치는 안에서 밖을 볼 수 없게 만들고, 밖에서는 안을 들여다보지 않나?

    왜 거꾸로 감옥 밖에서 안을 못 보게 만든 걸까.

    죄수의 사생활 보호를 신경 쓸 아카데미가 아닌데!

    조금 생각해 보니 답이 나왔다.

    거꾸로였다.

    간수들의 안전을 위해 시야를 막았구나!

    기프트 아카데미 대감옥 5계층 격리감방에 갇힐 정도면 보통 거물이 아니기에 마주보기만 해도 술식이 발동해서 외부에 간섭을 일으키는 마법을 펼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나는 그런 흉악무도한 범죄자가 아니라 아가씨를 지키기 위해 무고죄를 뒤집어쓴 퐁퐁남이었고, 나는 망설이지 않고 조나를 반겨주었다.

     

    “왜 멋대로 일을 저질렀어요?”

    “아가씨야말로 무슨 짓을 하신 겁니까? 제가 어떤 각오로 이 감옥에 들어왔는데 감옥시설을 습격하는 중죄를 범하신 겁니까.”

    “흥. 다 조나가 나쁜 탓이에요. 아가씨는 집사가 가르치는 거라면서요? 집사가 먼저 멋대로 굴었으니 아가씨도 멋대로 구는 법을 배웠네요. 흥흥.”

     

    나 삐졌음!

    턱을 들고 좌우로 고개를 홱홱 돌리며 시선을 피하니 조나가 어처구니없다며 한숨을 내뱉었다.

     

    “상황을 설명해 주십시오. 쓰러진 학생은 누구이고 그 옆의 마인의 시체는 무엇인지.”

    “여기는 각성한 안경선배고 이 시체는 선배의 자폭돌격에 휘말려 비명횡사한 마왕군 사천왕 엘니뇨에요! 뽑기운이 좀 좋았던 듯?”

    “…함께 온 죄수는 아가씨의 명령을 따르는 학생입니까?”

     

    벨로카시오 선배가 즉답했다.

     

    “시키는 일은 뭐든지 다 합니다.”

    “그렇대요!”

    “그럼 입막음은 하나면 충분하겠군요.”

     

    조나가 안경선배를 가리켰다.

     

    “마왕군 사천왕과 동귀어진하여 숨을 거둔 걸로 만듭시다.”

    “헉. 이 선배는 담그면 안 돼요!”

    “아카데미를 탈출해도 모자를 판에 그런 문제나 신경 쓰고 있을 때입니까? 같은 죄수는 탈옥동기이니 괜찮다고 쳐도 이 학생은 학생회 소속임을 알리는 완장을 차고 있지 않습니까.”

    “저흰 이제 도망 안 쳐도 돼요! 조나도 구했고 핑계거리도 만들었는걸요!”

    “핑계라면… 설마?”

     

    나는 당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린 대감옥을 습격한 마왕군 사천왕의 작전을 간파하고 습격을 저지했을 뿐이에요! 조나는 학생들의 위기에 격리구역을 찢고 나온 참된 교수님이고요!”

     

    사건의 진상을 뒤바꾼다.

    이런 거짓말을 하면 언약을 지키지 못하면서 마나친화력이 소폭 감소하고 전투력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조나를 구하려면 이쯤은 감수해야지!

    조나는 내 큰 그림을 이제야 알아차리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가씨께서 막무가내로 행동한 것이 아니었군요. 집사로서 모셔야 할 아가씨의 수완을 의심한 죄,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헤헤, 멀 이 정도로 그러세요. 사과할 만한 일이 아니에요!”

    “그러면 지금 간수장과 싸우고 있는 저 죄수들은 왜 저기서 싸우고 있는지 여쭐 수 있겠습니까? 마왕군 사천왕 토벌을 빌미로 삼는다면 저 학생들은 애초에 저렇게 싸우고 있을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저건 저희랑 같이 갈 죄수들이 아니니까 버림패로 쓴 건데요?”

    “예?”

    “어둠의 실력자이자 숨은 고수, 벨로카시오에게 충성을 바치는 벨로카시오단이 멋대로 간수장을 쓰러뜨리고 대감옥을 탈출하려고 싸우는 거예요!”

     

    벨로카시오 선배가 이 이상 억울할 수 없다는 얼굴로 항의했다.

     

    “아니 여기까지 와서 내 이름을 팔아버린다고? 대감옥을 걸어서 나갈 핑계가 있으면 우리도 그 핑계에 편승시켜주면 안 되는 거냐?”

    “학생회 집행국을 설득해서 옥살이를 안하고 자유의 몸이 될 자신이 있으면 상관없긴 해요! 근데 괜찮겠어요? 벨로카시오 선배는 주동자로 지정되어서 형량이 무더기로 올라갈 텐데!”

    “하, 인생 진짜 너무하네. 저학년을 등처먹고 재료독점으로 독과점의 폐단을 이용해 재미를 좀 보긴 했지만 그렇다고 악마보다 더한 녀석에게 이렇게까지 시달려야 하다니…”

     

    벨로카시오는 아예 대놓고 험담을 내뱉었다.

     

    “저놈의 망할 안경잡이만 아니면 마왕군 사천왕 토벌이라는 핑계도 대지 못했을 텐데. 멍청하게 왜 다크프린세스를 놔두고 사천왕이랑 싸우는 거야?”

    “안경선배는 본업에 충실했을 뿐이에요! 벨로카시오 선배가 본업에 충실해서 감옥에 수감 된 것처럼요!”

    “멍청한 놈. 그 잘난 본업행동으로 암흑마나에 피폭되어 죽게 생겼네.”

     

    차라리 확 죽어버리라며 심한 말을 하는 벨로카시오 선배였지만, 아쉽게도 그 소원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없다.

    내가 그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정신이 드세요, 안경선배?”

     

    선배의 머리 앞에 쪼그려 앉고 머리에 손을 얹으며 3초가 지나니, 쿨럭하고 안경선배가 피가 섞인 기침을 내뱉었다.

     

    “오, 크, 노디…”

    “선배는 지금 암흑마나에 피폭되었어요! 대놓고 암흑마나까지 공격에 동원하는 암흑연기공을 펼쳤으니 전신세맥도 오염되었을 거고요. 이대로 조금만 더 지나면 암흑마나에 찌들어 죽거나, 신체가 살아남기 위해 변이하여 마인이 되던가 둘 중 하나가 되겠네요!”

    “죽, 여라…”

    “죽지 않아도 다시 멀쩡한 몸으로 돌아갈 방법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계약서 한 장만 써주시면 무사귀환을 보장해드릴 수 있는데!”

    “……”

    “졸업한 전대 학생회장에게 여러모로 기대를 받고 계시지 않나요? 기대에 부응하려면 지금은 수치와 굴욕을 꾹 참아서라도 살아야죠!”

    “조, 건을, 말해.”

     

    다행히도 안경선배는 “암흑마나, 죽인다!”만 외치는 광전사처럼 묻지마 습격을 펼쳐대던 작년까지의 이슈타르와 다르게 말이 통하는 사람이었다.

     

    “별건 아니고요. 마왕군 사천왕의 습격을 조나 교수님이 막아줬고, 저랑 이슈타르는 마왕군 사천왕의 침략계획을 저지하려고 잠입했을 뿐이라고 꼭 밖에서 진술해주세요!”

     

    안경선배가 표독스러운 눈으로 앙칼지게 나를 노려보았다.

     

    “싫, 다면.”

    “헉?”

    “나는 죽고, 너희는, 대감옥에, 갇힌다.”

     

    모두가 불행해지는 배드엔딩에 돌입하겠다는 안경선배의 선언에 나는 냅다 선배의 머리에 얹은 손을 이용해서 안경선배의 인체장기 중 하나에 암흑마나를 집중시켰다.

     

    “크아악!”

     

    끔찍한 고통에 비명을 지르던 안경선배는 고통보다도 더한, 뱃속을 간질거리며 마치 새살이 돋아나는 것처럼 이질적인 감각에 흠칫 놀랐다.

    선배의 눈이 물었다.

    너 이 미친년, 설마 지금 내 몸에 암흑마나에 적응한 암흑기관을 생성하고 있는 거냐고.

    나는 활짝 웃는 얼굴로 대신 대답해주었다.

    정답!

     

    “선배도 마인이 되면 사람들은 마인의 음해라고 생각하겠죠? 사천왕의 죽음의 진실을 감추려는 마인, 아카데미의 평화를 위해 고군분투한 아가씨와 집사를 음해하는 마왕군의 스파이! 인류의 변절자의 진술을 누가 믿어줄까요?”

     

    그러니 지금, 안경선배는 가불기에 걸렸다.

    순순히 협력하고 암흑마나를 몰아내며 얌전히 벨로카시오 선배의 계약서를 작성해 서로에게 해를 끼치지 않도록 약속하고 목숨을 건질 것인가.

    되지도 않는 자폭공격 2탄을 시도하다가 마인으로 몰려서 조나가 나간 자리에 대신 수감 되는 위험을 무릅쓸 것인가.

     

    “내가 졌다…”

     

    안경선배는 항복을 선택했다.

     

     

    * * *

     

     

    “그렇게 됐어요!”

    “…그 말이 사실인가, 부르테 글라스?”

    “사실입니다.”

     

    간수장을 쓰러뜨리고 와르르 탈출해 버린 벨로카시오 선배와 대감옥의 죄수들.

    그들이 떠난 자리에 멀뚱멀뚱 남아있던 나와 조나, 이슈타르, 그리고 안경선배는 후속으로 대감옥을 방문한 교관들을 뻔뻔하게 맞이했다.

    몬가 미심쩍은데.

    이거 아닌 것 같은데.

    의심이 들어도 실제로 마왕군 사천왕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이건 믿을 수밖에 없지!

     

    “오크노디 수색포획조가 역으로 수색포획을 당했을 리는 없으니 필시 사실이겠지. 재단의 고위인사들에게 이런 도움을 받을 날이 올 줄은 생각도 못했어.”

    “세계제일의 테러리스트 집단답게 테러각을 재고 마왕군의 테러를 막아낸 건가?”

     

    멋대로 납득한 교관들은 이 기쁜 소식을 서둘러서 자신들의 지도교수에게 전달했다.

    한걸음에 달려온 지도교수는 마왕군 사천왕의 시체를 발견했다.

     

    “아니 이게 왜 진짜죠?”

     

    모든 학생회를 파견한 원흉, 교관들.

    그런 모든 교관을 파견한 원흉, 마하바라타 교수.

    마하바라타는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테러를 막은? 전문테러조직의 엘리트테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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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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